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s your manaton? RAW novel - Chapter 185
186. 벌떼처럼
“다시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야마구치와 이야기를 하던 비서 권오훈이 사무실을 나서며 하는 말이었다.
‘저 사람이 다시 올 때는 우린 여기에 없어.’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정말 영상 보낼까요?”
“보내십시오. 그리고 걸 수 있는 것은 다 걸라고 하십시오.”
“미우라 씨가 좋아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 봐야죠.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저 미우라 장례식장에 들렀다 한국에 갑니다. 크리스마스에 오시면서 찌꺼기 가지고 오십시오.”
“너무 많아서 가지고 갈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럼 그때그때 화순으로 보내시든지 아니면 여기에 두십시오. 제가 내년에 와서 챙기겠습니다.”
“금은···?”
“그때그때 인센티브 빼시고 보내십시오. 계좌 통해서요. 금 계좌 만들어둔 거 아시죠?”
“예. 알고 있습니다.”
금을 바로 넣고 뺄 수 있는 계좌가 있었다.
금으로 찾을 수도 있고 현금으로도 찾을 수 있어서 은근히 편리했다.
인센티브 이야기가 나오자 야마구치의 입 꼬리가 귀를 향해 내달렸다.
완전히 자동 반응이었다.
‘그런 사람이 한둘이야? 가자.’
“그럼 가보겠습니다.”
야마구치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자 경호원이 따라붙으려고 했다.
“괜찮습니다. 여기만 잘 지켜주십시오.”
따라붙으려는 경호원을 사무실에 두고 미우라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파친코 앞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기대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기 때문이었다.
공중에서 배를 잡고 뒤로 넘어가는 나호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야! 너 왜 길에서 실실 쪼개냐? 야! 야!”
마침 파친코에서 미우라 놈이 나오면서 말을 걸었다.
모른 체 걸었더니 따라 붙으며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친해지고 싶은 모양이지.’
“야!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미우라 놈을 내려다보았다.
“아니 나는 네가 웃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놈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그런데 너는 왜 대답을 안 해?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말도 제법 잘 하는 것 같던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장례식장을 향해 걷기만 하자 미우라가 다시 물었다.
나호가 미우라를 째려보며 말했다.
“조용히 가자.”
“말하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비싸게 굴어? 내가 네게 나쁘게 하는 것도 아닌데?”
“너희 장례식장에 지금도 외국인 청년들 고용하지? 기회제공 어쩌고 하면서?”
“그건 우리 영감이···.”
“됐어. 빨리 가자.”
핑계를 대는 목소리도 듣기 싫었다.
‘이놈은 각성 예외자는 아니잖아. 발현율이 자그마치 72%인 놈이야.’
‘모르지. 놈이 향상심을 갖는다면 괴로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살아가겠지.’
장례식장 내에서 어디에 심을 걸지를 묻는 말이었다.
‘놈이 자는 숙소 밑에 심을 생각이야. 은근히 겁이 많은 놈이니 그 숙소에서는 살지 못하게 되겠지.’
“외국인 청년 그만두라고 할까?”
잠시 조용하더니 미우라가 이런 소리를 했다.
비세계의 모습과 왜 이리 다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지금 모습만 보면 대변혁 이후에도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놈이었다.
하지만 비세계에서는 시스템도 인정하는 놈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어리숙해 보여도 대변혁이 되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살짝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놈의 마나통을 손에 넣지 않았다면 이번 생에도 놈은 제법 날렸을 것이다.
이제 날개 꺾인 새와 다를 바 없지만 말이다.
“왜 그래? 무섭게?”
미우라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하는 말이었다.
이런 점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살기를 이놈은 느꼈다.
내가 워낙 놈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나호의 눈도 가늘어졌다.
놈의 사무실로 들어가서 업무와 관계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박원미라는 여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 여자를 잡아두라는 거지?”
“무슨 말을 그렇게 이해해? 그저 법대로 하라는 거야.”
“그 말이 그 말이잖아! 아무튼 알았어. 너희 사무실에 CCTV있던데 그거 나한테 먼저 보내봐. 내가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걸 수 있는 거 다 걸 테니.”
“그래.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더니 미우라가 말을 이었다.
“저어···. 그런데···. 이거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거든. 그러니까 이상해도 이건 대답해줬으면 좋겠어.”
“말이나 해봐.”
“인터넷 방송에 보니까 말이야. 네가 외계인과···.”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오려는데 이어지는 놈의 말에 등골이 오싹했다.
“내가 아는 너는 괜한 짓을 할 사람은 절대 아니야. 뭔가 있는 거지? 오션 28의 찌꺼기도 그냥 찌꺼기가 아닌 거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움찔한 것 같기도 했다.
