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31
130화 잠깐의 휴식(3)
“……네?”
재현이 어이없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아저씨는 재현의 눈치를 보며 열의를 다해 첨언하기 시작했다.
“크흠. 유정이가 좀 드세긴 해도 마음은 착하고, 머리도 좋고 또…… 아야! 잘못했다. 하여간 성질머리는.”
김유정은 제 아버지가 더는 이상한 이야기를 할 수 없도록 옆구리를 꼬집었고, 아저씨는 늘 있는 일이라는 듯 허허 웃었다.
김유정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이었다.
“빨리 고기나 나르라고요. 민재현 너도 움직이고!”
“그, 그래. 뭐, 뭐부터 할까?”
아저씨는 벌떡 일어나 물건을 나르기 시작했다.
“알았어. 저거 전부 옮기면 되는 거지?”
한숨을 내쉬며 재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서이나 역시 덩달아 일어나 물건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말했으나, 두 사람은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분주히 움직였다.
다섯 명이 움직이자 모든 식자재와 도구들을 금세 야외로 옮길 수 있었다.
현재 이들이 나와 있는 곳은 김유정의 집 마당에 있는 작은 테라스.
이곳이 바로 오늘 고기 파티를 할 장소였다.
준비가 끝난 뒤.
모두가 착석하고 아저씨가 고기를 굽기로 했다.
그는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커다란 스테이크용 고기에 올리브 오일을 바른 뒤 밑간을 하고, 향신료를 꺼내와 고기에 잘 스며들도록 잠시 재워 두었다.
잠시 후. 인고의 시간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불판에 고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아저씨는 그런 마음을 아는 것인지, 금세 고기를 구워 앞에 내주었다. 금세 익어 먹기 좋게 자른 고기가 접시에 담겨 상에 놓였다. 본격적인 파티의 시작이었다.
“역시 아저씨 고기 엄청 잘 구우시네요.”
재현이 소매로 고인 침을 닦으며 말하자, 아저씨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뭐. 이렇게 보여도 전직 요리사 아니냐. 이 정도쯤이야! 하하!”
아저씨는 칭찬에 적잖게 신이 난 듯 보였다.
서이나 역시 고기를 먹어 보더니 충격에 빠진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유정은 팔짱을 끼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빠가 고기는 좀 구워. 물론 다른 건 엉망이라 엄마 없이는 못살지만.”
김유정의 말에 옆에서 음료를 따라주던 아주머니가 잠시 웃었다.
“호연이랑 재상이 오빠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별안간, 김유정이 잘 익은 고기 한 조각을 제 입에 쏙 집어넣으며 말했다.
고기를 굽는 아버지에게는 커다란 쌈 하나를 싸서 막 입에 넣어 준 참.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밀어 넣었다.
“뭐, 전부 바쁘다고들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따로 한 번 모이자.”
“……응. 그러자.”
서이나도 고기를 오물거리며 동조했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정신없이 고기를 먹고 난 후. 드디어 김유정의 아버지가 식탁에 합류하며 말을 붙여 왔다.
“그나저나 재현이 너. 정말 놀랐다.”
“네?”
재현이 고개를 들어 반문하자, 아저씨가 씩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중간고사 2차 실기 때의 일 말이다. 너 아니었으면 유정이가 크게 다칠 뻔했어. 이렇게 보여도 소중한 딸이거든.”
“……아니에요. 제가 한 것도 없는데요.”
재현은 양심에 가책을 느낀 탓인지, 고개를 돌리며 대꾸했다.
아저씨는 재현이 쑥스러워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은 재현의 연극일 뿐이었다.
구자인의 몰락을 위해 철저히 계획된 일.
그걸 아는 탓에, 김유정 역시 재현을 보며 씩 웃고 있다.
김유정은 아버지의 말이 길어지려 하자, 적당히 끊어내며 말했다.
“아빠. 말을 할 거면 좀 좋게 해 줘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 보여도는 뭔데 대체.”
“크흡!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하. 얘들아 고기 많이 먹어라.”
아저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딸에게 작게 윙크를 했다.
서이나는 작게 웃었고, 재현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한데, 이번에는 아주머니 쪽이 재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줌마도 재현이 너 잘 된 거 보니까 좋다. 맨날 열심히 하더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줌마는 처음에 네가 마법계로 간다길래 엄청 놀랐어. 오죽하면 유정이랑 떨어지기 싫어서 그러나 싶었다니까.”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감사합니다.”
아주머니는 대답하는 재현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 보면 볼수록 애가 더 잘생겨졌네. 우리 유정이도 너같은 남자친구 데려와야 할 텐데. 애가 성격이 좀…….”
“아 진짜! 엄마까지 왜 그래? 고기나 먹어! 안 그럼 엄마 것도 내가 먹는다?”
김유정이 발끈하며 말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재현이 어물쩍거리며 웃는데, 옆에서 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이나 쪽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재현의 물음에 서이나가 곧바로 부정했다.
아무래도 젓가락을 내려놓다가 힘 조절이 안 된 듯했다.
재현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이내 신경을 끄고 계속 고기 파티를 즐겼다.
* * *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는 하는 거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안석구의 목소리가 집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앞에 선 안호연은 대꾸하지 않고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계속해 소리를 높이며 이었다.
“구자인 이사장…… 그놈은 뒤가 구렸지만 널 확실히 서포트 해 줄 수 있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뭐? 죽어가는 생도들이 불쌍해서 네가 구해줬다고? 멍청한 놈!”
