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but the World Didn't Fall RAW novel - Chapter (102)
회귀했는데 세상이 안 망함-102화(102/103)
102화 [발할라 / 옵그] – ㅁㅁ을 찾아서
두-둥
웅장한 배경음악이 들려온다.
발할라 특유의 것.
“뭔가 오랜만인 것 같네요.”
여느 때와 같은 오후 8시.
전날 공지한 대로 [라이즈 오브 발할라]의 시작 화면과 함께 등장한 이도혁의 방송.
시청자들과 짧은 인사를 마친 이도혁이 게임을 로드하며 말했다.
-그야 오랜만이 맞으니까요ㅋㅋㅋㅋ
-끄-덕
-그것이 사실이니까
[올만에 발할라 스토리 밀기 / 이도혁 / 11,378 명]방송을 켠 지 5분.
그새 1만 명을 돌파한 시청자 수.
EVO 우승으로 그의 주가가 한창 최고조를 달려서도 있지만, 그의 말대로 오랜만에 플레이하는 발할라여서도 있었다.
종합 게임 스트리머라는 이름답게 지금까지도 여러 게임을 플레이한 이도혁.
그중 이도혁의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걸 뽑으라면 역시 아이언 피스트다.
근소한 차이로 얼티밋 파이터가 그 바로 뒤를 쫓고 있을 거고.
물론 두 게임의 시청자층은 사실상 겹친다.
다른 곳에서라면 서로 존망겜 vs 아류겜이라면서 싸워댔을 두 게임의 팬덤이겠지만, 적어도 이도혁의 방에서는 두 게임의 팬덤이 대통합한 지 오래.
사실 도사단에게 있어 이도혁은 거의 신이자 종교인 수준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특정 게임을 보고 싶어 하기보다는 이도혁이 상대와의 1 vs 1에서 미친 피지컬을 보여주며 상대를 압살하는 모습을 즐기는 것에 더욱 가까웠다.
-발할라단 집하아아압!!!
-캬ㅑ
-긴 기다림이었다…
-ㄹㅇ 길었다고 ㅋㅋㅋㅋ
-휠바바 내놔!!
그렇게 아피와 얼파가 첫 번째, 두 번째라면, 그 다음 세 번째로 도사단이 즐기는 게임은 라이즈 오브 발할라.
이도혁이 발할라에서 보여준 플레이들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라이즈 오브 발할라는 이도혁이 바이킹이고, 무투가이고, 쌍검충이고, 암살자고, 로빈 훗이기까지 한 게임.
심지어 다른 스트리머들의 방송에서는 소울류 시스템을 참고한 전투 시스템과 특유의 높은 난이도로 인해 거의 소울라이크 장르 취급을 받고 있을 정도인데, 이도혁이 하기만 하면 장르가 핵 앤 슬래시로 바뀌어버리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는 거였다.
『Rise of Valhalla』
그렇게 로딩된 게임.
툭.
이도혁이 오랜만에 꺼내든 장미칼을 매만졌다.
정확히는 장미칼(이었던 것).
-앗… 아아…
-???
-ㅅㅂㅋㅋㅋㅋ 머임
-아니 ㅋㅋㅋㅋㅋㅋ 뭔가요 이건
그걸 본 채팅창이 요동쳤다.
내구도 5/5 짜리 메이 아줌마의 부엌칼.
요리용 아이템이어서 그런지, 다른 무기와는 달리 전투에 아무리 쓰여도 내구도가 달지 않아 일전의 플레이에서 이도혁이 아주 잘 애용했던 그것이 지금은 처참한 꼴이 되어 있었으니.
“장미칼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왜 진짜 없냐고요
-ㄹㅇ 뭐임 어케 깨졌냐?
-엌ㅋㅋㅋㅋ
사실, 아이튜브에서도 꽤 화제를 낳았던 이도혁의 장미칼 플레이다.
[아아, 이것만은 꺼내지 않으려 했는데… / 라이즈 오브 발할라 9화]조회수 57만 회 / 2주 전
편집된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그걸 본 다른 스트리머들 사이에서도 메이 아줌마의 부엌칼로 발할라 플레이하기 챌린지가 유행을 끌었던 것.
