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04)
00604 군단의 참새 =========================================================================
동아시아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괴수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즉 괴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일본은 세계 최고의 괴수 밀도를 자랑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블랙 몹의 습격만 몇 번을 받았는지를 상기하면 이해가 쉽다.
지금 세계는 옐로 몹 개체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고, 일본 역시 그 영향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괴수 밀도가 제일 높은 나라라는 타이틀은 어디 가지 않는지, 일본은 아직도 옐로 몹의 개체수가 타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그러자 한국에서 일반 공격대가 대거 용병으로 왔다. 자국에서 잡아먹을 옐로 몹이 없으니 일본으로 진출을 한 것이다. 일본은 사실상 레이드 식민지이기도 했으니, 한국 공격대가 활동하기에는 전혀 불편한 점이 없었다.
일본 정부도 다른 나라 공격대보다 더 좋은 우대를 해줌으로써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대다수 해외 용병 공격대는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들도 레이드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아는지라 불만을 표면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 이들이 잡는 괴수는 그런 시시한 개체는 아니었다.
“잡아! 잡아!”
“힐! 힐!”
이마에 커다란 뿔이 달린, 20톤 트럭만 한 크기의 말이 거칠게 돌격했다. 모델처럼 키가 크고 날렵하게 생긴 남자가 방패를 들어 말의 박치기를 막아냈다.
쾅!
“오케이! 막았다! 근접 딜러들, 돌진! 치고 빠지기를 반복해!”
모델처럼 생긴 남자, 탱커는 침착하게 외쳤다. 방금 괴수의 돌진을 막아내느라 3미터가 넘게 밀려났고, 발은 종아리까지 땅에 박혀 있었다. 아마 신발도 너덜너덜해졌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괴수도 마찬가지였다. 힘껏 돌진을 하는 바람에 앞발이 땅에 깊숙이 박힌 것이다. 괴수는 끙끙거리며 앞발을 빼려고 했으나, 자세가 너무 불편했다.
“어딜 빠져 나가려고!”
탱커는 방패를 옆에 던지고, 두 손으로 괴수의 뿔을 단단히 잡은 채 아래로 당겼다. 괴수가 땅에 박힌 앞발을 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그 틈을 타서 여섯 명의 근접 딜러들이 사방에서 뛰어들었다. 제일 먼저 당도한, 날렵한 몸매의 여자가 손에 쥔 갈퀴로 괴수의 엉덩이 부위를 푸욱 찔렀다. 방어막과 부딪치며 파르스름한 불꽃이 높이 튀었다. 딜러의 공격을 받고 방어막이 중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압!”
잇따라 도착한 남자 근접 딜러가 두 손에 단단히 쥔 창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괴수의 옆구리를 찔렀다. 까강! 하고 불꽃이 튀며 방어막이 무서운 속도로 중화되기 시작했다.
“시간은?”
탱커, 최정원은 급히 고글에 표시된 시간을 확인했다. 전투 개시하고 12분이 지났다. 괴수의 잔존 방어막 추정치는 약 42%. 아무래도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지원팀이 역시 있어야 하나?’
지원팀의 조력이 없어도 되겠냐고 우려를 하던 장태준의 얼굴이 문득 생각났다. 고글만으로 충분하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역시 최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다가 레이드를 하다가 갑자기 석기시대식 전투를 하려니 영 적응이 안 된다.
전에는 레이드를 할 때마다 글로벌이글이 뜨고 저궤도 위성이 동원되며 각종 첨단 센서들의 도움을 받아 전투 현황을 쉽게 파악이 가능했었는데. 지금은 육안과 고글에 표시된 간단한 정보만 가지고 전황을 판단하고 전술을 짜야 했다.
‘할 수 있어! 이 정도는 해줘야 해.’
최정원은 이를 악물었다.
지원팀의 조력을 거절한 것? 별 이유는 없다. 지원팀은 예비대가 사냥한 결정체에서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 지원팀의 운영 자금은 유지웅이 개인 사비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보통 정규 공격대는 공금으로 전술지원팀을 운영하지만, 제니스는 다르다. 대신 정공 공동재산이라는 개념이 없다. 제니스 공격대의 재산은 전부 유지웅의 소유다. 지원팀이 보유한 최첨단 설비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축적한 레이드 자료를 포함한 전부를 말한다.
「팀장님! 큰일이에요!」
“무슨 일입니까?”
