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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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원래 다 그런거야.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멍하니 이동하던 와중 선발대에서 다른 사람들을 발견했다는 정보가 들어온것이다. 예상외라고 해야할까 그들의 숫자는 꽤나 많았다. 백명 남짓한 신시측과 비교하자면 거의 3배정도나 되는 병력의 차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물러나서 전력을 확충하고 다시 나와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강무한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적들을 발견했다는 얘기는 적들도 우리를 발견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지금 바로 물러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혹시나 일이 잘못되면….”
“뭐, 싸우면 질것같아서 물러난다고? 싸움은 기세로 하는거야. 두렵다고 물러나면 죽도 밥도 안되지. 지금 여기서 우리가 물러나면 저 녀석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거같나?”
강무한은 돌아가자는 의견을 묵살한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단순히 감정에 휘말려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당장 이곳에는 신시에서 공식적인 전투력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세명이 있고 다른 사람들도 백인대 일부와 정예로 구성된 전투집단이다. 아무리 숫자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밀릴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사람들이 내뱉은 단어는 꽤 익숙한 것이었다.
“봉주르(bonjour).”
“아, 저거 들어본 말인데? 어느 나라 말이지?”
“프랑스어입니다. 그것도 모르십니까?”
“알고 있거든? 단지 잠깐 생각이 안 났을뿐이야.”
티격태격하는 강무한과 유성훈을 멀리서 바라보던 남자는 말에서 내려 터덜터덜 걸어오기 시작했다. 일이 잘못될 가능성은 생각지도 않는듯한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를 바라본 강무한 역시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나갔다. 물론 옆에는 성훈과 미리내를 데리고 말이다. 상대방은 총 네 명이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걸치고 있는 갑옷이 상당히 투박하거나 볼품없게 생겼다는 점이었다.
더 미션의 세계에는 지구에서의 신체능력 정도는 진작에 초월한지 오래고 강철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가벼우며 유연한 재료들이 수두룩하게 널려있다. 그래서 기능도 기능이지만 몸에 달라붙거나 날렵하거나 세련된 디자인, 또는 다소 과장해서 멋을 부린 아이템으로 개조하는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람들이 입고 있는 갑옷은 좋게 말하자면 전통적인 기사의 복장이었고 나쁘게 말하자면 너무 촌스러워보였다.
‘어차피 몸을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다지만 그래도 좀 더 효율적인 모양이 있을텐데.’
전통적인 모습을 살리기 위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사이 대표로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알랭 뒤보아. 알랭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당신들은 중국이나 일본 사람입니까?”
“한국 사람이다.”
“한국?”
잠시 생각에 빠진 알랭은 곧 적당한 정보를 찾아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에 남아있는것같군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그 외에 삼성…이 정도가 제가 아는 유일한 정보인데 맞나요?”
“그러는 너는 프랑스 사람맞지? 미안하지만 프랑스에 대한건 우리가 아무것도 몰라서 말이야. 어쨌든 나는 강무한이라고 불러라.”
“강무한, 알겠습니다. 미스터 강. 일단 호의로 대할수 없음을 이해해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저희와 당신의 나라 둘 중 하나만이 승리하게 될것입니다. 그 점에 따라 저희는 필요 이상의 친분을 나눌 생각이 없습니다.”
체인메일과 두꺼운 갑옷, 투박한 투구를 걸친 알랭의 말에 강무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대화할 여지가 있었던 일본과의 전투와는 다르게 이제부터는 한쪽이 죽느냐 사느냐의 전투다.
자신의 행동에 수만명의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있다는것을 생각해본다면 장난삼아서 행동할수는 없었다.
“그건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알랭 그 쪽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지. 한 나라의 대표자로서 뭔가 생각하고 있는게 있을거 아니야.”
“좋습니다. 저희의 의견은 간단합니다. 무의미하게 피해를 확충시키고 싶지 않으시다면 항복하시길 바랍니다.”
“항복?”
“예. 저희는 2차 각성자 100여명 으로 구성되어있는 릴리 기사단과 수천명의 예비대들이 있습니다. 전투가 벌어진다면 이들의 분노를 받게 될것입니다.”
“2차 각성자가 100명?”
강무한은 순간 상대가 자신을 놀리거나 당황시키기위해 뭔가의 가짜 정보를 보냈을거라고 생각했다. 2차 각성자가 뭐 어쨌다는 말인가? 분명 그들의 전투력은 얕볼수 있는것이 아니지만 이제 신시에서만 하더라도 2차 각성자는 천명이 넘어가고 있다.
