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43
제143화
143화
23장 – 특별 시험을 정복하는 법
중간 평가의 마지막.
6일 차의 특별 시험.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기 전 신입생들은 전원 지정된 장소에 모여서 대기하고 있었다.
긴장한 듯하면서도 왠지 들뜬 분위기.
어떤 세계든 시험 마지막 날에는 다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마련이다.
(나, 시험이 끝나면 놀러 갈 거야.)
(이제야 푹 잘 수 있어.)
그런 말은 하지 마라. 불길한 느낌이 들잖냐.
나는 뒤쪽에 자리를 잡고는 학생들의 분위기를 눈짐작으로 살피고 있었다.
‘어디 수상한 녀석 없나?’
(시안이 가장 수상해 보이네.)
‘정답이군. ……역시 이 상태로 알아내는 건 어렵나.’
6일 차 시험.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은 확실하다.
가능한 간섭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기미조차 눈치챌 수 없었다.
불안한 건 아니지만.
‘몇 가지 경우는 예상하고 있으니까 징조만 보이면 확정할 수 있어.’
문제는 없다.
그리 생각하면서 조금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시험이 시작되기도 전에 피로에 찌들면 답이 없잖아.
“……시안?”
마침 누군가가 날 부른다.
셀리디아였다.
그러고 보니 며칠 만인가. 이 녀석하고는 치르는 시험 과목이 겹치지 않기에 거의 얼굴 볼 일이 없었다.
가르쳐 줄 것들은 미리 가르쳐 줬고, 손에 넣었던 예상 문제 역시 공유했으니까.
그러니 알아서 잘했겠지. 셀리디아도 그 정도 자각은 있으니 스스로 노력한 모양이었고.
“시험은 잘 쳤냐? 셀리디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해.”
어쩐지 달관한 태도로 말한다.
노력한 거지? 포기한 거 아니지?
그러고 보면 이 녀석이나 알피네의 성적도 결과에 따라서 무언가 앞날이 갈리는 거 같던데.
일단 지원은 해 줬으니 괜찮을 거다.
“시안은?”
“완벽하지.”
완벽하다.
완벽하다 못해 쓸데없는 일까지 신경을 쓰고 있을 정도로.
“……무슨 일 있어?”
“딱히. 그냥 시험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아무래도 셀리디아는 뭔가 위화감을 느낀 모양이다. 감이 좋군.
“경계하는 것처럼 보여.”
“뭐, 시험이 시작되면 죄다 경쟁자니까.”
일단은 그렇게 얼버무렸다.
(시안,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저 고양이 아가씨한테는 말 안 해도 되니?)
‘아직은 아니야.’
도움을 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데올킨이 꾸민 일에 대한 정보를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예외가 있다면 다니엘 교수님 정도.
그들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입을 잘못 놀려서 일이 꼬이는 걸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어날 일은 확실히 그 자리에서 밟아 뭉개 버려야 해.’
변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
또한, 그것과 별개로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아마 내가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맞는다면 당장은 말하지 않는 게 상책이야.’
일단은 이리 둘러대니 에밀리도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까 시안, 어디에 있었어?”
“무슨 소리야.”
“흑마법 클래스 기숙사 못 쓰고 있는 거 알아.”
“……아!”
“그동안 어디에 있었어?”
그것도 말하지 않았군. 아니,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맞겠지. 굳이 꿀릴 구석도 없는데 이상하게 말하기가 꺼려진단 말이지.
실은 동급생의 집에서 머물다가 그 녀석 하녀의 은신처로 이사해서 마찬가지로 뒹굴뒹굴하고 있어.
그러다 보니 걔 집안 사정에 참견해서 일이 꼬였네?
……음, 말 안 하는 게 낫겠군.
“적당한 곳에 방 잡고 지내고 있었어.”
“……??”
어쩐지 갸웃거린다.
뭐냐, 뭔가…… 뭔가 내가 말을 잘못한 느낌인뎁쇼.
화제를 바꿀 겸 시험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자 했다.
“특별 시험에 대해 별로 의욕이 없나 봐?”
“귀찮아.”
셀리디아는 싸우는 걸 귀찮다고 여기는지 고개를 저었다.
“적당히 빠져도 돼?”
“안 되지. 의욕 좀 내 봐.”
“의욕 내면?”
이 녀석이 의욕을 내 주는 편이 편하다. 그래야 경쟁자가 팍팍 줄어들 테니까.
“그럼 좋은 결과를 내면 뭔가 상이라도 줄까. 어때?”
“……할래.”
뭔가 의욕을 낸다. 그런데 내가 뭘 준다고는 말 안 했는데?
‘됐나. 나중에 생각하면 되겠지.’
(누나가 충고하는데 그러다가 큰일 날 거야.)
‘됐네요. 뭘 이런 걸 가지고.’
