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기본적으로 뱀파이어는 일족 내부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찾는다.
즉,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뱀파이어인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뱀파이어가 아닌 다른 종족과 관계를 맺고 아이를 갖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인간과의 혼혈이지만 정말 특별한 경우로 인간이 아닌 경우도 있긴 하다.
어쨌든 그렇게 나온 혼혈을 담피르(Dhampir)라고 부르는데 대한민국에도 당연히 담피르가 존재한다.
물론 그 수는 아주 적어 단 2명뿐인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지석의 어릴 적 친구 연재석이었다.
“퇴근하는 거야?”
“응. 가자.”
재석과 지석은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내내 재석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돌아버리겠다니까. 그냥 지들이 하면 되지, 왜 나한테 짬처리하고 난리야. X같아서 진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들이 할만한 불만을 그대로 내뱉고 있기에 도저히 이 사람이 뱀파이어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뱀파이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근데 이렇게 막 이야기하다가 사람들한테 들리는 거 아니야?”
“그래서 영역 사용한 거잖아. 새삼스럽게.”
“제발 들렸으면 해서. 상사 욕하려고 영역 쓰는 미친놈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말이야.”
“알긴 누가 알아. 헛소리하지 말고 차나 가져와.”
“너 얼마 전에 차 샀다며.”
“누가 출근할 때 차타고 오냐? 집까지 가기 귀찮아.”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손을 휘휘 내젓는 재석을 보며 지석이 한숨을 크게 한 번 쉬었다.
“이럴 거면 그냥 길드에 합류하라고 했잖아.”
“싫어. 나는 평화주의자란 말이야. 내가 뭐 너네 순혈들처럼 피를 빨아먹는 것도 아니잖냐.”
“흡혈이 금지된 게 언제인데 그딴 이야기를 하냐.”
현재 뱀파이어들이 공식적으로 인간을 상대로 흡혈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의 피를 흡혈하는 뱀파이어들은 종종 있어 왔다.
뱀파이어 협회는 그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려 했지만 인간의 피를 바라는 뱀파이어들의 욕망은 막을 수 없었다
“뱀파이어일족이 흡혈을 포기한 것은 인간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함이었잖아.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를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 당시 뱀파이어일족 수뇌부들의 판단이었고.”
“그랬었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굳이 그랬어야 싶기는 해. 사실 뱀파이어가 아니더라도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는 많잖아?”
“뭐 사실 인간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는 인간 자신이지 않겠어?”
지석이 피식 웃고는 손에 들고 있던 차키의 버튼을 눌러 차문을 열었다.
지석과 재석이 탄 검은색 SUV가 대전으로 향하는 도로에 올라탔다.
“나중에 알게된 거지. 그때 뱀파이어가 흡혈을 금지하고 인간사회에 녹아들게 된 데에 또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그때 그 맹약이라고 이야기했던 것 말이지?”
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구일족에 밀려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던 뱀파이어일족에게 도움이 되어준 것은 당시에 막 조선 땅에 들어온 혼돈계 직원이었다.
태양 아래에서는 제한적인 활동을 해야만 했던 뱀파이어들에게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준 것이었다.
“우리 뱀파이어들이 태어나자마자 반드시 먹어야 하는 환약. 그 레시피를 준 게 그들이었던 거지.”
“…….”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뱀파이어들이 그 약을 먹는 걸 보면 아마 그때 다른 지역에 있던 뱀파이어들에게도 그것을 준 게 아닌가 싶어. 그리고 그것을 주는 대가로 맹약을 맺은 거고.”
“뭐 결과적으로 보면 맹약을 맺은 게 좋은 선택이었던 거겠지?”
“그렇다고 봐야지. 비록 그 환약이 뱀파이어의 긴 수명을 반도 안 되는 150년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해도 그 덕분에 뱀파이어들이 태양 아래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니까.”
지구상에 있는 뱀파이어들이 본격적으로 인간사회에 나타나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이 전까지는 태양이 없는 새카만 밤중에만 활동하거나 흑마법을 이용해야만 가능했던 것이 일상적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뱀파이어 사회는 폭발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만 한정시킨다면 여말선초 그때가 전환점이었지. 뱀파이어가 조선의 건국에 힘을 실어준 것도 큰 이유였고.”
