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36)
#36. 얼굴은 월드 클래스
“이재인 씨 RB 스튜디오로 들어가신 것 확인했어요.”
-…….
“아, 왜요! 가는 곳만 확인하면 됐지, 뭘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래요?”
-…….
“이러다가 스토커로 신고당하겠다고요. 에잇!”
해성은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가 얌전히 내렸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 보스가 짜증 난다고 핸드폰에 화풀이해 봐야 자기만 손해였다. 할부도 안 끝난 핸드폰 붙들고 징징거려도 매정한 보스는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연락 안 된다고 성질이나 안 내면 다행이지.’
성질 더러운 보스는 핸드폰이 고장 났건 말건 자기 연락은 받아야 했다고 그를 갈굴 게 분명했다. 복장 터지는 그 꼴을 보느니 그냥 얌전히 할 일이나 하는 게 나았다.
‘그나저나 신인이 뭐 이리 바빠?’
재인이 변호사 사무실에 들렀던 게 늦가을이었다. 그때로부터 아직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시기였는데, 벌써 영화를 찍고 있었다.
얼굴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더라도 신인 배우가 이렇게 빠르게 데뷔 작품을 찍는 게 신기했다.
“주문하시겠어요?”
“네. 아이스 카페라테 한 잔이랑 생딸기 오믈렛이랑 티라미수 하나요.”
해성은 RB 스튜디오 건물 근처를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카페의 창가 자리에 자리 잡았다. 평소 좋아하는 달콤한 간식과 음료를 앞에 두었는데도 뚱한 표정을 지은 채였다.
‘내가 스토커야, 사생이야? 엄연히 따로 하는 일도 있고만. 이런 건 다른 사람을 시켜야지.’
정보 수집이 주 업무라도 엄연히 활동하는 영역이 달랐다. 그는 이렇게 밝은 대낮에 햇빛을 받으면서 누군가의 뒤꽁무니를 쫓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자판을 두드리는 게 그의 스타일이었다.
그런 해성의 평범하고 만족스러웠던 일상이 재인이 나타난 뒤로 바뀌었다.
연예인이 바쁜 직업이라더니, 촬영이 없는 휴일에도 그냥 쉬는 법이 없었다. 레슨을 받으러 가거나,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 스케줄을 따라다니느라 생활 리듬까지 엉망이 되고 있었다.
“헐! 저건 또 뭐야?”
디저트를 전부 먹어 치우고 음료수가 바닥을 보일 때쯤이었다. 재인이 화보 촬영 중인 RB 스튜디오 건물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벽 뚫고 들어가는 새끼가 정상일 리 없지.’
멀쩡한 출입구를 두고 벽으로 출입하는 인간이 합법적인 방문자일 리 없었다. 그것도 RB 스튜디오라고 연예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스튜디오의 벽을 뚫고 들어가는 사람이 일반인일 리 없었다. 아무리 단정하게 슈트를 차려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타다다다닥.
해성은 빠른 속도로 자판을 두드렸다. RB 스튜디오를 몰래 들어갔다 나온 놈이 보스가 쫓는 집단과 관련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내내 평온하던 재인의 주변에 변화가 생긴 이상 바로 보고해야 했다.
‘나는 지능 캐라고요. 저런 놈은 몸빵 캐가 와서 잡아야지요.’
해성은 최대한 빨리 오라고, 몇 번이나, 자기가 봐도 작작 하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메시지를 보낸 뒤에야 자판에서 손을 뗐다.
이응 하나만 적힌 보스의 답장에서 분노가 느껴지는 듯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상대가 혼자라고 혼자서 잡아낼 수는 없었다. 그럴 힘도 없고 만약 놓치기라도 하면 내내 재인을 쫓아다닌 게 헛수고가 될 수도 있었다.
* * *
재인은 화보 촬영장에서 만난 박주민 에디터의 태도가 전보다 더 친절해진 것에 조금 놀랐다. 처음 같이 화보를 찍을 때도 신인을 대하는 것 같지 않게 무척 친절했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달랐다. 마치 슈퍼스타를 대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모두 그에게 맞춰 주고 있었다.
‘의상 콘셉트 하나하나까지 다 설명해 주다니.’
