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권승호는 지금 구속 중인 거 아니에요?”
“뭐 구속 중이어도 누군가에게 몰래 지시를 내릴 수는 있지. 거기 있는 4번째 사람에게 말이야.”
“이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인데. 누구예요?”
“진승헌. 권승호 동생의 처남이자 권승호가 소유하고 있던 흥신소를 운영하던 사람.”
진승헌은 권승호의 명령에 따라 이미 지훈을 비롯한 TCS Korea 소속 인원들의 개인적인 과거를 파헤치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지훈이나 시영, 은정의 사생활에 대해 제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사람은 그냥 권승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뿐이잖아요.”
“둘 모두를 후보명단에 올린 이유는 이번 일이 진승헌의 단독행동일 가능성도 있어서야.”
“뭐 하러요? 얻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오호. 이제는 그래도 제법 나처럼 생각하는데?”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이 바로 지훈의 평소 지론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지훈은 그 사건을 통해 제일 이득을 얻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실제로 경찰이 수사를 할 때는 제일 먼저 해당 사건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용의자로 올린다.
“허승엽과 문신우는 얻을 게 있는 사람. 권승호는 이득은 얻지 못하지만 나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지. 그렇게 보면 진승헌 이 인간은 날 공격해서 얻을 게 없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왜 의심을 하시는 건데요?”
“얻을 게 없어도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 할 때가 있어. 그때가 언제인 것 같아?”
“언젠데요?”
“내가 위험할 때. 내 목으로 칼이 날라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권승호는 뇌물 수여와 각종 비리 혐의로 체포되었다.
경찰 내에서도 권승호와 가깝게 지냈던 이들에 대한 내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승헌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가만히 있다가는 자기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런 상황에서 진승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한 가지야. 바로 숨는 거.”
“…….”
“대통령이 직접 검찰을 움직여서 권승호를 체포했어. 경찰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는 건, 권승호를 체포하겠다는 의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여기에 맞서는 것은 멍청한 짓이야.”
“그런데도 숨지 않고 이번 일을 꾸몄다는 거예요?”
“정확히는 하려던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야겠지.”
정보팀이 권승호에 대해 파악한 내용 중에 눈여겨 볼만한 것이 있었다.
권승호가 꽤나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 채널과 연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유튜브 채널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가십거리를 제공하는 곳이었는데 거기에는 어떻게 알았을까 싶은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 권승호가 경찰 신분으로 파악한 정보 중 팔릴만한 것을 제공한 게 아닐까 싶어.”
“설마 그 유튜브 채널이…….”
“응. 맞아. 이번 인터뷰 영상을 업로드한 그 채널이야.”
해당 영상을 자세히 보면 영상이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하는 사람의 옷차림이나 대형 유리 창문으로 간간이 보이는 바깥 풍경을 확인해보면 최소 두 달 전에 촬영되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 시영이 너에 대한 사건을 준비하면서 이것 또한 준비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아. 만약 우리가 시영이 네 사건을 질질 끌었다면 이 인터뷰 영상의 업로드가 더 빨랐겠지.”
“그런데 제가 예상외의 판단을 하면서 해당 이슈가 빠르게 사그라들었군요.”
“그래. 아마 권승호와 진승헌은 해당 영상을 올려서 사그라드는 불씨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인지 고민했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체포당한 거고.”
“지금 이렇게 올라온 거 보면 영상을 올리기로 결정한 거 아닐까요?”
“그게 아직 판단이 안 되는 부분이지. 이미 결정된 부분이라면 그건 권승호가 배후라고 볼 수 있는 거고, 아니라면 진승헌이 배후라고 봐야겠지. 아직은 알 수 없으니 둘 다 의심 가는 사람 명단에 포함할 수밖에 없었고.”
정보팀에서 어디까지 파악이 가능한지는 명확하지 않다.
주로 사념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만큼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도깨비들이 사념체로는 알 수 없는 정보를 물어오기는 하지만 이들도 사람의 생각까지는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아가 최대한 빨리 파악해보겠다고 했지만, 이 둘은 조금 더 지켜보긴 해야 할 거야. 뭐 급한 건 아니니까 일단 지켜보자고.”
“알겠어요. 그럼 이 4명이 끝인 거예요?”
“배후는 아니겠지만 살짝 의심 가는 인물이 있긴 한데 어쩔지 고민이야.”
“누군데요?”
“흠… 응?”
지훈이 잠시 뜸을 들이던 그때 지훈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수연이었다.
“잠깐만. 네, 수연 씨.”
— 지금은 부하직원이 아니라 대학 후배 자격으로 전화 드린 겁니다.
“그래? 무슨 일인데?”
— 괜찮으시면 오늘 저녁 서울로 올라오실 수 있나요?
“오늘 저녁? 왜?”
— 만나야 할 분이 계셔서요.
“누구? 설마, 아니지?”
— 맞는 것 같은데요? 인터뷰 제안 들어온 거 다 거절하고 오는 거라니까 한번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 *
“처음 뵙겠습니다. 윤시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영상으로 자주 보긴 했어요. 성지혜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오랜만에 보네요, 시영 씨.”
“그러게요. 워낙 일이 바빠서 잘 못 봤네요. 게다가 이제 저희는 신단수에 주로 있어서 더 못 보는 것 같기도 하네요.”
시영과 수연이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지혜는 시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왜 만나자고 한 거야?”
“뭘 그렇게 급해. 이제 막 자리에 앉았는데.”
“맞아요. 그래도 뭐 좀 먹죠?”
지훈은 무덤덤한 표정을, 수연은 조금 꺼림칙한 표정을 짓는 것과 반대로 지혜와 시영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시영의 미소가 조금 어색하다는 건 지훈만 느끼고 있었지만 말이다.
