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97
205화. 천국의 문턱에서 (3)
미국은 명실상부 일렉트릭 기타의 종주국이다.
미국에서, 미국의 공돌이가 만들어서, 미국의 뮤지션이 사용하고, 미국의 관객이 들었기에 세상에 퍼진 악기가 바로 일렉트릭 기타다.
일렉기타가 개발됐을 당시 미국은 범접불가 세계의 선진국이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미국의 문화를 동경했다.
블루스와 락이 전 세계에 퍼진 원인에 미국의 국력이 한몫했다는 견해도 많다.
뭐, 지금도 미국의 영향이 안 미치는 음악 장르가 어디 있겠냐마는.
그러므로, 아주 당연하게도.
미국은 강력하다.
그리고 그런 음악 강국 ‘미국’의 1위가,
눈앞에 있다고 클로이 카터라는 사람은 말하고 있었다.
“[미국 1위 말입니까?]”
“[예. 이번 w-legc의 북미지역 예선 1위로 통과하신…]”
나는 귀가 먹먹했다.
미국 1위랑 미국 최대 주간지랑 인터뷰하는 건 그렇다 치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근데 왜 여기 있어?
“[… 그쪽을 뵙기 위해 이곳에 찾아왔습니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클로이 카터가 무언의 물음에 대답했다.
“[찾아왔다고요? 굳이 상가 안까지?]”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그냥 미행 아닌가?
“[이곳은 그냥 심심해서 들린 것뿐입니다. 먼저 연락드린 소속사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 뒤, 긴급 인터뷰 일정을 잡을 생각이었습니다…만, 우연입니다. 꼭 신께서 우리의 만남을 주선해 주신 것 같군요.]”
그녀는 수수한 웃음을 내비쳤다.
좀 소름이 돋는다.
….
나는 곧바로 최주임에게 전화를 걸어 그 말이 사실인지를 따졌다.
-…마, 만나셨다구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 자세한 상의는 하나도 안 했는데 … 방문 일정도 내일로 되어 있는데!
그렇단다.
아무래도, 구라를 치는 건 아닌 모양이다.
“먼저 만나게 됐으니, 알아서 이야기 잘하겠습니다.”
– 아… 아 네…. 저도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낙원상가죠!?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나는,
척-
나에게 손을 내미는 미국 1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연주 잘 들었습니다. 저는…]”
“[반갑습니다. 아이작 웨스트우드씨.]”
“[이미 알고 계시는군요? 기쁩니다.]”
금발 벽안의 전형적인 백인 외모.
대충 억지로 껴입은 듯한 양복 차림에, 나랑 비슷비슷한 키.
나이는 아마 두 살 더 많았었나.
나는 이 사람을 알고 있다.
아주 자세히는 몰라도, 인터넷에 있는 이 사람에 관한 글은 거의 다 읽어본 거 같다.
현재 시점에 쓰인 글도,
미래에 쓰일 글도 말이다.
“[저도 곡 잘 들었습니다. 되게 좋던데요.]”
“[오… 고맙습니다…!]”
그는 사람 좋은 얼굴로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나도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척-!
그의 손을 맞잡았다.
“[저는 타임 편집장님의 제안을 받아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왔습니다. 한국에 있는 대단한 기타리스트를 보러요. 영상으로는 이미 많이 봤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싶었는데…]”
“[어떱니까?]”
“[잘 치시네요. 실물이 낫습니다. 아,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음악적인 관점에서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원래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날 때는 일부러라도 칭찬할 거리를 찾고 그러지 않는가.
나는 누군가가 나를 칭찬해 주는 게 좋았다.
그러므로, 기분이 좋아져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
그리 썩 좋지가 않다.
애매한 느낌이다.
칭찬의 내용이 아닌, 칭찬한 사람이 문제였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짓고 있는 이 미소는 솔직히 말해 억지 미소다.
그야, 이 사람은 …
“[아주 마음에 듭니다. 역시, 펜타토닉만 마구 후리는 기타쟁이들이랑은 천지차이네요.]”
