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80)
나는 귀족이다 1483화
[헬조선 편]
88장 착취와 야만의 시대(4)
‘딜러가 어떻게 탱킹을 한다는 거 지?’
막공 대원들은 반신반의한 채 전투 준비에 나섰다.
한눈에 보기에도 정효주의 차림새
는 위태로워 보였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타이트한 검은 레깅스에,붉은 민소매 크롭티를 입 고 있었다.
한 방이라도 맞았다가는 옷이 갈기 갈기 찢어져 버릴 것이다.
아니,옷이 찢어지는 것을 떠나서 힐러가 힐을 하기도 전에 죽어버리 지 않을까?
‘정말 지응이 형님처럼 탱딜 복합 능력자인가?’
“자,갑니다.”
정효주는 낮게 외치고는 자세를 잡 았다.
다음 순간 그녀는 튕겨지듯이 앞으 로 달려 나가며 괴수의 머리를 공격 했다.
유지웅이 외쳤다.
“어그로 꼽니다! 다들 진형을 잡으 세……!”
쿵!
“..어?”
“뭐야?”
“설마?”
“아니,효주야! 그걸 한 방에 죽여 버리면 어떡해!”
정효주도 당황해서 괴수를 가격한
자기 주먹과 공격대를 번갈아 바라 보며 쩔쩔댔다.
“이,이게 왜 한 방에 죽지? 어디 잘못 맞은 거야?”
“그렇게 쎄게 치니까 당연히 한 방 에 죽지! 이렇게 끝내 버리면 무슨 훈련이 되겠어!”
“미,미안……
“아이고,맙소사.”
유지웅은 이마를 짚은 채 탄식했 고,대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멍하니 지켜보았다.
방금 눈으로 직접 봤음에도 믿을 수가 없었다.
“뭐야,효주 사모님도 지응이 형님 이랑 똑같잖아……
“두 분 다 그동안 힘을 숨기고 있 었구나. 레이드할 때 동료들의 도움 같은 건 필요 없다 이거군.”
“우리나라에 1인 공격군단이 무려 두 명이나 있었다니. 대체 신은 밸 런스 패치를 어떻게 한 걸까.”
일단 유지웅은 상황을 수습했다.
“안 되겠다. 옆 동네에 괴수 한 마 리 더 있지? 일단 그거라도 잡으러 가야겠어. 자,여러분. 바로 다음 괴 수를 사냥하러 출발합니다.”
“네? 다음 괴수요?”
“그럼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이대 로 돌아갈 건가요? 두 시간 넘게 대기만 타다가 귀가하면 무슨 소용 입니까. 칼을 뽑았으면 괴수 비늘이 라도 회쳐야지요. 자,출발!”
유지웅은 후속지원을 나온 팀에게 괴수 사체 처리를 맡긴 채,공격대 를 거느리고 옆 동네로 떠났다.
이번 목표는 붉은 털을 가진 거대 한 토끼 형상의 괴수였다.
일명 적토끼.
“효주야,이번에는 한 방에 죽이면 안 돼. 살살,살살,알았지?”
“알았어. 걱정 마. 내가 랭킹하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서 힘 조절이 제 대로 안 됐어서 그런 거야.”
“효주야, 몸 풀지 마! 몸 풀면 어 떡해!”
“아,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정효주는 얼른 사과를 하며 전투 준비를 취했다.
막공 대원들은 경외감에 가득한 눈 을 한 채,두 커플이 아옹다옹하는 것을 지켜봤다.
“꼭 신들의 행차에 꼽사리로 따라 붙은 느낌이야.”
“저 두 분이면 신 맞지.”
대원들이 수군거리는 사이,정효주 가 적토끼 괴수를 향해 다시금 뛰어 들었다.
‘살살,무조건 살살.’
정효주는 이를 악물며 힘을 조절했 다.
최대한 몸에서 힘을 뺀다는 게 여 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대로 괴수의 미간을 아주 살짝 가격했다.
-카오오오!
“돼,됐다! 됐어!
괴수가 분노로 크게 울부짖자 유지 응은 손뻑을 치며 기뻐했다.
“어그로 확보 성공! 자,원딜러들, 공격하세요!”
“네!”
원거리 딜러들이 자리를 잡고 공격 을 시작했다.
5명의 원딜은 저마다 강화장비를 든 채 괴수를 향해 있는 힘껏 딜을 넣었다.
“탱커들,근딜들,특히 근딜들! 잘 보고 있어요! 이제부터 회피탱이 뭔 지 보여줄 겁니다!”
정효주가 뒤를 돌아보며 그렇게 외 쳤다.
실제로 그녀는 적토끼한테서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멀찌감치 거리를 벌리는 것도 아니었다.
겨우 1미터도 안 되는 간격을 항 상 유지하면서,현란한 스텝으로 초 근거리에서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 다.