슬슬 시간이 되었는지 83기수 신입생들이 정숙하도록 호령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학장 필레프.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설명하려는 모양이다.
“5일간 시험을 치르느라 수고가 많았다. ……아니, 아직은 이리 말하기는 이르나.”
시험은 아직 남아 있으니.
“제군들에게 남은 시험은 이제 하나다. 영웅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지혜도, 인맥도, 자금 등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힘이 전부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무척이나 어리석은 말이지. 그러니 이리 말하지. 그래도 영웅에게는 힘이 필요하다.”
특별 시험의 취지는 전투력 측정.
신입생들 사이에서 누가 가장 강한가. 그 별것 없으면서도 무시하기는 힘든 평가를 하려는 것.
“본 시험에서 제군들이 가진 실력을 증명하라.”
학장의 선언이 끝나고,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장이 개방되며 우리들은 예외 없이 그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 * *
6일 차 특별 시험의 규칙은 별것 없었다.
‘학생끼리의 서바이벌 전투.’
미리 마련된 인조 숲에서 학생들은 무작위로 여기저기 전송된다.
그곳을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는 다른 학생을 쓰러트려서 탈락시키면 그만.
당연히 살생은 안 되고, 가지고 있는 증표만 부수면 된다.
탈락하는 학생은 안전하게 시험장 바깥으로 내쫓기는 모양이고.
‘게임 시절에는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때려눕히기도 했는데.’
그야 전투에서 이기면 일정 양의 금화를 드롭하기도 했으니까.
……그거 삥뜯기인가?
(이제 어쩔 거니?)
‘일단은 성실하게 시험 규정대로 행동할 거야.’
탈락해서도 안 되고. 무엇보다 사건과는 별개로 시험에는 제대로 응해 줘야 한다.
‘적당히 돌아다니면서 마주치는 얼간이들이나 쓰러트리자.’
(흐음, 찾는 게 고생이겠는걸. ……누나가 대신 도와줄까?)
그럴 필요 없어.
(덫이라도 깔려고?)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까지 할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굳이 내가 발 아프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거든.’
이런 시험에서 다른 아이들이 할 발상 정도는 다 꿰고 있다.
특히 몇몇 얼간이들이 생각할 일은.
(어머?)
“……말하기가 무섭게 찾아왔군.”
느긋하게 산책이라도 하는 듯 돌아다닐 즈음이었다.
기척을 알아챘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 셋……. 음, 대충 일곱 명 정도는 되겠군.
걸렸구나. 나는 애써 웃음을 감추고 일단은 녀석들을 향해 말을 건넸다.
“들켰으니까 튀어나와. 아니면 숨어 있는 곳 통째로 불태워 줄까?”
일단은 바깥에 힐러도 대기하고 있고, 교복 자체에 방호 술식을 새로 걸어 놓아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치명상에 이르지 않을 테니까.
내가 손끝에 흑염 하나를 피워 올리며 농담이 아니라는 투로 말하자.
“……칫, 건방진 놈 같으니.”
아는 얼굴이군.
윌로트. 분명 학기 초에 나한테 헛소리를 지껄였다가 내게 깨진 놈이 아니던가.
반갑다고 손이라도 흔들어 줄까 싶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으리라.
윌로트를 따라서 마구 튀어나오는 녀석들.
총 일곱 명.
“친구가 많아서 좋겠네. 이런 시험에서까지 똘똘 뭉쳐 다니다니 거참 부러워라.”
“잘도 지껄이는군. 검은 머리 놈.”
아직도 그놈의 말투는 못 고쳤군.
뭐, 되레 감격스러울 정도다.
어떤 의미에서 놈은 정말로 게임 속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으니까.
학생들을 끌어모아서 다대일의 상황을 만들어 확실하게 승점을 갈취한다.
“뭉치는 게 빠른데 미리 이야기라도 해 둔 거야?”
“네놈을 탈락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하니 다들 순순히 따라 주더군.”
건방지게 웃는 윌로트.
다른 녀석들은 이놈처럼 분명한 악의를 풍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합세하는 게 유력한 경쟁자를 탈락시킬 영리한 방법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치사하다고 말할 거냐?”
“아니. 규칙에 협력하지 말라는 건 없었으니까. 그럼 훌륭한 방식이지.”
짝짝짝, 손뼉까지 치면서 나는 아주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래그래, 이 험한 사회를 살아가려면 사이좋게 협력하는 건 필요하지.
나? 나는 소외자라서 그런 짓은 싫어해요.
아직은 혼자가 더 좋은 나이이거든.
원래 나이를 먹으면 모여 있는 게 피곤해……. 에구구.
“뭐, 농담은 제쳐 두고. ……윌로트랑 떨거지 친구들?”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 같은 녀석들을 향해 설교를 해 주었다.