천성이 대 어그로꾼이니까.
좋은 의미에서의, 순수한 ‘관심’을 목적으로, 계산적으로 어그로를 끄는 게 아닌,
“[빨기좌… 아니 김수재씨도 저랑 같은 생각이시죠?]”
그야말로, 적을 잔뜩 만드는 사상을 기반으로 입을 놀리기에 어그로가 끌리는 것이니까.
“….”
“김수재?”
“왜 그래…?”
“못 알아들었어? 나도 펜타토닉만 알아들었어.”
그래, 펜타토닉.
그거 알아들었으면 다 알아들은 거지.
펜타토닉은 단어 그대로 보통의 ‘7음계’에서 음 두 개를 적출시킨 음의 집합이다.
단소의 중임무황태 그거 맞다.
그리고, 일렉기타리스트가 아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음계이기도 했다.
‘락’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기타 솔로.
그 대부분이, 펜타토닉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아니, 알아들었어.”
“근데 왜?”
“뭐랄까, 지금 좀 싸울 거 같거든.”
“… 응!?”
“무, 무슨 소리야…?”
머릿속에 부글부글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뭔가 느낌적인 느낌이 난다.
여기서 대화를 시작하면 필히 말싸움이 일어날 거란 걸.
말싸움에서 끝을 보지 못하면, 주먹다짐까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근질거리는 입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회귀 전.
내 우상이 모욕당했을 때.
속으로 분을 삭이던 것과는, 격이 다른 감정의 격류였다.
“[펜타토닉 안 좋아하시죠?]”
나는 입을 뗐다.
그리고 그도.
아이작 웨스트우드도.
입을 뗐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글쎄요… 펜타토닉을 쓰기는 합니다. 안 쓸 수가 없죠. 근데 ….]”
목소리가 그리 썩 좋지는 않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문장은 청산유수 그 자체였다.
“[펜타토닉에만 의지하는 사람들은 싫어합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할 수 있습니다. 싫어합니다.]”
말투에 한 치의 주저조차 묻어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만의 취향을 처음 본 사람에게 절절히 주장했다.
근데,
“[그렇군요. 존중합니다.]”
“[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전 옛날 골방 늙은이들도 싫어합니다.]”
역시 이렇게 되는구나.
“[골방 늙은이요.]”
“[예! 지미 헨드릭스는 존경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아요. 에릭 클랩튼 … 곡은 좋지만, 연주는 별로죠. 가수로서 그를 존경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딱히 잘못되어 있지는 않았구나.
뭐, 그렇잖아.
어그로로 유명한 유명인들도 사석에서는 되게 깍듯하고 바른 사람들인 경우가 많잖아.
“….”
“[빨기좌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작 웨스트우드 또한, 처음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런 이미지였다.
‘저새끼 일부러 어그로 끄네 ㅋㅋ’
‘관심받고 싶어서 환장한 인간ㅋㅋㅋㅋ’
이런 반응이 주를 이루었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가 만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차차 본모습이 드러났다.
“[화성학의 기초는 메이저와 마이너입니다. 일렉기타도 처음부터 이걸 따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가 유명해진 이유.
이제까지의 기타리스트들과는 다른 연주 스타일을 펼쳤기 때문에.
“[펜타토닉은 표현의 폭이 너무 좁습니다.]”
그가 돈을 꽤 벌 수 있었던 이유.
그야말로 ‘잘’ 쳤기 때문에.
“[유명한 펜타토닉 플레이어들 … 아직까지 기교랑 감정표현에 능한 분들이 있긴 하지만, 늙은이들이 요즘 기타리스트에 미치지는 못하죠.]”
그가 결국 젊은 나이에 인기가 사그라들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거 말 한번 좆같이 하네요.”
사람들이 그의 말에 공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재야…?”
“김수재 너…!”
소이와 윤수빈은 욕지거리를 듣자마자 화들짝 놀랐다.
“아니 안 그래? 이 사람 지금 에릭 클랩튼이든 제프 벡이든 그냥 다 싸잡아 욕하고 있는 거라고.”
