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san Sect’s Genius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00)
화산파 천재검귀-200화 (완결)(200/200)
200화 아주 즐거웠소. (完)
화산 조양봉.
화산논검으로 인해 조양봉의 정상은 황폐해졌으나, 시간이 흘러 조양봉도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무휘는 조양봉의 바위에 앉아서 화산을 눈에 담았다.
화산의 드높고 첨예한 산세는 한결같았다.
명검과 같은 화산의 봉우리가 구름과 안개를 꿰뚫고 하늘을 향해 겨누어지고 있었다. 화산 자체가 또 하나의 화산파 검수와 같았다.
지금까지 화산파 제자들은 화산에서 호흡하고,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이 화산의 정취를 닮아가고 그 정기를 검에 담아냈을 터였다.
무휘가 그랬던 것처럼.
“왔느냐.”
“예. 사부.”
화산을 바라보던 무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뒤에는 한 중년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년인은 화산파 도복에 자색 매화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폐관수련에서 성취는 보았느냐?”
“미약하지만 확실히 성취를 얻었습니다.”
차분하게 대답하는 명산의 눈빛과 기도는 한껏 정련되었다. 이를 느낀 무휘는 흡족하게 웃었다.
“좋아. 그럼 보자.”
사제가 서로를 향해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뽑히는 검은 두 자루였으나 검집에서 검신이 드러나면서 울리는 검명은 한 곳에서만 들려왔다.
무휘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명산이 고개를 한 번 숙이더니 암향표를 밟았다.
몸을 날리고도 무휘와 명산의 사이에는 십 보 정도의 간격이 벌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명산은 서슴없이 매화검을 찔렀다.
무휘의 허벅지 옆에 돌연 꽃잎을 떨어대는 한 떨기 매화. 마치 산책 하는 도중에 보물처럼 발견하듯이 매화는 갑자기 나타났다.
이십사수매화검법 일초식.
매화노방(梅花路傍).
명산은 순간 발목에 회전을 더하더니 하단으로 쳐지던 매화검을 다시 거세게 올려 쳐 측면을 베어냈다.
그러자 어느새 명산의 허리에 피어나던 매화가 절반으로 쪼개졌다. 무휘도 어느새 똑같이 매화노방을 펼친 것이었다.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명산은 내공을 끌어올려 더욱 안법에 집중했다. 그러자 사부의 손이 그리는 궤적이 아주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명산의 발 앞에 펼쳐지는 매화의 꽃밭.
하단과 중단을 가득 채우는 수십 송이의 매화 주위로 꽃잎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마치 나비처럼.
이십사수매화검법 이초식.
매화접무(梅花蝶舞).
명산은 매화검으로 반원을 그리며 똑같이 매화접무의 초식으로 응수했다.
촤아아!
꽃잎이 저들끼리 엉키며 조양봉 너머로 흩날렸고 진득한 매화향이 사방으로 퍼졌다.
쩌엉!
심명검과 매화검이 정면에서 부딪쳤다.
부러질 듯 휘어진 매화검이 거세게 튕겨 나갔으나, 명산은 그냥 당하지 않았다. 수직으로 초승달 형태의 검기를 쏘아내고 네 방향으로 매화산수의 장력을 연달아 내질렀다.
무휘는 가볍게 받아내곤 거리를 좁혀 명산을 노렸다. 명산은 뒤로 밀려나는 와중에 암향표 특유의 발재간을 놀렸다.
절반의 충격은 그대로 땅으로 흘려냈고, 나머지 충격은 전신의 회전을 통해서 매화검에 고스란히 실어냈다.
대지에 금이 가고 대지가 들썩였다.
명산의 기파가 불꽃처럼 맹렬하게 휘몰아쳤다. 명산은 생사대적을 상대하듯 무휘를 향해 검을 밀어 넣었다. 매화검에서 맑은 빛을 발하는 자색 노을이 넘실거렸다.
