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74
74. 포식의 시간
펠리오는 펠리오 반도에 위치한 느슨한 형태의 도시국가 연합이다.
하지만 느슨한 연합이라고 해도 중앙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해군만큼은 강력한 중앙군을 보유하고 있다.
마법 함을 제외했을 때, 오히려 펠리오 해군 전력은 제국 해군을 웃돌 정도다.
이러한 펠리오 해군을 상징하는 최정예 함대가 바로 ‘청명함대’다.
성력2682년 (은의 시대52년)
펠리오 청명함대 휘하
몰타트 전대의 기함
대형 항해선 돌개바람함 갑판
몰타트 전대를 지휘하는 아모리우스 제독은 갑판에 정렬한 장교와 기사들에게 훈시 중이었다.
“최근 대해 주변에서 다수의 아측 선박들이 실종되고 있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은 청명함대 사령부에서 마법 통신으로 급히 받은 지령이었다.
“따라서, 한동안 전대 단위로 순찰을 돌라는 함대 사령부의 명령이다.”
제독의 훈시처럼 기함 돌개바람함을 중심으로 양옆에 총 네 척의 중형 항해함이 대열을 이루고 순항 중이었다.
“실종의 원인이 단순히 마법 통신기의 고장인지, 아니면 해양 몬스터의 짓인지는 모른다. 명심해야 할 것은 절대로! 따로 항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각 함선의 함장들은 유의하도록!”
“옛! 알겠습니다!”
제독의 훈시가 끝나자 갑판에 모여 있던 각 함의 함장과 장교들이 원래의 위치로 복귀했다.
대부분 아티팩트나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부양 마법으로 이동했다.
“날씨는 더럽게 좋군. 보통 이런 날에 해양 괴수들이 나타나지.”
아모리우스의 혼잣말에 돌개바람함의 함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벌써 중형 항해선 다섯 척이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상선이 세 척, 군함이 두 척입니다. 어떤 몬스터일까요?”
“항해선만 노리는 것이면 크라켄이야. 하지만 그랬다면 침몰하면서 마법 통신을 보냈을 것이야.”
“마법 통신을 차단할 정도의 마력을 가진 몬스터라는 겁니까?”
“재수 없으면 1,000년 묵은 시 서펜트일 수도 있겠어. 아니지. 최악의 경우엔 암흑시대 기록에서나 나타난 리바이어던일 수도 있고.”
둘 다 강력한 마력으로 마법 저항력과 방해력이 높은 해양 괴수였다.
특히 리바이어던은 황금시대의 마법 함으로나 잡을 수 있었던 전설의 괴수다.
“리바이어던은 아니겠지요. 기껏해야 시 서펜트…….”
“최근 오스카에서 종말급에 가까운 몬스터 웨이브가 터졌어. 바다라고 안심할 수는 없네.”
제독은 함장의 행복 회로를 차갑게 끊어 버렸다.
“함대 사령부에서 괜히 마법 포 사용을 허락한 게 아니네. 심지어 기함뿐만 아니라 다른 함선에도 마법 포를 달았으니,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
제독의 말이 계속될수록 함장의 얼굴이 울상이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최근의 모든 사건들이 해양 몬스터의 짓이라고 거의 확신한 상태다.
오스카의 연안선에서 시작된 해적 무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하는 듯했다.
“전방에 오스카 소속 선박 무리 발견!! 중형 항해선 다섯 척에 대형 연안선 한 척입니다!”
그때 견시로부터 견시 보고가 올라왔다.
보고를 들은 제독과 함장은 사이좋게 함수로 이동해 망원경을 댔다.
“견시들에게 채찍질을 지시해야겠군. 저렇게 가까이 올 동안 발견 못 한 게 말이 돼?!”
함장의 혼잣말에 주변에 있던 갑판장이 움찔한다.
“오스카에 배가 남아 있든가?”
이어서 제독도 입을 열었다.
망원경에 비친 배들은 몰타트 전대를 향해 불나방처럼 접근 중이었다.
“하하하, 그사이 몰래 배를 건조한 모양입니다.”
돌개바람함의 함장은 웃으면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오스카의 배들을 귀엽다는 듯 쳐다본다.
‘배들이 어딘가 좀 낯이 익는데?’
‘저 연안선만 빼면, 실종된 선박의 숫자와 일치하는데?’
망원경을 보는 두 사람의 머릿속에 작은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의문은 이내 가벼운 바람처럼 날아갔다.
“해양 괴수를 잡기 전에 적당한 준비운동이 되겠어.”
“더불어 짭짤한 부수입도 될 듯합니다, 흐흐흐흐.”
“전대에 전하라! 펠리오의 깃발을 내리라고!”
제독의 명령에 함장 뒤에 서 있던 돌개바람함의 항해사가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제독님! 그리고 마법 포는 켜 놓지 않겠습니다.”
“당연하지. 마법 포 한 발에 얼마가 증발하는데.”
