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70
169화 변수(2)
쾅!
“뭐, 뭐야?!”
잠시 후. 서클 시드의 거처.
임성호가 서클 시드의 멤버들에게 출격 지시를 내린 직후. 어디선가 들려온 굉음과 함께, 거처의 문 한쪽이 날아갔다.
시드 멤버 전원이 당황한 얼굴을 한 채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과 결계까지 펼쳐 보호했던 문이 단번에 박살 났다고?
“이게 무슨…….”
“여기 모여 있었구나.”
멤버들이 당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별안간, 폭음과 함께 부서진 입구로부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일면식이 있는 사이지?”
문을 박살 내며 등장한 존재. 이는 아주 익숙한 얼굴의 주인이었다.
민재현.
그가 어쩐 연유인지 먼저 자신들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신준상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정신이 없는 와중,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선연할 뿐이었다.
‘저 역할은 우리 건데……?’
* * *
“그래서. 너희가 날 공격하려고 했다고?”
재현이 조소하며 둘러싼 시드의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그는 조금 전, 마력 감지로 근처 생체 신호를 모조리 수신해 이곳을 찾아낸 참이었다.
서클 시드를 전원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지만…….’
조금 전. 재현은 이수혁의 말을 듣고, 그들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확신을 얻었다.
시드는 철저히, 그것도 계획적으로 자신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번이라도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후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거든. 거기다 이 새끼들이 내가 아닌 동료들을 공격할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재현은 자신이 신경 쓸 일을 최대한 줄일 생각이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시드를 여기서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오래 걸리지도 않을 테니 큰 문제도 없고.
“그래. 그렇다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 혼자는 우리 전원을 상대할 수…….”
임성호가 끼어들며 말하자 재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같잖은 소리 하네.”
“……그런 자신감도 얼마 못 갈 거다. 우리가 뭘 준비했는지 안다면 말이야.”
임성호가 말과 함께 인벤토리에서 구체의 한 아티팩트를 꺼내 손에 쥐었다. 재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티팩트가 귀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익숙한 물건이네. 좋아, 재밌겠는데?’
“마침 내가 어디까지 성장했는지 알고 싶었는데. 너희가 이렇게 도와주는구나.”
재현이 호기 어린 미소와 함께 말하자, 시드의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이 아티팩트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
“모두 쫄지 마! 그저 허세다. 이 ‘마력 억제 장치’가 있다면 아무리 저 녀석이라고 해도 버틸 수 없을 거야!”
재현의 입가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력 억제 장치라.
‘마력을 억제해 마법사들의 캐스팅을 저지하고, 근본적인 마법의 파괴력을 낮추는 아티팩트지.’
이는 과거 구자인의 심복인 김석기를 처치할 때, 그가 사용했던 물건이었다.
당시. 스승인 유성은은 마력 억제 장치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을 흘려 넣어, 이를 부쉈었다.
‘내가 정말 S급의 경지에 근접했다면.’
선생님이 했던 것처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임성호와 서클 시드의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알았으니까. 그 대단한 아티팩트 빨리 시동이나 해. 기다리게 하지 말고.”
“저 새끼가……!”
이번에는 신준상의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임성호 역시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말했다.
“그렇게까지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지이이잉……!
임성호의 손에 들린 마력 억제 장치가 가동되며, 몸에 잔류하던 마력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비싼 아티팩트답게 효과는 확실했다.
허나, 재현에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가 웃었다.
“이거 믿고 까분 거냐?”
그 순간, 재현의 몸으로부터 단번에 마력이 터져 나오며 임성호의 손에 들린 마력 억제 장치가 산산이 부서졌다.
임성호의 눈가가 좁혀졌다.
‘무슨…… 마력 억제 장치가 부서졌다고?!’
“한 가지 충고해 줄게.”
재현은 아티팩트를 완전히 박살 낸 뒤,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템빨 믿고 설칠 거면 나 정도는 돼야 돼. 알았냐?”
쾅!
재현의 꽉 쥔 주먹이 앞으로 뻗어졌다. 수정을 들고 있던 임성호의 몸이 날아가 뒤편에 정확히 꽂혔다.
“다음은 너희야.”
비릿한 미소와 함께 떨어지는 목소리.
서클 시드의 멤버 전원이 기겁한 채 재현을 바라보았다.