드디어 앞발을 빼내는데 성공한 괴수가 콧김을 세게 내뿜으며 노려보자 최정원도 던져 놓았던 방패를 쥐었다. 길이 1.5미터, 폭 60cm에 달하는 커다란 방패였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한 철제 방패처럼 생겼지만, 귀하디귀한 S급 방어장비다.
「일본 정부에서 급보가 왔는데, 레드 타입 한 마리가 이쪽으로 이동 중이래요!」
“뭐요? 아니, 갑자기 왜!”
최정원은 다소 당황했다. 고글로만 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보니 전장 외의 정보까지는 파악이 불가능했다.
「근처에서 미국 공격대가 레이드를 하다가 놓쳤나 봐요!」
“망할 양키들!”
조각처럼 잘 생긴 얼굴이 욕설을 내뱉자 그건 그것대로 나름 그림이 된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두 마리 이상의 레드 몹을 동시에 잡아본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공격대장과 부공격대장의 참여가 없는 상태로는 경험이 없다.
“도착 예정 시간은요?”
「3분도 안 남았어요!」
“젠장!”
그는 거칠게 고글을 벗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선글라스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래봬도 몇 억을 호가하는 귀한 전투 물품이다. 때마침 접근한 근접 딜러에게 그는 고글을 건넸다.
“원딜들 일점사 준비하라고 하세요! 근접 딜러는 죄다 후퇴하고요!”
“네? 하지만 팀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이 녀석 바로 처리하고, 새로 접근하는 녀석을 물리쳐야 해요!”
근접 딜러는 급히 고글을 받아들고 전장을 이탈하면서, 모든 공격대원에게 팀장의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최정원은 투구를 깊이 눌러썼다. 오른손에 쥐고 있던 대검을 방패 안쪽에 장착하고, 두 손으로 방패를 단단히 쥐었다.
“갑니다아!”
멀리서 우렁찬 고함이 울렸다. 최정원은 몸을 웅크리고 단단히 방패를 쥐었다. 괴수의 어그로는 지금 자신에게 쏠려 있었다. 더 이상의 변수는 없다.
번쩍!
여섯 가닥의 섬광이 동시에 빛났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사된 섬광은 정확하게 괴수의 머리를 꿰뚫었다. 섬광이 방어막을 강타하는 순간 눈부신 빛이 사방으로 터지며, 주변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불타버렸다.
바로 원거리 딜러의 궁극기, 일정한 범위 내의 모든 것을 타격하는 광역기가 펼쳐진 것이다. 그것도 여섯 발이 동시에.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열기가 겨우 수그러들었다.
최정원이 들고 있던 방패가 혼자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윽고 방패 주변의 흙이 들썩거리더니, 방패가 위로 튀어 올랐다. 땅속에 몸을 묻고 있던 최정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완전히 빠져나온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섯 원딜의 궁극기는 과연 무시무시했다. 이건 뭐 숫제 전술 무기 수준이 아닌가?
그는 푸르게 반짝이는 블루 결정체를 확인했다. 귀속되지 않게 조심조심 집어서 방패에 난 홈에 집어넣었다. 고글을 가져갔던 근접 딜러가 재빠르게 달려와서 고글을 건넸다.
그는 고글을 쓰고 재가동시켰다. 디스플레이에 불이 들어오며, 새로운 괴수 반응 하나가 잡혔다. 그는 힘차게 외쳤다.
“2차 전투 준비!”
* * *
“오, 과연 제니스 공격대답습니다. 두 마리 레드 몹을 연달아 피해 없이 물리치다니요. 정말 감격했습니다.”
제3예비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던 일본 관료들이 입에 혀처럼 굴며 사근사근하게 대했다. 숫제 국빈을 대하는 말투요, 행동이었다.
“IACP 코리아 일본 지부를 불러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유지웅이 소유한 IACP 코리아는 일본에도 진출해 있다. 별개 법인은 없지만, 일본에서 생산되는 모든 결정체를 취급한다.
얼마 후 IACP 코리아 일본 지부 사람들이 왔다. 한국에서 파견 나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두 개의 결정체를 각각 감정하고는, 총 1조 2,000억 원의 감정가를 매겼다.
“결정도가 둘이 합쳐서 12,000이나 되는데 그거 밖에 안 되나요?”
“원래 결정체는 결정도 1당 1억 원으로 평가합니다.”
“그건 아는데, 요새 결정체 가격 많이 오르지 않았나요? 두 배 세 배 그렇게 뛰었던데.”
