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02
102
“높은 곳에도 물의 정령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그건 예전에도 알고 있었어, 내가 바보야? 정령왕이 되고 테오파노 신의 사도가 되니까 뭐든 할 수 있는 거야!”
“쑤, 쑥스러워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야.”
앵돌아진 렉스를 얼른 달래며 같이 지상을 내려다 보았다.
렉스가 옳았다. 천상에서 내려다볼 때, 지상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참상을 나타낼 때조차 아름다운.
그리고 지상의 공기를 같이 나누며, 나를 올려다보며 활짝 웃는 사람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볼 수 있는 지금은, 더는 그림이 아니었다. 살아 숨 쉬는, 무엇보다 내가 그 안에서 같이 살아 숨 쉬는.
“내려가자!”
드라콘을 등에 아기처럼 업고, 렉스의 손을 잡고 나는 아래로 힘차게 내려갔다. 사람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고, 한 명 한 명씩 부유 마법을 걸어 가볍게 한 후, 그들을 품에 안고 올라갔다. 처음엔 겁이 났는지 내게 꼭 매달렸지만, 곧 익숙해져서 아이처럼 깔깔 웃어 댔다. 우리가 일으키는 바람이, 그 웃음소리가 종소리처럼 실어 갔다.
마지막으로 일각수 망아지까지 안고 올라갔다 내려오자,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어둠이 깔리는 가운데, 내가 말했다.
“요놈은 이름을 펜나라고 하겠다. 날개라는 뜻도 되고 비상이라는 뜻도 지닌 고어지.”
“드라콘보다는 백 배 귀엽네요. 지금이라도 드라콘을 엠마라고 불러 줍시다.”
아타울프의 말은 찬성인지 반대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다른 사도들은 좋아했다.
-내 이름 다음으로 좋네!
“좋군요. 놈 때문에 우리가 날게 되었으니까요.”
“다행이에요. 테오파노 님이 백조라고 지으실까 봐 걱정했어요.”
“그것도 괜찮구나. 얘는 백조, 드라콘은 흑조, 딱딱 맞지 않으냐?”
“…아, 애들이 자기가 새인 줄 알아서, 정체성을 착각하게 되면 안 될 거 같아요. 괜한 말씀을 드렸네요.”
파비안이 좋은 의견을 내고도 쑥스러워하긴 했지만.
“자, 펜나, 이름이 맘에 들어?”
펜나는 꼬리를 붕붕 흔들어 댔다. 드라콘의 꼬리와 다르지만, 움직임은 똑같았다.
고개를 드니, 모두 신이 나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기쁨 속에서 내 기쁨도 솟아올랐다.
* * *
-저기 있어! 내가 제일 먼저 봤어!
“아레테가 보입니다!”
“여기 오기도 정말 오랜만이군요!”
“나르본보다 더 큰 도시네요!”
“크앙!”
“히이잉!”
사도들은 아레테를 보며 환성을 올렸다. 두 동물들도 그들의 목소리를 환성의 합창에 보탰고.
“저는 평생 고향을 못 떠날 줄 알았는데, 나르본도 가 보고, 아레테도 와 보네요. 꿈만 같아요.”
자유민이었지만, 가난하니 여비가 없어 떠날 생각도 못 했다던 파비안이 제일 좋아했다. 나는 천상에서 내려다봤고, 다른 사도들은 와 본 적이 있었지만, 그는 그런 적도 없어서.
“나르본보다 크고 아름다운 도시인 줄은 알았지만, 사람이 정말 많구나.”
“곧 축제가 열리니까요.”
성문 밖까지 길게 늘어선 줄에 내가 놀라자, 레오파라가 설명했다.
“사람들이 나르본에 구경은 가도 술 마시거나 춤추러 가진 않지만, 아레테에서 축제를 즐기러 가는 건 바로 그런 뜻이고 온갖 일이 다 벌어지죠.”
그래서인지 아레테 성문의 검사는 엄격했다. 경비병들이 눈을 부라리며 통행증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 대상이고, 말을 탄 사람들은 통과가 쉬웠다.
“말이 통행증 같구나.”
“말이 곧 돈이니까요. 지위를 뜻하죠.”
내 말에 아타울프가 답하자, 파비안이 물었다.
“그런데 보통 말 탄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잖아요.”
“다시 말하지만 돈을 탄 사람은 도시에서 제일 돈을 많이 쓸 사람들이란 소리지. 말이 얼마나 돈을 많이 먹는 줄 알아?”
“말은 풀을 먹죠…….”
