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Protect My Tyrant Dad! RAW novel - Chapter (139)
폭군 아빠는 내가 지킨다! 139화. 외전 3. 시엔과 애시드의 우당탕탕 약혼식 (2)(139/140)
139화. 외전 3. 시엔과 애시드의 우당탕탕 약혼식 (2)
2024.03.29.
나는 아주머니들을 한 번씩 꼬옥 끌어안아 주면서,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따스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가벼운 허그와 함께 재회의 인사가 끝났을 때였다.
아주머니 하나가 내 뒤로 들어온 아빠와 애시드를 보며 말했다.
“아, 마티도 오고, 그 뒤에 우리 시엔의 부하 총각도 또 왔구먼!”
나는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뭐야, 애시드를 내 부하라고 소개했었어?!’
내 시선을 피하는 아빠를 슬쩍 보다가,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애시드는 부하가 아니라, 제 애인이에요!”
아주머니, 아니, 할머니들은 동시에 눈을 커다랗게 부릅떴다.
“으응?”
“뭐, 뭐라고?”
“아기한테 애인이 있어? 다섯 살인데?”
‘……다섯 살이라니, 그 정도는 아닌데!’
나는 당황해서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몹시 심각했다.
‘이 파란만장한 사태를 어떻게 하면 좋담?’
문자 그대로, 몸을 뒤집은 아주머니도 있었으니까. 바닥에 쓰러진 아주머니도 있었고…….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는 것 같은 아주머니조차, 이 세상이 뒤집어졌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애시드를 그냥 내 부하로 둘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들이 진정되었을 즈음, 나는 단호하게 한 번 더 말했다.
“다시 말씀드릴게요. 부하가 아니라, 애인이에요! 결혼도, 음, 아빠 허락받으면 할 거고요.”
“아이고, 그 조그만 콩알이가 벌써 결혼이라니!”
“원래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란다, 아가!”
“그치만 저도 이제 어른인 걸요. 그렇지, 애시드?”
“남편 검증은 잘해야 해!”
“당연하죠!”
‘남편 검증’이라는 말에 본능적으로 아빠 쪽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애시드를 내 애인으로 소개해야만 하는 상황이 불편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나서서 부정하지는 않았다.
‘역시 우리 아빠는 본질적으로 귀엽다니까.’
나는 아빠의 그 모습이 보기 좋다고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결국 아빠에게 애시드도 꽤 소중한 사람이 된 모양이었다.
그때, 아빠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릴 만한 문장이 나왔다.
“결…… 그것은 아주아주 먼 미래에 할 겁니다.”
……결혼 얘기도, 매우 불편해 보이지만.
아빠의 입에서 ‘먼 미래에 결혼한다’라는 말이 나오다니.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애시드가 아빠를 아주 제대로 꾀어 낸 모양이었다.
나는 후후, 웃으며 마을 회관 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 맛있는 거 먹어요!”
마치 고향에 금의환향한 듯한 기분이었다.
“오늘은 제가 살게요!”
나는 오늘 입은 실용적인 드레스 안쪽에 달랑달랑 매달아 온, 주머니를 꺼내 들며 소리쳤다.
“맛있는 거 다 고르세요! 다 살게요!”
***
시골 마을에서의 왁자지껄한 만남이 마무리되었다.
아주머니들은 여전히 나를 예뻐했고, 나와의 대화를 행복하게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는 1년에 1번이라도 시골 마을에 오기로 약속을 한 다음, 나는 애시드와 아빠의 손을 잡고 마을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미르모드 저택으로 돌아오는 길.
아빠는 애시드를 두고, 나를 넌지시 응접실로 불러냈다.
‘오늘 있던 일에 대해서 말하시려는 걸까? 아니면, 애시드와의 여행에 대해서?’
아빠의 마음은 알 듯 말 듯,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나는 조금 긴장한 상태로 응접실에 아빠와 나란히 마주 앉았다.