당연히 마법 포 같은 걸 쏠 생각은 1도 없었다. 닭 잡는 데 용 잡는 검을 쓰는 격이니까.
“무엇보다 오스카놈들이 힘들게 만든 배다. 나포를 해 줘야 예의지.”
눈앞에 간만에 진수성찬이 차려졌는데 망칠 이유가 있을까?
“어? 오스카놈들도 깃발을 내리는데요?”
함장의 말에 제독은 다시 망원경에 눈을 댔다.
자신들을 향해 접근하는 오스카의 선박들 또한 그들의 깃발을 내린다.
그리고 검은색 바탕에 해골이 그려진 기분 나쁘게 생긴 깃발을 올린다.
“놈들도 우리와 싸우려고 하는 듯합니다?”
“미쳤군. 바다에서 우리 펠리오와 붙겠다고?”
“아마도 저 배들을 이끄는 제독이 너무 육지에만 오래 있었나 봅니다, 흐하하하하!”
함장의 자신만만한 웃음에 제독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대 총원 전투 배치하게. 간만에 포식하겠군. 사령부에 바로 통신하고.”
제독의 명령이 전대 전체에 퍼졌다.
“저…… 제독님?! 마법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반월함에서도 마법 통신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격함에서도 마법 통신 불가 깃발이 올랐습니다!”
“?!”
사방에서 마법 통신이 안 된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이쯤 되자, 제독과 함장은 뭔가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꼈다.
“오스카놈들, 왜 이렇게 빨라?”
멍하니 해골 깃발을 휘날리는 오스카의 배들을 보았다.
아까만 해도 평범한 속력이었던 배들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엄청난 속력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설마……?!”
전혀 고려도 안 했던 가정 하나가 제독의 머릿속에 번쩍하고 들어서기 시작했다.
5시간 후.
“다음부턴 절대 객기 부리지 말자…….”
“공감입니다.”
잔뜩 질린 나의 말에 루키엘이 맞장구쳤다.
“아이고오, 죽겠다. 그래도 본전 이상은 챙겼으니 다행입니다.”
스카이호의 항해사로 시작하여, 현재 순풍호의 해적선장이 된 니콜라가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이득은 이득이지. 마법 포를 가진 함선을 얻었으니. 네 척의 배가 침몰한 것은 가슴 아프지만.”
가슴이 쓰렸다. 하지만 마법 포가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연이은 펠리오 선박 나포로 숫자도 늘고 보유 선박도 늘었다.
루키엘과 율카네스가 만든 은신 아티팩트와 탐지 아티팩트 그리고 통신 방해 아티팩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정도면 청명함대도 문제없습니다!”
“이렇게 한 척씩만 나포해서 어느 사이에 펠리오를 무찌릅니까?”
덕분에 자신감도 얻었다.
“샤락 제독님! 좀 더 모험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고, 솔직히 나도 혹했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그렇게 과감한 모험을 하기로 했다.
“탐지기에 다섯 척 규모의 선박발견! 전대 규모입니다.”
때마침 알맞은 먹이가 나타난 것은 덤이다.
“그래? 모든 선박에 은신 아티팩트를 사용해!”
상대보다 먼저 발견하고 상대도 모르게 접근한다.
“루키엘, 별다른 명이 없어도 가속 거리가 되면 은신을 해제하도록.”
은신 아티팩트는 다른 아티팩트와 중복 사용이 힘들다.
부스터와 통신 방해 아티팩트를 쓰려면 은신 아티팩트를 해제해야 한다.
‘가뜩이나 핵 쓰고 게임하는 거 같은데 이 정도 제한은 있어야지.’
은신한 상태로 서서히 놈들에게 접근했다.
“맙소사! 제독님 청명함대의 정예 전대입니다!”
견시의 말에 모든 선원들이 웅성거렸다.
자신들이 농담 삼아 한 말처럼, 청명함대를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비록 전대 규모의 다섯 척이지만, 지금까지 봤던 선박과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가속 거리에 도달했습니다.”
혹시 몰라 루키엘이 내게 보고했다.
“은신을 풀고 통신 방해 마법을 가동한다. 이어서 바로 부스터 마법을 사용!”
내 결정이 변함이 없자, 다들 어디서 용기를 얻었는지 결연한 얼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사관급들은 돛에 올라가 기사와 마법사들을 저격한다.”
“알겠습니다.”
패가스를 비롯한 부사관급 레인저들에게 저격 명령을 내렸다.
“놈들이 깃발을 내립니다!”
펠리오에서 우릴 발견했는지 여느 때처럼 깃발을 내린다.
“우리도 검은 깃발을 올려 줘!”
우리의 선원들 또한 여느 때처럼 오스카의 깃발을 내리고 검은 해골 깃발을 올렸다.
“흐흐흐흐흐.”
“복수, 복수다!!”
