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97
197. 후원하는 성좌가 되었다(11)
어느덧 성유나의 성좌 칭호는 폴라라스 숲의 악몽(C)에서 테오스의 재림(B)으로 승급된 상태다.
벌레 여왕을 잡으니 성좌 포인트가 엄청났고, 그녀는 그 포인트를 바로 승급에 쓴 것이다.
“짐, 짐부터 챙기자!”
아까만 해도 배고프다며 칭얼거리던 사람이 맞는지, 뒤적뒤적 짐을 챙긴다.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성좌의 밤은 아직 멀었다고 말합니다.]“아아! 지금 사는 데는 보안상 좋지 못하다고 집을 하나 마련해 준대요! 그것도 지금 당장!”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이해했다고 합니다]“그나저나, 성좌님!”
이삿짐을 챙기던 성유나가 갑자기 로니아드를 불렀다.
“성좌님은 성별이 어떻게 되세요?”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자신은 멋지고 건강한 남성이라고 합니다]“으으, 안 되는데.”
성좌의 답변에 성유나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 성좌님! 혹시 남성이 아닌 다른 형상 같은 것으로 강림해 줄 수 있을까요?”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이유를 묻습니다]“대천사가 최종 칭호면 잘생겼을 거 아니에요?”
[당연하다고 합니다]성좌의 대답에 성유나는 무심코 거울을 보았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머리색은 새벽하늘 같은 남색, 그리고 눈동자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루비 같은 붉은색이다.
“클랜장님이랑 같이 있는데, 제 성좌가 잘생긴 남자면 클랜장님이 안 좋게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성유나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고, 평소 성유나가 김세용에 가지고 있던 감정을 알고 있는 로니아드는 어이없었지만 이내 수긍했다.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알겠다고 합니다. 대신 형상 변환에 성좌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현재 성좌 포인트 : 8,778] [요구 성좌 포인트 : 5,000]성유나는 살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알았어요! 그럼, 절대 남자 모습으로 오지 마세요!”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걱정 말라고 합니다]성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띵동, 띵동.
“성유나 헌터님! 검룡 클랜에서 왔습니다.”
“이사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김세용이 보냈는지 검룡 클랜에서 사람이 왔다.
인터폰으로 밖을 보니 밖이 조용했다.
그 많던 시민과 기자들을 어느새 정리한 모양이다.
“네, 어서 오세요!”
성유나는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듯 클랜에서 온 사람들을 안으로 모셨다.
“다들 밥은 먹었나요?”
밖에 있던 사람들 때문에 음식도 못 시켜 먹었던 성유나는 이 기회에 배부터 채우고 싶었다.
“예, 저희는…….”
“이사하는 건데 모처럼 중국 음식은 어때요?”
“괜찮습니…….”
“저는 마파두부 덮밥 할게요. 다른 분들은요?”
“아닙니…….”
“짜장면으로 통일인가요? 제가 탕수육도 주문할게요!”
“……짬뽕으로 부탁드립니다.”
* * *
성좌의 밤.
2차 각성한 헌터들 중 A등급 이상의 고위 헌터들만이 참석할 수 있는 파티다.
본래는 2차 각성을 한, C등급 이상이면 누구나 참석 가능하지만, A등급 미만의 헌터들은 감히 참석하려 들지 않는다.
또 그 헌터들과 계약한 중하위급 성좌들도 이 파티에 오길 꺼렸다.
그래서 성좌의 밤은 어느 순간부터 상위 헌터들의 정상회담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
“와, 여기가 성좌의 밤?!”
성유나는 황홀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봤다.
하늘은 별과 은하수가 밝게 떠 있어 밤인데도 전혀 어둡지 않았고, 정원에는 지구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식물들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었다.
테이블에는 지구에서는 영약으로 취급될 법한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
실제로 밤하늘에는 다섯 개의 달이 조화롭게 빛을 내며 떠 있다.
‘장하다! 성유나, 아공간에도 와 보고.’
성좌의 밤은 지구에서 열리지 않는다.
시스템이 마련한 여의도 크기의 아공간에서 열린다.
1년에 한 번, 하룻밤 동안.