아빠는 내 앞에 홍차를 하나 타 주며 말했다.
“마셔, 따뜻한 거야.”
“으응.”
따뜻한 차를 마시는데, 아빠가 짐짓 피곤하다는 듯이 눈을 꾹꾹 눌렀다.
‘아빠가 묘하게 저런 태도니까, 조금 불안하기도 한데?’
그래도 나는 아빠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런 불안은 별로 좋은 게 아니었다.
특히 아빠 같이 짐승 같은 감각을 지닌 사람 앞에서는 긴장하는 티를 내면 곤란한 법이었다.
그러면 아빠는 내가 긴장하는 걸 보고 더 긴장하고, 스트레스받으니까.
나는 애써 어깨를 펴고 허리를 곧게 세운 다음 아빠를 바라보았다.
“무슨 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
“있지, 아빠는 애시드랑 같이 여행을 다녀오면서 생각해 봤어.”
아빠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걸 선호하는 사람답게, 돌려 말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나는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홍차를 마신 뒤 말했다.
“으응, 어떤 생각을 했는데?”
“애시드와 시엔의 그거.”
“그거라면 결혼 말이지.”
“……그래, 그 결……. 그거.”
나는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건 왜?”
“애시드는 말이지, 만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하지는 못했어.”
나는 찻잔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작게 타박했다.
“……애초에 만 가지 조건 제시하긴 했어?”
“아직 다 안 했어. 대략 백오십 개 정도.”
“……한참 남았네.”
“그치. 불 안에 들어가서 10시간 버티기 같은 것도 아직 남았으니까.”
“……그러면 애시드 죽어, 아빠.”
아빠가 정말 애시드를 죽이려던 건 아니겠지?
등줄기에 살짝 약한 소름이 올라온 순간, 아빠가 다정하게 웃었다.
“그래, 전부 장난이야.”
‘아빠가 장난이라고 하면 안 믿어진단 말이지…….’
그래도 나는 적당히 아빠의 장난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응, 그건 장난이고?”
“애시드, 좋은 애 같더라.”
아빠가 나를 진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속삭였다.
“아빠가 결심한 게 있어. 약혼식은 시켜 주자, 라고.”
“…….”
생각보다 아빠의 태도가 유했다.
하지만, 사실은 시골 마을에서 아빠가 애시드를 보는 눈길을 마주했을 때 예감한 일이기도 했다.
‘아빠, 애시드를 보는 눈빛이 조금 따뜻해졌거든.’
내가 없을 때 둘이 보냈던 여행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애시드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연 것 같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대신, 명심해. 이 조건은 분명해. 애시드는, 우리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는 거야.”
“으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 자리에 애시드가 있었다면…….
‘알겠습니다. 미르모드 가문의 가주가 되실 시엔 님의 곁에서 꾸준히 보필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겠지.
나는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하여튼, 둘이 진짜 잘 어울린다니까.’
속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젓던 나는 곧 인자하게 말했다.
“응, 알겠어. 어쩌면 나랑 아빠보다, 아빠랑 애시드가 더 가족처럼 보일지도 몰라.”
‘정확히는 나에 대한 팔불출이라는 면에서 말이지.’
하지만 아빠는 내 말을 이상하게 해석한 듯했다.
아빠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시엔이 아빠의 유일한 가족이지!”
“……그런 게 있어.”
지금의 아빠는 죽어도 이해 못 할, 그런 게.
하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서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아빠에게 약혼 허락도 받았고, 그의 삶에 내가 아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 줄 수도 있게 되었다.
확실히 차근차근 기분이 좋아졌다.
***
미르모드 가문에서는 공작이자 가주의 딸인 나의 약혼 소식을 떠들썩하게 알리고 싶어 했다.
내 약혼 소식에 수도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애시드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장안의 화제에 오르면서, 자연히 그의 어린 시절이나 형인 테드, 핏줄에 대해서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애시드, 괜찮을까?’
