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180)
Chapter 180 – 서브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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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스산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현관문. 집 안으로 들어오다가 깜짝 놀란 치나미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흐악…!’
어제까지만 해도 부드럽게 열리던 문이 왜 갑자기 삐걱거리는 걸까? 행여나 부모님이 깰까 우려한 치나미는, 조심조심 문을 닫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이후 순식간에 파자마로 갈아입고, 끝에 솔장식이 달린 나이트캡까지 쓴 뒤 침대에 철푸덕 누웠다.
소중한 모모님 인형을 끌어안고 있자니 두근거리는 심장이 진정된다. 복숭아 향을 풀풀 풍기는 복실복실한 인형의 배에 얼굴을 비빈 치나미는, 문득 마츠다 후배가 연락하겠다는 말을 기억해내곤 휴대폰을 살펴보았다.
[잘 자요, 스승님.]벌써 집에 도착했는지, 톡이 하나 와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 치나미가 화면을 두드렸다.
[후배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저는 아직 안 잘 겁니다.] [그러면 저도 자지 말까요?] [혹하긴 하지만 안 됩니다. 내일 부장도 만나기로 했다면서요.] [맞아요.] [그러니까 주무세요.] [하는 수 없군요. 알겠어요.]이후로도 마츠다 후배와 간단한 메시지를 몇 차례 나눈 치나미는 휴대폰 화면을 끄려고 했다가,
‘으응?’
배경화면에 부재중 전화가 떠있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렌카에게서 왔던 전화다. 온 시간은 자정 즈음. 자신이 한창 마츠다 후배에게 마사지를 받고 있을 때였다.
어떡할까. 전화를 걸어볼까? 내일은 주말이고, 렌카와 만나는 시간도 점심이다. 그러니 렌카가 아직 자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새벽에 전화를 하는 건 큰 실례인데…
어떻게 할까 깊은 고민을 하던 치나미는,
우우웅-!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려 퍼지자 기겁을 했다.
[치나미, 자고 있어?]렌카의 톡이다. 아직 자지 않았구나. 오늘 참 놀랄 일이 많다고 생각하며, 치나미가 답장을 보냈다.
[저는 안 자요.] [그래? 통화 가능해?] [네.]대답을 하자마자 전화를 거는 렌카. 신호음이 한 번이 채 지나가기 전에, 치나미가 전화를 받았다.
“네, 친우님.”
-졸린 목소리네? 자다 일어난 거였어?
“아니요. 애초에 자지 않고 있었답니다.”
-그래? 그럼 왜 전화 안 받았어? 바빴니?
“조금 바빴지요.”
-그래? 마츠다랑 늦게까지 논 게 재미있었나보다.
재미? 머리가 붕 뜨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고, 실금까지 줄줄 해버리면서 쾌락을 얻은 것도 재미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으음… 재미있었어요.”
-그렇구나… 뭘 했는데?
아무리 친한 렌카라고 하여도,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부쳐야한다. 사실 비밀이 아니라… 말할 수가 없었다.
마츠다 후배의 물건이 자신의 음부 안으로 쏘오옥 들어왔다가 나오길 반복했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상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니다. 이건 못 들은 걸로 해.
이어지는 렌카의 말에 안도한 치나미가 농담을 건넸다.
“절 향한 관심이 식으셨군요.”
-뭐…? 그럴 리가 있어? 난 그냥 요즘 널 너무 캐내려는 느낌을 받아서…
“어허. 제가 방금 한 말은 진심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은 농담이었으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면 안 돼요.”
-아, 미안…
“평소엔 농담도 귀신같이 알아차리시는 친우님께서 오늘따라 왜 이럴까요? 참으로 걱정이 되네요.”
휴대폰 너머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나미의 애늙은이 같은 말투에 참지 못한 렌카의 진심어린 웃음이었다.
-내일은 늦게 만날까? 조금 더 잘래?
조금은 활기차진 렌카의 음색. 그에 기분이 좋아진 치나미가 대답했다.
“저는 예정대로 만나도 상관없어요. 친우님의 무릎에서 한숨 자면 되니까요.”
-너 머리 무겁잖아. 나 다리 저려.
“친우님의 하반신은 튼실하시니까 괜찮을 거예요.”
-가슴 작다고 놀리는 거지?
시시콜콜한 장난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길 한참, 치나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졸음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졸리나보다. 그치?
“으응… 네… 조금 졸린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 자자. 내일 보자.
“알겠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응. 끊을게. 재미있었어.
“네에… 저두요…”
그렇게 렌카와의 통화를 끝낸 치나미가 옆으로 돌아누우며 벽을 마주보았다.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다. 정신과 육체에 힘이 전혀 없다. 자야겠다고 마음먹으니 금세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수마가 찾아왔다.
‘으음…’
마츠다 후배의 듬직한 품에서 복숭아를 먹는 상상을 마지막으로, 입맛을 츄릅 하고 다신 치나미의 눈이 지그시 감겼다. 이후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
“마츠다 군, 뭐해?”
귓가에서 들려오는, 황당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던 내가 눈을 뜨자, 열린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빛과 함께 미유키의 신형이 보였다.
“…. 왔냐?”
“응. 근데 뭐하냐구.”
“뭐하긴… 자고 있었잖아.”
“왜 이러고 자고 있는데…?”
“따뜻하니까.”
“이 바보야…!”