이곳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고위 헌터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미래 전략을 짜는 등의 일도 한다.
하지만 헌터들에겐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저게 전부 성좌님들이구나!”
바로 성좌들과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
늘 시스템의 메시지로만 의견을 전하던 성좌와 화신들이다.
하지만 성좌의 밤에선 성좌가 자신의 모습이나 상징물을 통해 화신 옆에 직접 나타날 수 있다.
“저 성좌님이 일본의 신풍의 쾌검 군주구나! 검의 형상을 하고 있다더니……. 저긴 중국의 황량한 사막 악신인가? 모래 형상이라니 짱 신기해!”
파티에 참석한 헌터들 옆에는 다양한 모습과 복장을 한 존재들이 옆에 있었다.
검이나 창 같은 사물의 형상부터, 독수리나 말 같은 동물의 형상도 있었지만, 가장 많은 성좌의 형상은 인간이나 요정의 형상이었다.
‘하나같이 다들 멋져!’
성유나는 입을 벌리며, 헌터 옆에 선 성좌들을 둘러보았다.
“성유나 헌터, 여기네.”
그때,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는 성유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비서실장님!”
김세용과 함께 파티에 참석한 이경영이었다.
그 또한 A등급의 헌터로 김세용과 마찬가지로 빙결계다.
“와…… 이게 실장님의 성좌님이신가요? 듣던 것과는 형상이 좀 다르시네요…….”
고위 헌터와 계약한 성좌의 형상이나 정보는 많이 알려져 있다.
성좌들 또한 정보를 딱히 숨기지 않는다.
지구의 무수한 지성체가 자신에 대해 알아야 좋기 때문이다.
오히려 낮은 등급의 헌터와 성좌들이 정체를 숨긴다.
괜히 나대다가 고위 성좌들에게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계신데, 이번 성좌의 밤에는 다른 형상을 원하셨네.”
이경영은 아쉽다는 듯 자신의 성좌를 성유나에게 소개했다.
[안녕? 그대가 요즘 핫한 화신이구나.]이경영의 성좌가 성유나에게 직접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성좌님! 그 모습도 굉장히 귀여우세요!”
이경영의 성좌는 물개 모양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클랜장님의 성좌님 또한 알려진 것과 다른 형상을 하고 오실 거야.”
“그런가요?”
이경영의 말에 성유나가 눈을 빛냈다.
김세용과 계역한 화신의 외모는 굉장히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아름답다는 것은 곧 인기를 뜻한다.
실제로 바다의 선원들은 김세용과 이경영의 두 성좌를 조각하여 모실 정도로 인기다.
“내 성좌님도 그렇고 클랜장님의 성좌님도 그렇고, 이번에는 좀 특이하시군.”
이경영의 말에 성유나는 속으로 작게 환호했다.
‘성좌님에게 남성체로 나오지 말라고 부탁하길 잘했어.’
이렇게 되면, 김세용과 성유나는 서로 부담 없이 성좌의 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오늘까지 게이트를 함께 공략했지만, 가까워지는 기회는 가지지 못했어. 기필코 오늘!’
성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성좌의 밤이 끝날 무렵,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서 서로의 눈동자를 향해 건배하고, 다섯 개의 달의 축복을 받으며 입맞춤을…….
“으흐, 으흐흐.”
“그나저나 성유나 헌터의 성좌님은 아직 안 오셨나?”
침을 스릅 흘리며 헤실거리던 성유나의 정신은 이경영의 질문과 함께 되돌아왔다.
“예, 듣기론 곧 올 거라고 하던데…….”
비록 남성체의 몸으로 오지 않는다고 해도 성유나는 자신의 성좌가 궁금했다.
어떤 형상이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긴 했다.
[화신이여, 저 아이를 김세용에게 데려다주자. 그리고 우린 다른 성좌들과 대화를 나누자. 진홍 달의 청염 불꽃! 그 성좌가 좋겠구나! 어서.]이경영의 성좌, 물개 형상을 한 성좌가 재촉한다.
“예, 알겠습니다, 성좌님.”
이경영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고 성유나에게 말했다.
