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197)
#197. 당첨자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무척 쉬웠다. 여섯 명 중 네 명이 서울과 그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서 처음 생각했던 대로 많은 시간을 낼 필요가 없었다. 남은 두 사람 중 한 명은 직접 서울로 찾아오기로 해서 한 명만 찾아가면 됐다.
“감사합니다.”
“고마뜹니다.”
“감탸해에.”
“와 주셔서 감사해요.”
지방에 사는 당첨자를 만나러 갔을 때였다. 당첨자는 먼저 만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아닌 아픈 지인을 치료해 주길 바랐다.
그리고 재인은 그 부탁에 더해 지인이 입원한 병동의 다른 환자들에게도 전부 치유를 걸어 주었다.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진짜로 오실 줄은 몰랐어요.”
“뵙는 분들 전부 다 그렇게 말씀하세요. 설마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고요.”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자신도 그랬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당첨자는 자못 앳된 모습이었다. 당첨자는 고등학생이었다. 봉사 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보육 시설에 갔다가 환아랑 친해져 병원까지 같이 다니고 있었다.
“뽑힐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친구들이 응모한다고 해서 한 거였거든요. 제 번호가 뽑혔을 때도 안 믿겼어요. 바로 메시지 받고 통화까지 한 뒤에야 사실이구나 했어요. 저 진짜로 뽑기 운이 없거든요. 가위바위보도 매일 지는데. 어떻게 이런 행운이. 평생의 운을 여기다 다 썼나 봐요.”
“하하하. 운을 다 썼다니요. 앞으로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겠죠.”
“아니에요. 진짜로 이런 행운은 더는 없을 거 같아요.”
“아닐 것 같은데…….”
랜덤 뽑기에서 자기 번호가 뽑힌 걸 평생의 운을 끌어다 쓴 결과라고 말하는 모습에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평생의 운을 사용해서 얻은 기회를 자신이 쓰지 않고 아픈 아이에게 양보한 마음 씀씀이만 봐도 더 좋은 일이 생겨야 정상이었다. 아니면 그가 좋은 일을 만들어 주면 되는 일이고.
“소미 검사 결과 나오면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다행히 제가 치유할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환아 상태가 괜찮다는 재인의 말에 당첨자가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런 당첨자의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보육 시설 관계자도 똑같은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마주 고개를 숙였던 재인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휴게실 바닥에 점점이 새겨지는 눈물 자국을 계속 보고 있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고맙습니다.”
보육 교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건네는 감사 인사에 재인이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재인이 치료해 주지 않았다면 아이는 평생 인공 장기를 부착하고 살아야 했다. 몸이 커 가는 것에 맞춰서 몇 년마다 큰 수술도 해야 했는데,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고.
“전 이만 가 볼게요. 연락처 받으셨죠? 무슨 일 생기면 그쪽으로 연락하시면 돼요.”
“건강하다는 검사 결과 받아도 연락해도 돼요?”
“당연히 되죠. 만약 그쪽으로 연락이 안 되면 사이트 당첨자 게시판에 글 남겨 주세요. 그쪽은 계속 확인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네!”
보관함에 왕관부터 도검까지 전용 무기를 담은 재인이 작별 인사를 했다. 미소를 마지막으로 1차에 한국에서 당첨된 사람은 전부 치료했다.
* * *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이에요, 스티브 씨.”
재인은 오랜만에 만난 스티브의 얼굴에서 피로함을 느꼈지만, 모르는 체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능글맞은 모습이 사라진 게 의아했지만, 상사가 누구인지 떠올리자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시 한번 뵙고 싶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네. 운이 좋았죠.”
랜덤 뽑기에 당첨된 사람이 GP 쌍둥이가 머무르는 지역에 사는 건 운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국으로 방문하겠다고 했는데.’
네 명의 해외 당첨자 중에는 그저 재인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도 한국 관광을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유일하게 방문하기 어렵다고 한 사람이 사는 곳이 같았다.
“차량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쪽으로.”
따로 호텔을 예약할 생각이었던 재인은 이번에도 GP 쌍둥이의 호텔에 묵게 되었다. 공식 스케줄이 아니어서 따로 출국 스케줄을 공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먼저 연락해 왔다.