“저희는 결정체 원석을 매입할 때는 예전과 똑같은 가격에 합니다. 다만 가격 폭등을 유통과정에서 처리하고 있어, 결정체를 사용한 최종 상품의 가격은 타국과 같습니다. 결정체 매입가는 그대로지만 유통이익이 예전보다 3배 이상 뛰어오르니, 여러분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똑같습니다.”
결정체 대금을 3배로 주나, 유통이익 분배금을 3배로 주나 어차피 주는 돈은 같다는 소리다. 최정원은 납득했다.
“그렇군요.”
“그럼 저희는 이만.”
IACP 코리아 사람들이 돌아갔다.
숙소 공동 휴게실에서는 대원들이 장비를 손질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힐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패드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레드 몹 두 마리 잡은 게 뭐가 어때서, 라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유로운 모습들이었다.
“팀장님. 이 근처에 호텔 없대요?”
“이 근처에는 없나 봐요.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참죠.”
“잉. 여기 잠자리 너무 불편한데. 완전 시골이야.”
“어쩔 수 없으니 참아 봅시다. 레드 몹이 이 지역에 많이 서식하고 있으니 별 수 없잖아요.”
최정원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원들을 달랬다. 잠시 후 일본 관료가 다시 찾아왔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대원들에게 푹 쉬라고 말한 뒤 숙소를 나섰다.
“오랜만입니다. 하세가와 고다카입니다.”
“아, 장관님.”
재일교포 출신 장관이었다. 이 외지까지 제법 거물이 찾아온 것이다. 물론 거물이라고 해봐야, 제니스 제3예비대의 일개 팀원 한 명한테도 끗발이 안 되는 인물이지만…….
둘은 자리를 옮겼다. 시골이나 다름없는 지역이지만, 제법 갖출 것은 갖추고 있었다. 적당한 술집을 찾았다.
“제니스 공격대가 이렇게 일본에 상주하시며 레드 몹을 잡아주시니 마음이 든든하기 그지없습니다.”
“다 돈 벌자고 하는 짓입니다.”
“하하, 다들 내로라하는 부자들인데도 열심히 생산 활동을 하시는군요.”
“이왕 레이드하는 거, 같은 양의 일을 해도 더 이익이 큰 곳에서 하는 게 나으니까요.”
“세금 때문이군요.”
최정원은 픽 웃었다.
한국에서 레이드를 하면 약 40%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제니스 대원들은 소득세 최고 구간에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유지웅의 면세 혜택을 받지만, 일정 부분을 그에게 지불해야 한다.
반면 일본은 해외 공격대의 레이드 소득이 0%다. 즉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 거기다가 IACP 코리아 일본 지부는 타지역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어, 유통이익도 더 많이 남는다.
한국 정부도 제니스 예비대의 일본 주둔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지원했다. 일종의 대괴수 방어용 전진 방어기지인 셈이다. 비록 안전지대 등 한국이 높은 괴수 방어력을 갖췄다지만, 전진 방어기지를 세운다고 나쁠 것은 없으니.
“일본도 옐로 몹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여러 모로 걱정입니다.”
일 관계로 자주 얽히다 보니 이 교포 출신의 장관과도 어느 정도 친해졌다.
일본이 타국에 비해 옐로 몹이 많다지만, 그래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다른 나라들은 옐로 몹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를 대비해 열심히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일본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과거 블랙 몹 때문에 나라가 거의 붕괴에 몰렸을 무렵, 대다수의 부자들과 고급 두뇌들이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유치한 해외 공격대가 생산하는 결정체야말로 지금 일본의 유일무이한 소득원이었다.
“회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 주십시오.”
장관, 수상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최정원은 그저 피식피식 웃기만 했다. 다른 나라 사정이야 알 바 아니고, 그는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됐다. 제3예비대 대원들도 모두 한마음이었다.
“그만 일어납시다.”
마지막 술잔을 가볍게 부딪칠 때였다. 요란한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장관도, 최정원도 살짝 당황했다.
“무슨 일입니까?”
“그, 금방 알아보겠습니다!”
장관은 급히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동부 해안에 쓰나미 발령이 났습니다!”
“쓰나미가요? 아니, 왜? 여기는 안전합니까?”
이곳은 해안가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이다. 쓰나미를 잘 모르는 최정원은 대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렸다.
“그게, 쓰나미 위험권은 아닙니다만…….”
“뭐가 또 있습니까?”
“해양 괴수가 동부 해안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 준 긴급 정보입니다! 그 녀석이 쓰나미 원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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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안 좋은 일이 많아서 샌드백이나 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