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san Sect’s Genius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99)
화산파 천재검귀-199화(199/200)
199화 제자야. 고맙다.
화산파 장로회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회의였다. 각 요직의 수장을 맡은 무(武)자 배의 화산파 장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춘매관주, 무진이 입을 열었다.
“장문 사형. 모두 모였습니다.”
화산파 장문인, 무휘가 상석에 몸을 맡겼다. 무휘는 빈자리를 보며 말했다.
“무철은? 아직 그놈들을 못 잡았나?”
무철은 백리세가의 추적을 피해서 산서에서 섬서로 넘어온 사파 고수, 혈인쌍노를 잡기 위해서 하산한 상황이었다.
무상이 대답했다.
“무철 사형이 그 두 놈의 목을 베고 귀환 중이라는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모레쯤이면 도착할 테지요.”
무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로들을 바라봤다.
“회의를 시작하지.”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재경각주 무륜이 입을 열었다.
“속가의 기부금, 양민의 향화금, 여러 상단의 지원, 특히 천류상단의 지원이 대폭 확대되어 올해 예산도 늘어났습니다. 예상는 모두 배정했습니다.”
무휘는 무륜이 간략하게 정리한 장부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임 소저가 상단주가 된 덕분인가. 옛날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는 규모이긴 하군.”
임수련은 결국 위아래의 형제자매들을 제치고 천류상단의 주인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화산파와 천류상단의 관계는 돈독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예. 이번에 삼대제자를 뽑을 때, 속가제자로 천류상단의 자제들도 온다고 하니 더욱 신경을 써 달라는 의미겠지요.”
삼대제자의 이야기가 나오자 무휘는 무진을 바라봤다.
“무진. 춘매관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
“계획대로 순조롭습니다. 춘매관을 비롯해서 다른 전각들도 증축했으니 이전보다 많은 인원을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많은 수를 뽑는 것보다는 옥석을 가려내는 것에 집중해라. 특히 벌써부터 누런 싹수가 보이는 놈들은 모조리 쳐내. 재능이나 배경, 신분에 신경 쓰지 말고.”
“물론입니다.”
이후로 장로들의 보고가 계속 이어졌다. 무휘는 무공을 펼칠 때처럼 처리해야 할 사안들을 빠르게 해치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하단과 자소단을 더 만들 생각이냐?”
“예. 장문 사형. 본문의 재정에 여유가 있을 때, 영약을 채워놓는다면 후대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화의각주, 무호가 무휘와 무륜의 눈치를 슬쩍 보면서 말했다. 화의각의 모든 일은 자신의 의중대로 처리하고 있지만, 영약 제조에 관한 사안은 홀로 결정할 수 있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무휘는 무륜을 쳐다봤다.
“화의각에 여유 자금을 더 실어줘야 하는데 괜찮겠나?”
무륜은 장부를 뒤적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무리가 없습니다. 장문 사형. 다만 정확한 비용은 화의각주와 상의하여 정하겠습니다.”
그냥 넘어가는 듯했으나 무륜은 지금까지의 재경각주들이 그랬듯이 까탈스러운 태도를 고수했다.
‘무륜 사형은 나이를 먹으니 더 깐깐해졌단 말이지.’
무호는 짤막하게 한숨을 흘렸다. 재경각에서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시진을 입씨름해야 할 터.
무휘는 보고된 사항들을 살피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무산. 비급을 만드는 속도가 왜 이리 느린 거냐.”
매서각주, 무산이 움찔거렸다.
“장문 사형. 무리(武理)를 풀어서 주해를 만드는 부분에서 조금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무휘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무산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아니, 그 문제가 아닙니다. 오륜매화검, 낙화추영장, 산화무영수. 장문 사형이 계속 무공을 새롭게 창안하시면서 매서각의 업무가 쌓이고 쌓이는 겁니다. 에휴.”
길게 말을 토해낸 무산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장로 중에서 무휘에게 제일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무산이었다. 무휘가 심심하면 무공을 창안해서 다른 제자들도 익힐 수 있도록 비급을 정리하라고 던져주곤 했으니.
무산을 비롯한 춘매관 소속의 제자들은 이제 밤샘 작업이 일상이 된 상황이었다.
이글거리는 무산의 눈빛에 무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흠. 종종 업무가 끝나면 도와주러 가마.”
“그렇게 말씀하시고 수련하러 가실 거 다 압니다.”
“이번에는 진짜다.”
장로회의는 어느덧 막바지였다.
마지막은 비화각주 무상의 보고였다.
“섬서의 동향과 속가문파에 대한 것은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근래에 생긴 세 곳의 새로운 속가문파는 지속적으로 신경쓰고 있습니다.”
비화각은 무휘가 일대제자 시절에 새롭게 만든 조직.
지금까지의 화산파는 정보를 개방이나 속가문파의 이목을 빌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무휘는 취약한 화산파의 정보력을 보완, 속가문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화산파의 대외활동에 주력하는 하나의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좋아하는 무상이 각주를 맡았다. 무상은 섬서를 비롯해서 강호 곳곳을 돌아다니며 속가문파와 정보 관리를 도맡고 있었다.