꽈아아앙!
사방에 바위와 나무의 잔해가 넘실거리며 두둥실 떠올랐다. 그 사이를 꽃잎들이 누비며 영롱한 자색빛을 발했다.
사제지간은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첫 번째 초식 매화노방을 시작으로 초식을 차례대로 하나씩 펼치며 맞섰다.
이러니 그렇지 않아도 매화가 만개한 화산에 더욱 풍성한 매화가 무수하게 피어나 물결을 이룰 정도.
순간 조양봉을 가득 채웠던 수백 송이의 매화가 두 자루의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매화와 꽃잎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두 자루의 검을 서로를 향해 벼락처럼 대기를 가르며 꽂혔다.
암향부동화(暗香不動花).
콰아아앙!
명산의 매화 장포가 벗겨질 듯 거칠게 펄럭였다. 하지만 뒤로 물러날지언정 명산의 자세와 눈빛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마지막이다. 펼쳐낼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화산검성이라는 별호를 사용하겠습니까.”
자신 있게 대답한 명산이 매화검으로 고절한 궤적을 그려냈다. 그 검극을 따라서 셀 수 없는 검격이 분화하며 사방으로 퍼졌다.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검격에 꽃가지가 되어 자라났고, 봉우리가 우람하게 솟았다. 꽃가지와 봉우리를 빈 곳 없이 가득 채우는 수많은 매화와 꽃잎.
명산의 매화검에서 화산이 재현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진하게 퍼져나가는 검향.
향기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나, 무휘는 느낄 수 있었다. 명산이 흘려낸 매화향이 저 멀리 퍼져나가고 있음을.
이를 보며 무휘가 심명검을 수직으로 그어냈다. 그러자 명산의 검에서 솟아오른 화산이 훅 꺼졌다.
“만리(萬里)는 아니더라도 백리(百里)는 퍼졌겠구나.”
무휘는 명산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훌륭하다. 화산검성이라 불릴 만하다.”
내내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명산이 그제야 웃었다. 이미 명산은 강호에서 삼 년 전에 화산검성이라 불렸다. 하지만 무휘가 인정하지 않았기에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검을 나눈 사제지간은 조양봉의 끄트머리에 나란히 앉아서 화산을 눈에 담았다.
무휘가 문득 물었다.
“명산아. 너는 범재다. 그저 평범에서 살짝 높은 정도의 재능이지.”
명산이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습니다. 어느덧 깨달았습니다. 사부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이 제자는 잘해야 절정 언저리에 머물렀겠지요.”
“그렇기에 네가 매화만리향을 익힌 것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무휘는 화산논검 막바지에 달해서야 매화만리향을 펼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무휘와 똑같은 경지를 밟아야만 매화만리향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훗날 너와 내가 없어도 화산의 검의는 오롯이 이어질 테지.”
무휘는 계속해서 무리와 구결을 다듬었다. 이를 이어받은 명산은 천재가 아닌 범재의 시선에서 바라봤다. 당연히 보는 방식도 생각하는 방식도 달랐다.
그리고 명산은 범재의 시선으로 초식을 연구하고 새로운 주해를 달기 시작했으니.
무공은 창안했다고 끝이 아니라, 창안한 이가 없어도 대가 끊기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무리와 구결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했다.
무공을 창안한 것은 무휘지만, 창안된 무공이 화산파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명산의 공도 컸다.
그것이 옳았다.
본래 약한 이들이 강해지기 위해 익히는 것이 무공의 본질이니.
“명산아. 받아라.”
무휘는 허리춤의 심명검을 풀어서 명산을 향해 내밀었다. 이에 명산의 눈이 커졌다.
“내일부터는 네가 화산제일검이다.”
우우웅!