“그건 … 그런데….”
“….”
금발벽안의 외국인 둘 또한 대략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한 듯한 눈치였다.
“[… 한국어는 잘 못 하지만,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을 참 좆 같이 한다고 했습니다.]”
“[이해했습니다.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클로이 카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웃기는 양반이네.
전달은 무슨.
본인은 이미 똥 씹은 표정이 됐구만.
“[이런, 기분이 상하셨나 보군요.]”
“[상했네요. 상했어요. 뭐 연주자의 취향, 인정합니다. 존중해야죠. 근데 말이야.]”
나는 쥐고 있던 기타를 번쩍 들어, 어깨에 걸쳤다.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막 비하하지는 말아야지. 안 그래?]”
“[… 그들은 공인입니다. 공인을 평가하는 건 제 자유입니다만?]”
“[당신 자유 맞아. 근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
“[이미 욕은 실컷 먹고 있습니다.]”
이미…?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켜서 기사를 뒤적였다.
그리고,
– Google 번역:
w-legc 미국 1위의 본선 진출 소감,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 ‘늙은이들의 골방을 철거하겠다’
그 현장을 발견했다.
“오 … 시발 신이시여.”
기사가 벌써 났구나.
인터뷰까지는 미처 확인을 못 했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시기보다,
더더욱 빨리.
어그로를 끌기 시작했다.
어그로를, 무한히 수집하기 시작했다!
“[… 아쉽군요.]”
“[뭐가요?]”
“[당신은 저와 같은 부류인 줄 알았습니다. 펜타토닉 마구리만 후리는 늙은이들을 끌어내리고, 락과 일렉트릭 기타에 젊은 피를 수혈할 생각을 하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후우.
그는 욕을 처먹었음에도 화난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당신은 기타를 왜 시작했습니까?]”
매우 어려운 질문을 던져댔다.
“[… 질문에 질문으로 좀 되돌려줘도 됩니까?]”
“[예?]”
“[… 그러니까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을 싫어하는데, 왜 굳이 기타를 시작했습니까? 다른 악기도 많잖아요.]”
나는 이 사람을 알고 있다.
이 사람의 곡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나름 좋다고 생각했다.
잘 친다고 생각했다.
근데, 도저히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락이 좋다면, 일렉기타가 좋다면,
지미 페이지, 제프 벡, 슬래시, 에릭 클랩튼, 리치 블랙모어.
이런 거장들의 연주를 안 들을 수가 없다.
그들의 연주를 듣는 것은 아주 당연한 과정이었다.
근데…
도대체 왜.
“[캐논 락.]”
“[…?]”
그는, 짧게 그리 말했다.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분명히 제대로 들었다.
“캐논?”
“방금 캐논이라 한 거 맞지?”
“[우연히 집 근처 공원에서 그 곡을 치는 사람이 있었죠. 빠져들었고, 쳤어요.]”
캐논락은 2000년대에 그야말로 ‘광풍’을 일으킨 곡이다.
수많은 기타키드들을 양산시킨 곡이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쳤다 … 고?]”
“[캐논 락. 내가 처음 들었던 기타곡이자, 처음 쳤던 곡! 정말로 어려웠죠. 근데 해냈습니다.]”
“….”
이 사람,
역시나라고나 할까.
맛이 좀 갔구나.
좀이 아니라 좀 많이 갔구나.
미친놈이구나.
“[그 어려운 게 첫 곡이었다니 ….]”
“[하하. 완곡하니 실력이 쑥 늘더라고요. 캐논 락은 축복입니다. 그 곡으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캐논 락’에는, 현대 일렉기타 대부분의 테크닉이 들어가 있으니까.
그걸 ‘완곡’할 정도라면, 웬만한 기술이 전부 다 다져졌다는 의미니까.
“아 ….”
나는 이해했다.
그를 이해했다.
아이작 웨스트우드는, 그런 인간이다.