안석구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그는 제 아들의 행동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최근. 구자인 이사장이 갖은 비리와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아들을 대한민국 최고의 레이더로 성장시켜 주리라 믿었던 이의 몰락.
안석구로서는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한데. 최근에 그의 몰락에 제 아들과 민재현이 끼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민재현이라는 놈이 연화와 유성은의 직제자이며, 안호연이 그와 함께 길드 체험 사건을 막는 데 동조했다는 것.
안석구 입장에서는 자식이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조금만 늦게 발을 뺐다면 안석구 역시 구자인에게 찬동했다는 명목으로 구속되었을 터.
안석구의 눈에 핏발이 섰다.
“못난 놈! 감히 아들이 아버지를 감옥에 처넣으려고 해?! 그러고도 네가 내 아들이냐!”
“아버지.”
“닥치고 똑바로 들어라! 안호연! 너는 대한민국 최고의 레이더가 되어야 한다. 모두를 네 발아래 둬야 한단 말이야! 그게 힘을 가진 사람의 특권이다!
당장 민재현 그놈을 끌어내려라. 어떻게든 해서 네가 최고가 되란 말……!”
“그만 하세요.”
안호연은 더는 듣지 못하겠다는 듯 경멸에 찬 얼굴로 말했다.
지금껏 몇 번이나 아버지를 설득해 보았다.
과거 재현은 자신을 수차례 구해준 은인이며, 길드 체험 사건 역시 자신이 재현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생도를, 자신의 친구들을 경쟁자로 여겨 짓밟으라 가르쳤다.
역겨웠다.
안호연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꼭대기에 올라간다고 해도 남는 것은 없다.
외롭게 가장 높은 곳에 오른다 해도.
진실한 동료를 구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지.’
안호연은 이제 결론을 내렸다.
더는 아버지의 뜻대로 살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이건 제 인생이니까.”
안호연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실었다. 그의 눈빛이 전에 없이 차게 식었다.
안호연은 제 어깨를 붙잡은 아버지를 밀쳐내며 말했다.
“아버지는 아버지 인생을 사세요. 정직하게.”
“아, 안호연! 당장 이리 오지 못해! 안호연!”
안호연은 아버지의 말을 무시한 채 밖으로 나섰다.
목적지는 한 군데.
어머니의 병원이었다.
* * *
서울 중앙 병원.
안호연은 익숙한 얼굴의 간호사에게 인사를 건넨 뒤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인다.
병실에 누운 채 작은 숨만 겨우 내쉬고 있는 모습.
안호연이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떨궜다.
‘엄마…….’
어머니의 병실을 찾는 것은 안호연에게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천성이 효자였고, 어머니는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가족이었으니까.
예전.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버지 역시 자신과 같았었다.
과거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를 끔찍이나 아꼈으나, 이제는 변해 버렸다.
마수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아내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과 전문 치유계 레이더의 도움이 필요했다.
허나, 아버지에게는 그럴 만큼의 힘이 없었다.
가진 군 관련 인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지쳐버렸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 갖은 방면으로 뛰어다녔으나, 그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새롭게 바뀐 세상에서는 힘이 있는 이들이 의학을 독점한다.
가진 것이 없으면, 남들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면 버려진다.
아버지는 점차 망가져갔다.
이후. 그는 안호연의 재능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신의 아내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아들을 혹사하고 더 힘든 상황으로 끊임없이 몰아넣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에게 아내의 병을 고치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저 아들을 특별한 존재로 키워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비틀린 욕망과, 지울 수 없는 열패감뿐.
안호연은 자신에게 화를 내던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말했다.
어떻게든 재현을 이기라고.
가장 높은 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라고.
물론 안호연 역시 재현을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겁한 방식으로 이기지는 않을 것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안호연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시 올게요.”
작게 읊조린 뒤 병든 어머니를 뒤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고기 파티가 모두 끝난 후.
세 사람은 뒷정리를 대충 끝낸 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김유정의 부모님은 집에 없었다. 심야 영화를 예매해 둔 탓에 조금 전 시계를 보며 급히 뛰어나갔기 때문이다.
“나도 곧 일어나야겠다.”
TV를 보던 재현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김유정이 고개를 들어 재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벌써 가게?”
“야. 무슨 벌써야. 지금 시간이 열두 시가 다 돼 가는데.”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 거 따졌다고. 좀만 더 있다가지.”
“더 있으면 너희 아버지가 나 가만 안 두실걸?”
“왜?”
김유정이 소파 아래서 몸을 기대오며 물었다.
재현은 짜증 섞인 얼굴로 김유정의 얼굴을 밀어내며 답했다.
“부모님도 안 계시는 데 오래 있으면 좀 그렇잖아. 무조건 혼날걸?”
“혼날 짓을 안 하면 되잖아. 안 그래 이나야?”
“……아, 응.”
서이나는 약간 늦게 답해 왔다.
김유정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깊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재현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시각은 11시 53분. 곧 자정이었다.
“7분 있다 간다.”
“진짜? 이나도 있는데 매정하게.”
“시끄러.”
두 사람이 평소처럼 옥신각신하는데.
별안간 두 사람을 지켜보던 서이나가 입을 뗐다.
“……너희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엉? 뭔데? 뭐든 물어봐.”
김유정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서이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오물거리며 어렵사리 말을 뱉어냈다.
“그…… 두 사람 혹시…… 사귀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알 수 없는 정적 사이로 재현의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뭐?”
재현은 생각했다.
대체 이나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