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06
214화. 기타의 제왕 (1)
BBC news
– [11월 17일의 날이 밝았습니다. w-legc의 본선이, 오늘 드디어 시작됩니다.]
– [현재 런던은 락기타의 용광로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끌어모은 수많은 원석들은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녹아들 예정입니다.]
(화면전환)
– [O2아레나의 앞입니다! 이곳이 용광로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 [아직 입장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관객들은… ]
– [심지어 텐트를 동원하여 자리를 지키는 사람까지…]
둑-!
치지직!
뉴스를 송출하던 핸드폰에서 노이즈와 끊김이 생겼다.
인터넷 문제인가 싶어서 껐다 켜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식 어플로 보는데도 이렇다니.
서버 문제일까?
사람이 너무나도 많이 많이 몰려서 그런가 보다.
안도 사토시는 이어폰을 귀에서 뺐다.
그리고, 타고 있던 지하철에서 내렸다.
인파에 파묻혀서 말이다.
“Damm! stuck!”
“Gyaaaak!”
어제까지만 해도 널널하던 정거장이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이곳에서 내리려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이럴 거면 택시를 타지, 라는 말도 지금만큼은 의미가 없다.
안도 또한, 택시가 도저히 잡히지를 않아서 지하철을 탄 것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막히던 런던의 도로는, 더더욱 강렬하게 막히며 지옥도를 연출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안도는 기타 케이스를 끌어안고서 간신히 역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솨아아아아아-!
웅성웅성-
웅성웅성웅성-
오늘도 스프레이처럼 흩뿌려지는 애매한 비와,
거리에 북적거리는 수많은 인파를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2만은 족히 넘을 것 같은데 ….”
O2아레나, 혹은 밀레니엄 돔으로 불리는 저곳의 수용인원은 약 2만 명이다.
하지만, 왜일까.
역 앞부터 북적이는 사람들의 수가, 2만을 한참 넘어 보이는 이유는.
“사람이 참 많죠?”
우산을 펼치려는 순간,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한국어’로!
“아, 예 ….”
“호호호. 기대 이상이라고 할까요? 이목이 이 정도까지 끌릴 줄 몰랐어요.”
그들은, 노부부처럼 보였다.
동아시아인 여성과, 백인 남성.
다만, 두 사람 다 올곧이 서 있지는 않았다.
장년의 남성은 휠체어에 타고 있었다.
평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휠체어가 아닌, 고급스러움이 양껏 묻어나오는 휠체어에 말이다.
“솔직히 2만은 못 채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머 그래요?”
“예선 때 객석이 비더라고요”
“아~”
“무대 규모가 너무 컸죠. 반도 안 들어찼습니다.”
수용인원 8천 명 정도의 무대.
주목을 못 받은 건 아니었다.
다만, ‘한국 예선’이 분리되어서 그런지, 살짝 기대 이하라는 느낌이 있기는 있었다.
“한국은 표를 못 구해서 막 웃돈까지 주고 사던데 …. 관객 분위기는 어땠어요?”
“분위기 자체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럼 됐죠~”
두 사람 다 무대를 구경하러 온 것일까.
안도와 노부부가 걷는 방향이 같았다.
그래서 같이 걸었다.
근데 …
“….”
부인 혼자 우산을 쓰고 있는 게 보기가 좀 그랬다.
휠체어에 앉아 투둑투둑 비를 맞는 장년 남성의 모습이, 매우 처량해 보였다.
“Do you want umb…”
안도는 약간의 배려 아닌 배려를 하려 했다.
하지만,
“No!”
오히려 역정이 돌아왔다!
수군수군-
동시에 이목도 엄청나게 끌려버렸다.
“호호호~ 미안해요. 남편이 우산 쓰는 걸 싫어하더라고~”
“아 … 이해합니다.”
영국에서는 우산을 안 쓰는 게 멋이라고 듣기는 했는데.
아무리 남에게 보여지는 게 중요하다곤 해도, 중금속 비를 맞아서 옷이 더러워지면 오히려 그게 더 꼴불견이지 않나?
옷이 더러워지는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안도는 그래서 그냥 우산을 썼다.
“기타를 메고 있으면 써도 괜찮아요.”
“그런 겁니까?”
