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631)
나는 귀족이다 1534화
[헬조선 편]
94장 신 한중일 관계(4)
“백두산을 다시 넘겨주겠다고?”
황백호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현재 백두산은 절반 가까이 되는 북 쪽 지역이 중국에 할양이 된 상태다.
전대 독재 왕조에서 재정 문제 해 소를 위해 중국에 영토를 넘겼기 때 문이다.
언제고 다시 찾아야지 하고 마음속 으로 굳게 결심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먼저 넘겨주겠다 고 연락이 오다니.
‘믿지 못할 만한 자들이 먼저 좋은 제안을 할 때에는 사기를 칠 때뿐인 데.’
그런 간단한 이치를 모를 리가 없 지 않은가.
황백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측근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거뿐인가? 조건이라든가, 그 밖 에 다른 이야기는 일절 없었나?”
“네, 자세한 것은 두 나라 정상 간 의 핫라인으로 소통하자고만 했습니 다.”
황백호는 턱을 쓰다듬었다.
“중국 놈들이 순순히 우리 좋은 일 을 해줄 리가 없는데……
“하지만 백두산 북쪽 지대는 언제 고 반드시 되찾아야 할 우리 민족의 영토입니다. 중국이 먼저 말을 꺼낸 지금이 좋은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나도 그걸 모르지는 않아. 저 중 국놈들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러지.”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나날이 승승장구하니까 두려운 마음 이 들어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백두산이야 어차피 원래 우리 공 화국의 영토였고, 저들은 어부지리로 저렴하게 얻어서 보관만 하고 있었 던 것이지요. 그것을 다시 돌려줌으 로써 우리 공화국과의 수교를 회복 하고 우호를 다진다면, 그것이 이익 이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려.”
“일단 협상에 나서보면 꼬인 가닥 이 풀릴 겁니다, 통령 각하.”
황백호는 고심 끝에 결국 사진팡 총리와 핫라인으로 통화를 하기로 했다.
유지웅과 논의를 해야 할지 고민을 했으나, 통령부 측근들이 만류했다.
“통령 각하는 이 나라의 일인자이 자 지존이시며 최고통치권자이십니 다. 이런 걸 일일이 총리와 의논해 서는 그 격이 서지 않습니다. 어차 피 총리의 관할 영역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지금, 굳이 총리와 이야기해서 누설 가능 성을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총리에게 말하면 오히려 방송에서 바로 이야기를 꺼내서 중국을 압박 할지도 모릅니다. 비밀 이야기를 원 한 중국을 헛되이 자극해서 협상이 무산되면 우리 공화국의 크나큰 손 해입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은 명분이지 만,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는 것만큼은 황백호도 동의했다.
일단 중국이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 지 정도는 들어보고 다시 생각을 하
기로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처음 물밑 제안을 받 고 사흘 만에 사진팡 주석과 황백호 통령의 은밀한 핫라인 통화가 이어 졌다.
미국 등 타국 열강의 도청을 조심 하며, 황백호는 사진팡 총리와 통화 를 나눴다.
—백두산을 다시 넘겨주겠다고요?
—그렇소.
—조건이 무엇입니까?
-바라는 건 없소. 우리 중화인민
공화국과 귀국은 오랫동안 동맹 관 계를 유지해왔소. 최근 귀국이 정권 변화를 맞이하면서 여러 오해가 터 져 지금은 관계가 악화되었지만, 다 시 예전처럼 우호적인 관계를 회복 하고 싶을 뿐이오.
-우호증진을 위한 선물이니, 부담 없이 받아주시오.
여기서 그저 좋다고 덥석 받으면 하수다.
분명히 중국이 뭔가 노리는 게 있 을 것인데, 아직 북한은 그걸 모르
고 있으니.
나중에 중국이 진짜 원하는 것을 들이밀면서 ‘우리는 전에 백두산도 공짜로 돌려줬는데, 이 정도도 못 들어줘?’라고 나온다면 북한의 입장 이 곤란해진다.
정확히는 통령부의 외교적 입장이 곤란해진다.
