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81
181. 재건과 건국
이스와 카디나는 로니아드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로니아드의 외모는 못 본 사이에 달라져 있었다.
붉은 눈동자에 남색 머리색은 동일하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길어 있었고, 무엇보다 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달랐다.
“어, 그…… 마스터?”
둘은 로니아드를 향해 반가움을 표하지 못했다.
“으음…….”
‘뭔가 많이 달라졌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는 여전히 두 번째 태양이 떠 있다.
‘로니아드가 만든 것인가? 그렇다면…….’
살짝 혼란스러웠지만 대충 짐작이 갔다.
그의 옆에 시녀처럼 붙어 있는 여사제가 보였다.
‘성녀?’
그의 지식이 맞다면 저것은 평범한 여사제의 복장이 아니다.
성녀의 복장.
그런 성녀가 로니아드의 옆에 공손히 서 있다. 성녀의 옆에는 마찬가지로 시종처럼 이단심판관과 추기경이 고개를 숙인 채 기립해 있다.
“로니아드?”
무언의 위압감을 느끼면서도 이스는 로니아드를 불렀다.
성녀 뒤에 서 있는 추기경과 이단심판관이 고개를 들어 이스를 노려보는 것 같다.
“오랜만이야, 이스. 카디나도 잘 지냈나?”
하지만 로니아드는 이전과 같이 이스와 카디나를 맞이했다.
“네! 마스터.”
“뭐야?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교단의 높으신 분들이 저러고 있는 건데?”
이스의 물음에 로니아드가 슬쩍 뒤를 보았다.
그의 시선에 고개를 들어 이스를 보던 두 성직자가 곧바로 눈을 깔았다.
“나는 강요한 적 없어.”
로니아드는 피식 웃는다.
“내가 알던 로니아드가 맞는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단 말이지…….”
“난 로니아드가 맞아.”
“흐음.”
이스는 주변을 둘러봤다.
‘궁금한 것은 많지만, 일단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로니아드를 찾았으니 이제 두 번째 목표, 제인 왕녀와 아리아 공주를 찾아야 한다.
마침, 아리아가 그의 눈에 띄었다.
“아리아 공주님!”
“고, 공주?”
이스의 말에 아리아가 눈썹을 찡그린다.
“독립이 성공한 거야?”
이내, 이스가 왜 자신을 향해 공주라 불렀는지 이해한 모양이다.
“네, 렌슬렛 내부는 평정했고. 렌슬렛 주변 영지로부터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스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편다.
“폰테임이야 뭐…… 오면서 대충 상황을 봤습니다.”
“폰테임에서 나온 괴물들이 무슨 짓을 벌이지는 않았어?”
“다행히도 모든 괴물들이 이곳 아르미로 향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렇게 쫓아온 것이고요.”
아리아의 질문에 답한 이스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삼왕자 카론이 있었다.
“이제 체스카드 왕실의 승낙만 받으면 됩니다.”
이스의 말에 카론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표정은 덤덤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얼굴이다.
“현재 체스카드 왕실의 전권을 받은 나, 카론 폰 체스카드는 선언 하겠소.”
갑자기, 이스의 시선을 받은 카론이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잠깐, 삼왕자 전하! 여공왕께서 오시면 그때…….”
이스가 급히 만류했다. 아마 렌슬렛의 공국 독립을 인정하려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우리 체스카드 가문은 왕가의 지위를 포기하겠네.”
하지만 카론의 입에서 나온 말을 전혀 다른 말이었다.
“왕가에 어울리는 가문은 오직 마누스의 적통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윽고 카론의 뒤에서 한 여자가 등장했다.
등장한 여인은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다. 평범한 인간종도 아니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용의 뿔이 나 있고, 두 눈에는 녹염의 빛이 빛난다.
등에 용의 날개가 달려 있었고, 손톱도 제법 날카롭다.
딱 봐도 드래고니안이었다.
로지스트의 검은 드래고니안과 달리 청염과 녹염이 골고루 섞인, 청룡 마누스의 적통 그 자체였다.
“제인에어 마누스 룬-아르미다츠께 왕위를 돌려 드립니다.”