게다가 염려되는 부분은 한 가지 더 있었다.
애시드가 우리 아빠에게 그랬듯, 나 역시도 애시드와의 결혼을 위해 그의 유일한 가족인 테드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있잖아, 애시드.”
“……네.”
“나도 테드에게 허락을 받아야지 않아? 우리의 결혼, 말이야.”
애시드가 짧게 경탄했다.
“허락이라기보다는, 그저 양해를 구하는 것 정도입니다.”
“하지만 너는 우리 아빠한테 허락을 받았잖아.”
애시드가 그건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심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나도 테드한테 너와의 결혼을 허락받기는 해야 할 것 같아.”
***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나는 곧장 테드를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그에게 시간이 날 때 장미 정원으로 와 달라는 내용의 카드를 보냈다.
테드는 내 요청을 듣자마자 나와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한듯, 곧장 장미 정원으로 달려왔다.
장미 정원에 가벼운 테이블 세팅을 마무리해 두자마자, 멀리서 테드가 다가왔다.
그는 본래 금욕적인 생활을 하던 성기사답게 이 화려한 정원이 다소 어색한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장미 정원이 평소보다 더 화사하게 꾸며진 것 같습니다.”
“응, 중요한 일이 있거든.”
나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턱짓했다.
“앉아, 테드.”
그가 내 앞에 마주 앉으며 작게 속삭였다.
“로맨틱하네요.”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내 말에 테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알 것 같습니다.”
“으응?”
그가 무언가를 짐작하고 있는 사람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장미 향이 나는 홍차를 들어 올리며 싱긋 웃었다.
그러자 테드가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제 동생과 약혼식을 하실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응, 테드.”
긴장되는 표정을 감추며, 나는 찻물을 입에 머금었다.
‘애시드도 이렇게 긴장되었을까?’
상대의 가족에게 미래의 배우자로서 허락을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긴장도가 높은 듯했다.
나를 가만히 보던 테드가 입을 열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심플한 대답이었다.
그가 다음 말을 이었다.
“물론, 미르모드의 사위로서 마주해야 할 가시밭길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애시드가 감당해 내야 할 몫이니까요.”
“아…….”
“전 그저, 동생이 가는 길을 응원할 뿐이죠. 가족으로서.”
테드는 확실히 어른이었다.
나는 그의 심연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테드.”
“네.”
“괜찮아?”
테드가 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어쩐지 비장할 것 같은 마지막 멘트에, 나는 절로 긴장해 허리를 곧추세우고 말했다.
“응, 뭐든 물어봐.”
테드가 짧게 침묵한 뒤 다시 기세 좋게 입을 열었다.
“여기 테이블에 세팅된 꽃, 저에게 주시려던 거죠?”
장난스러운 마지막 마무리 멘트까지, 역시 테드다웠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 꽃은 테드 거야.”
“이 꽃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테드가 내 등 뒤를 힐끗거리다 씩 웃었다.
“애시드가 걱정이 되었는지, 따라온 것 같네요.”
장미 정원의 바깥에서, 애시드가 서 있었다.
나는 장미꽃 너머 나를 응시하고 있는 애시드를 보면서 씩 웃었다.
“으응, 그러네.”
그때, 애시드가 다가와 속삭였다.
“시엔 님에게 꽃을 받으셨군요.”
아, 그 표정은 명백한 질투였다.
제 형에게도 질투하는 모습에 나는 당황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어라, 형제 사이에 불화를 만들어 버린 건가.’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싱긋 웃으며 애시드의 옷소매를 잡아 흔들었다.
“허락받았어.”
‘테드에게 약혼과 결혼을 허락받았다’는 내 말에, 애시드가 얼굴에 묻어난 질투를 지운 채로 환히 웃었다.
“……네, 그럴 줄 알았어요, 시엔 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