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272
Chapter 57. 혁명(4)
포효하는 적룡의 동공이 태양처럼 커진다.
핏빛 유리공동 같은 눈동자에 내가 비친다.
내가 나의 의지로 뻗어 낸 푸르른 검강.
그러나, 놈이 보는 건 내가 아니었다.
‘!!’
폭발하듯 터져 나와 전신을 덮쳐 오는 분노.
[천룡(天龍)의 분노가 영혼을 덮칩니다.] [전신이 마비됩니다.]그럼에도 파고든다.
콰드드드드드득─!
각막이 타들어 가 눈을 감는다.
옷이, 피부가, 머리카락이 녹아내린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세포 단위로 분리되는 기분.
그럼에도 양손으로 쥐고서 온 체중을 실은 검을 놓지 않는다.
‘조금만……!’
나의 마지막이 곧 적의 마지막이리라.
그리 믿으며 타들어 가는 손을 놓지 않았다.
어느새 뼈가 비칠 정도로 바싹 타들어 간 몸.
「0.1%」
그 순간, 미약한 생명력이 차오른다.
[‘소생(蘇生)’ 발동!]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짜내리라.
발치에 찰랑이는 생명력을 믿고 가까스로 버텨 내는 순간.
우웅-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오색빛깔로 번쩍이며 요동치는 검신.
[하늘을 깨트린 검이 주인의 위기를 직감합니다.]그래. 그러니까 버텨라.
부서질 것 같아도 버텨 줘라.
그리 기도하자 파천검이 응답했다.
[쇠붙이를 피로 녹여 세월로 굳힌 그릇이 연약한 주인의 의지를 대신 받듭니다.] [경이로운 칭호를 토해냅니다.]‘하늘을 깨트린 자.’
검을 각성시켰던 그 엄청난 칭호를 도로 뱉으며.
쩌저저저저적-
느껴진다.
파천검의 내부에서부터 파동처럼 뿜어져 나오는 진동.
그리고 푸른 강기가 너울대는 새카만 검신 위로 아로새겨지는 금.
홧홧한 숨을 들이켤 새도 없었다.
[‘화염파천검(火焰破天劍)’이 파괴됩니다.]꽈앙─!
파천검의 파편들이 조각조각 쪼개진다.
제각기 검강을 뻗어 낸다.
[전부 네놈이었────]머리뼈 속에서 터져 나오는 연쇄 폭발.
쿠과과과과과과광─!
귀가 먹고.
빛이 사라지고.
검을 놓쳤다.
[축하합니다!] [불가능한 업적, ‘신살(神殺)’을 이룩했습니다.] [‘신살자(神殺者)’ 칭호 획득!]남은 건 머릿속에 때려 박히는 수십의 메시지들 뿐.
[전신에 형용할 수 없는 위용이 차오릅니다!] [체력, 근력, 민첩 스탯 대폭 증가(+50)] [불가능을 가능케 한 기적의 전략으로 격이 한 단계 도약합니다!] [지력, 판단력 스탯 대폭 증가(+50)] [압도적인 적의 위용을 견뎌 냈습니다!] [인내 스탯 대폭 증가(+50)] [대의(大義)에 반(反)하는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저항 스탯 증가(+9,999)]……
감기는 눈.
서서히 흐려지는 시야.
[불가살(不可殺)의 소유품을…….]길었던 싸움이 끝났다.
* * *
적룡의 폭발이 새들로 빼곡하던 하늘을 덮었다.
“이은…… 끄아아아아악!”
엄청난 열기에 칼날 부리 새들이 날개를 펼친 채로 굳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새카만 비.
“허억……!”
목이 비틀린 지은이 눈을 뜬 건 그때였다.
“언니! 정신이 들어요?!”
사지가 비틀린 여파로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와중이었다.
그럼에도 세차게 흔들리는 동공은 오직 한 사람만 찾았다.
세상 차가운 눈빛으로 적에게 돌진하고.
세상 따뜻한 목소리로 함께 가자 말하던 남자를.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질리도록 봤지만 결코 질리지 않는 얼굴을 발견하기까지.
