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358)
EP.358 가벼운 공방전
“하나자와 선배는 자주 마츠켄 선배의 차를 타요?”
“매일 타.”
“매일? 아침저녁 전부요?”
“응.”
“우왕.”
영혼 없는 감탄사를 내뱉은 히요리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마츠마츠켄 선배.”
“왜.”
“사탕 먹을래요?”
“단 거 안 당기는데.”
“그럼 뒀다가 나중에 먹어요. 자.”
히요리가 앞좌석 사이로 손을 쭈욱 내밀었다.
전방을 주시하며 뒤로 손을 뻗은 나는, 사탕을 내게 쥐어주는 히요리의 휴대폰에 달린 키링이 케이스와 부딪쳐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자 속으로 흠칫했다.
“고맙죠?”
감사인사를 바라는 히요리의 물음에, 사탕을 컵 홀더에 놓아둔 내가 대답했다.
“그래, 고맙다.”
“반응이 왜 이렇게 밋밋해용?”
미유키가 내 손을 잡은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살갑게 구는데, 혹시 나처럼 네토리 성향인가?
뭐든 괜찮지만 오늘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대형사고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히요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라 괜히 쫄린다는 말이지.
상큼한 오렌지 맛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린 내가 룸미러를 통해 히요리를 쳐다보았다.
“운전하느라고 그런 거야.”
“아닌 것 같은데?”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이다.
의도적으로 한 걸까? 여우같은 히요리라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긴 하지만, 그냥 생각 없이 한 말일 수도 있다.
그래도 오늘 히요리가 자신의 성격을 많이 죽인 것 같기는 하다.
미유키의 기세에 눌린 건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고, 아마 탐색전 같은 느낌이리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떠들 시간에 미츠시마처럼 공부나 해.”
그 말마따나 미호는 책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공부를 하는 건 아닌 듯하고… 본능적으로 미유키와 히요리의 은근한 기싸움이 일어나는 차 안의 분위기를 읽어내고 모른 척을 하는 것 같다.
“아 왜 맨날 공부 얘기해요…! 제가 알아서 할 거거든요?”
“알아서 안 하잖아.”
뾰로통해진 히요리가 좌석 등받이에 등을 기대자, 여태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미유키가 물었다.
“오늘 뭐할래?”
“게임하기로 한 거 아니야?”
“그 전에 마트에서 뭐 좀 사러 가자. 도시락 만들어주기로 했으니까.”
히요리에게 자신과 내 관계가 무척이나 가깝다고 확인사살을 하는 듯한 어조다.
왜 새우 등이 터지는 느낌이 드는 걸까?
아니, 쫄지 말자. 이런 사소한 대화마저 무서워하면 어떻게 하렘을 이룩하겠는가.
“알았어.”
“게임이요? 무슨 게임?”
귀를 쫑긋하며 대화에 끼어드는 히요리.
근처에 잠깐 정차할 자리를 찾던 내가 말했다.
“동물들의 숲.”
“아, 그거요? 오늘도 아이템 줄까요?”
“남는 거 있으면 몇 개 줘봐.”
“알았어용. 근데 어디서 게임해요? 게임기 들고 카페 같은데 가요?”
“아니. 집에서.”
“집? 마츠켄 선배 집이요?”
히요리의 호기심 가득한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려던 찰나, 미유키가 내 말을 대신했다.
“응. 같이 살거든.”
“그렇구나. 동거에요?”
의외로 히요리에게 놀란 기색이 없다.
주변 친구들 중에 동거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나보지?
태연한 그녀의 반응에 짐짓 당황한 듯, 잠깐 침묵한 미유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예 동거는 아니고… 반쯤…”
“재밌겠당.”
“재, 재미…? 아니… 재미까지는…”
히요리에게 기가 살짝 눌렸구나.
하긴, 미유키는 저 당돌한 모습에 내성이 없겠지.
그 사이 역에 도착한 내가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우자, 히요리가 방긋 웃음을 지었다.
“태워줘서 고마워요. 내일 봐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
그렇게 미호의 공손한 감사인사까지 받은 나는, 역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손을 흔드는 히요리를 지켜보다가 차를 출발시켰다.
오늘 막 일어난 가벼운 공방전의 승리는 히요리라고 할 수 있으려나 싶다.
그나저나 히요리의 고삐가 잘 묶여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중에 약점을 잡히려나? 히요리의 성격상 그럴 것 같기도 하다.
“귀엽네.”
창밖을 바라보던 미유키의 중얼거림.
저건 함정임이 분명해서 공감을 대답을 했다간 눈총을 받을 테지만, 여기서는 히요리를 칭찬해주어야겠다.
매번 미유키의 눈치를 보면 내 목표는 요원해진다.
그러니 약간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애가 밝더라고.”
그러자 고개를 홱 돌리더니 날 쏘아본 미유키가, 컵 홀더에 있는 사탕의 포장지를 까고는 자신의 입에 쏙 집어넣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내가 먹어도 되지?”
“이미 먹었잖아.”
“그러네. 미츠시마는 엄청 마음에 들어.”
“왜? 모범생 같아서?”
“응. 인사성도 밝고 순하잖아.”
히요리를 돌려 까는 것처럼 들리는데 착각일까?
“종종 보는데 예의바르더라.”
“그치? 근데 마츠다 군.”
“어?”
“아사히나한테 자꾸 공부하라고 말했던 거 사실이야?”
“만날 때마다 말하는 편이긴 하지.”