카론이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아버지와 형들은 백성들이 위험할 때 제일 먼저 도망쳤지. 그 와중에 대천사가 강림하고 마누스의 적통마저 나타났어……. 체스카드 왕실은 이제 없는 게 나아.’
왕실 직할령으로 도망친 아버지와 형제들이 날뛰겠지만, 어쩌겠나? 이게 최선인데.
―……카론 폰 체스카드, 그대의 선택을 허한다.
카론의 예를 받은 제인의 입에서 용언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아르미다츠 왕실의 재건을 선포합니다.
각성통을 이겨 낸 제인의 외모는 드래고니안의 특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인의 몸은 짧은 시간에 매우 성숙해져 있었다.
이제는 소녀가 아닌 성숙한 여인의 몸을 지닌 것이다.
‘로지스트…….’
제인은 왕실의 재건을 선포하면서, 한편으론 원래 이 자리에 있어야 할 로지스트를 떠올렸다.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그녀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하지만 그런 제인의 상념은 짧게 끝났다.
“……나, 새벽녘의 대천사이자, 마누스의 친구이기도 했던 아한이자, 로니아드 칸브라만이.”
눈앞에, 각성통을 이겨 낸 자신보다 더 대단한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누스의 적통인 그대, 제인에어 마누스 룬-아르미다츠의 정통성과 신성을 축복한다.”
로니아드가 손에서 빛으로 된 월계관을 소환했다.
“내가 곧 그대의 증명이며, 내가 곧 그대의 정당함이다.”
제인이 무릎을 꿇고 로니아드 앞에 섰다.
―감사합니다, 새벽녘의 대천사님.
“제인, 로니아드라고 불러도 돼.”
필멸자의 목소리를 한 로니아드의 말.
―고마워요, 로니아드.
봉인이 해제된 그였기에, 이전처럼 제인이나 이노에게 존대를 하기가 어색해졌다.
로니아드는 상관없지만, 막상 제인과 이노 그리고 주변에서 불편해할 터.
“신성의 권한으로 체스카드의 왕실 자격을 박탈한다.”
로니아드의 말에 카론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청염의 여왕이여, 그대는 지혜로운 통치로 후대에 청염의 여제, 제인 여제로 불릴 것이다.”
로니아드는 제인의 치세를 예언했다. 이어서 제인의 머리 위에 빛의 월계관을 씌웠다.
“아르미다츠 왕실, 만세!”
“룬-아르미다츠 왕국, 만세!”
“제인 여왕님, 만세!”
“새벽녘의 대천사이시여, 재건된 왕국과 왕실을 축복하소서!”
주변에 있던 백성들이 제인을 보며 환호한다.
그리웠던 옛 왕가와 옛 국호를 다시 연호하며 눈물을 흘린다.
―나 제인에어 마누스 룬-아르미다츠는 청염 여왕의 이름으로 첫 번째 선포를 하겠다.
빛의 월계관을 쓴 제인이 용언으로 선포했다.
그녀의 시선이 저 앞에, 본대를 이끌고 오고 있는 여공왕을 향했다.
이곳으로 오고 있는 이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과 놀라움, 반가움 등이 담겨 있었다.
이미 도시로 진입할 때부터 대략 무슨 상황인지를 파악한 모양이다.
“이게 도대체…….”
이윽고 이노가 두 사람 앞에 도착했다.
“제인 왕녀님? 그리고 로니아드 경?”
제인과 로니아드의 시선이 이노에게 향했다.
제인이 조용히 미소 지으며 이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를 지지해 주고 왕실의 맥을 지켜 준 고귀한 군주, 여공작 이노 폰 레미앙 렌슬렛의 공국으로의 독립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바이다.
제인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이노를 여공왕으로 인정해 주는 것.
“?!”
제인의 선포에 이노는 놀란 듯 보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제인 여왕님.”
이노가 말에서 내려 제인 앞에 섰다.
그리고 무릎을 꿇는 대신,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와 축하를 표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이노 또한 이제는 귀족이 아닌, 왕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 또한 공국의 건국을 축하드려요.