‘정예중의 정예로만 구성됐다는 의미인가? 우리들의 백인단처럼?’
“죄송하지만 잠깐 끼어들어도 괜찮을까요?”
대화 도중 갑자기 옆에서 끼어든 성훈을 알랭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대놓고 싫어한다는 감정이 드러난 표정에 오히려 강무한이 당황했을정도였다.
“이 자는 뭡니까? 예의도 없이 대화에 끼어들다니.”
“유령이라고 하는 자입니다. 이유없이 끼어들 녀석은 아니니 대화를 나눠보시죠.”
머리쓰는 일을 알아서 해주겠다는데 강무한이야 나쁠게 없었다.
“방금전에 2차 각성자가 100명으로 구성됐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거 대체 무슨 의미로 하신 말입니까?”
“무슨 의미냐니? 문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만? 물론 믿기지 않는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이곳에도 릴리 기사단 50여명을 데리고 왔죠. 제 명령 한번만 내린다면 이곳에서 바로 그 힘을 확인시켜들릴수도 있습니다만.”
“50명?”
이쪽은 100명 전부 2차 각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혹시나 싶어서 미리내를 향해 시선을 주니 미리내는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뭐 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이로군요. 시간이 조금 걸리겠습니다만 저 혼자서도 쓸어버릴수 있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저 혼자서도 쓸어버릴수 있다고 했습니다만.”
미리내의 입장에서는 별로 과장한것도, 허세도 아닌 진심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알랭 입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쪽에서는 나름대로 예의를 갖춰서 대접해줬는데 대표라고 나온것들이 이렇게나 예의가 없어서야! 입 한번 잘못 놀려서 어떤 결과가 찾아오는지 확인해보고 싶으냐?!”
알랭이 팔을 들러올리자 뒤에 포진하고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합에서는 앞으로 나오지 않고 살짝 뒤로 물러나며 방진을 구성했을뿐이었다.
“부하란것들이 대장의 위기를 보고도 구하러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예의도 없고 신의도 없군.”
“글쎄요. 신의가 없다기보다는 단순히 움직일 생각도 들지 않다고 보는게 맞는것 같습니다만. 강무한님도 이제는 아시겠습니까?”
“아아, 멀리 떨어져있었을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오니 알겠어. 이 녀석들 진짜로 약해.”
직업 스킬인 투기감지로 대략적인 상대방의 능력을 감지해낼수 있는 강무한은 적에게서 느껴지는 투기를 감지하며 코웃음을 쳤다. 이 정도라면 주력부대를 보낼것도 없이 신화대만 보내도 충분히 상대할수 있을것이다.
“끝까지!”
투구 너머에 가려진 알랭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지며 살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대로 기세를 타기도 전에 알랭과 옆에 있던 사람들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죽고 싶으면 계속해보시던지요.”
“이, 이건 대체 무슨….”
마치 보스몬스터에게서나 뿜어져나올듯한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느 흑발의 여자 검사를 바라보면서 알랭은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은 프랑스 내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손가락 하나 까딱일수 없었다.
‘이, 이 정도 살기를 감지할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레, 레오님!”
유일하게 의지할수 있는 대상을 부르면서도 알랭은 내심 후회했다.
프랑스 제일의 기사라 불리며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는 영웅.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호쾌하며 실력도 뛰어나서 사람들의 선망을 받고 있지만 얼마전에 있던 강제미션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그는 절망에 빠져있었다.
아니, 그건 그 혼자만의 절망이 아니었다.
레오와 함께 신궁이라고 불리며 여성 유저들의 구심점이 되던 테레사의 죽음이 그 이유였다. 강제미션에서 그만 마지막 생명을 잃고 그녀는 영원히 사라져버린것이다.
쿵, 쿵!
전신을 감싼 갑주와 두꺼운 타워실드. 그러면서도 상당히 쾌속한 움직임에 강무한은 살짝 긴장했다.
“꽤 강하군. 물론 어디까지나 비교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백인단 수준정도는 될것같아.”
“…….”
“뭐야? 왜 말을 안해?”
“…저기.”
“뭐냐?”
“급하게 해야할 일이 생각났는데 잠깐 가봐도 되겠습니까?”
예상치 못한 너무나 빠른 조우에 성훈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