명산이 떨리는 손으로 검집을 잡자 심명검이 맑은 검명을 터트렸다. 그 검명은 왜인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명산이 깜짝 놀라 무휘를 쳐다보자 무휘는 피식 웃으며 심명검의 검집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일찍 영성(靈性)이 생길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심명. 너와 정이 많이 들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우웅!
다시금 검명이 터지는 심명검의 모습을 보며 무휘가 말했다.
“심명검은 나와 함께하며 비로소 영성이 깃들었다. 하지만 작은 영성이니 지금부터 중요하다. 후대의 화산검성들이 제대로 길을 나아간다면 심명검도 언젠가 신검이라 불리겠지.”
명산은 각오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 제대로 의지를 잇겠습니다.”
무휘는 그런 명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명산아. 오늘 보는 것이 마지막이다.”
무휘는 언젠가 검선에게 받았던 말을 이제는 명산에게 건넸다. 그에 명산의 눈이 커졌다.
“제자야. 믿고 맡긴다. 건강해라.”
명산이 뭐라 입을 열려고 했을 때, 이미 무휘는 사라진 뒤였다. 명산은 심명검을 두 손에 든 채 한참이나 말없이 그 빈자리를 바라봤다.
“감사했습니다. 사부.”
명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무휘가 앉아있던 자리에 절을 올렸다.
명산과 작별을 고한 무휘는 화산을 떠나기 전에 낙안봉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낙안봉에 있는 현조의 묘를 보고 가기 위함이었다.
무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현조의 묘를 바라봤다. 현조의 묘 옆에는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하늘 높이 뻗어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무휘는 현조의 묘 위로 하나둘 떨어지는 매화 꽃잎을 바라봤다.
“화산은 이제 후대에게 맡겼다.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하겠지. 너도 나도 뒷물결의 흐름에 몸을 맡겨 다른 곳으로 흘러갈 때가 온 거다.”
무휘는 문득 현조와 첫 만남을 떠올렸다.
-검귀. 온몸에서 비릿한 혈향이 난다. 별호 그대로의 모습이야.
무휘는 입꼬리를 올리며 현조의 묘를 바라봤다.
“현조. 지금의 나에게는 무슨 향이 나고 있냐?”
당연하게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매화나무에 만개한 매화에서 흘러나오는 향이 그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무휘는 밀려오는 매화향을 느끼며 현조의 대답이 어렴풋이 들려온다고 생각했다.
“아주 편안한 매화향이죠. 언제든지 맡고 싶은 그런 향.”
돌연 대답이 뒤에서 들려왔다.
종남파의 도복이 아닌 순백의 궁장을 걸친 선주가 걸어왔다.
무휘는 그 궁장을 잊지 않았다. 예전에 같이 여행을 다녔을 때 입었던 의복이었다. 그렇기에 무휘도 지금 화산파 도복이 아닌 그때의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오라버니는 조금 안 본 사이에 더 젊어졌네요. 이래서 제가 무공 수련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니까요.”
이십 대 초반 후기지수 시절의 얼굴을 그대로 간직한 무휘와 달리 선주는 삼십 대 초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종남은 잘 정리하고 왔느냐.”
“네. 그래서 미련 없이 종남파의 도복을 벗었죠. 오라버니처럼.”
화산과 종남.
두 문파의 장문인으로서 맡았던 의무를 다했던 두 남녀는 후대에게 뒤를 맡겼다. 지금은 오롯이 무휘와 선주라는 이름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
“오라버니가 가고 싶은 곳으로요.”
서로를 보며 싱긋 웃은 두 남녀는 손을 잡곤 함께 낙안봉을 내려갔다.
이를 지켜보는 현조의 묘 위로는 두 송이 매화가 가지런히 떨어져 있었다.
* * *
무휘는 걷고 또 걸었다.
처음 보는 공간.
사방이 무지갯빛으로 가득했다.
마지막 한 걸음을 걸었을 때.
무휘는 한 사내를 만났다.
“드디어 왔군.”