그리 말한 미유키가 내 다리 부근을 가리고 있던 코타츠 이불을 걷어냈다. 그와 동시에 훅 들어오는 찬바람. 미간을 마구 찌푸린 내가 말했다.
“뭐하냐 지금…? 빨리 다시 덮어라.”
경고를 가볍게 무시한 미유키가 벌겋게 변해있는 내 다리를 만져보며 입을 살짝 벌렸다.
“온도를 최고로 해놓으면 어떡해…! 화상 입을 수도 있는데…! 다리 뜨거운 거 봐… 하아… 미치겠네…”
“조금 뜨겁긴 하네.”
“그런 태평한 소리가 나와?”
“편한데 어떡하냐? 불안했으면 애초에 이걸 사질 말았어야지.”
“그건 무슨 억지야 대체? 말을 못하겠네…”
헛웃음을 치며 주저앉은 미유키가 내 다리를 조심조심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정성이 담겨있는 손길과 미유키 특유의 따스한 체온 덕분인지, 다시 졸음이 쏟아지려고 한다. 오늘은 이대로 쭉 누워있고 싶다. 미유키와 함께.
“그 안에서 자고 싶으면 온도조절은 꼭 해. 알았어?”
이어지는 미유키의 말에 대충 고개를 주억거린 내가 대답했다.
“어.”
“진짜 손 많이 간다… 피부 그을린 거 봐… 지켜보다가 안 가라앉으면 병원 가야겠어.”
오늘따라 엄마 모드로 들어갔구나. 갑자기 미도리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농염한 미시의 손길을 느끼고 싶어. 물론 미유키의 손이 별로라는 건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거다.
“좀만 더 아래…”
철없이 구는 내게 어이가 없었을까? 미유키의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말없이 오랜 시간동안 내 다리를 만지작거리며 풀어준 그녀가 물었다.
“마츠다 군, 방학 계획은 짰어? 알바 같은 거 해?”
“안 하지.”
“그럼 공부하자. 저번 방학 때처럼 과외 해줄게. 테츠야 군이랑 같이.”
어떻게 수학 쪽지시험 점수를 확인했을 때 예상했던 게 딱 들어맞을 수가 있냐. 방학 전에 하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저나 알바와 방학 하니까 생각난 건데, 슬슬 렌카의 지갑사정이 안 좋아질 때가 됐다. 피규어를 시도 때도 없이 구매하는데다, 치나미를 비롯한 친구들과 먹거리에 돈을 쓰다 보니 자금에 한계가 찾아오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원래라면 렌카는 방학 때 알바를 시작하게 되지만… 시간축이 어그러진 지금 상황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 시간대가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 신분에,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녀가 학기 도중 일을 하려고 하진 않을 테니까. 방학이 오기 전까지는 테츠야만 조심하자. 혹시라도 놈이 이벤트를 선점해버리면 곤란하니까.
알바 중간중간에 발생하는 돌발 이벤트는 렌카 공략의 꽃. 벌써부터 기대된다. 발기도 되고. 모든 이벤트를 챙기려면 나도 단기알바 형식으로 렌카가 일하는 곳에 들어가야 하나? 이건 그때 상황을 봐서 결정해야겠다.
“일주일 내내 하는 거면 거절할게.”
“그 정도로 열심히는 안 시킬 거야. 배운 것들만 다시 생각날 정도로 할게.”
“차라리 기말고사 전까지 알려주는 건 어때?”
“물론 그렇게도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진짜로?”
“응. 저번 중간고사가 14등이었으니까… 이번엔 10등 이내에 드는 걸 목표로 삼아보자. 힘들지는 몰라도 노력은 해봐.”
14등과 10등. 차이는 고작 4지만, 10등 이내 등수는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내가 한자리수 등수를 가진 학생들의 저력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수학도 다 까먹고 40점을 맞는 판국인데, 주인공 버프를 받았다 치더라도 회의적이라고 본다.
“노력이면 돼?”
“응. 최선을 다한 노력이면 만족해.”
저건 날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였다. 10등 안쪽은 공부를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해온 학생들이 포진해있는 등수 범위이니만큼 진짜로 어려울 것 같아서 저렇게 말을 하는 거다.
나 또한 딱히 반박할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승부욕이 생기기는 했다. 이걸로 큰 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가령 쓰리섬을 한 번 더 제안한다거나 같은…
어쨌거나 도전한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건 전혀 아니니까, 해봐야겠다. 메인 퀘스트 동선에 서브 퀘스트가 끼어있는데, 이걸 참으면 문제가 있는 거지. 서브 퀘스트 난이도가 무지막지하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언제부터 시작할 건데?”
“음… 크리스마스 지나고…? 마츠다 군만 좋으면 그쯤 할까 생각 중이야.”
약간 작아진 미유키의 톤. 크리스마스를 언급하니 치나미와의 쓰리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생각난 것 같다.
지금쯤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 궁금하겠지? 아니, 눈치 빠른 미유키는 이미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을 수도 있겠다. 치나미와 내 사이가 더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미우라는?”
“테츠야 군은 좋다고 했어.”
자존심도 없는 놈답게, 냅다 알겠다고 지껄였구나. 어떻게든 예쁜 여자들 옆에 붙어있으려는 변태 같은 새끼. 어차피 상처를 받는 건 너 하나뿐일 텐데, 계속 그렇게 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