하지만 적들을 공격하는 건 상관없지만 적들의 무기와 부딪히다 보면 내구도가 줄어들어, 상대의 공격을 피해 가며 짧은 장미칼로 적을 피격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난이도 탓에 다들 금방 포기.
결국 한 주 간의 반짝 유행으로 그치며 그걸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이도혁의 대단함만 다시 한 번 보여주게 된 챌린지였기는 했다.
“흠흠. 그게 말입니다.”
그래도 메이 아줌마의 부엌칼, 일명 장미칼이 이도혁의 발할라 플레이에 있어서 꽤 화제성 높은 장비였다는 건 엄연한 사실.
그런 장미칼이 지금은 장미칼(이었던 것)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이게… +4까지 한꺼번에 붙는 바람에 딱 한 번만 더 해보려다가….”
강화 실패.
이도혁이 오늘 방송이 있기 전 강화를 시도하다 터져버린 것.
-엌ㅋㅋㅋㅋ
-메이 아줌마 오열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
-5강은 못참지 ㅇㅇ
-기사단을 썰어도 안 터지던 게 강화 하나에…
“어쩔 수 없이 메이 아줌마의 부엌칼은 이제 보내주고….”
이도혁이 아쉬운 얼굴로 장미칼을 수납했다.
그러고 꺼내든 건 잘 벼려진 도끼 두 자루.
“다시 쌍도끼로 돌아와야겠군요.”
-오
-캬ㅑ
-오히려 좋아
-쌍도끼 바바 가즈아~~~
-도혁 센세는 이게 맞지 ㅋㅋㅋ
그 모습에 열렬히 호응하는 시청자들.
사실 회귀 전 이도혁이 주로 다루던 장비들은 쌍도끼 이외에도 여러 개가 더 있었다.
때로는 주먹과 발만으로, 때로는 도검류, 때로는 총기나 활 등을 다루기도 했던 이도혁.
하지만 방송을 시작하고 어쩌다 보니 쌍도끼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 비슷하게 되어버린 것.
물론, 그가 쌍도끼를 회귀 전에도 자주 사용하던 건 맞았기에 별 상관은 없었다.
‘마침 지금 상황에서도 쓰기 좋은 세팅이기도 하고.’
게임의 시작 지점은 노섬브리아 지방의 울창한 숲속.
현재 발할라 진행 상황은 결말까지는 중요한 몇 부분만 남아있는 상태.
지나치고 간 부분들이 조금 있기는 해도 굵직한 퀘스트 몇 개만 깨면 사실상 클리어다.
하지만 오늘 이도혁이 숲을 찾은 건 메인 퀘스트 때문이 아니었는데.
“몰랐는데 발할라에도 몬스터들이 있더라고요. 전설 속 동물들이라 해야 하나?”
-어 여기 늑대숲 아니냐?
-ㅇㅇ 맞는 듯
사이드 퀘스트라고 볼 수 있는 사냥퀘.
리얼리티를 강조한 라이즈 오브 발할라지만, 그래도 게임은 게임인지라 전설 속 동물들을 게임 내에 구현해 놓기도 했다.
정확히는, 과거를 살아가던 바이킹들이 이런 동물들을 보고 신화적 동물들을 떠올린 게 아닐까 하는 기이할 정도로 몸집이 크거나 날랜 동물들.
지금 이도혁이 잡으러 온 놈도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띡-
퀘스트 창을 연 이도혁.
『바나르간드의 세 마리 아들들』
『로키와 앙게르보다 사이에서 태어난 바나르간드는 입을 벌리면 하늘과 땅에 위턱과 아래턱이 닿을 만큼 거대한 늑대입니다. 그의 아들들일 게 분명한 세 마리 늑대를 잡는다면 오딘의 명예가 더욱 드높아질 겁니다.』
바나르간드는 펜리르로 유명한 북유럽 신화 속 괴물 늑대의 또 다른 이름.
즉, 누가 봐도 펜리르의 아들일 것 같은 거대한 늑대 세 마리를 잡는 게 이번 퀘스트의 핵심이었다.
‘요즘은 계속 사람만 패다 보니 가끔은 이런 게 땡긴단 말이지.’
생각해 보면 회귀 이전, 이도혁이 상대해야 했던 외계종들 대부분은 비인간형의 인외괴수들이다.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아이언 피스트나 오버 그라운드에서 다른 플레이어들하고만 주구장창 싸웠댔으니 이도혁으로서는 오랜만에 이런 전투가 끌렸던 것.