“저건 복싱에서 인파이터 전법 아 니야? 적한테 바짝 달라붙어서 공격 하는 거 말이야.”
괴수한테 떨어지지 않고 바짝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만했다.
“아니야! 인파이터는 자기 맷집과 가드로 방어해 가면서 공격을 퍼붓 는 거지! 하지만 멘탱님을 봐! 지금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있어!”
“스치지도 않아! 저렇게 바로 코앞 에 있는데 어떻게 저걸 모두 피할 수 있는 거지?”
“와,괴수가 완전히 열 받았어! 원 딜들이 공격하는 건 눈에 들어오지 도 않는가 봐!”
정효주는 적토끼로부터 1미터 미만 의 간격을 유지한 채 끊임없이 공격
을 퍼부었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송곳 같은 공 격에 아픔을 느낀 적토끼는 있는 대 로 화가 나 있었다.
누군가가 외쳤다.
“저건 인파이터 스타일이 아니야! 아웃복서야!”
“저게 어떻게 아웃복서야? 품 안에 바짝 파고들어서 있는 대로 펀치를 날리고 있는데?”
“맞아. 아웃복서는 거리를 두고 긴 리치를 활용해서 공격을 퍼붓는 스 타일이잖아.”
“아니야! 저건 아웃복서가 맞아!
단지!”
“단지?”
“초근접거리에서 이뤄지는 아웃복 싱인 거야!”
“마,만화책에서 봤어! 거기 만화 주인공의 후배가 자기 라이벌과 복 싱경기에서 저런 스타일로 싸운 적 이 있어! 인파이터 라이벌을 상대하 기 위해서 자기의 빠른 스피드를 활 용해서 초근접전에서 아웃복싱을 펼 친 거야!”
처음에는 어이없어 하던 막공 대원
들은 다시 제대로 정효주를 살폈다.
그녀의 전투 장면을 지켜보던 이들 의 입에서 불현듯 납득을 담은 신음 이 흘러나왔다.
“맞는 말 같은데?”
“한 대도 맞지 않고 있어. 그것도 바로 초근접거리에서!”
“아아! 저게 바로 회피탱이란 거구 나!”
근접 딜러들,그리고 가드 탱커들 은 그제야 납득했다는 듯이 개안한 표정이 되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가슴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인지 하지 못했던 드높은 경지를 접한 이 들이 얻는 순수한 몰입이었다.
“근딜들! 이제 투입합니다!”
그제야 5인의 근딜들이 앞으로 나 섰다.
‘저 정도면 어그로가 튀지 않겠 지?’
사실 레이드 시장에서 근딜들은 대 단히 까다로운 존재다.
원딜보다 딜이 강하고,지구성이 좋으며,스피드도 빠르다.
때문에 괴수를 쓰러뜨리는 데 있어
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클래스 다.
원딜만으로 잡으려고 하면 레이드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그럼 집중력 저하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으 니.
하지만 근딜은 원딜보다 숫자가 적 다. 그리고 원딜에 비해 훨씬 큰 위 험에 노출된다.
가뜩이나 딜러 수도 적은 판에 레 이드 위험까지 있으니,근딜의 몸값 은 정말 부르는 게 값이다.
원딜이 진골(부모 중 한쪽만 왕족) 이라면 근딜은 성골(부모 둘 다 왕
족)이라고 할 수 있다.
“좋아,간다!”
“어그로 튀지 않게 조심해!”
괴수를 죽이지 않고 어그로를 붙잡 기 위해 집중력을 유지하던 정효주 는 그 말을 듣고 픽 웃었다.
“어그로? 뺏을 수 있을 거 같으면 어디 빼앗아 보시지!”
“효,효주야! 이미지 관리! 이미지 관리!”
“앗,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신이 나서.”
유지웅은 멀리서 탄식했다.
아무래도 정효주가 오랜만에 제대 로 탱킹을 하다 보니 상당히 흥분을 한 모양이다.
5명의 근딜들은 모처럼 신나게 딜 을 퍼부었다.
“어그로가 안 튀어! 너무 단단해!”
“회피탱 만세다! 앞으로 회피탱이 대세가 될 거야!”
“우와,이렇게 마음 놓고 신나서 딜해본 게 대체 얼마만,아니,처음 아니야?”
그동안 근딜들은 레이드에서 제대 로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어그로가 튀면 자기 목숨 이 위험해지는 까닭에,최대한 조심 조심해서 딜을 넣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조심조심 딜을 넣어도 원딜보다는 더 많은 딜을 넣는다는 게 함정.
괜히 근딜을 성골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원딜보다 좋은데,그 수는 원딜보 다 적고,레이드에서 가장 목숨을 잃기 쉬운 클래스다.
“훌륭한 회피탱의 표본이로군.”
멀리서 유지웅이 흐뭇하게 웃었다.