“그러니 우리 말들이 착한 거야. 진짜 비싼 전투마들은 농노도 잘 못 먹는 곡물을 먹지. 그럼 그 곡물을 운반할 보통 말도 필요해. 그리고 그 더럽게 무거운 곡물 자루를 말에서 끌어내, 지고 온 말이 아니라 딴 말에게 먹일 일꾼이 또 필요해.”
“그러고 보니, 내가 전장에 있을 때는 일꾼이 모자라, 귀족들이 직접 곡물을 말에게 먹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다들 화만 내고 자기 말이 굶어 죽건 말건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는 거야. 귀족 단 한 명만 복종했는데, 왕이 나서서 칭찬했다니까.”
아타울프와 레오파라의 설명에, 파비안은 펜나를 아련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 펜나는 얼마나 비싼 걸 먹는 걸까요? 마석은 돈으로 따질 수도 없는데 신이 손수 먹여 주시기까지 하니까요.”
“진짜 그렇네. 펜나, 너 나중에 테오파노 님 업고 다녀라. 네가 업혀 다니지 말고.”
“크앙!”
내 품에서 자는 펜나는 대답이 없는데 드라콘이 대답했다. 아타울프가 킥킥거렸다.
“그래, 너도 업고 다니고.”
나르본을 떠나기 전 나는 파비안에게도 말을 구해 줘서, 처음에는 나나 아타울프와 같이 타야 했던 그도 나름 잘 탔다. 그러니 성문을 통과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야 했다.
“크앙!”
“이것들은 뭐요?”
성문의 파수병이 기겁해서 물었다.
우리는 두 놈을 천에 감싸서 품에 애완동물처럼 안고 가고 있었는데, 또 드라콘이 그놈의 호기심을 못 이기고 두리번대다가 천이 벗겨진 터였다. 울음소리만 가르치면 고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판인데.
“힝!”
잘 자고 있던 펜나도 드라콘이 우니까 깨어나서 같이 울었다.
당황해서 내가 쓰고 있는 로브의 후드까지 벗겨질 판인데, 아타울프가 거만하게 뻐기며 말했다.
“전설의 큰 뱀이오. 이 뱀은 하늘을 날 뿐 아니라, 불도 뿜지. 여기 이놈은 일각수인데, 특이하게 날개도 달렸다오. 좀 보시겠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기겁해서 말리려는데, 파수병이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됐소. 오늘만도 일각수를 백 마리는 봐서. 그래도 저놈은 좀 신기하지만. 이놈도 나름 잘 만들었긴 하네.”
그러더니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나는 놀라서 말도 안 나왔다. 이 대도시로 이놈들을 데려왔으니, 사람들 눈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 걱정스러웠었는데.
“왕족이며 귀족들은 기형을 좋아하지요.”
그런 나를 보고 씩 웃는 아타울프가 설명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기형이나 돌연변이 모양이 흉측할수록 곁에 두고 장식으로 삼습니다. 돌연변이 동물도 동물이지만, 특히 사람 난쟁이나 꼽추는 몸값이 비싸죠.”
설명하던 아타울프의 입가가 비틀렸다.
“가까이 두고 장난감처럼 귀여워하다가, 늙으면 유랑극단에 팔아 버리지만 말입니다. 아레테의 축제 때 몰려드는 사람들을 노리고 유랑극단들도 많이 옵니다. 그런 단체는 연극만이 아니라 온갖 구경거리를 함께 내놓는데, 난쟁이나 꼽추도 있지만 신기한 동물도 있습니다. 기형 동물이라거나, 혹은 가짜 뿔이나 가짜 날개를 붙이는 식으로 만들어 낸 동물이죠.”
“사람도 그런 식으로 가짜 난쟁이를 만들기도 해요. 아이들을 유괴해서 몸을 묶거나 틀 안에 가두어서 기형으로 자라게 하는 거죠.”
파비안이 조용히 말했다.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실상을 사람들 입으로 직접 들으니 생각 이상으로 끔찍했다.
“아트리타스는 그런 자들에게 물약을 팔았었어요. 마비 효과가 있는 약물이나, 얼굴이 이상해지는 독즙을요.”
“하지만 테오파노 님은 그런 사악한 일들과 무관하고, 동물들도 그런 이유에서 거두신 게 아니다. 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해서 그분을 슬프게 하지?”
그때 레오파라가 날카롭게 말했고, 파비안은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아타울프까지 레오파라의 말에 수긍한 정도가 아니라 내게 사과까지 하려 했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악에 대해 듣는 것은 신의 일이다. 악을 신에게 고하는 것은 사도의 일이다.”