“사실 여러분들이 잘 모르시는 게 있는데…”
-오 맞네
-ㄷㄷ 늑대퀘 깨러 왔네
-이 사람 근데 몬스터도 잘 잡나요?
-일단 뀽뀽이는 잘 잡습니다 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잇킬스투 안 봤냐
꽈악-
“제가 원래는 이쪽이 더 전문이거든요.”
이도혁이 도끼 두 자루를 고쳐 쥐며 말했다.
* * *
피지컬의 향연.
콰득!
그건 분명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총 세 마리의 늑대.
하지만 이 ‘늑대퀘’가 까다로운 이유는 상대해야 할 적이 세 마리여서는 아니었다.
아우우우-!
조금 전, 이도혁의 도끼날에 직격해 피를 흘리고 있는 한 늑대.
놈이 뒤로 크게 점프한 후 하울링을 한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나는 졸병 늑대들.
이게 바로 지금의 늑대 퀘가 까다로운 진짜 이유였다.
피가 50% 이하로 떨어졌을 때 발동되는 두 번째 패턴.
즉, 상대해야 할 늑대가 세 마리가 아니라 정확히는 큰 놈 세 마리와 작은 놈 수십 마리나 되는 것.
-친구 부르기ㅋㅋㅋㅋ
-그래봐야 한 방 컷이죠?
하지만 몇 마리가 됐건, 그걸 상대하는 게 이도혁이라면야.
타앗!
늑대들의 사이로 뛰어드는 이도혁.
그의 양팔이 춤추듯 요동쳤다.
쩌어억?
왼손에 들린 도끼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던 늑대의 목을 가르며 그대로 나아갔다.
그러고는 자루를 빙글 돌려내 도끼를 내리쳐 반대편의 늑대를 찍어내는 이도혁.
팔이 휘둘러질 때마다 한 번에 하나씩.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휘릭-
이도혁이 도끼 한 자루를 던졌다.
뒤이어 들린 쩍! 하는 소리.
커엉!
이제는 홀로 남은 마지막 늑대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걸 끝으로 전투 종료.
-믹서기 성능 지리네;;
-와 쌍도끼 너프 좀요
-ㄹㅇ 역시 장미칼보다는 믹서기다
보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 맞다. 저번에 쌍도끼 잘 쓰는 법 알려달라 문의주신 분이 있는데… 오랜만에 강의 좀 할 걸 그랬나요?”
여유 가득한 모습으로 도끼를 회수하며 말하는 이도혁.
이도혁의 플레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빠르게 답했다.
-뉘예뉘예
-그거 대충 잘 피하고 잘 썰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 ㅋㅋ 강의 다 들었네
-ㄹㅇㅋㅋ
-이 정도면 1타 강사 맞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오오. 이제 슬슬 하산하셔도 되겠는데요.”
시청자들과 티키타카를 이어가는 이도혁.
그러던 그때.
띠링-
울리는 한 알림.
[‘이도혁수제자’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때마침 등장한 이도혁수제자.
이도혁의 방에서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그가 무려 만 원 펀치를 쏜 것.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속보) 콰브나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
“…?”
무슨 입갤인지는 설명이 없는 탓에 의문을 표하는 이도혁.
다행히 곧바로 폭발한 채팅창이 설명을 대신해 줬다.
-씹ㅋㅋㅋㅋㅋㅋ
-진짜네?
-???
-먼솔?
-엌ㅋㅋㅋㅋㅋㅋㅋ콰붕아…
-콰붕이 : 이도혁의 1위? 내가 막겠다
-콰브나 옵그 전향 선언ㅋㅋㅋㅋㅋㅋ
-ㄹㅇ임?
-ㄴㄴ 전향은 아님 이미 리그 등록해서 빼박이라 ㅋㅋㅋㅋ-대신 남는 시간에 옵그 1위 도전한다 함
“…미친놈인가?”
채팅창을 모두 살핀 이도혁.
그런 말을 안 뱉을 수가 없었다.
* * *
…일본 격투 게임계의 황태자.
혹은 검술 천재, 떠오르는 일본 격겜계의 희망 등등.
