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1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16화
합동 훈련(4)
아포피스의 무덤.
수도, 무릉도원의 아예 반대편에 있는 지역으로 또 나름의 색다른 절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아포피스들 때문에 생긴 커다란 황토색 구덩이들.
거기서 죽어 나간 뱀들의 혈독으로 사방은 피 냄새가 진동했고, 수풀이 자라질 않는다.
때문에.
오래간만에 취하는 달콤한 휴식 속에서도 랭커들은 불안했다.
“여긴 어딜까요?”
“그러게요. 굉장히 으스스하네요.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것처럼.”
“그나저나 괜찮습니까?”
“아뇨, 삭신이 쑤시네요. 하, 힘들어라.”
곤죽이 된 몸을 어떻게든 회복시키기 위해 몸에 기운을 불어넣는 그들.
이들 중에는 곧바로 잠을 청하는 자도 있었고.
또 서로 친한 사람끼리 앉아서 수다를 떠는 자도 있었다.
“진짜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일주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하게 해놓고 고작 휴식이 두 시간이라니요.”
“솔직히 저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왜 랭커가 되었는지……. 차라리 1,001등이었으면 지금 등 따시게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있잖아요?”
“맞네, 맞네! 괜히 욕만 먹고. 하, 현타 씨게 오네에!”
“그래도 뭐, 확실히 몸이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은 받아서 다행이네요.”
‘랭커’와 ‘시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애초에 이런 걸 즐기지 않는 자는 랭커에 들어설 수가 없었다.
80억 인구 중 고작 1,000명.
확률로만 따져도 이들은 전 세계 0.000000125% 안에 드는 초엘리트들이다.
“그나저나 배고프지 않아요?”
“예,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완전 거지꼴이네요. 근데 뭔가……. 어?”
“음?”
“이 향은 뭐지?”
수다 떨던 랭커들이 고개를 획 돌렸다.
자고 있던 랭커들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밥?”
“요리야?”
바질, 로즈마리, 버터, 마늘 등의 향기가 달콤하게 섞여서 그들의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사람이라면 절대 넘어갈 수 없는 그런 향.
꿀꺽.
군침을 삼킨 랭커들의 앞에는 엄청난 크기의 조리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내, 냄비 봐. 왜 이렇게 커?”
“……저런 게 어디서 나타난 거지?”
보글보글.
냄비가 불에 붙어 끓고 있고.
촤릇, 촤르륵!
프라이팬은 고기와 채소가 양념과 함께 달큼하고 짭짤하게 볶아지고 있었다.
거의 감각만으로 엄청난 양의 요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다름 아닌 양정애.
마더(Mother)라 불리는, 세계 랭킹 800위의 요리사 랭커였다.
“미, 미친.”
“저분이 그랜마 정애?”
“나, 들어 본 적 있어! 예전에 정애루를 운영했던 별천지의 전용 요리사……! 유일한 랭커 요리사잖아!”
랭커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두가 집중해서 그녀의 요리 장면을 쳐다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꼬르르륵.
일주일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소화해야 했기에 배도 고픈데.
요리 실력으로만 랭커에 올라선 양정애의 요리를 마주한다?
‘그건 못 참지.’
‘별천지 새끼들 존나 부럽네. 맨날 훈련하고 저런 걸 먹는 거야?’
‘와, 냄새 봐. 이걸 어떻게 참아?’
헥헥헥.
랭커들이 굶주린 개처럼 혀를 내밀고 요리를 쳐다봤다.
양정애는 순식간에 요리를 만들어냈다.
만들어지는 요리의 종류도 다양했다.
김치찌개, 불고기, 비빔밥, 된장찌개 등의 한국식 요리.
초밥, 라멘, 돈부리, 사시미, 텡동, 소바, 가츠동 등의 일본식 요리.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햄버거, 라자냐 등의 서양식 요리까지.
‘으아아아아.’
‘나도, 나도 줘!’
‘내 차례는 언제?’
백지장처럼 질려 있는 얼굴과 푸르뎅뎅하게 변한 입술로 음식만 기다리는 랭커들의 꼴은 기괴했다.
음식을 주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간절한 표정.
하지만.
“자, 먹거라. 이놈들아!”
양정애는 철저하게 별천지 멤버들에게만 음식을 제공했다.
전용 모자를 쓰지 않은 랭커들에겐 음식이 나가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랭커들 중 하나가 외쳤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야?
사람을 불러다 일주일 동안 굶기며 훈련을 시켜놓고 음식을 내어주지 않는다고?
이게 무슨 UDT 생식주야?
