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320
〈 320화 〉 시상식
“후우. 갑자기 왜 찾아오고 난리야…….”
황제가 대기실의 문을 닫고 나간 뒤, 텟샤가 숨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모두가 이제야 안도하며 몸에서 힘을 풀었다.
“어, 어떻게 잘 되긴 한 건가요? 어젯밤에 기분 좋았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황제 폐하가 나타나서 엄청나게 놀랐다고요!”
보기보다 겁이 많은 린린이 거의 울기 직전으로 외쳤다. 중간에 놀라서 사레까지 들린 이후로 쭉 어쩔 줄 모르는 상태였던가.
“……뒤쪽으로 하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오기 직전에 유에가 누가 오는 걸 알아차려서 망정이지 한참 떠들다가 들어왔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브리깃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필 이야기해도 애널 이야기다. 해본 애들이랑 안 해본 애들이 혼재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올 법한 화제이기야 하지만.
“뭐, 그래도 결과적으론 오빠도 교수 덕분에 속내를 좀 털어놓게 된 것 같고, 나랑 결혼의 허락도 받긴 했네. 어떻게 될지 숨이 턱턱 막혔다니까.”
텟샤가 긴장해서 땀이 났다며 가슴 사이를 손수건으로 슥슥 닦았다. 저 손수건, 경매에 내놓으면 꽤 비싸게 팔릴 것 같다.
“나도 그랬어. 그런데 황제에게 반말로 말해도 괜찮은 거야? 좀 전에 반말 쓰던데.”
“응? 아. 아아아아아! 반말했어?! 뭐, 집에서도 남들 안 볼때는 반말하긴 했지만……. 부끄럽네. 너무 긴장해서 알아차리지도 못했어…….”
내가 슬쩍 묻자 텟샤는 이제야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민감한 질문에 생각이 폭주하느라 말투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께 반말 하는 스타일이었구나. 뭐, 기가 센 거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네.’
생각보다 훨씬 버릇없는 성격의 텟샤였다. 카시우스의 성격이 삐뚤어진 것에는 유능하고 버릇없는 텟샤의 영향도 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뭐, 고생했어, 교수. 거기서 나를 달라고 하더니 바로 성공할 줄은 몰랐어.”
“내가 한 일은 딱히 없어. 네가 나를 좋다고 해준 덕분이지. 나야말로 고마워.”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아아, 지쳤어. 진이 다 빠져. 하아…….”
텟샤는 심호흡을 하며 의자에 몸을 푹 기댔다. 그리고 그대로 나를 지긋이 보다가 다시 몸을 앞으로 당겨 앉았다.
“기념으로 키스라도 해줘. 뭔가 안 하면 두근두근한 기분이 안 가실 것 같으니까.”
그리고 나에게 당당하게 키스를 요구했다. 이때다 싶어 축하의 말을 건네려던 다른 애들이 앗, 하고 굳어졌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그러면…….”
나는 알겠다고 하며 텟샤와 얼굴을 가까이했다. 모두의 시선이 나와 텟샤에게 꽂혔다.
“음……. 하, 한다.”
“응. 해줘.”
다 함께 섹스도 한 사이지만, 새삼스럽게 이렇게 보이는 앞에서 키스를 하자니 새삼스럽게 부끄럽다.
나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텟샤의 턱을 잡고 키스했다. 텟샤도 내 목에 팔을 두르며 응해왔다.
“음. 쪽……. 쭙. 쪽. 하음…….”
섹스할 때처럼 난잡하고 끈적하게 혀를 섞지 않는, 가볍게 스치는 정도의 키스를 여러 번 반복해서 나눴다.
“……후우. 좋다. 행복한 느낌이네.”
몇 번이나 키스한 뒤 텟샤가 환하게 웃으며 내 목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이 보기 좋다.
“반대로 더 달아올라 버린 거 아니야?”
“그럴지도? 뭐, 딱 기분 좋은 정도야.”
그렇게 말하며 텟샤는 주변의 제자들을 둘러봤다.
다들 보고 있으면서 흥분한,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뻔뻔하게 끼어들기도 뭐해서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루시아가 있었다면 뻔뻔하게 끼어들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걸로 제일 걱정하던 일 하나는 어떻게 잘됐네.’
시상식 후에 하려고 했던 딸을 달라는 부탁은 시상식보다 앞서 갑작스럽게 행해지고 허락을 받았다.
‘이제 각 세력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만 남았어.’
그것만 어떻게 하면 제3 루트의, 제국 황녀의 기둥서방으로 대륙 각지의 최고의 여자를 첩으로 삼고 사는 하렘 엔딩이 머잖았다. 덤으로 대륙도 평화로워지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그날을 위해 다들 조금만 더 힘내자고.”
