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Protect My Tyrant Dad! RAW novel - Chapter (140)
폭군 아빠는 내가 지킨다! 140화. 외전 3. 시엔과 애시드의 우당탕탕 약혼식 (3)(140/140)
140화. 외전 3. 시엔과 애시드의 우당탕탕 약혼식 (3)
2024.04.02.
마티어스와 테드의 허락이 모두 떨어지고 나자 약혼에는 더 거칠 것이 없어졌다.
바야흐로 시엔과 애시드의 약혼식 준비가 시작되었다.
이 약혼식 준비에는 버거와 마르틴, 레온하르트 등 주변인들의 입김이 꽤 들어가고 있었다.
“와! 약혼 전에 브라이덜 샤워 같은 거 해야 하는 거 아냐?”
“……그건 결혼할 때 하는 거다.”
“아.”
버거는 신기한 결혼 문화를 이것저것 알려 주다가 마르틴에게 면박을 당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별다른 준비는 안 할 거야.”
“아, 그래?”
버거와 마르틴이 대놓고 상심한 티를 냈다.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일까.
그들의 주변에는 결혼이나 약혼을 하는 커플이 없었다.
‘게다가 친한 친구들이 결혼하는 셈이니, 저 둘이 설레하는 것도 이해는 돼.’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나는 싱긋 웃어 보였다.
“결혼도 아니고 약혼이기는 하니까, 그래도 생화를 꺾어서 약혼식장 안을 채울 거야.”
그 순간, 마르틴의 눈이 급격하게 반짝거렸다.
“엄청나게 화려한 약혼식이 되겠지?”
곁에 있던 버거가 고개를 힘껏 끄덕거렸다.
“맞아! 미르모드 가문이니까!”
“그래, 맞다! 역시 엄청나게 대단하겠지! 영지에 축포도 쏘아 올리고 말이야!”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하지만…….
“……으음, 아니! 그냥, 가족과 친구들끼리만 소소하게 하려고.”
나는 내가 미르모드 가문이며, 앞으로 유력한 가주 후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나의 결혼은 각 가족간의 결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약혼까지는 로맨틱하게 하고 싶어.’
그러니까 내게는, 우리의 미래를 언약하는 이 약혼식이 결혼보다도 더욱 소중한 셈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소중한 시간들을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버거, 마르틴. 도와줄 거지?”
그들이 서로 시선을 교차했다.
오래 함께해서일까?
아마도 내 속마음을 빠르게 캐치한 모양이었다.
“응, 도와줄게!”
“뭐부터 도와주면 돼?”
브라이덜 샤워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살짝 죽상이 되었던 버거의 표정이나, 약간의 홍조만 어려 있었던 마르틴의 낯이 확 달라졌다.
마치 생기를 찾은 것처럼 말이다.
***
그 이후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 이어졌다.
버거와 마르틴의 손을 빌려 정원을 꾸미고, 작은 부케를 만들고, 근육 시녀 언니들이 직접 재봉해 준 드레스를 준비했다.
마침내 약혼식 당일이 되었다.
약혼식이 열릴 미르모드 가문의 저택, 정원 안은 차분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비해 무척 신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게,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아는 얼굴이었으니까.
그들은 커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에 앉은 채, 곧 나올 시엔과 애시드를 기다리면서 왁자지껄하게 대화를 했다.
제일 먼저, 연미복을 빼입은 레온하르트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잘 지냈지?”
버거와 마르틴이 다음 말을 받았다.
“와, 거의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 정원 꾸미느라, 진짜.”
“그래도, 진짜 예뻐. 시간 꽤나 들었겠는데?”
조경수만 가득했던 정원에 분홍색 장미를 잔뜩 장식하느라 한참 고생한 일등 공신들, 버거와 마르틴이 흡족하게 웃었다.
“맞습니다. 엄청나게 시간이 많이 들었죠!”
대장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씩 웃었다.
“확실히 예쁘네요.”
그들의 화사한 분위기와는 달리, 다소 미묘한 듯한 분위기인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직사각형 테이블의 끄트머리에 앉은, 혼주 역할인, 마티어스, 그리고 긴장한 테드, 델피아, 루켈라 공작 부인 등이 그러했다.