“전에 사용하셨던 방을 그대로 준비해 뒀습니다. 혹시 더 필요하신 부분이 있으십니까?”
“지난번 같은 수준이면 차고 넘쳐요. 지난번에 편하게 지냈어요.”
“……예.”
“왜 그러세요?”
스티브 문은 질문해 놓고 답하는 재인을 보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누군가를 찾았다.
“그게, 경호 팀을 불러 뒀는데 보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경호 팀이요? 혹시 저를 경호할 사람들인가요? 한국에서 경호 팀과 같이 출국해서 괜찮다고 했었는데…….”
“재인 씨 경호 팀도 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경호 팀이 있으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는군요.”
“네.”
필요 없다는 경호 팀을 굳이 부른 걸 보면 그 상사에 그 부하 직원이었다. 한숨을 삼킨 재인이 스티브 문처럼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 봤다. 경호 팀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을 요량이었는데,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응? 로미 씨? 오늘은 원거리 경호 아니었나?’
Z 스튜디오에서 습격받았을 때 사람들을 고전 시킨 주역 순간 이동 능력자인 로미가 보였다. 보이지 않는 경호 팀과 근처에 와 있는 순간 이동 능력자. 이게 무슨 뜻일까. 그 의미를 고민하던 재인의 등이 서늘해졌다.
“스티브 씨 여기서 계속 기다리실 건가요? 우리 혁이랑 하찬이 오랫동안 캐리어에 있어서 그만 꺼내 주고 싶은데요.”
“아! 죄송합니다.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가시죠.”
“네.”
재인은 걸음을 서둘렀다. 꼭 하찬과 혁을 편하게 해 주려는 마음에 서두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스티브 문이 사라진 경호 팀에 더 관심을 두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
혹시라도 가디언즈 코리아 경호 팀을 의심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스티브 문은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그것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 마중 나왔을 때보다 더 피곤한 얼굴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럼, 약속 시간에 맞춰 모시러 오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네.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먀아앙.”
“뺙!”
인사하고 돌아선 뒤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드는 모습에 재인의 가슴이 뜨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티브 문의 경호 팀을 그가 아는 누군가가 날려 버린 것 같아서였다.
“재인 님 객실 점검 끝났어요. 안전해요. 들어오세요.”
“네. 로미 씨 물어볼 게 있는데요. 혹시 아까 공항에서…….”
“재인 님 근처로 허락 없이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까운 곳으로 보냈어요. 경고하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붙길래 어쩔 수 없었어요. 상당히 단련된 사람들이라서 접근을 허용하면 경호하기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네.”
고개를 바짝 들고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저를 보는 로미에게 떨떠름하게 웃어 보였다.
‘강한 사람들이라고 했으니 걱정 안 해도 되겠지.’
재인은 스티브 문이 경호 팀을 불렀다고 알리지 않아서 그렇다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겨우 평범한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쓴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당첨자를 보러 가기 전에 시간이 조금 남는데, 공원 산책이라도 다녀올까요?”
“재인 님이랑 같이요?”
“네. 얘네도 기분 전환을 해야 하고요.”
“좋아요!”
호텔 건너편 공원을 산책하자는 제안에 경호 팀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쓰렸다. 매번 이럴 때마다 지금까지 그들이 접한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고 삭막했는지 상상되어서 이가 갈렸다.
“여기 엄청 넓네요. 도심 공원인데도 나무도 많고 볼 것도 많고요.”
“괜찮죠? 전에 왔을 때도 괜찮다고 느꼈거든요. 저쪽에 핫도그 파는 곳 있는데 드실래요? 맛있었어요.”
“먹을래요.”
“가요. 지금은 핫도그 먹고 저녁은 스테이크 잘하는 곳이 있거든요. 거기 가서 먹어요.”
경호 팀과 같이 다니게 된 뒤로 재인은 틈만 나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녔다. 미식에 취미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경호 팀이 핫도그, 아이스크림, 케이크 같은 흔한 디저트도 제대로 즐겨 본 적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였다.
“쳐다보는 사람이 많네요.”
“저쪽 사람들은 재인 님을 알아보는 것 같아요.”
“설마요. 미국에 팬이 조금 있긴 하지만, 진짜 조금이에요. 길거리에서 마주칠 정도는 아니에요.”