2시간에 걸친 레이드가 끝이 났다.
막공 대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 서로를 돌아봤다.
“10딜로 2시간 만에 적토끼를 잡 았다고?”
“말도 안 돼. 원래는 훨씬 더 오래 걸려야 하잖아.”
“근딜들이 마음 놓고 딜을 퍼부어 서 그래. 딜 미터기 같은 걸로 재보 면 아마 다른 공격대 근딜보다 DPS(1 초당 공격한 딜량)가 2배는 훌쩍 넘을 거야.”
“그래,그런 딜 미터기가 정말 있 다면 말이지. 이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다시없을 좋은 경험이었어. 모든 레이드가 다 이런 식이라면 정말 좋 을 텐데.”
대원들은 서로 웃고 떠들며 즐거워 했다.
레이드를 하면서 그들은 단 한 번 도 위험을 느끼지 않았다.
사람이 죽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 속에서 전투를 치를 수 있었 다.
레이드 민영화에서 중요한 게 바
로 이런 거였어.”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거,누구도 죽을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괴수를 잡는다는 거,그동안 국영 레이드에 서는 이런 게 전혀 없었던 거야.”
“지응이 형님이 왜 막공을 소집하 셨는지 알 거 같아. 바로 레이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세상에 알려 주고 싶었던 거지.”
“아,오늘 이 경험을 우리만 공유 한다는 게 너무 아쉬운데.”
“걱정하지 마. 지응이 형님이 이미 영상 다 찍었어. 편집버전,풀버전 모두 유튜브에 올리신대.”
“앗,정말?”
“아까 못 봤어? 공격대연합에서 나 온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열심히 전 투 영상 찍고 그랬잖아.”
“장태준 사무총장님의 뛰어난 전술 지휘 능력,그리고 정효주 사모님의 피지컬…… 그 둘이 결합하면 정말 어마어마할 거 같아.”
“지응이 형님은 왜 뺌? 형님 서운 하게.”
“형님은 어차피 그냥 한 방에 괴수 를 잡을 텐데 피지컬이고 전술지휘 고 무슨 상관이야.”
“아,그것도 그렇네.”
그때 누군가가 사람들이 놓치고 있 는 부분을 지적했다.
“근데 이 막공 레이드,엄밀히 말 해서 법규 위반 아니야?”
“왜?”
“상업 목적으로 레이드 하려면 정 부 승인허가 받아야 하는 게 여러 가지 있는데,우리는 그런 거 하나 도 해당 안 되잖아?”
“근데 어차피 지응이 형님은 특별 자치법안 적용을 받으니까 그런 건 상관없지 않아?”
“제니스 공격대야 그렇긴 한데…… 제니스 타운 말고 다른 데서 우리처
럼 막공 소집하면 불법이지?”
“불법 맞지.”
불현듯 누군가 의미심장한 목소리 로 말했다.
“막공 소집 이거 혹시…… 지응이 형님이 정부에 보내는 항의 아니 야?”
“항의?”
“레이드 민영화를 왜 대기업 공격 대에만 유리하게 만들었느냐고 항의 하는 목적에서 막공 소집하신 게 아 닐까?”
그럴듯한 추론에 막공 대원들은 입 을 다물었다.
다음 날에도 유지웅은 막공 소집 공지를 올렸다.
이미 막공 레이드 전투 영상과 해 석이 공개된 터라,유지웅 막공에 대한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었다.
레이더들은 우러러보는 스타인 유 지응과 함께 하는 것보다는,막공에 서 배울 수 있는 진귀한 레이드 경 험에 더 목말라 하며 막공 참가 신 청을 넣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그 다음 날에 도 유지웅은 계속해서 막공을 소집
했다.
레이더들은 이제 막공에 참가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막공 게시 판을(어느덧 이런 별칭이 붙었다) 눈팅 했다.
0.()1 초 차이로 막공 소집에서 탈락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유지웅은 3회차부터는 아예 당일 막공 소집을 시행했다.
-오늘 오후 3시 황색날개달팽이 막공 소집합니다. 탱 10, 딜 10, 힐 10 모셔요. (탱 1/10 딜 1/10 힐 0/10)
어느덧 유지웅이 막공을 소집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몇만 명에 달하는 외국 레이더들이 막공에 참여하기 위해 아예 한국에 들어와서 제니스타운에 눌러앉는 웃 긴 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막공 게시판에 사 람들을 기겁하게 하는 글이 올라왔 다.
-내일 오후 2시 적토끼 막공 소집 합니다. 탱 30,딜 30,힐 40 모셔 요. (탱1,근딜4, 힐0)
-특징 : 막공장이 유지웅 형님 막 공에 서브탱커로 2회 참전한 경험 있음. 증거는 아래 유튜브 링크 확 인 요망.
처음 보는 탱커가 막공 소집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