펠리오에게 악감정을 가졌던 오스카 출신 선원들은 복수의 희열에 눈이 벌게졌다.
“선장과 장교들을 죽이자!”
“죽여서 더 많은 동지들을 해방하자!”
펠리오 출신 선원들은 자신들을 괴롭혔던 귀족들의 피를 보고 싶어 안달이다.
충돌과 저격, 나포 등 모든 준비가 끝났다.
루키엘을 비롯한 각 배의 해적선장들이 준비한 아티팩트를 가동했다.
갑판 위의 방어막이 사라졌다는 깃발이 올라갔다.
피슉, 피슉! 퍼엉.
승선 용병들이 돛에 매달린 채, 석궁으로 각종 화학탄을 갑판 위로 쏘았다.
“쿨럭, 쿨럭, 마법사! 갑판에 방어막이 없다!”
“이, 이럴 수가! 커억!”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마법사와 기사에게 정밀한 저격이 쏘아졌다.
그들이 입은 제복과 로브에는 각종 마법이 걸려 있었다.
퍼엉, 퍽, 콰앙.
“무슨 석궁이 연사가……!”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 듯, 율카네스의 가르침을 받은 루키엘이 만든 석궁은 다섯 발 연사가 가능했고 그 석궁을 수십 명의 레인저들이 번갈아 가며 쏘니, 결국에는 하나둘씩 고슴도치가 되었다.
“숨어! 놈들의 석궁을 피해!”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사든 마법사든 엄폐해 숨어야 했다.
쿠웅―!
이어서 각 선박끼리의 충돌음이 발생했다.
선박을 보호하는 방어막이 스파크를 튀기며 상대 배의 충격을 막는다.
“우와아아아!”
“비단옷을 입은 자들은 전부 죽여라!!”
갈고리 따윈 쓰지 않았다.
여기에도 충전용 아티팩트인 부유 아티팩트를 사용했으니, 선원들은 바다로 떨어지지 않고 상대 갑판에 유유히 부유해 떨어졌다.
하지만 청명함대의 명성이 허울이 아니라는 듯.
“이 새끼들이!”
“감히 천한 것들이 기사를 모욕하다니!”
살아남은 배의 장교와 기사는 갑판에 상륙한 적들을 가차 없이 베었다.
“청명함대 정예 수병의 힘을 보여라!”
무엇보다 반쯤 아군으로 생각했던 적 함선의 수병들이 완강하게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생각보다 고전할 것 같군.’
이 모든 것을 본 나는 이번 싸움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라 직감했다.
‘우선 대형 항해선부터 장악한다!’
샹타페 전투 이후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결과적으론 승리하였다.
펠리오의 모든 장교와 기사, 선장은 물고기 밥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쪽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섯 척의 항해함 중 두 척을 잃었고, 나포하려던 상대 함선 다섯 척 중 두 척 또한 어쩔 수 없이 침몰시켜야만 했다.
“놈들의 기함을 장악하고서 마법 포를 사용한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그래. 하마터면 역으로 배를 빼앗길 뻔했어.”
“실제로 두 척은 역으로 나포당할 뻔했지요. 결국 마법포로 침몰시켰지만.”
“무엇보다 선원들을 너무 많이 잃었어. 이번에 포로로 잡은 놈들은 회유하기가 생각보다 힘들 것 같고.”
내 말에 순풍호의 갑판장을 했던 중년의 사내가 걱정 말라는 투로 말했다.
“샤락 제독님! 회유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청명함대의 수병들은 다른 배의 선원들보다 군기가 셀 뿐입니다. 대우가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닌, 그저 이름 있는 주인 밑에 일한다는 개목걸이 자랑질일 뿐이죠. 일주일만 지나면 바로 우리 약탈함대의 일원이 될 겁니다.”
“그런가? 갑판장만 믿겠네.”
“맡겨 주십시오, 샤락 제독님!”
내 말에 갑판장이 충성심 가득한 기사처럼 해상식 경례를 하고는 물러갔다.
“그나저나 슬슬 입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박을 나포하긴 했어도 식료품 같은 것이 문제입니다. 선원들 또한 참고 있는 것이지, 언제 불만이 터질지도 모르고요.”
갑판장이 물러나자 루키엘이 내게 조심스레 말한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안 그래도 육지로 갈 예정이야.”
“오스카로 가십니까? 하지만 거기로 가면 펠리오의 세작들이 바로 알아차릴 겁니다.”
“당연히 오스카로는 안 간다.”
내 말에 루키엘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해적질의 로망 하면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무법 항도 포함되지.”
“무법 항이요? 제국의 자유항을 말하는 겁니까?”
“거긴 아니야, 니콜라! 함대에 알려라, 항로를 서쪽 드라센 제도로 돌리라고!”
“……잘못들었습니다?”
“드, 드라센 제도요? 갑자기 그 마경에는 왜 가는 겁니까!”
내 지시에 니콜라와 루키엘을 비롯한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