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404)
EP.404 사악한 마음은 노예의 봉사로 씻어내야 한다
“기다려…! 내가 부모님 오신다고 했잖아…!”
고개를 마구 휘저으며 간신히 입의 자유를 되찾은 렌카의 말에,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스윽 집어넣은 내가 말했다.
“누가 한대요? 그냥 만지는 건데.”
“만지지도 마…! 나는 너 같은 쓰레기한테 내 몸을 내주고 싶지 않아…!”
그럼 우리가 예전에 했던 것들은 뭘까 싶다.
나는 방금 내가 했던, 전부 갖겠다는 말을 신경 쓰고 있는 렌카를 똑바로 내려다보았다.
“갖고 싶은 걸 갖는다는 게 뭐가 나빠요?”
“그, 그런 철없고 이기적인 소리를…”
“부장도 제가 미유키랑 만나고 있는 걸 알았잖아요. 스승님이랑 좋은 관계인 것도 알았으면서 그런 말을 하기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거 아닌가?”
“그건… 그건 너한테 휘둘려서…”
“안 휘둘리면 그만이잖아요.”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닌… 데…”
은연중으로 내게 푹 빠졌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그리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제라도 네가 정신을 차리라는 뜻으로…”
이어지는 렌카의 말에,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히요리의 입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날 봤으면서도 집에 오는 걸 허용해준 주제에 요상한 핑계를 대고 있다.
“웃기시네.”
“…..”
꽈아악…
한소리를 들은 렌카의 허벅지에 힘이 빡 들어갔다.
그곳을 희롱하고 있는 내 손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으려는 듯한 행동이었다.
“뭐하는 거지?”
“너, 너야말로 뭐하는 거야? 당장 빼. 할 거면 차라리 다른 데서…”
“어디요? 러브호텔?”
“…. 그런 데서라도 하는 게…”
“방금은 정신 차리라면서요.”
“아이 씨…! 닥쳐! 죽인다!?”
맨날 말로만 저러고 실상은 날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여전히 기를 세우고 있다.
이런 렌카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전한 나는 손목을 꽉 조이고 있는 허벅지에서 손을 빼고, 이번엔 렌카의 귓볼을 살살 건드리기 시작했다.
톡, 톡.
자기 영역을 침범한 인간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고양이마냥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던 렌카는, 자신의 귓볼 밑을 스치듯 지나가는 내 손가락 감촉에 점점 반응을 보였다.
“하, 하지 말지…?”
처음엔 뭐 이런 짓을 하냐는 듯 앙칼진 눈빛으로 날 쏘아보던 그녀였지만,
톡, 톡.
“…..”
내 손이 귓볼을 넘어 귓가, 더 나아가 목을 부드럽게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을 땐, 기다란 콧바람을 내뱉으며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손길과 분위기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좋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이니 온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떠는 건 덤.
기 센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그저 포근함만을 느끼고 있는 그녀의 한쪽 뺨을 엄지로 스으윽 쓸어낸 내가 말을 이었다.
“힘 빼봐.”
“내, 내가 왜…!”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렌카의 몸엔 이미 힘이 쭈우욱 빠진 후였다.
머리보단 몸이 먼저 말을 듣는구나.
몸의 조교가 완료된 귀족 영애는 극한의 꼴림을 주는 클리셰긴 하다.
스윽.
손을 내린 나는 렌카의 어깨를 지나 그녀의 갈비뼈, 그리고 허리라인을 쓰다듬었다.
이후 그녀의 아랫입술이 꽈악 깨물릴 때쯤,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복부를 만지다가,
스륵.
렌카가 입고 있는 반바지 끈을 잡아당겨 풀었다.
그러자 그녀가 손등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렸다.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언제 부모님이 오실까 불안한 마음마저 공존하는 듯한 모습이다.
나중의 일을 생각하는 걸 보니 아직 덜 흥분했다.
그런 생각으로 렌카에게 애무를 계속하려던 나는, 그녀의 방 창문에서부터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빛이 희미하게 스며들어왔다.
이에 화들짝 놀란 렌카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더니, 날 밀어내며 자신의 티셔츠와 반바지를 고쳐 입었다.
“부, 부모님 오셨어…”
“그래요? 그냥 지나가는 차일 수도 있잖아요.”
“내 방에 자동차 빛이 들어오는 경우는 부모님께서 주차장에 차를 대실 때밖에 없어.”
누가 오는지 신호를 준다?
이러면 몰래 뭘 하기 딱 좋은 환경이잖은가.
그나저나 요즘 종종 외부에서 내 라이프에 훼방을 놓는데, 신께서 히로인들의 어머니마저도 공략을 하라고 계시를 내리는 건가 싶다.
“인사드릴까요?”
“…. 그러든가. 비켜.”
시뻘건 얼굴로 헛기침을 하며 침대에서 나오는 렌카.
툭.
“햑!?”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건드리자마자 튀어나오는 탄성을 들은 나는, 방에 있는 전신거울에 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이상한 짓을 다 하고 있네. 쓰레기 주제에.”
빠르게 머리까지 매만지고 있는 날 향한 그녀의 타박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예, 그래요.”
대수롭지 않게 렌카의 욕지거리를 넘긴 나는, 안색이 평소처럼 돌아온 그녀와 함께 방을 나섰다.
**
“네가 마츠다 군이구나? 이야기 많이 들었어.”
현관문에 서선 렌카의 옆에 있는 내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여성.
눈매가 렌카와는 달리 순한데다 머리가 목 중간까지 오는 단발이었지만, 그것만 빼고 그녀와 완전히 빼어 닮았다.
