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37
◈ 737. [STAGE 45] 좀비 디펜스 (2)
“2차 폭격은 취소! 고도를 올려!”
“예?!”
“잔말 말고, 위로! 당장-!”
하지만 비공함은 거대하고, 명령한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종류의 물건이 아니다.
내 명령을 들은 파일럿이 다급하게 조종간을 움직여 라 만차를 다시 위로 상승시키려 했지만.
조금 늦었다.
그워어어!
그아아아아악!
끔찍한 포효를 토해낸 좀비떼가 순식간에 서로 개미떼처럼 들러붙더니, 몸으로 기둥을 쌓아 올렸다.
자발적으로 쌓이는 시체의 블록…….
실시간으로 좀비의 기둥이 생성되며 위로 쭉 솟구쳐 올랐고, 좀비들은 서로의 몸을 기어오르며 하늘로 끝없이 엉켜왔다.
그런 좀비 기둥 수십 개가 비공함을 향해 단숨에 쇄도해왔다. 기겁한 맥밀란이 손을 뻗었다.
“기총 소사, 실시! 놈들을 떨쳐내라-!”
두두두두두-!
비공함에 부착된 기총 수십 열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빗발처럼 쏟아져 내린 탄환들이 접근해오는 좀비 괴수들의 몸에 구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놈들은 단순한 좀비가 아니다. 호수왕국 10구역에 도사리던 괴수들이 좀비가 된 것이다.
비록 이지를 잃고 가진 능력 또한 소실되었다고 해도, 그 육체는 억세다.
수십 발씩 탄환을 맞고도 버텨내며 좀비들은 악착같이 기둥을 쌓아올렸고, 끝끝내 위로 기어올라…….
비공함의 하단에 들러붙었다.
“고도 상승! 더 빠르게 안 되나!”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괴수들이 기둥을 쌓아 올리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라 만차는 조금 전까지 폭격을 위해 고도를 낮추는 중이었다.
다급하게 다시 고도를 올리려 해도 마음처럼 바로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잠시 머뭇거린 그 짧은 시간 동안 좀비 기둥이 쇄도해 와버린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무슨, 고층 건물 정도 높이의 기둥을 자기네 몸으로 이렇게 빨리 쌓아 올리는 거야?!’
체감상 내가 자동 터렛 짓는 속도보다 더 빠른 거 같은데, 젠장!
이렇게 조직적이고 명백한 목적을 가진 행동을 좀비들이 알아서 수행했을 리 없다. 나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고, 이윽고 발견할 수 있었다.
좀비 군단의 정중앙.
사방으로 뻗어나간 사슴뿔에서 불길한 녹색 마력을 일렁이며, 이쪽을 빤히 노려보는 거대한 악마족 여성.
“크롬웰……!”
상대 군단장의 이름을 씹어 뱉는 것과 동시에, 내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한 것처럼.
《카아아아아아-!》
크롬웰이 마주 쩌렁쩌렁 포효하며 두 손을 치켜들었다.
그녀의 거대한 사슴뿔에서 무지막지한 녹색 마력이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범위 안의 좀비들이 일제히 괴성을 토해내며 더욱 거센 속도로 기둥을 쌓아 올렸다.
“떨쳐내라! 어서 상승해-!”
폭격을 위해 고도를 낮췄던 라 만차가 다시 거체를 상승시키기까지, 머뭇거린 시간은 실제로는 무척 짧았다.
하지만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좀비들은 제 몸으로 기둥을 쌓아올려 접근해왔고, 하나둘 라 만차에 접근을 성공.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는 몇 개나 되는 좀비 기둥에 붙들린 채 허공에 묶여버렸다.
“뭐 이딴 말도 안 되는……!”
기내 모든 승무원의 얼굴에 낭패한 안색이 스쳤다.
좀비들이 계속해서 들러붙으며 비공함의 각종 센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비상 경고음이 귀 아프게 사방에서 울렸다.
맥밀란이 다급하게 외쳤다.
“이대로라면 추락합니다, 전하-!”
“칫……!”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상황에 기함하며 나는 해결책을 찾아내려 머릿속을 굴렸다.
추락하게 둘 것 같냐고. 이 자리에는 디어뮈딘과 내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그때였다.
레이더를 살피던 맥밀란이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전하, 보고드립니다!”
“이번엔 또 뭐야?!”
“북쪽에서 쾌속 접근 중인 비행체 무리를 발견!”
뜻밖의 소리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북쪽?
그러니까, 크로스로드 방면에서?
“일자 편대를 이루어 날아오고 있습니다! 이건…… 비행 병력입니다!”
크로스로드 쪽에서 비행 병력이 오고 있다고?
그럴 리가, 우리가 보유한 공군 전력은 라 만차가 전부일 텐데…….
“북쪽 하늘, 화면으로 비추겠습니다!”
맥밀란의 지시에 승무원 하나가 마법 패널을 조작해 북쪽 하늘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그리고 그곳에 보인 것은…….
