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23
제223화
“몇 시간만 지켜봅시다. 그리고도 안 나타나면… 그땐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계획을 세워야죠.”
“계속 이 자리를 지키는 게 아니라요?”
“여긴 위험하죠. 식사도 해야 하고, 잠도 자야 하는데. 우리가 방심한 틈에 나타나면 방금 죽은 드래곤처럼 되는 겁니다.”
방심이 곧 죽음이란 소리.
***
한편 내 예상대로 타우젠트의 죽음을 호르킨스도 느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드래곤들도.
하지만 현장에 나타난 드래곤은 하나도 없었다.
먼저 다른 드래곤들은 타우젠트의 성질을 알았기에 언제든 한 번 크게 당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타우젠트를 죽인 존재에 대해선 궁금함을 가졌다.
때문에 하루가 지나 타우젠트가 지난 자리에 하나씩 나타나 현장을 조사했다.
왜 즉시 오지 않았냐면…
두려웠으니까!
타우젠트도 죽었는데 자신이라고 안 죽을 수 있을까?
타우젠트의 전투력은 드래곤 중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해 있었다.
제일 최강의 존재는 드래곤 로드지만 거의 로드와 맞상대할 정도라 여겨졌다.
그렇기에 하루가 지나 조심스럽게 나타난 것.
그러면 드래곤 로드는 왜?
이유는 로드니까.
로드라면 왕이나 다름이 없는데 본인이 바로 움직일 리가 있는가!
호르킨스의 경우는 다른 드래곤과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니까 조심스러워서 나타나지 않은 것.
이유가 어찌 되었든 몇 시간이 지나도 호르킨스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나는 말리오, 지그먼트, 세 아내와 함께 새로운 장소로 이동했다.
어디냐면…
놈 종족이 있는 곳.
이유는 지그먼트가 방문을 원해서였다.
나도 동의했는데 사막에 거주지가 있기도 하고, 이곳에 놈 종족과 함께 있으며 드래곤으로부터 안전하리라 여겨서였다.
어떤 드래곤이라도 놈 종족이 드래곤을 공격했으리라곤 상상을 안 할 테니까.
능력이 없는 것도 없는 거지만 의지도 없으니까.
놈 종족과 일주일 정도 지내며 있었는데 지그먼트가 의외의 말을 했다.
“만일 호르킨스까지 죽이고 나면 난 이곳으로 와서 살련다.”
“놈 종족이랑?”
“응.”
“왜?”
“여기가 편해서. 후손도 찾고 할 마음으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다지 반갑지도 않았고. 난 여기서 죽을 때까지 마법이나 연구하면서 사는 게 좋겠어.”
“으음.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는데.”
대화중에 말리오가 끼어들었다.
버럭.
“야! 넌 쥬리가 있잖아. 설마 내 딸을 버리려는 거냐?”
부들부들.
나도 모르게 손이 검으로 갔다.
말리오가 바람둥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흐흐. 비슷한 생각을 했을 뿐이라고. 그리고 쥬리랑은 사귀지도 않았는데 무슨 결혼.”
버럭.
“야!”
다시금 고함을 내질렀다.
세 아내와 말리오가 죽으면 말리오를 살리려고까지 했다.
그러니 말리오의 태도에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왜 소리를 지르는데?”
“내 딸을 가지고 장난을 친 거야? 응?”
“키스 딱 한 번이다. 키스!”
“키, 키스?”
“그래. 키스했다고 책임지라는 건 좀 심하지 않냐? 니가 아무리 황제라도 말이야. 안 그래?”
“어? 그래?”
이번엔 내가 당황했다.
‘젠장. 난 갈 데까지 간 줄로 알았잖아.’
순전히 나 혼자만의 오해였다.
발그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럼 첨부터 키스라고 말을 했어야지.”
“아이씨. 남녀 간의 일을 하나하나 다 밝혀야 해?”
“나는 남이 아니잖아. 난 아빠라고!”
“아무리 아빠라도 그렇지. 그렇게 딸이 귀하면 평생 옆에 끼고 살든지. 에이씨.”
“흐음. 알았다. 그래서 너도 밀림으로 가서 다크 엘프랑 살 거야?”
“아직은 생각 중이야.”
“허허. 이러다 진짜 둘 다 떠날 기세네?”
갑자기 외로워진다고나 할까?
