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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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득템?
비록 족장은 없어졌다지만 전사들의 실력 또한 보통은 아니었다. 족장처럼 여러개의 타투를 동시에 새긴것은 아니었지만 한 두가지만으로도 확실히 실력이 늘어난것을 알수 있었으며 원시인들의 전투센스는 왠만한 전사들보다 더 뛰어나다. 게다가 수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후좌우.
사방에서 쏟아져오는 무기들을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걷어내려던 미리내는 곧 이마를 찡그리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잔뜩 흥분한 원시인의 어깨를 밟아 뒤로 물러났지만 바로 근처에서 일어난 폭발 때문에 약간의 잔상처를 입고 말았다.
‘역시 합공이 이뤄지면 취약점을 보이게 되는군.’
순수한 검술만으로 따지자면 비할데가 없으나 다른 직업이 하나만 붙어도 어떻게든 찔러볼 구석이 생기게 된다. 도적이라면 함정을, 마법사라면 범위 공격을, 신관이라면 축복이나 저주로 공략이 가능하다. 특히 지금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원시인들의 몸에 새겨진 이상한 문신은 아마 폼으로 새긴게 아닌 모양인지 폭발의 열기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것처럼 보였다.
즉 아군이 당할 필요 없이 저 녀석은 마음대로 공격을 난사할수 있다는 뜻. 그렇다고 대주술사를 먼저 처리하자니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는 전사들도 한순간에 해쳐나갈만한 약자들은 아니었다. 섣부르게 움직이면 안된다. 성훈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눈 앞의 싸움도 중요하긴 마찬가지였다.
“꽤 장기전이 될것같군요.”
-죽여!
“악마아아! 죽어라아아아아!”
“씨발, 큭,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심하게 쫒아오는거야?”
“아뇨, 뭐 주인님이 쫒길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너 어째 묘하게 기뻐보인다?”
자신이 다쳐있는 극한 상황인데 어째 미미하게 웃고있는것 같은 보랑이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인벤토리에서 꺼낸 약초가루를 상처에 뿌리고 포션을 붓고 마시자 점점 상처가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꽤 심각한 상처이기는 하지만 치료되는데는 얼마걸리지 않을것 같았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저 녀석. 강하다.’
물론 앞뒤가리지 않고 뛰어간 자신의 실책도 크기는 했지만 그만큼 족장의 능력이 강한것도 이유의 하나였다.
“주인님, 그나저나 어디로 가야하는건가요? 그냥 무작정 달리면 되는건가요?”
“그럴리가 내가 머리 움직이는대로 가라.”
“예? 꺅!”
업힌채로 보랑이의 머리를 왼쪽으로 틀자 균형을 잃고 넘어질뻔했다. 그래도 능력치가 어디가는것은 아니어서 초인적인 균형감각을 선보이면서 달려가기는 했으나 그녀의 표정에는 불만이 잔뜩 어려있었다.
“주인님, 지금 저를 이렇게 함부로 다루셔서 좋으실게 없을텐데요? 지금 주인님의 목숨이 저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잊으신건 아니겠죠?”
“그래? 내가 죽으면 네가 멀쩡할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아공간 속에서 평생 처박혀있고 싶거나 재교육을 받고 싶은가보지?”
“쳇.”
성훈의 명령을 거스를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명령을 열성적으로 수행할지 건성으로 수행할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즉 도망은 치되 은근슬쩍 균형을 잃는다던지 조금 느리게 도망친다던지 하는것도 가능하다. 그런 의미를 내포한 은근한 위협에도 성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머리를 강제로 돌리고 있었다.
한편 오른손으로 보랑이의 머리를 돌려 방향을 잡은 성훈은 왼손으로 책을 꺼내들고 자신이 사용가능한 모든 종류의 원거리 스킬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허공을 날아간 화구가 폭발을 일으키며 잔해를 사방으로 퍼트리고 얼음 속성을 담은 화살은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거기에 중간중간 쏟아지는 번개 속성의 공격은 스턴 상태에 빠트리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 수많은 난사에도 불구하고 족장에게 집적적인 피해를 주는것은 불가능했다.