그들은 젊은 친구들에 비해서 한결 더 긴장한 듯 보였다.
“우리 아이가 약혼이라니.”
“벌써 이렇게 아기 주인님이 자랐군. 신기한 일이야.”
델피아와 루켈라 공작부인이 시선을 마주치며 한 마디를 했다.
마티어스는 복잡한 표정으로 마른세수를 하고 있었다.
“그래, 신기하긴 하군.”
그들의 대화가 마무리되었을 즈음, 어느새 정원 근처의 웨딩 아치에서 두 인영이 나타났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서서히 은근한 분위기로 향해 갔다.
이 자리를 밝혀 줄 두 연인이 나타난 것이었다.
“애시드랑 시엔이야!”
분홍 장미꽃을 형상화한 듯한 미니 드레스를 입은 시엔과, 그녀의 곁에서 새하얀 연미복을 입은 애시드는 놀라울 만큼 잘 어울렸다.
분홍 장미가 가득한 정원과 그 둘은 마치 이 자리에 제대로 녹아든 것 같았다.
“세상에, 너무 아름다워!”
누가 했는지 모를 감탄사가 연이어 이어졌다.
두 사람이 서로의 손을 잡고 웨딩 아치를 거닐어 올 즈음, 루켈라 공작부인이 마티어스를 향해 나직하게 물었다.
“네 아이가 이렇게나 자랐으니, 뿌듯하지?”
마티어스가 낮게 웃었다.
“뿌듯하기도 하고, 품 안의 아이가 떠나는 것이 슬프기도 하군요.”
모순적이지만 정확한 표현이었다.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오케스트라의 연주 역시 절실한 곡조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침내, 시엔과 애시드가 웨딩 아치와 정원의 길을 건너 직사각형의 테이블까지 다가왔다.
“모두 저와 애시드의 약혼식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
시엔의 말에, 애시드가 떨림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저희의 약혼식에 참여해 주신 귀빈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 많은 사람을 초청한 것은 아니지만, 가족과 친지들끼리 단란하게 모인 약혼식은 제법 분위기가 있었다.
시엔은 주변을 둘러보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 케이크 커팅식을 할까요?”
멀리서 근육질의 시녀, 데드리가 3단 케이크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분홍색 장미를 형상화한 듯한 시엔의 드레스와 어울리게, 케이크는 새하얀 시트지에 부드러운 보랏빛 크림을 얹은 심플한 형태였다.
어찌 보면 평범하기만 한 케이크.
하지만 그들이 다가오면서, 케이크 주변이 마법처럼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황한 마르틴이 눈을 깜빡거리며 케이크를 응시했다.
“엇, 저거 혹시 마법에 걸린 케이크인 건가?”
어느덧 테이블 가까이 케이크를 무사히 가져온 데드리가 씩씩하게 대꾸했다.
“네, 맞습니다!”
케이크에 걸린 마법은 바로 주변에 작은 꽃비가 내리는 듯한 환상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신기하다는 듯이 케이크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시엔이 상냥하게 말을 덧댔다.
“케이크를 자르면 마법이 사라져.”
“와, 이건 좀 아쉬운데.”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듯한 레온하르트의 목소리에, 시엔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케이크 커팅식은 해야 하는걸.”
제국 내 약혼식의 규율은 바로, 하객들이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며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시엔은 활짝 웃으며 칼을 들어 올린 뒤, 케이크를 곧장 잘라 냈다.
간단한 커팅이었지만, 의미는 깊었다.
애시드가 굵은 목소리로 울림 있게 속삭였다.
“모두, 우리의 미래를 축복해 주세요.”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멎었고, 케이크가 불러온 마법의 꽃비도 사라졌다.
하지만 시엔과 애시드는 약혼식에 참석한 하객들 앞에서 영원을 맹세했다.
십여 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더욱 단단해진 영원의 맹세는, 아마 오래도록 깨지지 않을 것이었다.
***
모든 약혼식 절차가 끝났다.
하지만 이제 갓 약혼자가 된, 애시드와 시엔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 참이었다.