외교를 어떻게 했기에 중국한테 그 런 억지소리를 듣는 상황을 만들었 느냐며,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참모들은 쉴 새 없이 태블릿에 메 모를 써서 황백호 통령에게 실시간
으로 자기들 뜻을 전달했다.
「통령 각하, 이걸 그대로 받으면 안 됩니다.」
「나중에 각하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총리부에서 물고 늘어 지면 곤란해집니다.」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돌려받 아야 합니다. 최소한 백두산을 할양 할 때 전대 정부가 받았던 대가에 소정의 이자 정도는 붙여서 지불해 야 합니다.」
-주석 각하, 귀국의 뜻은 감사하
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무상으로 받 는 것은 국제사회의 이치에 맞지 않 는 듯싶습니다.
—귀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야말로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이 가장 바라는 대가요.
-물론 서로 이웃한 국가로서 평화 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백두산…… 적어도 전대 김씨 왕조가 할양하면서 받았 던 것만큼은 돌려드리고 싶군요.
백두산 할양설은 오랫동안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과 전대 김씨 왕조는 할양설에 관해서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 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다만 통령부에서는 김씨 왕조가 매 우 저렴한 대가를 받고 백두산의 일 부를 중국에 넘겼다는 것 정도로 파 악하고 있었다.
그 정확한 대가가 무엇인지는, 김 씨 왕조가 멸망했기에 이제는 알 수 가 없었지만.
-1조 달러를 지불하시겠다는 말씀 입니까?
그 말에 황백호 통령은 순간 멈칫 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하다가, 곧 그 뜻을 깨닫고는 얼굴에 분노가 드러났다.
– 전대 왕조가 1조 달러를 받고 백두산 일부를 할양했습니까?
— 그렇습니다. 정확히 1조 달러였 습니다. 물론 위원장 개인 비자금 계좌로 들어갔지요.
— 하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굳이 1조 달러를 청구할 생각이 없 습니다. 어디까지나 양국의 우호 증 진을 위한 선물이니, 편안한 마음으 로 받아주시지요.
사진팡 주석의 능글맞은 듯한 목소 리가 황백호 통령의 가슴을 기분 나 쁘게 긁어댔다.
전 독재정부가 정말로 1조 달러나 받고 백두산을 넘긴 것이라면? 그놈 들은 나라를 팔아먹은 천하의 역적 들이다.
지금 중국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면? 이놈들도 상종 못 할 천하의
버러지들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황백호 통령으 로서는 기분이 더러울 수밖에 없었 던 것이다.
‘ 젠장.’
차라리 몇백억 달러쯤 된다면 시원 하게 지불하고 깔끔하게 영토 문제 를 매듭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1조 달러라니.
당장 그만한 돈도 없거니와, 있더 라도 그런 돈을 반출했다가는 한창 발전하는 북한 경제가 휘청거릴 것 이다.
‘망할 놈들!’
전대 정부든 중국 공산당이든, 둘 중 하나는 망할 놈들이었다.
아니면 둘 다 망할 놈들이든가.
그때 사진팡이 황백호의 당황한 속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색다른 제안을 해왔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떻습니까?
—무엇입니까?
-1조 달러를 주고 판 영토를 무 상으로 돌려받는 게 부담스러우시다 면, 그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는 이 권을 우리 공화국에 지급하시지요.
드디어 본색이 나오는 것인가.
황백호는 사진팡이 이렇게 나오는 게 오히려 반가웠다. 한편으로는 바 짝 긴장한 채, 그는 참모들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참모들도 마침내 이야기가 본론에 접어드는 것에 반색하며, 바짝 긴장 의 끈을 조이고 대화에 집중했다.
—대륙 간 철도 연결 사업을 하시 지요.
-철도 연결 사업이라고 말씀하셨
습니까?
현재 북한과 중국은 철도 연결이 끊어진 상태였다.