나는 대기실의 제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네. 열심히 하죠.”
“열심히 해야 저희 차례도 올 테니까요!”
“……네. 힘내죠.”
다들 대륙의 평화나 그런 것보다는 방금 텟샤처럼 관계를 공인받는 미래를 위해 힘내고자 하는 분위기인 듯싶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다. 아무튼 힘내면 좋은 일이다.
그로부터 대충 1시간쯤 뒤, 시상식을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와 우리는 경기장에 모였다.
귀빈과 높으신 분들은 시상대 뒤쪽에 앉아있고 그 앞에서 사회자가 상을 받을 애들을 호명하고 그러는, 군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시상식이었다.
나는 시상대 근처에서 다른 교직자와 함께 대기했다.
마침 옆자리의 라라아가 우승을 축하한다고 해줘 기뻤지만, 그와 동시에 라라아랑 떡칠 각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언제 할 수 있을지 감도 안 온다.
“자, 그러면 준비가 끝났으니 무투대회의 시상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거만 하면 끝이네요. 솔직히 지쳤어요. 쉬고 싶어요…….”
“지금까지 잘 버텨놓고 우는소리 말아요. 아깝게.”
알리가 기세 좋게 소리쳤고 슬슬 해설이 질려버린 듯한 루시아가 투덜거렸다. 좀 전에 대기실에도 못 가고 준비다 뭐다 자리를 지켜야 했던 게 마음에 어지간히 안 드는 것 같다. 투덜거림도 농담으로 들리는 듯 다들 웃고 말았지만.
“흠, 흠흠. 그러면 먼저, 준우승의 차기당주 팀, 샤오와 야크샤 팀이 올라오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알리가 기세 좋게 외치자 아래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샤오와 야크샤가 올라왔다. 처음에는 야유도 샀던 둘이었지만 이제는 다들 별다른 말 없이 박수를 치며 환영해주었다.
어찌 잘 세탁되었다 싶어 훈훈함을 느끼던 중, 귀빈으로 앉아서 대기하고 있던 네쟈가 야크샤의 앞을 가로막으며 섰다.
“야크샤. 돌아가자.”
네쟈는 샤오와 야크샤의 앞에 서서, 야크샤에게 돌아가자고 말했다.
“돌아가요?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무투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너에게는 좀 더 수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니까. 가문으로 돌아가서 좀 더 훈련을 받도록 해라.”
그렇게 말하며 네쟈는 야크사의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
“싫어요.”
야크샤는 불쾌하다는 듯 몸을 빼며 네쟈의 제안을 거절했다.
“싫다고?”
“저는 여기가 좋은걸요. 샤오도 있고, 배울 것도 많고. 샤오랑 같이 졸업할 때까지 있을 거예요. 그러려고 온 거였잖아요?”
“……너를 사관학교에 유학을 보낸 것은 당주님의 결정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당주님의 대리로 여기에 와 있어. 나의 명령은 곧 가문의, 당주님의 명령이다.”
네자는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 강압적인 태도에 알리와 루시아는 어쩔 줄 몰라 했고 시상식을 보고 있던 학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머나. 오라버니는 귀족의 당주로써 여기로 오셨던 거군요.”
“그래. 그러니 내 명령은 절대적이야. 네가 귀족이라면.”
“하지만 그러면 딱히 저랑은 이제 상관이 없네요.”
야크샤는 환하게 웃으며,
“저는 이미 진 가문의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자신은 더 이상 귀족 가문의 소속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지?”
“어제, 저는 샤오의 씨를 받았습니다.”
네쟈에게 야크샤는 충격적인 선언을 속삭였다.
“뭐라고?”
“자, 잠깐. 야크샤, 야크샤! 그, 그 이야기는……!!”
네쟈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분위기를 보고 있던 샤오도 격렬하게 놀랐다.
“제 몸 안에는, 진 가문의 아이가 있어요.”
그 가운데에서 야크샤는 자신의 자궁을 쓰다듬으며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임신 선언에(목소리는 작았기에 주변 몇 사람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들은 모두가 경악하며 굳어졌다.
‘야,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장난 아니네…….’
물론 나도 경악했다. 야크샤는 어딜 봐도 얌전한 고양이는 아니지만 일단 부뚜막에는 먼저 올라가 있었다.
‘설마 100회차에서 가장 먼저 임신하는 게 야크샤일 줄이야. 그것도 샤오의 애를.’
상식이 없는 야크샤라면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저질러버릴 줄은 몰랐다. 그 와중에 샤오한테 뒤처졌다는 생각에 약간 분해졌다.