“장문 사형을 초대하는 여러 자리가 있는데, 날짜가 겹칩니다. 그중 하나를 고르셔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무휘는 무상이 건네준 세 개의 배첩을 하나씩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당연히 이곳에 가야겠지.”
무상은 무휘가 무엇을 골랐는지 예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 * *
검봉산(劍峯山).
검귀와 현조가 함께 모옥을 짓고 수련하던 곳. 낡은 모옥 하나만 덩그러니 있던 검봉산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산세를 따라서 전각군이 늘어져서 천혜의 요새가 되었고 그 전각 사이로는 무림인이 바글바글했다.
검봉산에서 자리 잡은 한 가문이 개파식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갑자기 뒤쪽이 시끄러운데.”
검봉산을 오르던 무림인들은 갑자기 뒤쪽이 소란스러워지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깜짝 놀랐다.
매화가 수놓아진 검은 도복을 걸친 화산파 도인들이 당당한 풍채를 뽐내며 산을 오르고 있는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도인들 앞에는 웬 젊은 사내가 선두를 차지하고 있었다.
“화산파의 장로들인가!”
“장로들이 이렇게 많이 모습을 드러내다니.”
“그런데 장로들의 맨 앞을 차지한 저 후기지수는 누구요?”
누군가의 질문에 주변에 있던 무림인들이 경악하며 입단속을 시켰다.
“후기지수? 어디 산속에서 폐관수련이라도 하고 나온 것이오? 화산파 장문인이시오!”
“성향검신! 저리 젊다니…”
“늙지 않은 것이지. 워낙 젊은 나이부터 천하제일의 자리를 지킨 무인이니.”
무림인들은 멀어지는 화산파 도인들의 뒷모습을 보더니 중얼거렸다.
“독고검귀가 확실히 대단하긴 하나 보오. 대문파의 수장들이 이렇게 속속 모습을 드러내다니.”
“독고검귀가 젊을 적부터 강호 곳곳을 돌아다니지 않았소. 그러면서 여러 연을 많이 쌓은 것으로 알고 있소.”
화산파 일행이 정문을 넘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오. 장문인! 이제 왔나?”
자신을 반기는 이들을 보며 무휘도 피식 웃었다.
“가주들.”
백리상, 남궁각, 팽호연이 무휘를 맞이했다. 무휘가 장문인이 되었듯이 이들도 소가주에서 가주가 되어 각기 세가를 이끌고 있었다.
“장문인은 여전히 늙지 않는군.”
“장문인을 보면 왜인지 나도 후기지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단 말이지.”
가주들의 말에 무휘는 웃더니 팽호연을 바라봤다.
“팽 가주. 늦었지만 축하한다.”
“고맙네. 분명 조부께서도 기뻐하실 거야.”
이제 당금의 무림은 삼대세가가 아닌 사대세가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리고 새롭게 생긴 네 번째 자리는 하북팽가가 차지했다.
“이런, 다들 모여있었군. 오랜만일세.”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무휘와 가주들은 웃으며 예를 갖췄다.
사천당가 태상가주 당기호가 천천히 걸어오면서 웃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으려니 영 머쓱하군.”
“태상가주께서도 오셨습니까. 당가주도 왔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무휘의 말에 당기호는 웃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른 이도 아니고 검귀의 초대인데 와야지. 사천이 독고회에 도움받은 것이 얼마인데. 독고회도 이곳이 아니라 사천에 자리를 잡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 이후로도 무휘의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천하제일인이기도 했고 천하제일검문의 장문인이기도 했으니 눈도장이라도 찍어놓으려는 이들이 많은 탓이었다.
무휘는 수많은 이들을 만나고 나서야 무휘를 비롯한 화산파 장로들이 검봉산까지 오게 한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장문인! 그리고 장로들. 환영하오.”
독고율은 무휘와 화산파 장로들을 보며 반가워했다.
“이제 가주라 불러야 하는군.”
무휘는 독고율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독고율도 따라서 웃었다.
“사형들!”
독고율과 인사를 나누던 장로들은 반가운 목소리에 일제히 고개를 틀었다. 멀리 보이던 무화가 암향표를 펼쳐서 단숨에 독고율의 옆으로 착지했다.
무화는 화산파의 도복이 아닌 독고율이 걸치고 있는 무복의 색과 같은 적갈색 궁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보기 좋구나.”
무진은 나란히 선 독고율과 무화를 보면서 웃었고, 무철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무화는 결국에 독고율과 혼인했다.
그렇기에 본산제자에서 속가제자로 도적을 바꿔야 했지만, 화산파는 본산과 속세와의 경계가 그리 엄한 도문도 아니었고 장문인의 허락만 떨어지면 되었기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제 강호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던 비광검협도 조용히 검봉산에 머무르겠구나.”