“아무렴, 참가자한테 뭐라고 하겠어요?”
자신이 참가자인 건 이미 눈치챘나 보다.
그리고, 자신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저는 한국인이 아닌데 한국어로 말을 거셨네요.”
약간의 당황감이 들었다.
큰 당황감은 아니고, 그냥 의외네~ 정도.
아마, 자신이 재일교포라는 건 일본어로 인터넷을 자알 뒤져보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딱히 꽁꽁 싸매고 있던 비밀은 아니었다.
“… 호호.”
“저를 조사하셨나 보군요.”
“….”
“뭐 하시는 분들이십니까?”
“음 … 그래요, 이거에요 이거.”
노부인은 사람을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보였다.
“돈 …?”
“대회의 물주. 라고 해놓을까요? 제가 아니고, 남편이요.”
“… 후원자이십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리라 대강 예상은 했지만.
후원자였구나.
이 대회를 열어준, 고마운 사람들이구나.
안도는 마음을 담아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는 감사히 받을게요.”
“I want to have a talk him.”
“아, 잠시만요. 통역해 드릴 테니까 둘이서 대화해 보실래요? 남편이 얘기를 나누고 싶다네요.”
“아, 네.”
백발이 무성한 백인 남성은, 안경을 고쳐 쓰며 자신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무슨 곡을 사용할 겐가?]”
평범하게 궁금할 만한 질문을 던졌다.
“제 자작곡입니다.”
“[자네도 자작곡을 쓰는군.]”
“본선은 자작곡 비율이 높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전 세계의 일렉기타 유망주들을 한데 끌어모은 대회다.
참가자가 자작곡 한두 개쯤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혼자 만들었나?]”
“친한 프로듀서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뭐, 요즘 세상에 혼자 전부 해먹을 수는 없을 테니. 그럼 질문을 다시 하지. 자네는 왜 자작곡을 쓰는가?]”
이상한 질문이었다.
남의 곡과 자신의 곡.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후자인데.
내가 쓴 곡을 내가 연주해서 남에게 들려주는 게 가장 짜릿한 법인데.
자작곡이 있으면 자작곡을 쓰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 이유 말입니까?”
뭔가,
이 남자는, 조금 더 고차원적인 질문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눈빛이 그랬다.
“[그래.]”
“자작곡은 … 자기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원론적인 대답이군. 하지만 틀리지는 않았어.]”
그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근데 말이야. 꼭 자작곡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서,
자신에게.
‘영화 포스터’가 잔뜩 띄워진 화면을 내밀었다.
“이건 ….”
“[난 작곡가일세. 아마 자네도 잘 알만한 곡들을 꽤 많이 썼지.]”
“…!”
안도는 일순간 숨을 삼켰다.
전부 다 눈에 익은 포스터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봉하자마자 ‘BGM이 미쳤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영화제에서 이름을 날리던 영화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작곡가셨습니까?”
“호호호. 남편이 밖에 잘 안 나와서 그렇지 유명해요~”
“….”
“[이게 다가 아니야. 난 문어발이거든. 이름을 다 다르게 써서 자네가 알 길은 없겠지만.]”
“대단한 분이셨군요 ….”
장년의 남성은 전혀 부정하지 않았다.
‘대단한 분’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남이 만들어 주는 곡.]”
“… 네?”
“[기타리스트를 위해, 팬이 직접 만들어 바치는 곡.]”
“….”
“[만약 그런 곡을 선물 받는다면 기분이 어떻겠나?]”
그는 아주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인력(人力)으로 달달달달 굴러가는, 휠체어에 탑승한 채로.
“남이 만들어 준 곡이라 ….”
안도는 턱을 쓰다듬었다.
사실 대중음악이라는 게 그렇다.
가수는 곡의 멜로디를 정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작곡가와 곡의 컨셉을 ‘상의만’ 하는 게 한계다.
그렇기에 딱히 자신의 취향이 아닌 곡일지라도 그냥 부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타는 다르다.
자신의 곡이라 하면, 대개 자신이 만든 곡을 의미한다.
다만,
“아무리 단순한 멜로디라도 기쁠 것 같네요.”
호의로 만들어 받는 건 괜찮지.