“여기 동파육 괜찮아요. 그거 포함해서 몇 개 주문하면 될 것 같은데. 혹시 뭐 알레르기 있으신 분 없죠?”
“시영이 향 센 거 잘 못 먹을 텐데.”
“그냥 잘 못 먹는 거지, 알레르기까지는 아니에요. 제가 안 먹으면 되는 거니까 주문해도 상관없어요. 마음대로 시키세요.”
수연이 벨을 눌러 종업원을 호출하고 이야기했던 음식 몇 가지를 주문했다.
수연이 들어온 종업원과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이곳에 자주 왔었나 보다.
“회계사시라고 들었는데.”
“네, 맞아요. 작은 회계법인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아, 참고로 비룡길드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 들었던 것 같다. 승한회계법인이었던가?”
“응. 맞아. 어떻게 이름까지 알고 있네.”
“회의 중에 들었던 내용이니까. 그런 건 다 기억해야지.”
길드와 관련된 부분은 주로 성승준이 전담해서 보고를 하는 편이었다.
지원팀의 업무가 길드를 관리하는 것 외에도 많다 보니 길드 쪽은 성승준이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성 길드장님이 욕심이 많지. 아마 여래길드를 TCS Korea에 버금가는 곳으로 키우고 싶을 테니까.”
“보면 성 길드장님도 이래저래 뭐 하시는 게 많아요.”
“7대 길드라고 묶기는 했지만 솔직히 여래길드는 다른 길드들과는 차원이 다르잖아?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원탑 길드라고 할 수 있지. 그게 가능했던 거는 오로지 성승준 길드장 덕분이라고 봐야 할 거야.”
다른 모든 길드가 여래길드의 체계를 따라가고 있는 것만으로 성승준이 얼마나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회계법인과의 협약 같은 경영적인 부분에서도 여래길드는 늘 다른 길드에 비해 앞서나가고 있었다.
“여래길드는 평화회계법인과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사실 그렇게 이름있는 곳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국내 회계법인 중에서는 꽤 오래된 곳일 거야.”
“뭐 그거야 길드에서 알아서 할 부분이니까. 나한테 중요한 건 길드들이 이제는 확실하게 기업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거지.”
작년 자경단에게 길드를 만드는 것을 권유할 때부터 지훈은 길드가 단순한 자경단들의 무리를 넘어서 하나의 작은 기업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랬다.
그리고 성승준이 그런 지훈의 의도를 이해하고 천천히 그 일을 진행해나가고 있었다.
“기업의 형태를 갖추게 되면 길드도 기업이 갖게 되는 권리와 의무를 모두 갖추게 되는 거야.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길드는 사적인 무력단체에 지나지 않았을 거고. 당연히 대중이 보는 시선도 달랐을 테지.”
“이제 조만간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거예요. 제출되면 바로 의결이 될 거고 빠른 시일 내에 공포가 되겠죠. 그렇게 되면 이제 요괴퇴치는 정식산업으로 인정받게 되는 거고요.”
“결국 우리도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어.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지. 그래서 법무팀의 첫 번째 업무가 바로 이거였던 거고.”
지금이야 TCS Korea가 유일하게 요괴퇴치업을 하는 곳이고, 길드들도 TCS Korea에 묶여 있기 때문에 사실상 독점의 형태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분명 누군가는 TCS Korea에 대적하는 회사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미리 대중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쌓아둘 필요가 있다.
“근데 전 사실 그런 의심이 들긴 해요. 과연 TCS Korea가 아닌 다른 곳에 의뢰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 그 전에 다른 회사가 생길까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생길 거야. 그리고 그래야만 하고. 그러지 않으면 TCS Korea의 독점구조가 계속 유지될 테니까.”
“아이러니한데요? 그 말씀은 지금 대표님이 하시는 여러 가지 노력에 반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그 어떤 곳도 TCS Korea에 대항할 수 없도록 단단한 철옹성을 구축하려고 하시잖아요.”
“물론 내가 있을 때는 TCS Korea의 독점적인 위치를 깬다는 것은 불가능할 거야. 내가 최대한으로 방해를 할 테니까. TCS Korea를 거치지 않고서는 요괴퇴치를 의뢰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니까.”
“그런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 독점적인 위치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 좋은 점보다는 안 좋은 점이 더 많거든.”
반독점법이라는 것이 존재할 만큼 현대사회에서 독과점은 금지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한국에도 반독점법이 있기는 하지만 공정거래법이라는 명칭으로 불릴 정도로 독점을 규제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독점을 용인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독점을 하려는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야. 나도 마찬가지이고. 사람들이 TCS Korea를 통해서만 요괴퇴치를 의뢰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지. 그래야 내가 원하는 시스템이 구축이 가능할 테니까.”
“사람들이 TCS Korea를 통해서만 의뢰를 할 수 있게 되면 길드들도 TCS Korea를 통해서만 의뢰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지? 그래야 길드들에 대하여 TCS Korea가 어느 정도 강제권을 가지게 될 거고.”
“정확하게 알고 있네.”
“그쪽 산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기업들의 생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니까.”
지혜가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었다.
그런 지혜를 시영이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종업원이 음식을 갖고 들어왔고 잠시 이야기가 중단되었다.
음식이 놓인 후 식사가 시작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훈의 입이 열렸다.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왜 만나자고 한 거야?”
“하긴 뭐 더 시간 끌어 봤자 의미가 없으니까. 그럼 만나자고 한 이유를 말해야겠지. 나 인터뷰 제의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회사 입장은 정리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