듣기 싫다는 듯 손을 휘젓고 나왔지만 미우라라면 내가 평상시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됐어. 가자.’
‘쪼롱이와 꾸루가 알아서 할 거야. 우선 여기서 벗어나자.’
놈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장례식장을 벗어난 후 쪼롱이와 꾸루에게 부탁해서 지옥을 심었다.
둘은 야무지게 지옥을 심어두기 왔다.
쫑!
^지옥 성장 빨라요.^
지옥을 심어두고 온 쪼롱이가 말했다.
“벌써 반응을 보였어?”
쫑!
아무리 던전 덩굴이라도 막 심자마자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옥은 땅에 닿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땅속으로 파고들었단다.
던전 덩굴의 기세에 살짝 주눅이 들 정도였다고 쪼롱이가 말했다.
“형성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
나호 못지않게 나도 지옥 던전은 가지고 싶었다.
지옥을 갖게 되면 놈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던전이 생길 때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어. 가자.”
‘그래야지. 다음에 올 때는 워프 게이트를 통해서 오게 될 거야.’
그렇게 장례식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장례식장을 향하여 올라오는 자가용이 한 대 있었다.
“비서라니?”
나호가 차안을 살피더니 하는 말이었다.
“가자.”
“상관없어.”
“어차피 우리 사무실도 사장은 일본인이라고 생각했어. 여기가 크니까 회장이 직접 온 거겠지.”
“저 집구석 하는 일이 늘 그랬잖아. 잊었어? 약강강약! 아주 전형적인 소인배 집안이었어.”
전생에 창일주식회사는 우리 국민에게 아픈 이름이었다.
일본 기업보다 더 악랄하게 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기업들에게 명분을 되어주었다.
‘그래도 우리는 창일보다는 양호하다.’는 말을 하면서 우리 국민들을 쥐어짰던 것이다.
창일만 생각하면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창일의 회장을 직접 대면하면 참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서로 스쳐지나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었다.
우리는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서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완전히 돌아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마음이 다 편해지는 것 같았다.
“뭐 하러 남겨둬? 그 돈으로 뭐라도 하나 더 사야지.”
“갑자기 무슨 말이야?”
“날 좀 도둑 만들 셈이야? 어서 가자. 할 일 많아.”
바로 공항을 빠져나와 화순으로 향했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화순 방향으로 빠져나가기 전부터 차가 꽉 막혀 있었다.
“앞에 사고 났나? 가봐야 하나?”
고속도로를 내려오는데 유난히 화물차가 많았다.
그런데 그 모든 차가 화순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양이니까. 이거 적당한 곳에 세우고 달려가는 것이 빠를 것 같은데?”
평상시라면 고속도로 출구에서 월평리까지 30분도 걸리지 않는데 오늘은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렇게 겨우 월평리에 도착하니 회사 앞이 무슨 도떼기시장 같았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이 편해.”
정말 많은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고 있었다.
여기에서 조금만 모난 행동을 해도 전국방송을 타게 될 것 같았다.
회사로 들어가는 울타리 앞에서 회사 직원임을 나타내는 카드를 보였다.
그런데 그것을 확인하는 직원이 조금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 것이 화근이었다.
직원이 건넨 인사를 듣고는 회사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우르를 몰려들어서는 차를 포위해 버렸다.
차는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인터뷰를 빌미로 바닥에 눕기도 했다.
“할 줄은 알고?”
경찰들이 차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생방송을 하는 것 같았다.
“상관없기는 한데 저런 놈들은 혼 좀 나야겠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사람은 놔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혼을 내야지.”
인터뷰를 응할 것 같지 않자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는 세 분을 욕하는 소리도 들렸다.
정말 순간 뛰쳐나갈 뻔 했지만 참아냈다.
미친년, 미친놈들 때문에 대사를 그르칠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디든 미친년, 미친놈들은 있기 마련이야! 시비에 걸려들기를 원하잖아. 내가 발끈해서 내리면 생방을 켜는 놈들은 더 늘어날 거야. 벌떼들처럼 달려들 텐데 걸려들면 바보지.”
경찰들의 노력으로 차가 무사히 울타리를 통과했다.
땅을 살 때마다 울타리를 쳐두었고 방벽 공사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몇 개의 울타리가 더 있었지만 그곳은 문제없이 통과했다.
가장 바깥쪽을 제외하고는 늘 열려있기 때문이었다.
“돈과 인력을 두 배로 쏟아야겠어.”
지금 방벽을 잘 세워두면 앞으로 몇 년은 안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렵게 회사에 도착해 사무실에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서로 독도를 먼저 가지고 가겠다고 도매업자들끼리 싸우는 경우는 있지만 큰아버지께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큰아버지께서 제법 화가 나신 것 같았다.
어이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