“그래, 어렸을 때 배웠던 기억이 나네. 그렇게 따지면 전면적인 허용은 좀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수한 상황에서 흡혈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어. 예를 들면 매혈을 한다던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는데. 일단 매혈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보니. 그래서 이번에 좀 어떻게 그것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지.”
“뭐 그쪽에서 반대했겠지?”
재석의 질문에 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뱀파이어의 흡혈 문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매구일족이었다.
매구일족은 아주 강력하게 뱀파이어의 흡혈 허용을 반대하고 있었다.
허나 정작 본인들은 최근까지도 인간들의 간을 먹었음이 드러나게 되면서 일족 내부에서는 그들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이에 대한 의견이 없지만 지석은 흡혈을 일부 허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무언가 구실이 하나 있긴 해야 하는데.”
“구실이라. 매구일족에서 무언가 헛발질하기를 바라는 거야?”
“그게 제일 좋기는 한데 준희 누님이 어디 보통이야. 가뜩이나 매구일족은 맹약도 어긴 전적이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허점을 안 보이려고 할 거야.”
“금전적인 후원도 엄청하고 있다면서.”
매구일족은 로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회사에 금전적인 후원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쌓아놓은 모든 재산을 환원할 기세였기에 지훈도 조금 난색을 표했지만 준희는 거절은 거절한다며 후원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고 뱀파어일족도 그렇고 TCS Korea에 일정 부분 금액을 후원하고 있어. 물론 그 금액의 상당 부분을 치안활동에 대한 대가로 다시 돌려받고 있지. 이번에 창설한 뱀파이어 길드들이 받는 돈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내는 것보다 더 받게 되는 거지.”
“그럼 매구일족도? 이번에 철도공사 쪽 의뢰를 매구일족이 받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매구일족은 공식적인 후원 외에도 엄청 많이 하는 것으로 알아. 굳이 따진다면 받는 것에 비해 두세 배 정도는 후원하고 있을 거야.”
기여금 명목으로 뱀파이어일족이 회사에 내는 돈은 50억 정도다.
치안활동의 대가로 받는 돈과 길드들의 의뢰금을 합하면 200억 정도 되니 실질적으로 뱀파이어 일족은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매구일족은 조금 달랐다.
정확한 금액은 지석도 모르지만 아마 대강 천억이 넘는 돈을 기여금으로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구일족이 회사로부터 받는 돈이 400억이 조금 넘으니 대충 계산해봐도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매구일족이 얻는 이점이 있지. 바로 자신들의 번 돈을 회사로 넘기고 회사로부터 깨끗한 돈을 받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매구일족은 남는 장사를 하는 거지.”
“자금세탁을 한다는 거야?”
클럽, 나이트클럽, 룸살롱 등의 유흥업으로 번 돈은 회사로 상납하고 대신 회사로부터 받는 정당한 수익은 자신들의 금고에 넣어둔다.
전형적인 자금세탁의 형태다.
“그러면 대표는 그 부분을 지적 안 하는 거야? 강지훈이라고 했던가?”
“딱히?”
“매구일족이 자신들을 돈세탁 용도로 쓰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
“그걸 모르시지는 않겠지.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아마 기여금이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지는 않을까 싶어. 한 2천억 정도?”
2천억을 내고 5백억을 돌려받는다.
세탁치고는 꽤나 손실이 많다.
그리고 세탁을 해주는 대신 1500억의 추가이익을 얻는다면 꽤나 남는 장사다.
“그렇기는 하네. 그런데 조심은 해야겠다. 안 걸리려면.”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혼돈계가 버티고 있으니까. 몇백 년에 걸쳐 돈세탁해온 이들인데 뭐 깨끗하게 잘하겠지.”
“현직 공무원 앞에서 그런 걸 막 이야기해도 돼?”
“뭐 캐려면 캐보던가. 절대 안될 거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
혼돈계가 자금을 세탁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자금세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구조가 복잡해야 한다.