‘모던’한 곡에 이끌려, 모던한 곡을 듣고서 추구하는,
그 ‘모던’이 생겨나기까지의 밑바탕이 된 ‘빈티지’에 눈을 절대 돌리지 않는,
꽃을 보되, 그전에 피고 져서 땅속의 양분이 된 열매와 줄기를 전혀 생각지 않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이제 제 질문에 답을 들려주시겠습니까?]”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타임지의 직원 앞에서 공표했다.
“[지미 페이지가 기타 치는 모습이 멋있어서.]”
“….”
“[그 사람 연주가 좋아서.]”
“….”
“[그리고 또 간지나서.]”
중학교 시절,
친구가 흑백의 기타 솔로 영상을 뜬금없이 보낸 적이 있었다.
봤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간지는 났다.
그리고, 나를 움직였다.
내가 기타를 치는 이유.
쳐왔던 이유.
그것은,
“[간지…라.]”
‘간지’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간지’의 결정체는 바로,
“[지미 페이지는 세계 최고의 간지맨입니다.]”
지미 페이지다!
“[ … 당신도 똑같군요. 기대했었는데.]”
“[뭘 기대한 건지 모르겠는데. 이젠 기대를 접는다는 뉘앙스로 들리네요.]”
“[저는 지미 페이지를 안 좋아하니까요. 그리고, 간지는 또 무슨 소리인지. 일렉기타는 연주가 전부 아닙니까? 당신은 퍼포먼스로도 유명하긴 하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잖습니까.]”
본질이라….
나는 어이가 없었다.
화도 났지만, 뭔가 헛웃음이 나왔다.
사람 생각하는 게 이렇게까지 다를 수가 있구나.
“[저는 이미 대여 계획을 끝냈습니다. 5만 달러어치 장비를 빌려서, 연주에 쏟을 것입니다.]”
“[통이 크시네요.]”
연주를 위해서 5만 달러를 쏟아 붓는다라…
올해 안에 g3 공연을 해야 하니, 일정을 계산해보면 본선 시작까지 1달이 채 남지 않았을 텐데.
과연 감당이 될까?
뭐, 이 사람도 이 사람 나름의 계획이 있겠지.
“[당신은요?]”
“[글쎄요….]”
나는 머릿속으로 본선의 테마를 다시금 되짚었다.
천국.
기타쟁이의 천국.
평소에 쉽사리 쓰지 못할만한 장비들은 전부 써볼 수 있다니.
완전 좋지.
괜찮지.
그런데.
그곳에, 천국에.
과연 내 소리가 있을까?
내 소리가, 빌린 천국에서 나올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질 수는 없었다.
“[저도 똑같이 가죠.]”
“[… 뭐라고요?]”
“[한 5만 달러어치 빌리죠. 빌려서,]”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이놈이랑 처음 만났을 때 지었던 가짜 웃음이 아닌,
‘진짜’ 웃음을 얼굴에 떠올렸다.
“[퍼포먼스용으로 써주마.]”
“[… 뭐… 뭐?! 그딴 짓 하면 당신 그거 다 물어내야 …!]”
“[상금.]”
“….”
“[한 1/3 정도 깎이겠네.]”
“….”
1등 상금은 10만 파운드다.
한화로 따지면 1억 5천만 원 정도.
퍼포먼스용으로 5만 달러를 쓴다 치면,
약 한화 6천만 원이 깎인다.
한 1/3토막 나는 게 맞다.
“[괜찮네.]”
하지만 괜찮았다.
그 정도는, 괜찮았다.
“[왜 … 대체 왜 그런 짓을 ….]”
“[왜냐고?]”
당연하잖아.
수많은 사람이 모일 거잖아.
내 연주를 듣는 사람들이, 귀뿐만 아니라 눈도 즐거우면 좋잖아.
그리니까,
간지나야 하잖아!
“[그곳에 간지가 있을 테니까.]”
나는, 그리 대답했다.
당연한 말을, 입에 담았다.
동시에, 아이작 웨스트우드는 …
오늘 처음으로.
진정한 ‘광인’을 보는 듯한 표정을 띠었다.
“[진짜 광기의 간지를 보여주마. 가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