“클랜장님과 다른 고위 클랜원들은 저기에 있네. 내가 안내해 주지.”
“네!”
김세용을 비롯한 다른 고위 클랜원들의 성좌 모습이 궁금했던 성유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나저나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군.”
“헤헤헤…….”
이경영의 칭찬이 싫지는 않은지 성유나가 헤헤 웃는다.
그렇게 이경영의 안내를 받은 성유나는 곧 김세용과 검룡 클랜 헌터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왔군.”
김세용이 성유나를 보고 짧게 인사했다.
“성유나 헌터,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데?”
“어서 와요, 성유나 헌터!”
클랜원들 또한 성유나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성유나는 클랜원들의 환대에 감사를 전했다.
‘저게 클랜장님의 성좌님? 와, 귀엽다!’
김세용의 옆에 떠 있는 성좌, 그 성좌의 형상은 귀여웠다.
평소의 형상과 다른 모습이라고 해서 궁금했었는데, 이경영의 물개 못지않게 귀여운 돌고래 형상이다.
“성유나 헌터의 성좌님은?”
김세용이 질문했다.
[……] [꿀꺽……]이상하게도 각각 돌고래와 물개 형상을 한 두 성좌가 긴장한다.
“그러게요. 곧 온다고 하셨는데.”
이때쯤 되니까 성유나도 살짝 걱정되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여기 올 때부터 성좌와 함께 있던 것 같은데 자신만 혼자다.
[아아, 늦어서 미안. 처음 성좌의 밤에 들어오려니깐 확인하고 체크해야 할 게 많아서 늦었다.]그때, 살짝 어깨가 처진 성유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업!”
“오! 맙소사!”
“내일이면 지구에 난리가 나겠군.”
성유나의 뒤에 등장한 성좌를 본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그때, 물개 형상을 한 이경영의 성좌가 자신의 화신에게 조용히 재촉했다.
[크흠, 다른 나라 성좌들과 할 얘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김세용과 이경영의 두 성좌가 성유나의 성좌를 피하려는 티가 역력하다.
[궁금한 것도 해소되었으니 어서 일을 하러 가야지. 시간이 많지 않다.]돌고래 형상을 한 김세용의 성좌도 옆에서 거들었다.
두 성좌는 사이좋게 자신의 화신이 이 자리를 뜨길 바라는 눈치다.
“새벽녘의 대천사님이십니까? 인사드립니다.”
하지만 김세용은 멍하니 성유나의 성좌에게 인사를 했다.
자신의 성좌가 하는 재촉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미천한 화신이 인사드리옵니다.”
“새벽녘의 대천사 칭호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입니다.”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사진, 사진을 찍어도 되겠습니까?”
김세용을 시작으로 주변에 있던 모든 헌터들이 성유나의 성좌를 찬양했고, 그런 헌터들의 성좌들 또한 묘한 눈빛을 한다.
성좌들은 성유나의 성좌인 새벽녘의 대천사를 대놓고 응시했다.
‘으앙! 이게 아닌데?’
한편 성유나는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그녀의 성좌 새벽녘의 대천사의 형상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복장은 전에 성유나가 입었던 것과 같은 검회색 기사 제복을 입었지만, 기사 제복으로도 이 성좌의 마성을 숨길 수 없었다.
멋진 제복 상의에도 뚜렷한 볼륨감, 쫙 달라붙는 하의는 예술 같은 각선미를 돋보였고 보는 이의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다.
이 성좌의 머리 색과 눈동자는 화신 성유나와 똑같다.
새벽하늘 같은 남색에 타오르는 것 같은 붉은 루비색.
하지만 색만 같을 뿐이다.
‘아니! 남성체로 오지 말라 했다고 여성체로 오면 어쩌자는 거야?!’
성유나는 외모에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지만, 눈앞의 성좌에겐 게임이 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를 소개하는 건가? 소개하지. 새벽녘의 대천사다.]로니아의 형상을 한 로니아드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유나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오오!”
“허어!”
머리 색과 눈동자 색이 같은 두 아름다운 여성(성좌 쪽이 압도적이지만)이 붙어 있자, 알 수 없는 요염함이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