“왜 규칙에 협력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
“……무슨 헛소릴 하려고?”
“의미가 없어서야.”
머릿수?
훌륭한 전법이지.
하지만 이곳이 어떤 세상인가.
“여긴 그 머릿수를 의미 없게 만드는 세상이거든.”
규칙으로 제한하지 않은 건 해 봐야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들을 조소하며 나는 팔을 뻗었다.
무슨 동작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들.
마법을 영창한다면 특유의 현상이 드러나겠지만, 내가 뻗은 손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넓게 퍼지는 마기뿐이니까.
“이 자식이!”
알아채고 피한 것은 윌로트를 포함한 나머지 세 명뿐.
비록 얼간이이긴 하지만, 아예 맹탕은 아니라는 뜻.
“눈치 빠르고. ……나머지 눈치 없는 녀석들은 잠이나 자라.”
손을 움켜쥐는 동작과 동시에.
미처 알아채지 못한 녀석들은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실신한다.
“이 자식! 무슨 짓을…….”
“걱정 마. 마나가 급격히 빠져 나가서 현기증 비슷한 걸 느끼는 거니까.”
혈액에서 마나가 급격히 빠져 나가는 바람에 몸의 이상을 느끼는 것이다.
급성 마나 결핍 현상이라고 하던가?
“의외로 별거 없군.”
내가 손을 거두자 그대로 흩뿌린 마기가 녀석들의 푸른 마나를 거둔 채 되돌아온다.
“괴물 같은 놈…….”
“야, 서운하잖아. 모처럼 귀한 재주를 자랑하는데.”
흑마법 클래스의 시련에서 내 복제체를 상대할 때 보고 배운 기예다.
원리는 파악했고, 에너지 드레인은 에밀리를 경유해서 내가 습득이 가능한 능력.
그렇다면 써먹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딱 좋은 실험체들이 있었기에 한번 시험 삼아서 써 본 것이다.
《에너지 크래킹을 습득합니다.》
음, 잘됐나 보군.
다만 윌로트 수준의 녀석들이 위화감을 알아채고 피하는 걸 보면 숙달이 좀 더 필요할 듯 보인다.
포인트를 써서 올릴까 고민했지만 보류. 일단은 사소한 재주 정도로 배운 거니까.
“그리고 빼앗은 마나는 너희한테 돌려주마.”
흡수하기에도 하찮아서 영 내키지 않는군.
나는 긁어모은 마나를 한데 응축하여 남은 녀석들을 향해 대충 던졌다.
마나 봄.
마나 자체에는 물리적 공격력이 없지만, 일정 밀도 이상으로 뭉쳐 터트리면 공기를 밀어내서 충격파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파앙!
“으아아아악!”
간신히 충격을 받아 내며 비명을 지르면서 나동그라진 녀석들.
‘의외로 즐겁네.’
이런 못된 친구들은 참 좋다.
반격을 해 주면 리액션이 아주 찰져서 갚아 주는 맛이 느껴지니까.
“봤지? 아무리 머릿수를 모아 봐야 제대로 힘이 있는 놈 하나한테는 못 당하는 법이야.”
“이 자식! 뭘 멀뚱히 보고 있어! 어서 탈락시켜!”
윌로트가 이를 갈며 채근하자, 그제야 녀석들은 나를 향해 마법을 캐스팅한다.
“……소용없다니까~.”
녀석들의 마법이 캐스팅되는 타이밍을 노려 섀도우 무브를 사용해서 녀석들의 머리 위로 이동한다.
캐스팅된 마법이 막 발동하는 동안에는 상대적으로 무방비해진다.
마법을 쏘아 내는 순간에는 제대로 방어를 펼칠 수가 없으니까.
“마법전이나 제대로 다시 배워서 와라.”
그대로 그들 머리 위에 흑염을 떨어트린다.
콰앙!
검은 폭염이 치솟으며 휩쓸린 학생들을 단숨에 탈락시킨다.
“이 천한 놈이!”
간신히 화염의 기세에서 벗어난 윌로트가 공격 마법을 구사하여 덤비려 했지만.
“그러니 안 되는 거라니까.”
녀석의 마법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먼저 파고든 내 주먹이 녀석을 강타하여 마법을 캔슬시킨다.
“크윽!”
“짓궂은 장난을 한 벌은 이 정도로 봐주마. ……다음부터는 좀 더 공들여서 덤벼 봐.”
마지막으로 녀석이 뭐라고 외쳤지만, 듣지 않았다.
그대로 근거리로 터트린 흑염이 녀석을 날려 버리고 대신 박살 난 증표 조각이 바닥에 떨어질 뿐.
“그리고 점수는 고맙게 받으마.”
이렇게 헌납해 주는 얼간이들이 있어야 학창 시절을 보람차게 보내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