혼돈계가 세운 TC그룹은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막대한 금액을 돌리고 있었다.
그 악독하다는 IRSB에서도 손을 놨을 정도이니 지석 말대로 이것을 캐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TC USA 같은 곳에서 카지노 업체 등을 절대로 처분하지 않는 것도 자금세탁을 위해서니까.”
“뭐 TC그룹은 절대 부정 같은 거 저지르지 않는다더니, 그것도 다 뻥이었구만.”
“들키지 않으면 진실이지 뭐. 그것보다 내비나 다시 찍어봐. 여기 말고 다른 길로 가는 게 낫겠는데?”
“에구. 뱀파이어도 내비 없으면 길 못 찾는 건 똑같구나. 근데 대전에는 왜 내려온 거야?”
“말했잖아, 혈사길드 간다고.”
지훈과의 의논을 통해 지석은 대전과 부산 그리고 광주를 기반으로 하는 뱀파이어길드를 창설했다.
그 중 혈사길드는 대전에 만들어진 길드였고, 대전지역의 치안활동을 담당하고 있었다.
일부 인원이 아랑길드로 빠진 싸울아비길드는 대전 지하철공사의 의뢰를 받아 수행 중이었기에 이곳의 치안활동을 할 길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부산과 광주의 뱀파이어길드는 이미 활동하고 있던 길드가 없었기에 해당 지역의 지하철 공사의 의뢰를 받아 수행 중이었다.
참고로 부산에는 박 신부와 연이 있던 자경단이 새로이 길드를 창설하여 부산지역의 치안활동을 맡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혈사길드에 왜 가는 거냐고. 그냥 이유 없이 가는 건 아닐 거 아니야.”
“지금 대전은 계룡노호정의 무리가 계룡산 주변을 그리고 그 외 지역을 혈사길드가 담당하고 있잖아. 그런데 혈사길드가 식장산 부근에서 정체불명의 요괴 무리를 발견했다고 하더라고.”
“시가지 외곽의 요괴 무리는 그냥 방치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재석의 말에 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중요한 시설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요괴 무리는 퇴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회사의 기본방침이었다.
“그랬지. 그런데 혈사길드에서 식장산의 요괴 무리를 좀 자세히 살펴봐달라고 하더라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뭔가 이상하다면서.”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만을 따진다면 뱀파이어를 따라올 존재가 없다.
매구일족이 장점이 기동력이 빠르다는 것과 오행의 기운을 능숙하게 운용한다는 것이라면 뱀파이어일족은 기감 운용 능력과 일대일 싸움에 능숙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언급된다.
그래서 지훈은 뱀파이어길드가 도시 치안활동을 전담했으면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었다.
뱀파이어 1명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가 일반적인 자경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넓기 때문이다.
지금 부산과 광주에 있는 뱀파이어길드도 지하철공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일반 자경단들이 속해있는 길드의 수준이 오르면 그들에게 지하철공사 업무를 넘겨주고 치안활동에 전념할 계획이었다.
“도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건데?”
“식장산에 있는 요괴 무리들 사이에서 특이한 녀석이 발견되었어.”
“특이한 녀석? 뭐 뱀파이어라도 넘어왔어?”
수로가 넘어오기 전까지 혼돈계의 뱀파이어가 대한민국 땅에 튕겨져 온 적이 거의 없었다.
뱀파이어처럼 이지를 갖고 있는 존재들은 잘 튕겨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A+급이상의 요괴들이 잘 튕겨오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현재 간혹 발견되는 A급 이상의 요괴들은 대개 혼돈계에서 바로 튕겨오는 녀석보다는 지구 어딘가에 숨어 있던 녀석이 휘말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전에 대한민국에 나타났던 뱀파이어들은 대개 그런 식이었다.
“맞아. 뱀파이어가 발견되었어.”
“특수한 경우이긴 한데. 그게 지석이 너가 나서야 할 정도인 건가? 그냥 그동안 해왔던 대로 처리하면 되는 거 아냐?”
“그 요괴 무리를 이끌고 있는 녀석이 바로 뱀파이어거든. 그래서 한번 확인해보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