“마츠다 군은 공부 싫어하잖아.”
“네가 시도 때도 없이 하자고 하니까 나도 닮아가나보네.”
“그래? 아사히나랑은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야?”
“아카데미 안에서 자주 마주쳤거든.”
“그렇구나. 게임 아이템은 무슨 소린데?”
현재 미유키의 말투는 취조를 하는 경찰과 비슷했다.
그녀 자신은 자각하지 못한 듯하지만 말이다.
등 뒤에 무거운 부담감이 팍팍 얹히는 기분이 든 내가 대답했다.
“대화하다가 게임 얘기가 나왔는데, 아사히나가 자기도 그거 한다고 남는 아이템 주겠대. 그래서 받았어.”
“도움이 됐어?”
“초반에 쓸 만한 건 아니어서 일단 남겨두고 있긴 한데…”
“혼자 써서 좋겠네?”
가시가 박혀있는 말이구나.
밝은 미래를 기대했는데 실상은 아주 어두컴컴한 것 같다.
그래도 벌써부터 포기하지는 말자.
아니, 애초에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뭘 혼자 쓴대. 너랑 같이 할 때 주려고 했어.”
“그런 거였어?”
“그런 거였지.”
“알았어.”
엄청나게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쉽게 넘어가준다.
치나미와의 3P로 인해 내 난봉꾼 기질을 알고 있어서 이러는 건가?
아니, 그보다는 확실한 물증이 없기에 지금은 물러나준다는 느낌으로 봐야 맞을 듯하다.
**
“마츠다 군.”
샤워를 하고 나오니, 미유키가 요 가운데를 점거한 채 날 부르고 있었다.
수건으로 머리를 벅벅 닦고 그것을 빨래통에 휙 던진 나는, 그녀의 허리춤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왜.”
“이거 뭐야?”
“뭐가?”
“방구뿡뿡이라는 사람이 마츠다 군네 집에 방명록 남겨놨어.”
방구뿡뿡이라면 분명 히요리의 캐릭터 닉네임이다.
언제 방명록까지 남겨놓은 거지?
내가 받은 아이템을 정리할 때 써놨나?
고개를 갸웃하며 미유키가 내미는 게임기를 받아든 나는, [메롱♡]이라는 글귀를 보고 눈을 끔벅였다.
해석하기에 따라 굉장히 뜻이 깊을 수도 있고, 가벼울 수도 있는 글귀였다.
“그러네? 이거 아사히나 캐릭터 이름인데.”
“이름이 방구뿡뿡이야?”
“어. 대충 지었나봐.”
“하트는 뭐야? 왜 이런 걸 남겨놔?”
“글쎄? 가볍게 장난 식으로 붙인 거 아니야?”
“그런가?”
“아사히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은데.”
“이거 기분 나빠.”
이제야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미유키가 자세를 바꾸었다.
요 위에 엎드려 누운 그녀는, 내 방명록을 열고 터치패드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옆에 바싹 달라붙어 화면을 지켜보니, 귀여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초창기 때, 새벽에 라멘 집에서 그렸던 SD 나와 미유키의 SD 캐릭터였다.
열심히 서로 손을 잡은 채 밝게 웃고 있는 캐릭터를 그린 그녀가 날 올려다보았다.
어떠냐는 뜻이 담긴 눈빛.
그것을 알아챈 내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엄청 잘 그렸네. 옛날 생각난다.”
그러자 말없이 방명록을 등록한 미유키가 지렁이마냥 느릿하게 꾸물거리며 자리를 옮겼다.
투정을 부리는 것 같은 모습.
그에 저도 모르게 피식한 나는, 미유키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얇은 이불을 덮었다.
이후 아직 젖어있는 미유키의 기다란 머리카락을 살살 풀어주며 말했다.
“도시락은 안 만들어?”
“귀찮아.”
“재료는 꼼꼼하게 골라놓고?”
“갑자기 움직이기 싫어졌어.”
“그럼 내가 할 테니까 레시피만 어떻게 알려줘봐.”
대답하지 않은 미유키가 내 가슴팍을 깨물었다.
가볍게, 자국도 안 남을 정도로 애정표현을 하던 평소와는 달리, 지금은 이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까 히요리를 대하던 내 태도가 조금 아쉬워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
약간 따끔한 통증을 느낀 나는, 갑작스레 미유키의 손이 반바지 안으로 들어와 내 것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자 몸을 움찔 떨었다.
팬티 위를 사르르 지나가는 그녀의 손길.
그 야릇한 감각에 엉덩이를 슬쩍 뒤로 빼려고 하자, 미유키가 고개를 스윽 들어올리더니 말했다.
“게임할까?”
도발을 하고 있구나.
노골적으로 쾌락을 줘놓고 게임은 무슨 게임인가.
미유키의 머리를 꼬옥 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그녀가 팬티 아래쪽을 손톱으로 살살, 피부를 쓸듯 만져댔다.
간질간질한 느낌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성욕이 확 폭발한다.
어제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해서 오늘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미유키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흠칫흠칫 골반을 떨어대던 나는,
스윽.
허리를 잡은 미유키를 바로 눕히면서,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그녀가 입고 있는 얇은 캐미솔의 어깨끈을 옆으로 당겨 내렸다.
오늘은 어제와는 다르게, 조금은 포악하게 나가봐야겠다.
미유키도 내가 그렇게 하길 원하는 것 같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예전보다 더, 훨씬 열정적으로 사랑해달라는… 그런 눈빛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