둘을 친구라 생각한 적은 없지만 계속 같이 있다 보니 친구처럼 되어버렸다.
특히 둘은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로 실력은 인간계 최상위에 있는 존재.
물론 내가 더 강하지만 그래도 내 수준에 가장 근접한 이가 두 사람이었다.
때문에 다른 이를 대할 때와 달리 편한 점이 있었다.
뭔가 강자끼리 통하는 게 있다고나 할까?
또 두 사람은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게 없으며, 정치적으로도 자유롭기에 나도 하고 싶은 말을 거르지 않고 할 수 있어서 편했고.
셋이 다닐 때는 신분조차 잊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이제는 내려놓았지만 그래도 황제라는 신분 때문에 남들은 날 불편하게 여겼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게 없었다.
“그러지 말고 내가 여자를 잔뜩 소개해줄 테니 둘 다 함께 지내자. 최소한 1~2년이라도 기회를 줘 봐.”
“흐흐. 떠난다니까 무척 아쉬운가 보군.”
“당연히 그렇지. 두 사람처럼 뛰어난 인재를 어디서 구해? 그리고 말리오? 쥬리는 내 딸이지만 아이 같은 곳이 많아.”
좋게 말하면 아이 같은 거였고, 나쁘게 말하면 철이 없는 거다.
“좀 사치스럽기는 한데 황제의 딸로 태어났으니 어느 정도 사치는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니가 쥬리랑 결혼한다면 내가 아주 큰 영지를 줄 거야. 사치 정도는 편히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영지.”
쥬리와 결혼을 안 한다고 해도 큰 영지를 줘야 한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실력자니까.
어차피 줄 건데 쥬리까지 맡아준다면 나로선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또 반짝거리는 걸 좋아하니까 혹시라도 기분이 상하거나, 싸울 일이 생겨도 반짝거리는 거 하나 안겨주면 다 풀린다고.”
보석 하나에 부부싸움 끝이란 얘기였다.
솔직히 부부 생활 하면서 스트레스 쌓일 일이 한두 가지인가?
보통이라면 남자가 보석을 척척 주는 게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영주라면 보석 따위야 문제도 안 된다.
물론 국보급 보석은 구하기 힘들고, 세상에 몇 개 되지도 않으니 줄 수 없다.
하지만 그 이하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리고, 단순해서 머리 굴리지 않고, 다루기도 쉽고. 미모도 엄마를 닮아서 뛰어나.”
“흠흠. 미모는… 인정이지.”
아나이스의 미모가 이어진 게 쥬리였다.
그렇다고 엄마처럼 근육질도 아니다.
전형적인 서양 미녀의 미모와 몸매를 가진 게 쥬리였다.
그러니까 들어갈 곳 들어가고, 나올 곳 나온.
“말리오? 넌 단순한 여자가 좋아? 아니면 복잡한 여자가 좋아?”
“난… 단순한 여자.”
“그래. 그럴 거 같았어.”
같이 지내며 성격을 파악했는데 말리오는 복잡한 걸 싫어했다.
검에서도 그의 성격이 배어나오는데 변화가 많은 검술이 아니라 단순하면서 강직한 검술을 구사했다.
검이 빠른 건 아니라 충분히 검로가 예상이 되지만 막으려 해도 검의 우직하고 강직함에 밀려 뜻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그런 검술 말이다.
반면에 지그먼트는 마법사라 그런지 단순함은 없었다.
아주 깊이 파고드는 그런 성격이었다.
“지그먼트? 니가 끝까지 놈 종족이랑 살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 정 붙일 곳이 없어서 떠나는 거라면 다시 생각해봐.”
“왜?”
“아까우니까. 니가 익힌 마법들. 니가 죽고 나면 그냥 묻혀버리잖아. 제자를 두고 네 마법이 계속 이어지는 걸 바라지 않아?”
“제자…”
갑자기 지그먼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나도 강자가 되어보니 느끼는 게 있었다.
자식을 낳아 내 피가 이어지게 하는 욕망만큼이나 제자를 두고 내가 익힌 것들이 이어지길 바라는 욕망도 크다는 걸.
난 아직까지 제자가 없다.
단 한 명도.
자식 중에 골라서 키워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포기했다.
첫째는 세 아내의 질투가 걱정되었다.