“……알아본 것 같은데요.”
공원을 산책하는 내내 사람들의 시선이 재인을 따라다녔다. 재인은 하찬의 변신한 모습이 눈에 띄어서 그렇다고 일축했지만, 경호 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 발견했던 소녀들 외에도 여러 사람이 재인을 보고 또 보다 핸드폰으로 검색까지 해서였다.
“시간 다 되어 가네요. 이제 약속 장소로 출발해 볼까요?”
“예. 준비하겠습니다.”
“부탁해요.”
일부를 경호 차량을 준비하러 먼저 출발시키고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곧 당첨자를 만나기로 한 시간이었다. 호텔에서 삼십 분 거리였지만, 차가 막힐 걸 고려해서 조금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여기가 맞나요?”
“보내 준 주소는 이곳이 맞습니다.”
“으음. 그럼 맞겠죠. 들어가요.”
“예.”
한국으로 오기 힘들다고 해서 찾아온 당첨자의 집은 예상과 달랐다. 혹시 형편이 어려워서 그런 건가 했던 걱정과 다르게 당첨자의 집은 꽤 잘 사는 것 같았다.
‘저쪽 숲도 이 집 소유는 아니겠지?’
골프장처럼 넓은 잔디밭과 테니스 코트, 화려한 조각 분수와 대형 야외 풀, 미로 정원과 이어진 숲까지. 예상했던 모습이 아니라 다행인 건지, 아니면 이런 부자가 해결하지 못한 병을 맞닥뜨리게 되어 불행인 건지 판단할 수 없었다.
“정말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인을 맞이한 것은 남편 쪽이 한국인으로 보이는 중년 부부였다. 미안함과 희망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은.
“응접실에 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차 마시면서 한숨 돌리시죠.”
“네.”
누가 치료가 필요한지, 어떤 병인지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는 부부의 태도에 재인의 경계심이 올랐다. 왠지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아이가 둘 있어요. 작은애는 강력한 초능력을 각성해서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었고, 큰애는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은 아이였는데 어느 날 JX 부스터를…….”
이어진 설명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내용이었다. 뛰어난 스트라이커로 승승장구하는 동생과 그런 동생을 질투한 평범한 대학생 형이 각성제를 먹었다는 얘기였다.
“여기도 JX 부스터는 불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요.”
“불법이긴 하지만, 공공연하게 돌고 있습니다. 통제하지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
“각성자가 벌어들이는 돈은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어느 나라든 뛰어난 각성자는 돈을 많이 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손에 꼽힐 정도로 각성자 대우가 좋은 나라였다.
일 년 일하고 슈퍼 카를 샀다거나, 길드 계약금으로 요트를 샀다고 자랑하는 영상은 미튜브든 어디든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JX 부스터든 불법 각성제든 복용하는 사람이 줄지 않는 게 당연했다.
“제가 각성제 부작용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는 누군가한테서 들은 건가요?”
“아닙니다. 와이프가 재인 씨 팬인데, 팬들끼리 그런 얘기를 자주 했었답니다. 재인 씨라면 각성제 부작용 환자도 치료할 수 있지 않겠냐고.”
“아!”
“제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평소에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드라마도 보고 케이팝도 많이 듣고. 사실 이번 응모도 와이프가 한 겁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 봤다고 합니다.”
“그러셨군요.”
각성제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경계심이 커지고 있었는데, 해명을 들으니 자연스럽게 납득됐다. 팬들 사이에서 자신을 신격화하면서 노는 게 밈처럼 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혹시나 하고 생각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재인하고 아멘을 합쳐서 재멘이라고 했던가.’
바라는 게 있을 때 자신을 향해 기도하면서 사용한다고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만, 그렇게 하면 어쩐지 일이 잘 풀린다고.
“차도 다 마셨으니 이만 아드님을 확인하러 가 보죠.”
“감사합니다.”
“인사는 나중에 받을게요. 제대로 치료한 다음에요.”
“감사합, 하하하. 안내하겠습니다.”
감사 인사를 하다 민망한 듯 웃어 버린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 곳에서 방문해 준 귀한 손님이라 차를 대접하긴 했으나 마음은 이미 격리실로 향하고 있었다. 지하 벙커를 개조한 격리실로 안내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