쌔애애애애액-
이은호가 떨어진다.
정신을 잃었다. 축 늘어진 몸은 새의 안장에 붙어 있는 게 용할 정도.
“염……!”
한 번 꺾였던 목에서 나오는 건 쇳소리뿐이었으나.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그럼에도 애원하고, 기도하며, 외쳤다.
“염…… 동!”
목이 찢어지고, 비릿한 혈향이 올라오고, 울컥 피를 토해낼지라도 외쳤다.
“!!”
“언니!!”
그 순간 이은호의 추락이 멈추었다.
낙하하던 새들이 일제히 공중에 정지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쿠션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러나 단 하나.
지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고룡은 멈추지 못했기에.
쿠우우우우우우웅-!
용의 추락과 함께 땅이 쪼개진다.
동시에 퍼져 나가는 엄청난 분진.
‘조금…… 더……!’
그 와중에 지은은 버텼다.
피눈물이 흘렀으나 눈을 감지 않았다.
몰아치는 폭풍에도 오직 은호와, 하늘에서 멈춘 동료들만을 눈동자에 담았다.
약해진 이들이 더 다치지 않도록.
지상의 충격이 모두 가실 때까지.
스슷-
그렇게 알 수 없는 파편들이 섞인 분진이 안개처럼 잠잠해지고.
“지은 씨! 이제 됐어요!”
“언니…… 진짜 그러다 죽어요!!”
정신을 차린 이들이 두 손을 꼭 붙잡아 올 때.
털썩-
가벼운 낙하음과 함께 마저 떨어진 검은 비.
“으…….”
“이제 제 차례예요.”
윤솔아가 찢어진 목으로도 은호를 부르려는 지은을 막아섰다.
곧 쓰러지다시피 주저앉은 지은의 옆으로 자리 잡는 윤솔아.
[광역치유(廣域治癒) 발동!]윤솔아의 주변으로 녹색 빛의 알갱이가 커다란 동심원을 그린다.
이걸로 웬만한 응급처치는 가능할 터였다.
칼날 부리 새는 물론, 해골들조차 서서히 상처가 아물어간다.
그러나 정작 이은호는 달랐다.
“잠깐만! 아저씨 왜 이래?! 피가 더 쏟아지는데?!”
“하, 학생! 괜찮은 겨?!”
속에 들어 있는 모든 걸 게워 내는 것처럼 검붉은 핏덩이를 울컥울컥 쏟아 낸다.
‘회복이 안 돼?!’
이은호의 눈동자에 핏빛 안개가 일렁인다.
실핏줄 따위가 아니었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안개가 윤솔아의 치유력을 거부하고 있었다.
마치 몸을 지배하려 애쓰는 듯한 모양새.
‘……단순한 내상을 입은 게 아냐.’
용의 폭발을 온전히 받아 내서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방법밖에 없어.’
질끈 깨문 입술. 결연한 눈빛. 주저 없는 손길.
찰나의 고민을 마친 윤솔아가 바싹 마른 입술을 뗐다.
“혈액 추출.”
그러자 뽀얀 손바닥 위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희끄무레한 주사기.
“윤솔아! 너 설마……!”
푸욱-
윤솔아가 주삿바늘을 주저 없이 제 팔에 꽂아 넣었다.
[추출할 혈액량을 설정하세요!]“……최대.”
“!!”
주사기가 윤솔아의 얼굴만큼 커지고, 얇은 주삿바늘은 순식간에 손가락 두께만큼 커졌다.
“야! 너 어쩌려고 그래?!”
민여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윤솔아만큼은 아니었다.
[혈액을 추출합니다.]쩌어어어어억-
얇은 팔뚝에서 빠져나간 검붉은 피가 주사기를 채운다.
윤솔아의 얼굴이 핏기를 잃고, 새하얗게 질리고, 흡사 시체에 가깝게 쪼그라들 때까지.
“그거 아저씨가 절대 쓰지 말라고 했잖아! 너 그러다 죽는다고!”