“그래. 무화야. 이제 독고 대협을 옆에서 도와서 안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거라. 이제 시작하는 가문이니 너의 역할도 아주 중요할 거다.”
무산과 무호의 잔소리에 무화는 피식 웃었다.
“사형들이 말씀 안 하셔도 다 알거든요?”
무화는 무휘를 비롯한 장로들을 보며 싱긋 웃었다.
“사형들, 이렇게 다들 와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무화가 혼인하고 나서야 철이 들었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막내의 입에서 고맙다는 소리를 듣다니.”
무륜과 무상이 서로 보며 껄껄 웃었다.
무휘는 독고율과 무화를 보며 말했다.
“아이가 열 살이 되면 화산으로 데리고 와라. 내가 손수 벌모세수를 시켜줄 테니.”
“역시 장문 사형이에요!”
오랜만에 만난 사형제들의 분위기는 화목하기 그지없었다.
개파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모든 행사 순서가 끝나고 귀빈들은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독고율은 귀빈 앞에서 입을 열었다.
“본가는 모두가 알다시피 집도, 고향도, 가족도, 친우도 없는 고독한 자들이 모인 독고회에서 시작되었소. 그 고독한 자들이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으나 하나의 성씨로 묶였소. 새로운 고향과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오.”
독고율은 무휘를 바라봤다.
“그런 만큼 본가의 이름은 독고회의 이름에서 가져와서 지었소. 감사하게도 그 이름이 새겨질 현판을 화산파 장문인께서 선물해주셨소.”
독고율이 고갯짓하자 가솔들이 얼굴을 붉힌 채 현판을 옮겼다. 현판을 정문에 달고 가렸던 비단을 풀어 헤쳤다.
이를 본 무림인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음?”
“현판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았는데?”
“착오가 있었나?”
무림인들이 웅성거릴 때, 무휘가 앞으로 나섰다.
“이 현판은 순수한 현철로 만들었소. 어지간하면 훼손될 일이 없을 테지.”
무휘의 말에 무림인들이 감탄을 흘렸다.
이를 보며 무휘는 허리춤의 심명검을 뽑았다. 천하제일검, 성향검신이 검을 뽑자 장내는 단숨에 적막에 삼켜졌다.
“이 현판처럼 새롭게 시작할 이 가문이 부러지거나 색이 바래지 않고 오래도록 이름에 실린 뜻을 지키기를 바라겠소.”
심명검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기가 실리지 않았음에도 무휘의 손짓에 따라 현판에는 부드럽게 검흔이 남기 시작했다. 이 광경에 무림인들은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쳐다보기만 했다.
검으로 현철 현판에 검흔을 남기고 있음에도 귀를 따갑게 하는 쇳소리는 조금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현철 현판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목판에 검을 뻗은 것처럼 말이다.
무휘가 검을 놀리는 것을 보며 무림인들은 조용히 감탄했다.
무휘는 글자 하나에도 정성을 쏟았다.
이내 무휘가 현철 현판에 남긴 검흔은 굵직하고도 용사비등한 필체가 되어 현판을 차지했다.
독고세가(獨孤世家).
무림인들의 눈에 저 네 글자가 비쳤을 때, 독고율이 무림인들에게 포권했다.
“독고세가의 시작을 함께 지켜봐 준 강호 동도 여러분께 이 독고가주가 감사의 인사를 올리겠소.”
독고율의 인사에 무림인들도 예를 갖추었다.
* * *
“독고구검은 얼마나 익혔느냐.”
“이제 마지막 초식을 수련 중인데 아직 부족합니다.”
무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초식은 특히나 쉽게 익힐 초식은 아니지. 너만의 심득을 정리해서 독고세가에 잘 남겨야 할 거다.”
“예. 사부.”
무휘는 검봉산에 자리잡은 독고세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법 괜찮구나.”
무휘와 독고율은 단둘이 독고세가의 경내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요. 한 가문을 연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니 이제야 겨우 이룰 수 있었습니다.”
무림이 평화로울 때도 독고회가 쉬는 법은 없었다. 독고회가 밟지 않은 곳이 강호에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던 독고회를 독고율은 기어코 한곳에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독고율은 한적한 정원 가운데에 있는 작은 전각을 가리켰다.
“사부. 저곳으로 가보시지요.”
무휘와 독고율은 연못의 둘레길을 지나서 전각의 앞에 섰다.
“조사전? 네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곳을 만든 거냐?”
조사전(祖師展)에 들어선 무휘는 전각 안에 있는 유일한 위패를 바라봤다.
독고헌(獨孤䞿).
“독고세가 조사전의 제일 윗자리는 제가 아니라 사부께서 지켜야지요.”
이제는 잊힌 이름.
독고율만이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네가 만든 가문에 어느새 나도 들어와 있었구나.”
“그렇지요. 독고의 가문이 아닙니까.”
“그렇구나.”
무휘는 독고헌의 위패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곤 나지막이 말했다.
“제자야. 고맙다.”
“별말씀을.”
사제지간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위패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