“[그렇군.]”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근데 만약 … 그 사람이 자네의 인중에 아무 이유 없이 주먹을 날린 경력이 있다고 한다면?]”
“네 …?”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안도는 노부인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표정을 보아하니 딱히 통역이 잘못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 화가 나겠죠?]”
“[안 쓸 건가?]”
“[그걸 몰라서 묻는 겁니까?]”
걷다 보니 o2 아레나가 코앞이었다.
입구 근처에 쫘아악 늘어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다.
– 와아아아아아아!
기타를 메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로 관심을 받을 수 있다니.
뭔가, 흔하디흔한 이세계물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턱-
그들이 멈췄다.
“Maybe.”
질문이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
“[너를 구타한 사람이, 혼신을 담아 곡을 만들어준다면?]”
“….”
“[흥행이 확실시되는, 명곡을 너에게 가져다준다면? 그걸 자기 이름으로 발표할 수 있고, 수익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면?]”
… 정말 뭐가 뭔지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가 없었기에, 안도는 대답을 짜내기로 했다.
“그 명곡이란 게, 대작 영화에 쓰이는 것만큼 퀄리티가 높은 겁니까?”
“[그 이상.]”
“….”
“[연주하기만 해도,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곡.]”
“….”
“[자네라면 어떻겠나? 포기할 수 있겠나?]”
즉, 그런 것이다.
내용은 복잡하기 그지없었지만, 사실 돈과 관심이냐, 자존심이냐의 양자 일택 질문이었다.
그리고 안도는,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후였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요코하마에서.
“저는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 무엇을?]”
“락커가 자존심이 버리면, 빈 쭉정이일 뿐이라고.”
“[….]”
“돈과 명예가 급한 사람이라면, 자신을 구타한 사람에게 고개를 숙일 수도 있겠죠.”
“….”
“하지만 이제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 천만금을 잃는다고 해도?]”
“예.”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하더라도?]”
“… 그럼 뭐. 유희용으로 연주 정도야 해줄 수 있겠죠.”
“….”
“개인적인 대답입니다만. 만족하셨습니까?”
다른 사람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모른다.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내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수치심을 묻어두고 ‘명곡’을 받는 쪽을 선택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거부할 것이다.
결코, 자존심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타리스트이자, 락커니까.
“하하하하하하하!”
그가, 웃었다.
“흐흐흐흐흐흫!”
아주 통쾌하게 웃어 재꼈다.
마치 광인처럼.
“Yeah, You’re saying the same thing he!”
그는, 자신이 ’그’와 같은 대답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대답을 내놓을 사람은, 자신이 아는 한, 한 명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강타한 것은.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우와아아아아아아앆!
자신이 이곳에 얼굴을 내비쳤을 때보다 수 배는 더 거대한 목소리.
– 팔ㄹ기 좌아아아아아악-!
비명인지 함성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의 음량으로 내지르는, 그 이름.
–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빨기좌.
“사, 싸람해요!!!!”
그가 이곳에,
도달했다.
“[그래, 그는 나의 제안에 자네와 같은 대답을 내놓았지.]”
“….”
“[진짜 락커야.]”
그는, 지긋이 김수재를 쳐다보고 있었다.
… 영화 이름만 불러주면 누구나 알만한 세기의 작곡가와 김수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 기타를 두 대 매고 있어!]”
“[거봐! 오늘도 쌍기타를 쓸 거라니깐!]”
“[빨기좌! 기타 보여줘요!]”
다만.
“[쌍기타 안 쓸 건데요?]”
그가 오늘도.
“[기타 두 대 메고 오셨잖아요!]”
“[왜 제가 기타를 ‘등’에만 멜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무슨 의미야 …?]”
“[몰라! 너무 심오해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 트럭으로 다가가는데?]”
“[저 덤프는 또 뭐야?]”
텅텅-!
“[여기.]”
“[여기 …?]”
“[여기에 꽉 차 있던 거, 무대 안으로 옮겨놨습니다.]”
“…!”
도저히 상상조차 못 할, 괴악한 행동을 하리라는 것은,
아주 잘 이해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함성을 등지고, 그는 거대한 돔에 들어갔다.
자신 또한, 그의 뒤를 따랐다.
“[진짜 락커들의 연주를 기대하지. 조심하게.]”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