혈청 치유.
그러니까, 제 피를 뽑아 환자를 치유한다는 미친 스킬.
“혈청 치유?”
“네.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면역항체 주입 목적으로 쓰는데, 이건 체력 회복 효과가 더 커요.”
지난번 아저씨가 보내 준 교육원에서 배운 스킬이었다.
“피 뽑으면? 넌 어떻게 되는데?”
“최대 생명력 감소요.”
“연보라 고생하는 거 못 봤어? 쓰기만 해 봐, 이거.”
“…….”
절대 쓰지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도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스킬이었지만…….
무릇 여고생들이란 고집 세기로는 네 살배기 어린애들 버금가기 마련이라.
“……이 방법밖에 없어.”
쌔액-
거대한 주사기 속 가득 찬 혈액이 돌아간다.
윤솔아의 손바닥 위에서 가해지는 원심력.
“혈청(血淸) 추출.”
파앗-
[혈청치유(血淸治癒) 발동!]윤솔아의 몸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동안, 세차게 회전하는 주사기.
위부터 아래까지 검붉은색이던 주사기가 층이 나뉘었다.
은은한 주황빛이 섞인 노란 핏방울이 이은호의 심장에 스며들고.
쿵. 쿵. 쿵.
심장이 뛴다.
* * *
“거의 다 정리했어요. 교대할게요.”
“고생했어, 보라야. 나머진 내가 정리할게.”
“끝나면 언니도 좀 자요. 오늘은 제가 지킬 테니까.”
익숙한 목소리다.
꿈결 같기도, 현실 같기도 한 속삭임.
“……어? 언니! 잠깐만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쏟아지는 환한 빛 사이로 보이는 보랏빛 머리카락.
“오빠?”
“연보…… 윽!”
순간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고통에 휩싸였다.
두 손으로 붙잡으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은호 씨! 정신이 드세요?!”
“여긴…….”
낯선 천장이었다.
사막 요새의 흙벽도, 어슴푸레한 조명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눈에 들어온 건 흰색 반듯한 천장과 형광등.
그리고 환자복 따위를 입고 침대에 누워 있는 내 몸이었다.
“회사 의무실이에요.”
회사에 병원 같은 의무실이 있다고 듣긴 했다.
다만 회장과 수뇌부들만을 위한 곳이라 이용은커녕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의무실을 점거하듯 차지하고 있다는 건.
“파업 끝났어요.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은호 씨.”
“끝…… 말입니까?”
지은 씨가 울먹이듯 말하자 연보라가 배시시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회사, 우리가 먹었다구요!”
“……!”
회사를 먹었다.
그 말에 담긴 엄청난 의미를 결코 모르지 않았다.
고향을 없앤 적에게 복수했으며.
피라미드 최하층을 기어 다니던 우리가 결국에는 승리했다는 뜻이다.
“용은? 어떻게 됐습니까?”
“즉사했어요. 사체도 땅에 떨어지자마자 부서지더니 먼지처럼 사라졌구요.”
“……!”
“진짜 끝났어요, 은호 씨.”
‘드디어.’
숨 가쁘게 차오르는 고양감.
전신을 따스하게 데우며 퍼져 나가는 안도감에 긴장한 줄도 모르고 있던 팔다리가 진정된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지은 씨와 연보라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지금 정리하느라 정신없긴 한데, 금방 마무리될 거예요.”
“다들 오빠 옆에만 있겠다는 거, 언니가 일하라고 내보냈어요. 오빠 눈 떴을 때 회사 엉망진창인 거 보여 주고 싶냐고.”
궁금한 건 많지만, 일단은 상황 파악이 먼저일 터.
“잘하셨습니다.”
“아 참, 시스템 권한도 돌아왔어요. 게시판 들어가 봐요, 난리 났으니까.”
게시판은 연보라의 말대로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게시글과 댓글들.
그러나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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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파업 관련 떡밥(5일 차) ▧
다들 알다시피 노조가 회장이랑 비서실 다 꺾었음.