아니면 무사트 특별과정?
“너, 너무한 거 아니오?”
“사람이 밥은 줘야지! 그것도 눈앞에서 저렇게 맛있는 음식을 해놓고 안 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날 죽여!”
하지만.
랭커들의 폭동 아닌 폭동에도 양정애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뭔 멍멍이 똥 같은 소리들이여?”
오히려 그런 그들을 미친 사람 보듯 쳐다봤다.
“먹고 싶으면 사 먹어야지. 니들이 고아나 그지 새끼들도 아니고 돈도 많은 랭커들인데, 뭔 공짜로 밥을 얻어먹으려 그려? 양심도 없어?”
“아.”
“……돈이요?”
“그러니까 돈만 내면 먹을 수 있다는 거죠?”
랭커들이 수그러들었다.
그들은 랭커.
지구에서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해 온 집단 중 하나다.
아마 모든 랭커들의 부의 합이 유대인들보다 많을 거다.
“그래, 이놈들아! 우리 별천지 멤버 아니면 국물도 없어!”
“그, 그래서 얼마인데요?”
누군가가 다급하게 물었다.
“얼마?”
씩.
양정애 할머니가 웃었다.
“요리 하나당 백만 불 가치의 황금.”
“……?”
“……예?”
순간적으로 랭커들이 벙쪘다.
백만 불이면 한화로 약 13억 정도.
요리 하나 가격이라기엔 지나치게 비쌌다.
“이놈들아. 원래 세상이 그런 거여.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이고 음식도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거거든. 게다가, 이놈들아! 너희가 뭘 했다고 공짜 밥을 먹어?”
“…….”
다른 이가 그랬다면, 바로 경을 쳤을 테지만.
상대는 양정애였다.
별천지의 최연장자로 그들의 존경을 받는 랭커.
물론, 방금 했던 말은 양정애의 생각이 아니었다.
훈련을 떠나기 전 김진아가 시켰던 말을 그대로 읊은 것일 뿐.
“…….”
랭커들이 머뭇거렸다.
그래, 13억?
랭커들에겐 껌값이긴 하다.
근데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아무리 본인에게 싼 가격이라 해도, 뭔가 호구 당하는 느낌이 들면 사기 싫은 기분.
그렇다.
이건 완전한 사기였다.
별천지의 음모였다.
일부로 지옥 같은 훈련을 시켜놓고 음식으로 피 같은 황금을 털어내려는……!
“하나 주쇼.”
그때, 어떤 랭커 하나가 나섰다.
제법 풍채가 있는 자였는데, 먹을 걸 꽤나 좋아하게 생긴…….
‘헉, 저자는……!’
‘하얀 돼지?’
사람들이 하나둘 알아보기 시작했다.
엄청난 기세로 세계 랭킹 95위의 자리에 올라선 돼지……. 아니, 남자.
‘백돈, 유상돈이다!’
‘국상연의 3대 부회주.’
‘돈 엄청 많다던데.’
서울 오성(五星) 중 하나인 그가 종이에 시원하게 서명했다.
“이런 자리에서 이런 음식이 나오는데, 13억이면 껌값이 맞지.”
종이를 내민 그가 음식 하나를 선택해 받았다.
기본적인 김치찌개.
제법 급했는지, 받아듦과 동시에 우걱우걱 먹어댔다.
‘미, 미친.’
‘맛있겠다.’
‘그냥 나도 사?’
순식간에 요리를 비워낸 백돈이 눈을 번쩍 빛냈다.
“오오, 이런 맛이라면, 10억이 아니라 100억도 아깝지 않겠어. 할매, 열 개만 더 골라도 됩니까?”
“물론이지. 여기 차용증!”
촤르르륵!
10개의 차용증이 백돈의 앞으로 유려하게 날아갔다.
“아, 참고로 요리는 딱 1,000개만 만들 거니, 참고들 혀.”
“……!”
그제야 눈치 보던 랭커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활동량이 많은 랭커들.
보통 한 요리만 먹는 게 아니라, 10개 이상씩 거뜬히 먹어댄다.
저 별천지 멤버들만 봐도 그렇다.
“크하하하핫! 역시 정애 할머니 요리가 최고란 말이지!”
광전사의 옆에는 벌써 20개의 그릇이 쌓여가고 있었다.
“미, 미친?!”
“나도 하나 주쇼!”
“난 다섯 개! 아니, 열 개! 일단 줘!”
“저는 스무 개요!”
“이, 이봐! 앞에서 그렇게 많이 사가면 어떡해!”
그렇게 음식 쟁탈전이 시작되었다.