“?!”
독수리 머리와 날개, 그리고 사자의 몸을 가진 생명체들이었다.
“그리폰이잖아……?!”
그리고 그 그리폰에 타서, 은색 갑옷에 주홍색 망토를 펄럭이는 저 기사들은…….
「기함 라 만차에 전달.」
그때 라 만차에 통신이 걸려 왔다.
「이쪽은 버밀리온 왕국 소속 창공기사단.」
그리폰에 올라탄 기사들의 선두.
선명한 주홍빛 머리칼에, 한쪽 옆머리를 길게 땋은 소년…… 아니, 못 본 그 짧은 사이에 청년의 얼굴이 된 한 남자가 그리폰을 몰고 있었다.
소년과 청년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그 남자가 싱긋 웃으며 통신 장비에 대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단장 미하일 버밀리온이다.」
“미하일……!”
「도움이 필요한가?」
버밀리온 왕국의 왕세자.
창공기사단의 단장.
이곳 전선에서 모든 것을 잃고 좌절했다가, 스스로 극복해내고 고향을 바꾸기 위해 돌아갔던 그 소년이 돌아온 것이다.
미하일은 그리폰의 안장에 부착되어 있던 길고 날렵한 창 두 자루를 꺼내어 양손에 하나씩 쥐었다.
창의 끝에는 주홍빛 보석이 박힌 채 눈부신 마력광을 토해내고 있었다.
「뭐, 필요 없다고 말해도 상관없어. 이쪽 멋대로 도와버릴 테니까.」
“하핫……!”
갑자기 나타난 이 지원군의 등장에 함교의 모두가 얼굴이 환해졌다.
앞으로 창을 내지르며 미하일이 낭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창공기사단, 돌진-!」
쐐애애애액!
미하일이 최선두에서 창을 앞세우고 돌진했고.
그 뒤를 50여 기나 되는 숫자의 그리폰 기사가 뒤따랐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든 창공기사단은 각자 무기에 마법의 빛을 휘감은 채 그대로 좀비 기둥에 달려들어,
콰아앙-!
그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단숨에 좀비 기둥을 부숴버렸다.
그아아아아!
그워어어어어!
터져나간 기둥에서 흉한 비명을 내지르며 좀비들이 추락했다.
특히 미하일의 활약이 무시무시했는데, 두 자루 창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좀비 기둥을 문자 그대로 분쇄해버렸다.
그리폰들도 가까이 달려드는 좀비의 머리통을 거대한 발로 부수고, 부리로 쪼아버렸다.
창공기사단의 활약으로 좀비 기둥이 헐거워졌고, 라 만차는 좀비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고도를 점차 높일 수 있었다.
안전한 고도까지 상승한 뒤, 주위를 한바퀴 빙글 돌며 상황이 안전해졌음을 확인한 미하일이 통신 장치에 대고 말했다.
「비공함 라 만차에 전달.」
소년기사의 얼굴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맺혀 있었다.
「그 커다란 강습함 내부에 우리 그리폰들이 쉴 조그마한 자리가 있을까? 먼 길을 온 데다 전투까지 치렀더니, 다들 피곤한 듯해서.」
나는 직접 통신장치를 잡고 말했다.
“창공기사단에 전달. 이쪽은 세계수호전선 사령관, 애쉬 ‘본헤이터’ 에버블랙이다.”
내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착함을 허가한다. 갑판을 열겠다. 부디 자신의 집처럼 편히 사용하도록.”
나는 말을 이었다.
“전선 귀환을 환영한다. 미하일.”
싱긋 웃은 미하일이 자신의 기사단에 손짓했다.
그러자 비공함 주위를 선회하던 창공기사단 50여 기가 차례차례 비공함 갑판에 착함을 시작했다.
***
“미하일 왕세자!”
착함한 미하일을 가장 먼저 맞으러 달려나간 것은 디어뮈딘이었다.
투구를 벗어 그리폰 안장에 걸던 미하일이 마주 웃으며 디어뮈딘을 맞았다.
“디어뮈딘님.”
다가선 디어뮈딘은 미하일의 손을 덥석 맞잡았다.
“무사히 돌아와서 참으로 다행이오. 떠난 뒤로 계속 걱정했소…….”
“저도 이곳 전선이 무사할지 계속 걱정했는데, 이렇게 잘 계신 모습을 보니 다행입니다.”
뒤이어 미하일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너도 무사하니 안심이야, 애쉬 황자.”
나는 그 손을 마주 꽉 잡았다.
“살아서 다시 보니 정말로 반갑다, 미하일……!”
우리는 굳게 악수했다.
미하일이 덧붙였다.
“아, 그리고…… 더 이상 왕세자가 아니야.”
디어뮈딘은 물론이고, 나도 놀라서 몸이 굳었다.
더 이상 왕세자가 아니라고?