화력 미친 수준인데… 이건 일단 차치하고.
회장파는 거의 다 정리됐고 잔챙이들만 남은 수준.
1. 운영국 – 파업 종료.
피해규모가 워낙 커서 국장이 수습중.
조합장 일어날 때까진 기존 업무 최대한 팔로업 한다 함
2. 조사국 – 파업 종료. 피해 거의 없음.
우선 이상조사관리팀 지시 하에 다른 국 지원하는 중.
3. 관리국 – 국장이랑 수뇌부 실종. 업무 마비
제일 문젠데, 조합장 눈 떠야 정리될 듯
……
───────────────
⇒ 우리 그럼 어떻게 되는 거임?
└ 조합 가입함?
└ 안 했지;;
└ 숙청ㅊㅋ
└ 는 농담이고 지금이라도 가입해
조합이 일으킨 혁명에 대한 놀라움.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
⇒ 바로 구조 조정 들어간다에 한 표
⇒ 누가 노사협력팀 가서 좀 물어봐라
└ 조합장 일어나는 대로 즉위식 할 거래
└ 그거 해야 인사이동이랑 다 정리될듯?
고작 익명의 텍스트였으나 전해져온다.
내가 늘상 느꼈던 고용 불안을 이들이 느끼고 있음을.
“명예의 전당도 난리예요.”
빠르게 훑어 내려가는 동안 연보라가 한마디를 더했다.
“어. 그런 거 같더라.”
무려 20개의 영상이 추가 등재되었다 했으니까.
[히든 미션, ‘명예의 전당 등재’ 성공!] [미션 보상 20포인트와 복지 포인트 20,00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총 등재된 콘텐츠 : 24건]미션 보상 20포인트.
어마어마한 수치지만…… 우선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하고.
그보다 당장 궁금한 게 있는데.
“내가 즉위식을 하나?”
왜 게시판 속 직원들이 다 내 즉위식만 기다리고 있는 거지?
영문 모를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며 묻자 연보라가 씩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해야죠! 다들 준비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어디에 즉위하는데?”
“하나밖에 더 있어요?”
그러면서 지은 씨와 둘이서 눈빛 교환까지 마치고는 한다는 말이.
“회장.”
“……아?”
회사를 다스려야 할 회장 자리가 공석이고.
그 자리에 내가 올라가기로 이미 결정이 되었단다.
“오빠 근데 국장들은 언제 꼬드긴 거예요?”
“국장들?”
“몰라요? 도와주려고 난리던데?”
태초에 회사가 세워진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일.
아니, 있으리라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기에 복잡한 절차가 산더미였지만, 살아남은 국장들이 손 써 준 덕분이라고.
“날짜는 아직 안 잡았으니까, 은호 씨 몸 회복되는 대로 진행하면 될 것 같아요.”
즉위식이라.
새 회사, 새 시대를 열어간다는 걸 확실히 보여줄 필요는 있다.
같이 회사를 이끌어 나갈 임원진들도 임명해야 하고, 정책도 새로 세울 게 산더미니까.
“그리고 즉위식 때 앞머리는 까 주시는 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알겠습니다. 지은 씨가 원하신다면.”
“헙!”
하지만,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전부 네놈이었────]놈의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뭔가 더 있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본능에 가까운 확신으로 빼곡히 떠 있는 창을 살폈다.
정신을 잃기 직전 들었던 알림들.
‘스탯이 미친 듯이 올랐고, 또…….’
[불가살(不可殺)의 소유품을 갈취합니다.] [‘태초의 보고(寶庫)’의 소유권을 획득합니다.] [입장권을 활성화하세요!]끔찍이도 오랜 세월을 군림해 온 노인네가 만들었다는 보물창고를 얻었다.
‘뭘 꿍쳐 뒀을지 궁금하네.’
그리고 기나긴 ‘혁명’ 미션 또한 끝을…….
【3】혁명의 완성
– 혁명을 완성하라
– 왕좌를 차지한 자, 세계를 손에 쥐리라
‘음?’
……끝이 안 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