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536)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536화(536/537)
<탄생의 순간>
놀랍게도 고증에 환장한 우리 킬리언 숭배자 여러분들께서는 내가 태어났던 조선의 생가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보고 계십니까, 김영감님?
당신의 집이 관광객들이 런던에 오면 무조건 와본다는 필수 코스의 입구에 떡하니 복원 됐습니다.
아멜리아가 올 때까지 아직도 시간이 좀 남아서 입구쪽만 둘러봤을 뿐이지만 예상보다도 훨씬 더 고증이 잘 되어 있는 게 느껴졌다.
심지어 어디서 구해왔는지 내가 대영제국으로 왔을 때 입었다는 저고리까지 전시가 되어 있었다.
밑에는 제임스 그룹에서 기증한 거라고 쓰여 있었는데 설마하니 제임스야···저런 것까지 보관하고 있었던 거니.
저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하며 가지고 있었을까 아니면 나중에 무조건 비싸게 팔릴 거라고 생각하며 보관하고 있었을까.
제임스의 성향을 고려하면 처음에는 전자였다가 나중에는 후자의 마음도 섞이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으로 런던에 도착해서 도시를 구경하며 내가 나아가야 햘 길을 모색했던 아득한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저 건너편으로 보이는 카지노처럼 꾸며진 공간을 보았을 때.
나는 한차례 숨을 들이키며 자리에서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저 공간에 붙여진 이름은 <세기의 만남>.
그 한가운데에 있는 익숙한 카드 뭉치를 구경하고 있으려니 뒤에서 생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찍 오셨네요? 입구에 계시지 않아 들어와봤는데 벌써 구경하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
“아, 예. 조금 여유롭게 온 김에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황실 분이시면 박물관을 많이 와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으신가 봐요?”
“···예?”
“아뇨. 그냥 굉장히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저길 보고 계셔서요.”
여기선 뭐라고 반응해줘야 하지.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이 아직 완전하지 않아서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하면 되나.
내가 잠깐 고민하는 사이 아멜리아는 피식 웃으며 내 손에 들려있는 박물관의 팜플렛을 가리켰다.
“사실 전 런던에 올 때마다 여길 오거든요. 좋아하는 공간이라서.”
“그렇습니까? 특이하시네요. 제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개발자라고 하셔서 좀 더 뭐라고 해야할까···첨단 기술이나 전자기기쪽에 관심이 많으실 줄 알았거든요.”
“그쪽도 좋아하죠. 하지만 여기는 제게도 나름 특별한 곳이라서요. 그래서 런던에 올 때마다 한번씩 들러보는 거죠. 그동안 잘있었니 하는 기분으로.”
누가보면 여기 박물관에 지분이라도 있는 줄 알겠네.
그래도 혹시 아는가. 내 열혈팬 중 한명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귀여운 손녀를 보는 거 같은 기분이 된 나는 한층 부드러워진 어조로 물었다.
“혹시 저···가 아니라 저기 동상의 주인이신 킬리언 폐하를 존경하십니까?”
“존경이요? 음, 존경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조금 다른 종류의 감정이에요. 물론 부회장님께는 선조가 되는 분이시니 부회장님께서는 저분을 존경하시겠죠?”
“하하하, 뭐 비슷하죠.”
나를 내 입으로 존경한다고는 입이 찣어져도 말 못하지.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분위기가 편안했기에 나는 아멜리아의 안내를 받아 박물관 투어를 진행했다.
전반적으로 다 만족스러웠으나 딱 하나.
킬리언의 서재라는 공간에 들어간 나는 사실과는 완벽하게 다른 역사왜곡에 표정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한 남편>이라는 타이틀은 맞지만, 그 증거인 빅토리아의 일기가 조작이라고!
나는 내가 빅토리아를 졸졸 따라다녔다는 문구가 적힌 아내의 일기장을 내려다보며 아주 작게 혀를 찼다.
“아까와는 반응이 다르시네요?”
“별거 아닙니다. 그냥 소소한 의문점이 들었을 뿐이니까요.”
“의문점이라면 어떤?”
“아니···꼭 킬리언 폐하가 무조건 따라다니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빅토리아 폐하가 조금 MSG를 치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무례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럴리가요. 여기 일기에 적힌 내용은 전부 사실이랍니다.”
얼씨구 뭘 믿고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실까.
“저도 나름 황실의 일원이라 굉장히 많은 자료를 접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유독 이 부분에서만큼은 제가 알고 있던 킬리언 폐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남녀관계라는 게 그런 거니까요. 그만큼 킬리언 폐하께서는 빅토리아 폐하를 사랑하셨다는 거겠죠.”
물론 사랑했지. 사랑한 건 맞는데 아닌 건 아닌 거라니까?
에휴, 그래도 여기서 사실 내가 당사자인데 이거 날조라고 해봐야 뭐가 변할까.
“신기하네요. 사실 친구들이나 다른 황족분들하고도 여길 온 적이 많은데 이 부분에서 부회장님처럼 반응하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아 죄송합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열을 내서.”
“아니에요. 신선한 경험이라 오히려 좋네요.”
뭔가.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이 감돈 뒤, 나는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다음에 일정 없으시면 카페가 아니라 식당으로 가실래요?”
“네? 아, 네. 그렇게 해요.”
원래는 오늘은 커피만 한잔 하면서 명함 교환을 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계획과는 다른 즉흥적인 제안이 튀어나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