그건 바로…….
‘단둘만의 1박 2일 여행이지!’
정식 결혼이 아니기 때문에 허니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약혼한 사이이니 1박 2일 정도의 신행 비슷한 여행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가 잠깐 분노하기는 했지만, 결국 허락해 줬으니까!’
결국 애시드와의 꿀 같은 여행이 시작된 셈이었다.
나는 흡족하게 웃으며 여행지를 고르고, 그와 함께 동선을 짜며, 이동했다.
우리가 고른 여행지는 바로 미르모드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따뜻한 남부의 별장이었다.
별장에 도착했을 즈음, 나는 별장 근처에 가득한 야자수와 푸른 바다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뱃놀이하고 싶어!”
“배를 구해 올까요?”
“음, 아니! 지금은 1박 2일이니까, 그냥……. 별장 안으로 가자!”
나는 평소에 애시드 앞에서 뺨을 붉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할 때는 보통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나는 뺨을 잠깐 붉힌 뒤 입을 열었다.
“밤에는, 애시드랑 같이 대화하고 싶어.”
아빠는 ‘손만 잡으라’고 했지만…….
‘어디 혈기왕성한 연인이 그게 되겠어?’
음흉하게 웃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애시드 혹시 숙맥은 아니겠지?’
순식간에 내면에 짙은 불안감이 일고 말았다.
그때 애시드가 씩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같이 해요, 밤에 할 수 있는……. 그게 뭐든 간에.”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애시드, 숙맥 아니구나. 하고……!
그렇게 오늘 밤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를 끝내고 별장 안에 들어섰을 즈음, 우리는 창가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해변의 노을이 지는 정취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애시드와 함께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나는 작은 별장을 구경하는 척, 별장 안의 침실을 힐끗거렸다.
“있잖아, 애시드.”
하지만 내가 운을 뗄 필요도 없었다.
애시드가 내 손을 잡은 채로 성큼, 침대가 하나뿐인 방 안으로 들어섰으니까.
애시드가 약간 상기된 귓불을 한 채로 속삭였다.
“샤워 후 환복……. 하실 거죠?”
“응.”
나는 천천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마치 오늘 본 노을처럼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를 가지고 싶어졌다.
***
간단한 세면이 끝나고 난 뒤, 나는 폭신한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 밤이구나.’
애시드를 온전히 가질 수 있는 순간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올라서,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미치겠네…….’
창가로 스며들어 오는 달빛만이 빛으로 존재하는 이 공간 속.
눈을 가렸는데도 애시드의 기척이 들려 왔다.
나는 숨을 참은 채로, 그가 내 옆자리로 다가오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하지만 여전히 손을 떼어 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때, 애시드의 손이 내 손을 잡은 채로 떼어 냈다.
그는 마치 여신을 경애하는 것만 같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입 맞춰도 될까요, 같은 질문은 필요 없었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맞닿은 채로, 우리는 가볍게 서로의 숨결이 얽히는 것을 느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엉망이 되었을 때, 애시드가 나를 놓아주며 속삭였다.
“……더, 해도 돼요?”
나는 속눈썹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짧게 웃었다.
“그런 건…… 물어보지 않아도 돼.”
그 순간, 그의 입술이 다시 내 입술 위를 덮쳤다.
이번에는 어깨를 꽉 그러안은, 손까지도 가까워진 채였다.
숨을 얽은 직후, 그의 손끝이 나의 어깨를 덧그리듯 농밀하게 문질렀다.
처음, 그와 만났던 그 시절과는 다르게 다정한 욕망이 서린 손길이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그가 건네는 모든 감각을 느꼈다.
나를 옭아맸던 그의 감각이 잠시 나를 놓아주었을 즈음, 나는 호흡을 가다듬은 채로 짧게 말했다.
“……나, 기뻐.”
애시드가 건네는 이 모든 감각에 앞서, 그를 전부 가진 것 같아서……. 기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애시드가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저도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어느새 다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얽히고, 밤은 서서히 깊어지고 있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마침내 모든 것이 완벽해진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 <폭군 아빠는 내가 지킨다!> 외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