두 사람의 관계는 마치 자매의 관계, 또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 같았다.
―국호는 렌슬렛 공국으로 하실 건가요?
제인의 물음에 이노는 고개를 저었다.
렌슬렛이라는 이름은 이노에겐 애증의 존재였다.
굳이 독립까지 인정받았는데, 그 이름을 이어 쓰고 싶진 않았다.
“로니아드…… 님?”
이노의 시선이 로니아드에게 향했다.
이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로니아드에게 존칭을 썼다.
“말해도 좋아.”
로니아드는 미소 지으며 이노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노의 눈동자가 떨렸다.
‘결국 나는 이 남자를 독점하지 못하겠구나.’
이렇게 독립을 하면 가능할 줄 알았으나, 로니아드는 그녀의 상상을 뛰어넘는 존재였던 것 같다.
‘역시 보통 존재가 아니었어.’
아직 아리아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는 않았지만, 옆에 성녀와 추기경, 이단심판관이 저렇게 눈을 깔고 있는 것을 보아선 최소 드래곤이거나 천사일 터.
꿀꺽.
이노는 침을 삼켰다.
완전히 독점할 수 없음에도, 조금이라도 더, 남들보다 더, 로니아드를 소유하고 싶었다.
“룬-아르미다츠 왕국을 축복해 주신 것처럼.”
이노의 시선이 제인에게로 향했다.
어느새 제인은 드래고니안의 모습에서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예전의 가녀린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성숙하고 위엄있고 요염함까지 품고 있는 숙녀가 되어 있었다.
“제가 건국한 새로운 나라도 축복해 주세요.”
“물론이지.”
이노의 말에 로니아드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새벽녘의 대천사이자 신성의 주인인, 나, 아한 로니아드 칸브라만이.”
그리고 손에서 아까처럼 빛의 월계관을 만들어 냈다.
“용기 있고 지혜로우며 자애로운 군주 이노를 축복한다. 그대가 세운 왕국의 이름을 말하라, 여공왕이여.”
“제가 세운 공국의 이름은…….”
국호를 말하는 이노의 눈에서 빛이 났다.
“칸브라만입니다. 이제부터 제 이름 또한 이노 로니 칸브라만입니다.”
“……칸브라만 공국의 건국을 축복한다. 또한 칸브라만 왕실의 정통성을 내가 증명한다.”
로니아드는 눈을 살짝 크게 떴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피식, 미소 지었다.
오히려 주변의 사람들이 놀라 숙였던 고개를 들었을 정도.
“칸브라만 공국의 공왕, 이노 폰 칸브라만이여. 그대는 용기 있고 자애로운 통치로 후대에 모든 북부인의 어머니로 불리게 될 것이다.”
로니아드는 축복과 함께, 제인 때와 마찬가지로 이노의 치세를 예언해 주었다.
그렇게 신성한 등댓불 아래서 두 나라가 재건되고 건국되었다.
새벽녘의 대천사 아한이 직접 필멸자의 몸으로 축복하고 증명한, 세상에서 가장 정통성 있는 왕조의 탄생이었다.
신성 시대 초 이후로 이토록 신성하고 정당한 건국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건국을 비롯한 정리가 마무리되었다.
―왕국 내의 모든 영지에 명을 내린다.
아, 추가로, 여왕이 된 제인은 한가지 명을 더 내렸다.
―아르미다츠 왕실과 룬-아르미다츠가 재건되었으니. 다시 충성을 맹세해라!
바로 왕국 내 모든 귀족의 충성 맹세를 다시 받는 것.
―맹세의 증명은 너희 모두가 신성 연합군에 합류하는 것이다!
이카디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있는 빛의 등대가 보인다.
마법 통신으로 이 모든 사태를 전해 들은 영주들 중 이를 무시할 수 있는 귀족은 없었다.
그렇게 제국과 룬-아르미다츠의 국경으로 대이동이 펼쳐졌다.
어떤 영주는 자신의 충성을, 어떤 귀족은 자신의 믿음을, 또 어떤 이는 이것을 기회로 삼기 위해, 너도나도 무기와 식량을 챙겨, 제인 여왕이 명한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