“야, 야, 야, 야크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안 생긴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정확히는 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안 생긴다고 했지요. 하지만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샤오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야크샤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나도 환한 웃음이라 괜히 오싹한 느낌마저 든다.
“뭐, 귀족의 임신 기간은 2년 이상이니 애가 나오는 건 먼 미래의 이야기겠지만요. 졸업할 때는 되어야 배가 좀 부를걸요?”
야크샤가 즐겁게 말하는 가운데, 네쟈는 주먹을 꽉 쥐고 덜덜 떨고 있었다. 설마 했던 야크샤의 임신 선언에 몹시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 망할 기집애가……!!!!”
분노를 참지 못한 네쟈가 꽉 진 주먹을 들어 야크샤의 얼굴을 때리려고 한 순간,
콰아아아앙!!
“크으으으윽?! 네놈, 무슨 짓을……!!”
샤오가 다치지 않은 쪽 손을 뻗어 네쟈의 주먹을 강하게 쳐냈다. 작은 폭풍이 일며 네쟈의 손가락 하나가 확 꺾였다.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한지 알고 있나, 샤오?! 너는 귀족의 당주 대리를 공격했다!! 너는, 귀족 가문에게 선전포고를……!!”
“……이제 진 가문의 여자니까, 먼저 손을 데려고 한 것을 막은 것뿐입니다.”
“이 자식이……!!!!”
손을 앞으로 뻗고 있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대꾸하는 샤오에게 네쟈가 악을 쓰듯 외쳤다. 그리고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힘을 해방하려고 한 순간,
“윽, 허윽?! 뭐야, 이게 무슨……!!”
네쟈의 몸에 부적이 폭풍을 일으키듯 들러붙으며 움직임을 봉쇄했다.
“떨어져!! 뭐야, 큭, 떨어지라고!! 젠장, 뭐야!! 누구야!!”
네쟈는 부적을 떨쳐내려고 버둥거렸지만 그럴수록 부적은 강하게 들러붙었고, 이윽고 붕대 대신 노란 부적에 칭칭 감긴 미라 같은 꼴이 되어 쿵 하고 무릎을 꿇었다.
“적당히 하세요. 추해요.”
꼴사납기 그지없는 꼴이 된 네쟈의 뒤에서는 린린이 손을 뻗고 있었다.
네쟈의 몸을 감싼 대량의 부적은, 린린의 주박술로 소환된 것들이었다.
꼬리가 4개까지 늘어난 린린의 주박술은 보스급 캐릭터 중 하나인 네쟈조차 완전히 묶어놓을 수 있었다. 경이로운 기술이었다.
“린린. 무슨 짓이냐!! 감히 네가!! 천한 여우 따위가……!!”
“천박한 본성을 철철 드러내고 있는 것은 네쟈, 당신이 아닌가요?”
악을 쓰며 소리지르는 네쟈에게 린린이 한껏 경멸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까지 불쾌함이 강하게 들어간 린린의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위기에 몰리면 본성이 드러난다고 하더니, 딱 그 꼴이네요. 점잖은 다 떨어놓고 소리 지르면서 여동생을 진심으로 공격하는 꼴 하고는. 한심해라.”
“네놈, 읍, 으읍!!! 읍, 으븝……!!!!”
“듣기 싫어요. 닥치세요.”
뭐라고 더 소리치려는 네쟈의 집에 부적이 철썩 들러붙었다. 린린은 진심으로 경멸하는 눈빛으로 네쟈를 바라보았다.
‘어우. 화나면 저런 표정도 되나. 신선하네.’
뭐라고 할까, 보고 있자니 착한 친구가 제대로 화나서 누구 때리는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의외로 제대로 화나면 무서웠다. 자지 박아주면 꼼짝 못 하고 앙앙대긴 하지만.
“죄송합니다. 계속 진행해주세요.”
린린은 그런 네쟈를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다가 목덜미를 잡고 귀빈이 앉는 의자로 끌고 가 자신의 옆에 앉혔다. 네쟈는 눈을 벌겋게 뜨며 주박을 풀려고 발버둥쳤지만 부적들은 도무지 찢길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린린, 생각보다 엄청 강한데.’
유에가 극단적 딜링 루트를 탄 대신 린린은 완전 음양사 루트를 탄 것일까. 원래 진행도보다 훨씬 빨리 꼬리가 4개로 늘어난 효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다른 제자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강한 캐릭터가 되어있었다.
“자,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해설하면 될까요? 재미있는 상황 같은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경기가 아니니까 자제하세요.”
루시아가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묻자 알리가 진정시켰다. 재미있는 상황인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