세 아들 중에 누군가 골라서 실력을 키워주면 분명 남은 두 아들의 엄마가 질투하며 나설 거다.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도 마찬가지일 테고.
난 그런 상황을 아예 만들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누구를 골라서 실력을 키워주지 않았다.
나름 골고루 잘 해주려고 했다.
‘그리고 검은… 나에겐 검법이라 할 것도 없어.’
난 검법으로 강해진 게 아니다.
피지컬을 SS급으로 올리고, 빅자이언트나 버서커, 생존의 기로 같은 걸로 전투 중에 힘과 민첩을 올려서 싸웠다.
힘도 쎄지고, 남보다 2배, 3배로 빨리 움직일 수 있다면 검법이 필요할까?
이 세계가 게임 기반이지만 무협 같은 상상 속의 세상은 아니다.
검법 같은 건 같은 속도 거나, 최소한 비슷한 속도로 싸울 때의 얘기다.
상대가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공격을 해온다면 그 어떤 검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왜냐하면 검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나보다 2배, 3배 강한 힘과 속도로 덤비는 이를 상정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때문에 나는 익힌 검법이 없으며, 그래서라도 제자를 두고 전수할 게 없었다.
다음으로 마법.
난 마법도 정통으로 배우지 않았다.
또 마법은 나보다 실력자가 많기도 하고.
물론 이런 상태지만 그래도 그동안 보고 익힌 경험이 있으니 제자를 두고 내가 깨달은 걸 전해주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여하튼 나도 이런데 수백 년이나 마법을 익히 지그먼트가 제자를 두고 싶은 욕심이 없을까?
어쩌면 피를 이은 후손을 남기는 것보다 더 강한 욕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나도 제자를 갖고 싶긴 해. 그런데…”
갑자기 말끝을 흐리며 얼굴이 어두워지는 지그먼트.
심경변화가 뚜렷했다.
“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하게 해.”
“찾을 수 있겠어?”
“하하. 해보지도 않고? 니가 남겠다면 세 제국의 마법사들 모두를 싸그리 뒤져서라도 네 맘에 드는 자를 찾아볼게.”
“으음. 난 마법사 말고 어린 애를 원해.”
“어린 애라면 얼마나 어린?”
“10살 미만. 난 신분도 전혀 상관없어. 오로지 재능!”
“하하. 어렵네.”
기존의 마법사들 중에서 찾는 거라면 충분히 돕겠지만 10살 아래라면 그 수가 무수히 많은데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그래. 어려우니 포기한 거야.”
“하지만 시도는 해볼 수 있겠지. 내가 세 제국의 마법사들을 총 동원해서 찾을게. 응?”
“후우, 3년.”
“응?”
“드래곤을 잡고 딱 3년. 그 기간에 찾아내지 못하면 그냥 떠날래.”
“알았다. 그리고 여자도 소개를 해줄 테니 일단 만나는 봐라.”
어째 내가 매달리는 거 같아 기분이 상했다.
특히 말리오.
쥬리랑 나이 차이가 수십 년도 아니고, 2백년도 넘게 나는데 말이다.
그런데 말리오, 지그먼트와의 대화는 세 아내가 몰랐다.
셋 다 자고 있을 때에 얘기를 나눴으니까.
만일 듣고 있었다면 아나이스는 분명 화를 내며 절대 싫다고 할 수 있었다.
겉보기엔 말리오가 젊어 보이지만 속은 수백 년이나 된 늙은이라는 걸 아니까.
그런데 쥬리가 사랑에 실패한 걸 보니 굳이 나이만 따질 건 아닌 거 같다.
어리면 뭐하나. 사기꾼인데.
사기꾼까지는 아니더라도 황족의 일원이 되어 덕을 보려는 인간들도 많고.
하지만 말리오와 지그먼트는 덕을 보려는 목적은 없다.
왜냐하면 그 어디를 가든 실력만으로 대영주가 될 수 있으니까.
***
사막을 떠난 후에 우리가 향한 곳은…
또 다른 화산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활화산이 아닌 휴화산.
그렇다 해도 내부에 숨겨진 던전이 있고, 여기에는 화산 폭발을 막는 마법진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니, 뭔 화산이 이리 많냐고 하겠지만 대륙으로 보면 오히려 적은 거다.
지구에 얼마나 많은 화산이 존재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