1,000개만 13억에 팔아도 1조 3천억 가치의 황금을 얻을 수 있다.
식사 시간이 많아질수록 버는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겠지.
사실, 김진아가 이렇게 돈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차피 이제 김진아에게 저 정도의 돈은 푼돈이다.
동시에 저들도 비싸다고 생각되면 굳이 안 사 먹으면 된다.
다만.
[김진아 : 흐흐, 밥값은 해야 밥을 주죠.]이는 랭커들을 열받게 하기 위함이었다.
[김진아 : 제대로 성장해서 밥값 하는 애들만 무료로 줘요. 그래야 더 열심히 하지 않겠어요?] [마더(Mother) : 끌끌, 그러마.]어느 정도 용돈도 챙기면서, 랭커들의 감정을 건드려 더욱 열심히 뛰게 하려는…….
일거양득의 방안이었다.
* * *
식사 소란이 끝나고 약속된 2시간이 흘렀다.
교관의 통제 하, 모든 랭커들이 다시 오와 열을 갖추었고.
쿠웅!
광전사의 발소리가 훈련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크하하핫! 다들 충분한 휴식을 취했나?”
저들이 제대로 쉬지 못했음을 안다.
또 누군가는 음식조차 제대로 못 먹었음을 안다.
하지만 장대웅은 그런 그들을 약 올리기라도 하듯,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왜 밥 비싸게 먹으니까 아니꼽나?”
일부러 그러는 거다.
애초에 이것은 지옥 훈련, 랭커들은 잠깐이라도 편해선 안 된다.
극한을 느끼고 한계를 넘어야 한다.
그래야 불리한 상황에서도, 그 의지로 상대를 넘어설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그건.’
우리 별천지 멤버도 마찬가지다.
“아린 님.”
장대웅이 옆에 있는 붉은 머리 소녀를 불렀다.
‘아린이다.’
‘엘로이즈 아린, 마탑주를 이긴 소녀.’
‘이제는 무릉도원의 마탑주라지?’
‘이번 몬스터 대전 때도 엄청나게 활약하던데.’
랭커들이 눈을 빛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말은 하지 않지만, 모두가 알았다.
아린의 위대함을.
“예.”
“이번엔 세 마리, 동시에……. 가능합니까?”
“으음? 정말이요? 저번에 두 마리도 버겁게 잡지 않았나요? 뭐, 가능이야 하지만…….”
아린이 살짝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크하핫! 괜찮습니다. 우리도 한계를 넘어봐야지요.”
광전사가 시원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각을 맞추어 서 있는 랭커들을 오시했다.
“지금부터 본 교관과 조교들이 시험을 보일 거다. 이번 훈련은 단지 힘만 세다고 되는 게 아니야. 제법 전술적인 사고와 팀워크를 필요로 하거든. 백문이 불여일견. 한번 봐라. 그리고. 너희가 이번 훈련만 무사히 통과할 정도가 되면……. 그때는 너희도 제값으로 밥을 먹을 자격이 되겠지.”
장대웅이 아린에게 눈짓하자.
끄덕.
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쿠구구구구……!
세상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포피스.
순수 힘만으로 성좌급 중 최상위인 용족에 근접한다는 고대의 생명체.
그들 셋이 여기 무덤에 소환되는 소리였다.
파즈즉!
이번엔 플로아가 앞으로 나섰다.
“다들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라. 겁을 먹으면 잘 쓰던 기술도 안 나와. 포기할 생각은 버려라. 이번엔 주인의 수하들도 우릴 돕지 않을 거다. 그 말인즉슨.”
“…….”
조교들이 빨간 모자를 바닥에 내려두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아무런 말 없이 무기를 드는 그들의 모습은 경건해 보이면서도 ‘멋’이라는 게 있었다.
“여기 세 마리를 잡지 못하면 우린 다 죽는다는 말이다. 절대 실수하지 마라. 완벽함을 추구해야 한다. 네 한 번의 실수로 동료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거야. 알겠어?”
쿠과가가가가가!
그리고 그들 앞에.
엄청나게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 키에에에에에엑!
– 키아아아아아아!
– 키에엑! 키에에에엑!
아포피스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미친.’
그 아포피스를 본 마왕이 경악했다.
경악을 넘어 그냥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무슨.’
분명 저 커다란 뱀 한 마리가 상급 마왕과 비스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마왕군이 그토록 힘들게 잡았던 상급 마왕, ‘모락스’의 힘 말이다.
근데.
그런 뱀 세 마리를 동시에 잡겠다고?
별천지 이 새끼들.
도대체 뭐 하는 집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