전에도 비슷하게 시안을 보여 주면서 콘셉트에 관해 설명하긴 했었다. 다만 그때는 지금처럼 착용하는 액세서리의 출처나 의상을 입었을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드러내야 하는지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진 않았었다.
“놀라실 것 없습니다.”
“네?”
“브랜드 측, 즉 광고주가 모델을 지목했을 때는 당연한 일입니다. 반드시 지목한 모델을 세워야 하니 미리 문제가 없도록 하나하나 챙기는 겁니다. 앞으로 자주 겪으실 일이니,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네.”
에디터가 나간 뒤 얼떨떨한 표정인 그에게 매니저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화보 촬영에 필요해서 더 정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놀랄 일도 아니고, 감동에 젖을 일도 아니라고. 그저 대접받은 만큼 맡은 일을 잘 해내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재인은 매니저의 말에 알겠다고 여상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마음속까지 그렇게 태연하지는 않았다. 그는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 경각심을 외면하지 않고 주시했다.
‘이래서 인기를 얻으면 사람이 바뀐다는 말을 듣게 되는 건가 봐.’
손가락을 까딱일 필요도 없었다. 눈짓만 해도 뭐든 들어줄 것처럼 대기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입안의 혀처럼 구는 사람들한테 둘러싸여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신도 그들과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사실까지 잊을 것 같았다.
-찰칵! 찰칵!
재인은 분장실에서 준비할 때는 자신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카메라 앞에선 그런 사실을 전부 잊었다.
셔터 소리가 끊기지 않는 이 순간, 이 공간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걸. 이곳에 준비된 모든 것이, 물건을 포함해서 사람까지도 그만을 위한 것이란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야, 좋네요. 어깨를 약간 틀어 볼까요? 구웃! 지금 딱 좋아요.”
촬영은 정신없이 진행됐다. 수없이 많은 옷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구두나 시계, 타이 같은 액세서리를 교체했다. 그래선지 지금 몇 번째 의상을 입었는지, 그 옷을 입었을 때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찍을 때마다 다 좋다고만 하니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싱글벙글한 포토그래퍼나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박주민 에디터를 보면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영화 촬영 준비 때문에 한동안 포토 포즈 레슨을 받지 못해서 조금 불안했는데, 안심해도 될 듯했다.
‘저 사람들이 매니저님이 말한 브랜드 측 사람들인가?’
쉴 새 없이 움직이다 보니 눈치채지 못했는데, 스튜디오 안에 사람이 늘어 있었다. 편하게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급 슈트에 코트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저래도 괜찮은가?’
그리고 그 무리에 털 코트를 입은 한 녀석도 껴 있었다. 대체 어쩌다 브랜드 측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찬은 그곳에서 한참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잠깐 쉬고 합시다. 커피도 마시고 의상도 교체하고.”
재인의 시선이 브랜드 측으로 분산된 걸 알아차렸을까. 포토그래퍼가 커피를 마시자는 말을 꺼냈다. 아마도 스튜디오까지 행차한 브랜드 측 사람들과 인사할 시간을 만들어 주려는 의도 같았다.
“혹시 촬영에 방해가 됐나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진이 전부 좋아서 어떤 걸…….”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죠. 실력 좋은 에디터와 사진작가, 거기에 최고의 모델이 만났는데, 사진이 나쁠 리 있나요.”
“감사합니다.”
매니저와 재인이 브랜드 측 사람들과 안면을 트기 위해서 갈 때였다. 촬영을 방해했는지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아니라고 부정하는 박주민 에디터의 목소리도.
‘저분이 홍보 담당이세요?’
‘아닙니다.’
‘그럼?’
홍보 담당이 마음에 들어 했다는 설명을 들어서,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홍보 담당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럼 누구냐는 대답은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듣지 못했다.
“JW 월드패션 대표 하성주예요. 반가워요.”
“이재인입니다. 반갑습니다.”
재인은 놀란 표정이 드러나지 않게 조심했다. 일개 홍보 담당자가 아닌, JW 그룹의 계열사인 JW 월드패션 대표가 현장을 방문한 일은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촬영하는 것 잘 봤어요. 예상대로 사진들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곧 회사에서 연락이 갈 거예요. 괜찮은 제안이니 거절하지 말아요.”
“네.”
“그럼 남은 촬영도 잘 부탁해요.”