왜 그녀는 내 취향을 극도로 저격하는 걸까?
혹시 단발머리에 나도 모르는 페티시 같은 게 있었나?
다른 부분이 또 하나 있다면 눈 밑과 광대 사이에 자리한 자그마한 점이었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희미하게 보이는, 진하지 않은 저 점이 매력을 한층 더해주었다.
“안녕하세요? 마츠다 켄입니다. 계실 때 찾아뵀어야 하는 건데 실례가 많았습니다.”
허리를 꾸벅 숙이며 다소곳한 태도를 보여주는 내가 마음에 들었을까?
렌카의 어머니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꽃피워졌다.
아무리 히로인들의 어머니가 아리따운 게 클리셰라고는 해도 저 정도 외모와 매력 포인트는 반칙 아닌가?
마음속에서 자꾸 나쁜 마음이 일어난다.
욕심이 난다, 욕심이 나. 어쩌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실례는 무슨… 이노오 리코라고 해. 반가워.”
음음. 아주 예쁜 이름이다.
얼굴과 정말 잘 어울려서 꼴린다.
“저도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건 무슨 말씀이신가요?”
“아, 그거? 렌카 삼촌들이 많이 언급했거든.”
렌카가 직접 날 언급한 적은 별로 없나보구나.
그녀의 성격상 그럴 것 같았긴 해도 서운하다.
주인의 사랑도 몰라주고… 그런 의미에서 방치 플레이가 끝난 뒤엔 채찍을 들어야겠거니 싶다.
“삼촌들이 그런 말을 했다고요? 절대 아닐 걸요?”
기겁을 하는 렌카가 따지고 들어오자, 리코가 방긋한 웃음을 지었다.
“했는데?”
“…. 머리는 왜 잘랐어요?”
“기분 좀 내보려고. 어때?”
“그냥 뭐… 어울려요.”
“낯설지는 않지?”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기존 머리는 많이 길었었나보다.
날 위해서 저렇게 잘 꾸미고 왔는데, 포상을 내려주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그러고 보니 렌카가 부모님에게 존대를 한다고 했었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어머니에게 예의를 갖춰 말하는 모습이 의외로 어울린다.
귀엽기도 하고 말이다.
“근데 아버지는요?”
이어지는 렌카의 물음에, 리코가 안타깝다는 듯 대답했다.
“급하게 볼일이 생겨서 회사로 돌아갔어.”
“그래요? 안 좋은 일이에요?”
“그런 건 전혀 아냐.”
주인공이 여자친구의 집에 방문을 하였으나, 어머니만 남고 아버지는 일이 생겼다.
이거 유부녀 NTR물, 하렘물의 초반 단골 전개 아닌가?
신께서 정말 이쪽으로 날 인도하시려는 건가?
어머니가 주인공을 위해 밥을 차리거나, 혹은 쉬고 있을 때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음탕한 짓을 하고, 어머니는 그 장면을 우연찮게 목도하고…
주인공이 돌아간 후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의 시원찮은 물건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하는…
그러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되었을 때, 주인공이 못 참겠다며 유혹을 하니 마지못한 척 다리를 벌리게 되는 장면…
이런 흐름이 유부녀를 빼앗는 장르의 기본적인 골조이고, 이 외에도 떠오르는 장면이 열 가지가 넘는다.
이걸 현실로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주차 되게 잘해놨네? 센스 있더라.”
신발을 벗고 날 지나친 리코의 칭찬.
그에 정신을 차리고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 나는, 그녀의 향기마저도 몹시 좋다고 생각하며 헤실거렸다.
“감사합니다.”
“렌카가 밥 먹고 간다고 그러던데, 많이 배고프지? 금방 차려줄게.”
리코를 미도리의 옆에 두면 정말 어울릴 듯하다.
야해진 두 사람이 어른들만의 성적인 토론을 하면서, 순진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치나미의 어머니인 모모카에게 부끄러움과 호기심을 주는 그림이 그려진다.
“감사합니다. 도와드릴 거 있어요?”
“아냐. 쉬고 있어.”
포근한 투로 저리 말한 리코가 청바지에 덮인 자신의 길쭉한 다리를 놀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렌카가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날 매도했다.
“착한 척하네. 그런 사람 아니잖아 너.”
“그럼 나쁜 척해야 되나?”
“…..”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는지 입을 꾹 다무는 게 웃기다.
주제를 넘는 노예 교육을 위해, 나는 나는 렌카의 등 뒤로 몰래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콱 움켜잡았다.
“흐약!?”
그와 동시에 터져 나오는 렌카의 까무러치는 듯한 비명.
그 소리를 들은 리코가 깜짝 놀라더니 주방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무슨 일이니?”
“아, 아뇨… 그… 거실 가려다가 문턱에 발을 찧어서…”
자신의 실책을 알아차리고는 한쪽 발을 부여잡은 채 아픈 시늉을 하는 렌카를 보니 빵 터질 것 같지만 참자.
“거실 문턱에 발을 찧은 적이 있었어?”
“…. 오늘 찧었네요.”
“그래? 조심 좀 하지… 마츠다 군이 와서 많이 당황했나보구나?”
“누, 누가 당황해요…! 그런 적 없어요…!”
“알았어. 밥 차릴 동안 마츠다 군한테 집 소개라도 시켜주든지 해. 같은 검도부 아니니? 훈련실 구경은 했어?”
“이런 녀석한테 그런 곳은 사치… 아니… 네, 그럴게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려다가 내 손목을 붙잡고 밖으로 나가려는 렌카.
할 말이 잔뜩 있어 보이는 그녀에게 이끌리면서, 나는 리코에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부르시면 바로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