* * *
잠시 후. 서클 시드의 거처에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아앗, 아야……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럴 테니까. 이거 좀 풀어 주세요.”
“어허. 움직이면 뼈 맞는다. 가만히 있어.”
“제발 여기서 그만…….”
신준상마저 몇 대 맞더니 완전히 재현에게 굴복해 버렸다.
참고로 재현은 지금 신준상의 등위에 발을 얹은 채였다. 그는 마나 체인으로 이들의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게끔 묶어둔 참이었다.
그는 챙겨온 말린 웜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대체 뭘 믿고 그렇게 깝죽거렸는지 이해가 안 되네. 내가 너그러우니까 이 정도로 봐 주는 거지.
한 번만 더 이런 일 있으면 진짜로 죽여버린다.”
“……예. 죄송합니다.”
신준상이 땅에 머리를 박았다. 어지간히 시달린 모양.
허나, 재현은 전혀 연민의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도라고는 해도, 자신을 공격하려던 녀석이 아닌가?
만약 던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틀림없이 죽였을 것이다.
재현이 한숨을 쉬며, 이들을 구속하고 있던 사슬을 풀어주었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봐도 되겠…….”
“잠깐 그전에.”
재현이 슬금슬금 일어나는 신준상과 시드의 멤버들을 멈춰 세웠다.
그가 말했다.
“입막음은 확실히 해야지. 일단 일렬로 서 봐.”
“……?”
이해할 수 없는 지시였으나, 지금은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재현이 몸을 일으킨 뒤 자신들을 향해 다가왔다. 시드 멤버들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조금 전, 먼지 나게 맞은 덕분에 방어기제가 작동한 탓이었다.
“그대로 가만있어라.”
재현은 그렇게 말한 뒤, 마력을 약간 개방해 마법을 발동했다.
―액티브 스킬 《세뇌》를 발동합니다.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스킬의 형태를 변환합니다.
―액티브 스킬 《종속》을 발동합니다.
‘이, 이건 대체…….’
마치 영혼을 옥죄는 듯한 고통이 이들의 전신에 퍼져나간다.
재현이 씩 입꼬리를 올린 채 말했다.
“내가 가진 힘과 능력까지. 모든 것에 대해 일체 발설을 금지한다. 덧붙여 내 동료들과 날 건드리는 것도 싹 다 금지야.
안 지키면 싹 다 죽여 버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라.”
재현의 말과 함께, 푸른빛을 띤 투명한 사슬이 이들의 몸을 타고 올라갔다.
과거 구자인에게 얻었던 종속.
이를 이용한다면, 이 정도 입막음은 어렵지 않다.
―지정 대상 전원의 종속이 완료되었습니다.
“자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정신 단련을 해 줄…….”
구구구구구!
그 순간, 도시의 깊은 지역으로부터 쏟아지는 위압적인 마력.
‘……뭐지?’
재현이 즉시 일어나며 팔짱을 풀었다.
조금 전 느꼈던 그 감각. 그건 대체 뭐지?
‘위험하다.’
재현은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아주 거대한 마력이 서서히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입술을 짓씹었다.
“살아남고 싶으면 어떻게든 입구로 가라. 교관들한테 보호 요청하고.”
“예?”
신준상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놈이 뭘 잘못 먹은 건가?
왜 갑자기 자신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간다.”
재현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향했다.
마력을 개방하고, 빠른 이동을 위해 윈드 부스트까지 발동한다.
한편, 그의 기에 짓눌려 있던 임성호는 그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그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하아…… 민재현 그 새끼……!”
허나, 임성호의 말에 집중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번 일 때문에, 멤버들의 자신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치달았다.
이제 리더로서 임성호의 지위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젠장!”
언젠가는 죽여 버리겠다.
임성호는 그렇게 되뇌며, 재현이 나선 입구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한편, 시드의 거처를 빠져나온 재현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이 정도의 거대한 마력이라면…… 최소 후긴 이상이다. 헤임달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재현은 확신했다.
갑작스레 도시 중심부로부터 퍼져 나오기 시작한 막대한 마력.
이는 그가 움직였음을 확언할 수 있게 해 주는 지표였다.
“다른 사람들이 휩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얼거림과 동시에.
―긴급 퀘스트 《폐쇄 도시 방어전》을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이곳에 있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도시 바깥으로 나갈 수 없으며, 필드의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사흘 후 도시가 완전히 파괴됩니다.