“차아아압!”
후웅!
몸에 닿을듯했던 스킬들은 전부 검의 궤적에 걸려서 허무하게 폭발하고 말았고 마법의 꽃이라 할수 잇는 범위 데미지는 족장의 몸에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역시 저 녀석의 몸은 최소로 잡아도 세르게이와 비슷하다. 범위 데미지로는 간에 기별도 안돼. 부적술로는 직격을 먹여야한다, 그 밖의 특이점이라 한다면….’
강력한 방어력뿐만 아니라 무슨 하프 오우거마냥 2m를 넘는 거구,울끈불끈 튀어나온 근육과 힘줄, 그리고 몸에 새겨진 기묘한 문신.
“악마!”
“흥, 휘(揮)!”
주위에 띄워놓았던 여러개의 구와 화살들이 직선이 아니라 바람에 휩쓸린듯이 타원을 그리며 날아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명중하라고 사용한게 아니었다. 일정한 기준점을 중심으로 도는 토네이도 같이 자동으로 멤도는 스킬이 바로 휘(揮)자 결이다. 회전하면서 닿는 가지나 나무, 바위등에 닿는 스킬들은 전부 폭발하면서 잔해와 먼지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족장은 눈을 가리느라 잠시 속도가 늦춰질수밖에 없었다.
“데미지를 주지 못하면 거리라도 벌려야하지 않겠어?”
“노옴!”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바로 따라잡혀도 이상할게 없었지만 거대한 체구라는 핸디캡과 성훈의 견제에 의해서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또한 보랑이의 날렵한 움직임도 한몫했다. 마치 오랜시간 행동을 맞춘것처럼 고개를 약간 앞으로 숙이면 속도를 높이고 뒤로 당기면 속도를 늦춘다.
좌우로 틀면 방향까지 자신이 생각한대로 딱딱 튼다. 왠지 모를 중독감에 마음같아서는 이대로 계속 타고 싶었지만 슬슬 목적지가 가까워져서 성훈은 미끄러지듯이 보랑이의 등에서 내려와 보랑이를 옆구리에 끼운채로 들어올렸다. 갑작스런 행동에 반항을 하기는 했지만 몸이 닿아있는 초근거리에서는 기량보다는 역량이 우선시 된다.
그건 그 미리내조차도 피해갈수 없는 법칙이었다.
“잠깐 주인, 이게 무슨?”
“괜히 앙탈부리지말고 가만히 있어. 잘못하면 어니 하나 떨어져나갈수도 있으니까.”
“떨어져?”
점프킷을 꺼낸 성훈은 적당해보이는 지면에 그것을 내던졌다. 이미 성훈의 투척실력은 가만히 있는 대상에게는 백발백중의 적중률을 보일정도였고 자신이 다음에 밟을 곳에 정확히 점프킷이 떨어진것을 확인한 순간 그 위로 몸을 날렸다.
철컥!
무시무시한 도약력과 함께 공중으로 치솟아오르며 군데군데 나뭇가지를 밟은 성훈은 최대한 빠른속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이상하다는것을 알아차린것은 바로 보랑이였다.
단순히 위로 올라가는게 목적이라면 묘기라도 하는것처럼 이렇게 화려하게 올라갈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성훈은 몸을 틀고 어떤떄는 웅크리면서 뒤어올랐다. 마치 뭔가를 피하려고 하는듯이.
‘뭔가를 피하기 위해서?’
“새도우 아이(shadow eye).”
짧은 읆조림과 함께 다소 어두컴컴해보이던 숲이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보조 마법이 신관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흑마법에도 다양한 종류의 보조 마법이 존재했다. 그리고 방금전보다 보다 환해진 시야속에서 보랑이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것을 발견할수 있었다.
“실?”