한때, 아니 몇 주 전만 해도 그렇게 불렸던 이가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은 이제 없다.
그저 조선의 스트리머에게 패배해 버린, 심지어 이도혁도 아닌 얼파 출신의 스트리머에게 패배해 버린 이만 남았을 뿐.
“하압!”
하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신지로는 예상외의 패배에도 마음을 꺾이지 않았다.
패배의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흔하디흔한 변명이겠지만, ‘방심해서 졌다’.
만약 방심하지 않았다면 이기는 건 그가 되었을 거다.
슉─!
그런 신지로의 생각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아름다운 궤적으로 휘둘러지는 검.
날카로운 일격이 상대의 허점에 꽂힌다.
그리고 다시 뒤돌아.
서걱─!
이격.
또 한 번의 적중.
“…흐!”
신지로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지금이라면.
다시 붙게 된다면.
‘기필코! 검든소녀에게 지지 않는다!’
타앗!
물론, 원래의 목표였던 이도혁에서 한참이나 낮아진 목표였지만… 어쨌든!
신지로가 스스로의 플레이에 만족하며 검을 휘두르던 그때였다.
“집중…”
“앗.”
챙, 채챙!
-서걱!
“…하라니까?”
빠르게 쏘아진 상대의 검격에 적중하고만 신지로.
그러자 알림 하나가 눈앞에 뜬다.
[YOU LOSE]요즘 지겹도록 보고 있는 패배 알림.
방금의 한 대를 끝으로 패배해 버린 것.
하지만 괜찮다.
신지로는 스스로가 최근의 몇 주간 과거의 자신에 비해 놀랍도록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사람한테 지는 게 뭐 대수라고.
[신지로]□ □ □ □ □ □ □ □ □ □
[Lynn]■ ■ ■ ■ ■ ■ ■ ■ □ □
“후후. 그래도 두 대… 때렸다고…!”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
몇 주 전에 있었던 스트리머 대회가 끝나고 나서부터, 누나를 상대로 단 한 대도 제대로 때리지 못하고 퍼펙트 패배를 당하기만 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다시 시간이 흘러 지금.
그는 린을 무려 두 번이나 공격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많이 좋아지긴 했어.”
뻗었던 검을 회수한 린이 말했다.
“헷! 그런 말 해도 하나도 안 기쁘다니까!”
-라고 말하면서 아주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지로.
누나에게서 받는 인정이라니.
이게 대체 몇 년만에 듣는 말인가.
심지어 다른 것도 아닌 검으로 듣는 칭찬이라니.
“후후. 아, 맞다. 누나 아까 부탁한다는 게 뭐였지?”
지난 몇 주간의 대련.
누나에게서 배울 게 산더미인 그와는 달리, 가르치는 린의 입장에서는 이득 될 게 없는 지루한 대련이었을 거다.
그래서 그가 원하는 만큼 대련을 해주는 대가로 자신이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 약속한 신지로였다.
“오버 그라운드를 깔아달라고?”
끄덕-
“이게 소원이야?”
“…아니.”
“에이, 알았어. 그러면 소원은 뭔데?”
이거 하나로 소원 약속을 퉁 치려 했더니.
꿈도 꾸지 말라는 듯 노려보는 린의 모습에 신지로가 바삐 움직였다.
린의 캡슐 권한은 일전에 받은 만큼 오버 그라운드를 찾아 다운로드하기만 하면 될 일.
‘그런데 웬 오버 그라운드지?’
요 몇 주 간 단련에만 매진한 그로서는 갑자기 린이 뜬금없이 오버 그라운드에 관심을 가지는 게 의아할 따름.
물론 그가 당장에 신경 쓸 거리는 아니었다.
‘기다려라!’
검든소녀!
그리고 한 번의 패배를 가지고 나를 씹어댔던 놈들!
또… 최근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츠키도!
‘그 다음에는…’
이도혁…은 아니고, 콰브나…도 아니고.
‘흠. 츠키 정도에 만족하도록 할까.’
일단은 일본 격겜계의 최강이 되는 거로 만족하겠다!
신지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소원이 뭐냐면…”
린의 입이 열렸다.
“…엣?”
신지로, 당황!
일본 격겜계의 ‘그냥’ 신지로.
일본제일검(녀)의 스쿼드 멤버로 합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