―퀘스트 정보를 표시합니다.
[긴급 퀘스트]폐쇄 도시 방어전
폐쇄 도시 대구가 거악(巨惡) 헤임달에 의해 점거되었습니다.
거점을 지키고 보스 몬스터 본 드래곤과 헤임달을 저지하십시오.
단,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성인 레이더들은 시스템의 힘을 사용할 수 없으며, 본 드래곤과 헤임달을 처치하지 않을 경우 살아 돌아갈 수 없습니다.
조건
1. 본 드래곤의 저지.
2. 헤임달의 저지.
난이도: ???
보상: ???
*퀘스트 기간 중 외부에서 도시 내부로의 개입이 금지됩니다.
“벌써…… 시작된 건가.”
재현은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리에 힘을 실었다.
꽉 다문 입술 틈으로 미미한 마력이 새어 나왔다.
거대한 디펜스 게임이, 막 시작된 참이었다.
* * *
서클 나인의 거처.
이곳에 한 남자가 도착했다.
“여기가 대적자의 동료들이 있는 곳인가.”
헤임달.
아스가르드의 파수꾼이 웃으며 제 마력을 개방한다.
대적자가 갑작스레 일정을 조정하는 바람에 원하는 수준까지 힘을 회복하지는 못했으나, 이 정도면 약해빠진 생도들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애초에 신격을 가진 헤임달의 힘은 3할이라 해도 S급 레이더에 버금가는 수준.
지금의 재현조차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게 바로 그의 경지였다.
쿠궁!
헤임달이 회백색 건물을 지나 나인의 거처 내부로 향했다.
콰직!
그의 손짓 한 번에 거처를 지키고 있던 결계가 가볍게 바스러진다.
“민재현 왜 이렇게 늦었…….”
텐트에서 휴식하고 있던 김유정이 밖으로 나오며 말하려다, 이내 굳어 버렸다.
‘이상하다. 저 사람, 민재현이 아니야.’
정현과 유의 멤버들이 아닐까 생각했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항거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불온한 힘의 소유자였다.
‘마치…… 마수 같아.’
김유정은 그렇게 생각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싹트며 심장이 반복해 두근거린다.
어느새 곁에 붙은 안호연과 서이나, 권소율이 나란히 섰다. 이재상 역시 텐트 밖으로 나와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너희가 대적자의 동료들인가?”
“그게 무슨 소리…….”
김유정이 뭔가 말하려던 그때.
쿠궁!
갑작스레 대기 중의 마나 농도가 변화했다. 세 배 이상 짙어진 마력에 동료 전원의 몸이 휘청이며 무릎이 굽혀졌다.
헤임달이 오연한 미소와 함께 덧붙였다.
“묻는 말에만 대답하거라.”
권소율은 본능적으로 마력을 개방해 아티팩트를 시동했다.
일전에 재현에게 받았던 물건.
결속의 문장을 통해 그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권소율: 민재현, 당장 돌아와! 적이 나타났어. 사람같이 생겼는데, 느껴지는 마력은 마치 마수…….]문자는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권소율에게 다가온 헤임달이 웃으며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크헉!”
“뻔히 보이는 수를 쓰는구나.”
헤임달은 반대 손으로 마력을 응축한 뒤, 동료들을 향해 쏘아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가 조소하며 이었다.
“너흰 여기서 모두 죽어줘야겠다. 대적자. 그 녀석을 원망하거라.”
“그렇게는 안 되지.”
―액티브 스킬 《절대 연산》을 발동합니다.
콰창!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음과 함께, 헤임달이 쏘아낸 마나포가 그대로 박살 나 주위에 파편을 흩날린다.
이어 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권소율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헤임달의 손이 떨어진다.
대기 중 존재하던 마나 역시 원래대로 돌아오며, 한 흑발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보고만 있을 거라 생각하나?”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고압적인 전격을 머금은 사슬을 부딪쳤다.
그 순간.
헤임달의 표정이 싸늘히 굳으며, 차게 식은 두 눈동자가 재현을 향한다.
“네놈.”
콰콰콰콰콰!
일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헤임달의 마력.
그의 입술이 서서히 열리며 압도적인 신격이 쏟아져 나왔다.
“어째서 네가 ‘그분’의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