그럼…… 전에 말했던 대로, 패전의 책임을 물어 왕세자 자리에서 폐해진 걸까?
우리가 걱정스레 보자 미하일은 멋쩍어하며, 방금 벗은 투구 대신…… 작은 금관을 꺼내 머리에 써 보였다.
“이제 국왕이거든.”
“뭣이?!”
나와 디어뮈딘이 동시에 경악했다.
미하일은 이곳 전선을 떠난 뒤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죽음을 위장하고 버밀리온 왕국에 비밀리에 돌아갔고,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모으는 데에 성공.
‘완벽한 왕’을 만들기 위해 호문클루스 유전 실험을 계속해온, 버밀리온 왕국의 실질적인 지배세력- ‘마법사 원로회’에 반역을 일으켰지만, 정작 반역은 실패했다고.
“내 사람들과 함께 사로잡혀 감옥에 갇혔지. 그런데…….”
“그, 그런데?”
“갑자기 세상의 낮이 사라지고, 미친 듯이 폭설이 쏟아지더군.”
“아……!”
버밀리온 왕국은 대륙 서북부 끝자락에 자리한 나라다.
저번에 나이트 브링어가 세상의 낮을 없애버렸을 때, 대륙 북부는 특히나 엄청난 폭설에 휩싸였다.
“밤과 눈에 뒤덮인 덕분에 나라의 경비 체계가 모조리 무력화됐고…… 그 틈에 다시 사람들을 모아서, 원로회에 재반격을 가할 수 있었지.”
“이게 이렇게 이어질 줄이야…….”
망할 흑룡 자식이 일으킨 그 끔찍한 재해가 미하일에게는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세상사 새옹지마라더니, 정말 모를 일이군.
“해서 반역에 성공했고, 원로회는 완전히 몰락. 이제 우리 버밀리온 왕국은 더 이상 인간 품종 개량 같은 일을 하지 않아.”
미하일은 뒤를 돌아보았다.
라 만차 내부의 격납고를 차지한 그리폰들이 편히 드러누운 채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왕위까지 승계받고, 나라 내부를 얼추 정리한 뒤…… 전선에 나설 수 있는 그리폰과 훈련된 기사를 모두 이끌고 바로 온 거야.”
“그렇게 된 거였구만.”
이 어린 왕세자…… 아니, 국왕도 이곳 전선을 떠난 동안 장대한 모험을 치른 것이다.
그때 미하일의 뒤로 창공기사단의 기사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미하일은 활짝 웃으며 그들에게 손짓했다.
“소개하지. 신생 창공기사단이야. 모두 반역 때부터 나를 따라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야. 다들 나처럼 호문클루스, 강화인간이기도 하고.”
창공기사단 기사들이 일제히 나에게 예를 차려 보였다. 나도, 디어뮈딘도 마주 예를 차렸다.
그중 다섯 명의 남성 기사가 나를 보며 미묘한 눈빛을 흘렸다. 미하일이 조심스럽게 소개했다.
“이쪽은, 우리 누나의 남편들.”
“아.”
그, 원래 나랑 약혼했다가 바로 파혼당했다는 그 누나분 말인가.
그 뒤 누나분께서는 파혼의 충격으로 남편을 다섯 들였다더니, 바로 이 분들인 모양이다. 나를 미묘한 시선으로 보는 것도 이해가 가는군…….
뒤이어 미하일은 자신의 뒤에 선 다섯 여성 기사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쪽은 전에 말했던 내 약혼녀……가 아니라.”
어쩐지 미하일의 얼굴이 거무죽죽해졌다.
“내 아내…… 그러니까, 왕비들이야.”
“…….”
차례로 투구를 벗은 여성 기사들이 일제히 살벌하고 뾰족한 눈으로 미하일을 보았다.
단숨에 격납고 공기가 싸늘해졌다. 식은땀을 흘리던 나는 조심스레 소리 죽여 물었다.
“……저, 그런데 공기가 왜 이런 거야?”
“……사실, 결혼식 올리자마자 온 거야. 신혼여행이라고 속이고 왔거든.”
뭣이라?!
“이 아이들이 내세운 반역 가담 조건이 나랑 정식 결혼이었거든.”
“그래서……?”
“그래서 반역 성공하자마자 나라 내부 정리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국왕 즉위식 겸 결혼식 올리고, 그리고…… 이제 신혼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세계수호전선 상황은 또 걱정되고.”
“…….”
“해서 남쪽에 신혼여행 가자~ 고 해놓고 다 같이…… 이렇게, 온 거지. 크흠.”
버밀리온 왕비×5의 시선이 더더욱 싸늘해졌다. 미하일은 필사적으로 그 시선을 피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그래도 행복하시죠……?”
그러자 미하일이 한껏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째서인지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 있었지만…….
그대로 엄지를 치키며 이렇게 말했다.
“애쉬, 너도 결혼 꼭 해라. 반드시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