내가 분명히 말하자, 이번에는 레오파라가 고개 숙였다.
“죄송합니다.”
“내가 아니라, 아타울프와 파비안에게 해라. 그들은 의무를 다했을 뿐이다.”
레오파라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레오파라는 묵묵히 고개 숙인 후, 파비안과 아타울프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파비안, 아타울프.”
“괜찮습니다.”
“나도, 테오파노 님의 얼굴이 좋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긴 했어.”
두 사도가 얼른 말하자, 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무리했다.
“악을 보며,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것은 신과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다.”
함께하지 못하는 일도 많으니까.
“그래서 악에 맞서 함께 싸울 수도 있다.”
-정령도!
나와 세 사람은 환하게 웃고 있는 렉스를 바라보았다. 보석 단추가 줄줄이 달린 옷 아래 칼에 찔린 흉터가 나 있는 어린 정령왕을.
“정령도.”
내가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파라가 두 손바닥을 오목하니 마주 대어, 렉스를 향해 조심스레 들어 올리자, 그가 까르르 웃었다.
-레오파라는 벌써 목이 말라? 잔을 꺼낼 새도 없이?
곧 물의 정령왕은 레오파라의 두 손에 맑은 물을 가득 채워 주었다. 렉스에게 고개 끄덕인 후, 두 손에 가득한 물을 마시는 레오파라의 몸짓이 경건하였다.
우리는 그렇게 서서히 성문을 빠져나와, 이제 막 도시의 입구에 들어섰다. 번화하고 붐비는 시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레테와 견주어 보니, 나르본은 정말 조용한 도시였다는 걸 알겠다.
-저 앞에 예술의 신전이 보여, 웅장하다!
“연극이랑 노래랑 춤이랑, 공연 잔뜩 봐요!”
“하하, 일단 배부터 채워야죠. 제가 잘 아는 식당이 있습니다, 테오파노 님!”
“여기서 물품도 사지요. 고급 향신료를 잔뜩 사면, 다음 야영 때 테오파노 님의 식사도 브론테제 신께서 만족하실 정도가 되겠죠.”
다들 대도시를 앞두고 이것저것 할 생각에 한껏 마음이 부풀었을 때였다.
“테오파노 교단에서 나오신 분들이십니까?”
누군가 우리에게 접근해서 물었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내 얼굴도 감추고, 사도들도 평범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아봤지? 일단 우리 교를 드러내는 표식 같은 게 없는데, 라프트레이 형의 태양 배지 같은.
“저는 라스카라사 여신의 사도 타이스입니다. 라스카라사 여신께서 동생이신 테오파노 신의 교단이 아레테에 도착했다고 일러 주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정중하게 절하는 타이스는 키가 작고 통통하며, 푸근한 웃음을 띤 중년 여성이었다. 목소리가 좋고 발음이 정확했지만, 성량이 풍부하진 않았다. 그녀가 라스카라사 교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알 만했다. 천상에서 누나의 하급 신들이 펼치는 공연도 좋아했지만, 그녀가 나오는 공연도 보고 싶었다.
라스카라사 누나를 만나는 것도 참 오랜만인데, 이렇게 사도를 마중 나오게 하니 기뻤다. 역시 악당을 잡기 위해서라지만 다른 신의 성역에 몰래 숨어 들어가는 것과, 정식으로 초청받아 가는 건 다르구나. 그러고 보니, 나는 심사위원이기까지 했지.
“안녕하십니까, 타이스님. 저는 테오파노 신의 첫 번째 사도 레오파라입니다.”
레오파라가 제일 먼저 나서서 다른 교의 사도를 역시 정중하게 절하며 맞이했다. 둘은 미소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테오파노 신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타이스가 그렇게 물었다. 레오파라가 대답하고, 내가 나섰다.
“여기 계십니다.”
“내가 테오파노 신이다.”
모자를 들어 올리진 않았지만, 우리 교를 알아본, 누나의 이 예의 바른 사도에겐 말 한마디로 충분할 터였다.
“테, 테오파노 신이시라고요?”
하지만 예의 바른 사도의 얼굴은 충격으로 물들었다.
“왜, 지금 이 순간, 테오파노 신께서 여기에 계십니까? 왜 벌써 성문을 통과하셨습니까?”
통과시켜 줬으니까 왔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나? 우리가 뭐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하지만 숨넘어가는 듯한 라스카라사 누나의 사도를 보자, 우리가 그녀를 죽이고 있는 듯했다.
중년인데 가슴에 손을 얹고 비틀대는 걸 보니, 심장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게 분명했다. 우릴 마중 보낸 사도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누나가 뭐라고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