필드 드래곤 사태 때 압록강 일대 가 융단 폭격을 받으면서 모든 시설 물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육로가 끊긴 상황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 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현재 우리 동쪽은 귀국과 러시아
로 막혀 있습니다. 수출입을 위해서 는 동쪽 항구 확보가 절실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힌 상황이오. 그러나 귀국과 대륙 철도를 연결하 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귀국은 아시아의 극동 항구 국가 로서 거듭날 수 있어서 좋고, 우리 는 귀국의 항구를 통해 수출입 물자 를 유통할 수 있어서 좋은 것 아니 겠소?
북한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아 니, 오히려 상당히 괜찮은 제안이었
다.
어차피 대륙 철도는 언젠가는 연결 을 해야 한다.
유럽까지 가로지르는 철로가 열린 다면, 북한의 경제는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 테니.
-그만하면 우리 중화인민공화국 입장에서는 1조 달러 이상의 가치를 얻는 거라고 할 수 있소. 더군다나 귀국에게도 이익이고. 또 귀국은 여 기에 백두산도 되찾을 수 있고. 여러 모로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하오만.
참모들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 는 게 보였다.
아무리 들어도 북한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는, 아니, 오히려 이득인 제안이었다.
외교적으로는 북한이 중국의 철도 연결 제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백두산을 돌려받는 거래가 된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거래인 셈이니, 통령부의 유능한 협상 능력 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좋은 제안입니다. 긍정적으 로 검토하겠습니다.
—좋은 결정을 기대하겠습니다.
며칠간에 걸친 장고의 검토 후, 황 백호 통령은 이 거래를 받아들이기 로 했다.
실무진 간에 치열한 협상이 오고 갔고, 큰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양 국 간에 빅딜이 체결되었다.
‘중국의 철도 연결 요구를 수용하 는 대신, 북한은 백두산을 온전히 돌려받는다. 또한, 연결 철도는 중국 과 북한이 합리적인 조건하에 상호 유용한다.’
‘양국은 서로 민간 철도 이용을 방 해하지 말아야 하며, 상호 정당한 철도 운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진팡과 황백호는 백두산 국경 지 대에서 서로 정상회담을 갖고 그런 내용의 조약을 체결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국이 통 큰 양 보를 하고, 북한은 철도와 백두산 반 환이라는 큰 실리를 거둔 셈이었다.
이에 따라 북한 내에서 주춤했던 황백호에 대한 주민들의 칭송이 치 솟기 시작했다.
“황백호 통령께서 백두산을 되찾아 오셨다지?”
“어디 백두산만 되찾았다 뿐인가? 중국놈들한테 철도 부설까지 뜯어내 오셨어. 이제 우리 공화국은 어린아 이도 유럽까지 철도를 통해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거라고.”
“옛날 자강도가 초토화된 것 때문 에 대륙 철도가 다 끊어져서 언제 또 새로 이을지 막막했는데, 황백호 통령께서 결국 다 수습을 하셨어.”
철도 연결 비용은 중국이 80%를 부담하기로 했다.
덕분에 북한 주민들은 황백호가 중
국 정부로부터 통 큰 협상을 얻어냈 다며 좋아라 하고 있었다.
백두산도 돌려받고, 신철도 건설까 지 얻어냈으니.
어딜 봐도 북한의 이익이 더 큰 국가 간 거래였다.
하지만 모두가 이 거래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불만족이라기보다는 이 거래가 일으킬 파급효과에 불안한 마음을 품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바로 총리부였다.
“통령 각하께 이런 뛰어난 외교 협 상술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가히 대단한 협상가라고 해야겠군요.”
“중국이 이런 비대칭적인 거래를 받아들일 줄이야……. 다들 믿어지 십니까?”
“중국의 수출망 동해 진출이 아무 리 절실했다고 해도, 이건 너무 말 도 안 되는 거래입니다. 사진팡 주 석 입장에서는 정적들한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거래예요.”
“혹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조 건이 숨어 있는 거래는 아닐까요?”
“중국이 통령 각하와 대외비로 다 른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을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중국이 너무 일방 적으로 기울어지는 거래다.
그렇다면 공개할 수 없는, 중국에 유리한 조건을 황백호 통령이 따로 약속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심이 총리부 인물들 사이에 서 돌고 있었다.
‘통령 각하는 중국에 따로 무엇을 약속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