소나무에 기대어 서 있던 사내는 무휘를 보며 빙긋 웃었다. 무휘는 그런 사내를 보며 눈을 좁혔다.
연한 자색빛의 도복. 그 소매에는 매화가 수놓아져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화산파의 도복과 비슷했다. 그 사내도 마찬가지로 무휘를 위아래로 살폈다.
“음. 직접 봐도 역시 칙칙하군. 후대의 제자들은 왜 도복의 색을 바꿨는지 원…”
무휘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사내는 유쾌한 웃음을 흘리며 인사했다.
“반갑네. 육합검선이라 하네.”
“육합검선?”
무휘가 눈을 찌푸린 이유를 아는 듯, 육합검선은 말을 덧붙였다.
“생전에는 육합검신이라 불렸지.”
“화산파 개파조사…”
“오랜만에 듣는 별칭이로군.”
육합검선은 잠시 그립다는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자네의 이름은?”
“무휘요.”
“아니, 그것 말고. 선계(仙界)에 들어서게 되는 자들은 살아온 삶, 서사에 따라 새롭게 선명(仙名)이 부여되네. 생각해보게. 자연스레 떠오를 테니.”
육합검선의 말대로였다.
따로 생각할 것도 없이 선명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성향검선…”
성향검선(成香劍仙).
육합검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며 등을 돌렸다.
“성향검선. 자네를 환생시킨 매화령주의 힘은 본인의 힘이었네. 내가 등선하기 전에 모든 힘을 담아낸 것이었지. 설마 이런 식으로 현상을 일으킬 줄은 나도 몰랐지만.”
육합검선은 성향검선을 곁눈질했다.
“고맙다고 해야겠지. 자네 덕분에 흔들리던 화산파가 제자리를 찾아갔으니.”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오.”
육합검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화령주로 인연이 닿다 보니 자네의 지난 삶과 이번 삶, 모두를 알게 되었네. 어떤가? 이번 삶은 즐거웠나?”
성향검선은 입꼬리를 올리며 끄덕였다.
“아주 즐거웠소.”
“좋군.”
육합검선은 어느새 가까워진 채홍빛 공간의 끝을 가리켰다. 그 끝에는 오직 환한 빛만이 가득했다.
“강호무림이 천하제일을 가리는 곳이었다면 선계는 고금제일을 가리는 곳이랄까. 기나긴 강호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이들이 무선(武仙)이 되어 자웅을 겨루는 곳이니.”
“고금제일이라… 천마나 달마, 여동빈과 같은 그런 전설적인 인물들도 있는 거요?”
무휘의 물음에 육합검선은 진한 미소를 흘렸다.
“물론.”
육합검선은 성향검선을 보며 물었다.
“발을 디딜 텐가? 선계. 무선들의 세상에.”
설명을 들은 성향검선은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감과 기대감이 넘치는 웃음이었다.
“당연하오.”
“현명한 선택이야. 천살암선(天殺暗仙)도 그렇고 자네를 기다리고 있는 무선들이 많아. 선계가 오랜만에 재밌어지겠군.”
“훗. 그런가.”
성향검선은 뻗어 나오는 빛무리를 향해 망설임 없이 발을 옮겼다.
화산파 천재검귀. (完)
후기.
안녕하세요. 무향입니다.
화산파 천재검귀를 끝까지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언젠가 화산파를 소재로 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두 번째 글을 쓰면서 전작보다는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만족하는 장면도 있었고 부족하다 느낀 장면도 있었네요. 독자분들께서는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200화가 짧다는 댓글도 종종 봤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좀 더 길게 써보고자 했지만, 잘되지 않았네요. 물론 마음만 먹으면 좀 더 연재할 수는 있지만. 일부러 늘려 쓰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200 화 완결로 잡았습니다. 아마도 저의 역량 부족이겠지요. 다음 글에서는 좀 더 길게 연재할 수 있다면 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휘의 여정을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무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