인사와 자기소개를 포함해도 몇 분 되지 않을 짧은 대화를 마친 하성주 대표는 하찬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더니 그대로 일어났다.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일행을 이끌고 순식간에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 버렸다.
“휴우! 긴장했더니 온몸이 다 뻐근하네요.”
“긴장하셨습니까? 전 박주민 기자님이 긴장하신 줄 전혀 몰랐습니다.”
“호호호. 최 매니저님도 참. 제가 얼마나 놀랐게요. 홍보 이사님이 방문하시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 유명한 하성주 대표님이 스튜디오에 나타나셨잖아요. 안 놀라겠어요?”
“그건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갑작스럽게 방문하신 이유로 짐작 가는 게 있습니까?”
“있지요. 정확하진 않지만, 예상 가는 게 있어요. 듣고 싶으세요?”
박주민 에디터의 뜸 들이는 말에 최상호가 장단을 맞춰 주었다.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싶다고 온몸으로 표현했다.
“호호호. 이거 잘되면 저한테 한턱내야 해요. 아니, 한턱이 뭐야. 두 턱, 세 턱도 쏴야 해요.”
“좋은 소식이면 당연히 그러겠습니다.”
“JW 에서 이번에 면세점 사업권을 얻을 거라는 얘기가 있어요.”
“설마! 이번에 4개 구역이 사업자를 다시 선정한다고 들었었는데 혹시…….”
“맞을 거예요. 아마 JW 에서 한 곳 이상은 낙찰받을 거예요.”
최상호는 박주민 에디터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면세점 모델을 선 사람들의 면면을 따져 봤을 때 가능성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배우든 운동선수든 흔히 말하는 월드 클래스 정도는 되어야 면세점의 모델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자리에 재인이라니…….
“그럴 리 있겠습니까?”
“그러면 그 바쁜 기업 대표가 여긴 왜 왔겠어요?”
“아니, 그래도. 그게 말이 안 되는…….”
“말이 안 되는 건 재인 씨 얼굴이죠. 봐요. 이미 얼굴만으로 월드 클래스 입증하고도 남잖아요.”
“그건 맞는 말이지만…….”
박주민 에디터는 자기가 그래서 뮤직비디오에 겨우 몇십 초 나온 신인을 데리고 화보를 찍은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최상호는 이렇다 할 필모그래피도 없고 경력도 짧은 초짜 신인 재인을 면세점 모델로 쓰려는 거라는 얘기는 부정할 수 있었지만, 얼굴이 월드 클래스라는 말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매일 붙어 다녀서 티 내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다 뿐이지, 솔직히 지금도 재인의 얼굴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그렇게 많은 배우며 가수를 봤어도 없었던 일인데, 재인은 달랐다. 볼 때마다 새롭고, 봐도 봐도 경이로웠다.
‘면세점에 재인 씨의 사진이 걸린다고? 그야말로 얼굴로 국위 선양하는 일이잖아.’
경력으로 따지면 분명히 부족했다. 그러나 순수하게 외모만 놓고 따져 보면 국내에서 재인을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그럴듯한데? 솔직히 나 같아도 재인 씨가 반겨 주면 엄청 기쁠 거 같단 말이지.’
박주민 에디터의 강변 탓일까, 최상호도 설마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자신의 외모를 월드 클래스로 올리거나 말거나 재인은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수정받았다. 관심은 있었지만, 아직 몇 벌의 의상을 더 입고 촬영해야 해서 그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킁킁! 킁킁!
바쁘게 준비하는 재인의 눈에 하찬의 이상 행동이 들어왔다. 이미 냄새를 전부 맡고 확인을 끝낸 장소를 연신 확인하는 행동이었다.
“하찬아?”
“커헝!”
“왜 그래? 거기 뭐 있어?”
“컹!”
“아까 브랜드 측 사람들이 분장실에도 다녀갔나?”
잠깐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닐 것 같았다. 좀 전까지 그들과 같이 있던 하찬이 냄새를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혹시 여기 다른 사람 들어왔었어요?”
“아니요. 들어온 사람이라곤 우리 팀밖에 없었는데요.”
스타일리스트팀에게 다른 방문자가 있는지 물었지만, 아니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킁킁! 킁킁!
재인은 분장실 한쪽 벽에 붙어서 계속 냄새를 맡는 하찬의 행동이 의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