“평범한 실이 아니다. 함정에 쓰이는 절삭력과 내구성이 대폭 상승한 은사, 그것도 희귀금속으로 만든거다. 걸리면 곰도 그냥 잡을 정도지.”
단순히 은사를 숲 곳곳에 쳐놓는게 아니라 마치 거미가 먹이를 모는것처럼 곳곳에 쳐놓았다. 지난번 대리전 당시 최유재가 선보였던 은사를 이용한 전투법을 보고 감명을 얻어 만든것이다. 그처럼 은사를 맨손으로 조종해서 전투를 치르는것은 불가능 하지만 이런식으로 함정으로 재현하는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두운 밤, 그리고 수많은 스킬들로 시야가 반쯤 봉쇄된 상황의 저 녀석에게는 아주 효과적일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차처럼 앞으로 돌진하던 족장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첫번째 은사를 건드린것이다. 멈추고자 했으나 가속력이 있었던만큼 몇 발자국 더 앞으로 전진하고 말았고 그만큼 더 많은 은사를 건드리고 말았다.
피잉, 피잉, 핑!
팽팽하게 고정되어 있던 은사가 족장의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이 곰 같은 녀석, 무식하게 돌진하니까 그런 꼴이 되는거다. 자 그럼 천천히 요리를….”
콰직!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그 소리가 들려온곳으로 시선을 돌린 성훈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릴수밖에 없었다.
은사를 고정해놓은 볼트가 튕겨져나오고 있었다. 묶어놓은 나무가 파이고 잘려나가고 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더 어이없는건 은사와 닿아있는 족장의 몸은 멀쩡하다는것이다. 물론 약간 빨갛게 달아올라있기는 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미 토막나있어야 하는게 정상이었다.
“곰의 힘이여!”
족장이 외친순간 몸에 새겨진 문신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은사에 걸려있던 물건들이 죄다 부서져나갔다. 수많은 은사와 그 끝에 매달린 나무조각, 암석, 볼트 쪼가리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것을 바라본 성훈은 웃고 있던 표정 그대로 식은땀을 흘리며 근처에 보이는 가장 큰 나무의 뒤편으로 몸을 날려 그대로 납작엎드렸다.
콰아아아아앙!
“젠장, 이게 무슨 전쟁 영화도 아니고!”
폭격이 쏟아지는 지역에 웅크려있는 병사의 심정을 느낀 성훈은 일단 한 차례 수난이 지나갔다고 생각되자 수풀에 몸을 숨기고 빠르게 족장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보랑아! 저 녀석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마! 최대한 정신 사납게 만들어!”
“옛!”
나무 꼭대기에서 그 난리를 보고 있던 보랑이는 성훈의 명령에 따라 온갖 마법들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직접적인 공격은 소용이 없다는걸 깨달았는지 아까 성훈이 그랬던것처럼 최대한 주변에 떨어트려서 주의를 흐트러트리는데 집중하고 있었고 그 작전은 어느정도 효과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뒤에서 날아온 단검이 족장의 어깨에 명중했다. 단순한 단검이 아닌듯 명중하자 폭발이 일어났고 족장의 어깨에는 파란 얼음결정들이 달라붙어있었다.
“귀찮, 구나!”
몸 곳곳에 엉켜있는 은사들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발.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날아오는 단검. 어느것하나 자신에게 충격을 줄수 있을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부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 계속 귀찮아해라.’
족장과 아무 대책없이 싸웠더라면 고전했을게 틀림없다. 그러나 다행히 성훈에게 족장은 전혀 뜬금없는 상대가 아니었다. 성훈은 이미 족장과 비슷한 타입의 상대를 만나봤고 그에 대한 대응방법까지 전부 세워뒀었다.
‘세르게이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녀석을 잡을수 있으면 세르게이를 다시 만나도 충분히 통한다는 뜻.’
스릉.
룬 블레이드를 뽑아든 성훈은 그 위에 중첩부여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