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원필소 (1)
“야, 강유진! 일어나!”
“…….”
“이제 곧 식당 배식 끝난다고! 아침 못 먹는단 말이야!”
“…….”
“이 자식, 어제 늦게 들어오는 것 같더니 기어코 이렇게 늦잠을 자네. 야, 일어나라고!”
이죽헌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강유진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로 했다.
어제 낮에는 제갈금, 밤에는 천상운 및 소문광을 상대로 너무 힘을 썼다.
조금 늦잠 자도 상관없을 것이다.
“에이 씨, 먹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난 화성문 녀석들하고 대련하러…… 잠깐.”
그때 이죽헌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이거 뭐야?”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 옆에 대충 던져 놓은 ‘뒤랑달 레플리카’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야, 강유진. 너 이거 어디서 났어?”
“…….”
“뭐야 이거? 왜 이런 게 여기 있어?”
“…….”
“일어나서 대답해, 이 자식아……!”
이죽헌이 절박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지만, 강유진은 대꾸하지 않고 그냥 이불을 뒤집어썼다.
* * *
“설마 천상운이 접근해 올 줄은…….”
이야기를 들은 주민하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놀랍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옆에 있던 석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천상운이 직접 스카우트하러 오다니. 아주 출세했네, 출세했어.”
한편 이죽헌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어쨌든 이 얘기는 우리들만의 비밀로 해 줘. 아까 말했지만 어르신 귀에 들어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으니까.”
“네, 강유진 님이 화성문을 도우려고 천상운에게 몸을 팔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제갈금 님도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겁니다.”
“주민하 씨, 몸을 팔았다는 표현은 좀…….”
석태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강유진 씨, 시나리오가 언제인지는 들은 거예요? 어떤 내용인지도?”
“그건 못 들었어.”
“왜 그걸 안 알려 줄까요? 약속을 지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어쩌면 천상운 측에서도 아직 자세한 걸 파악 못 한 상태일 수도 있겠지.”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시나리오 생각은 나중에 해. 어차피 언제인지도 모르는데 지금 생각해 봤자 의미 없어.”
이죽헌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보다, 지금 상황부터 생각하자고.”
“그렇지요.”
주민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상운이 원필소를 견제해 준다면, 한동안 원필소의 침공은 없을 거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화성문을 재건할 시간을 벌었군요.”
현재 주민하는 화성문 간부들과 함께 화성문 재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서부 지역에 연락을 취하여 옛 호서파 동료들을 올라오게 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천상운과의 밀약을 발설할 수는 없으니, 화성문 간부들한테는 제가 잘 둘러대 놓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분은 화성문 사람들한테 무술을 더 많이 배워 두시죠.”
“그래야겠죠.”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야.”
석태준과 이죽헌이 주민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유진 님도 무술을 더 많이 배워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소문광과 싸우면서 부족함을 느꼈다고 하셨죠?”
“……그랬지.”
“제갈금 님의 무술 실력은 확실히 뛰어납니다. 강유진 님이 소문광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제갈금 님한테서 배운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소문광을 다운시킬 수 있었던 건, 제갈금한테서 배운 화성문식 첩산고로 허를 찔렀기 때문이었다.
“강유진 님의 육체 능력에 화성문의 무술이 더해진다면, 분명히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겁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무술 단련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
“강유진 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강유진을 보고, 주민하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문제라도……?”
“아니, 조금 위화감이 있어서 말이야.”
“네?”
“무술을 배우는 건 좋아. 근데 시간을 벌었으니 이 틈을 이용해 최대한 무술을 배워 놓자…… 이건 좀 어색한 것 같아서.”
강유진의 말을 듣고, 주민하는 잠시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그 대신 이죽헌이 입을 열었다.
“난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하긴 조금 어색하긴 해.”
“이죽헌 씨, 그게 무슨 소리죠?”
“지금까지 우리는 계속 파죽지세로 올라왔어. 쉴 새 없이 적들과 싸워 왔단 말이지.”
“그래서요?”
“그런데 여기서 한동안 수련 타임을 갖게 된 거잖아. 강유진 입장에서는 정체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지.”
그렇게 말하고 이죽헌은 쓴웃음을 지었다.
“말하자면, 강유진은 좀이 쑤시는 거야. 빨리 가서 적들을 처부수면서 그 이름 없는 분의 이름을 드높이고 싶은데, 여기서 계속 머무르며 영감님한테 무술만 배우고 있으니 말이야.”
“……너 언제부터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았냐.”
“네가 너무 단순해서 뻔히 보이는 것뿐이야, 이 자식아.”
사실 이죽헌의 지적은 정확했다.
제갈금한테서 무술을 배우는 게 싫은 건 아니고, 앞으로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갑갑한 기분이었다.
“……뭔가 일을 벌이고 싶은 건 사실이야.”
“강유진 씨…….”
“하하. 너는 차라리 원필소가 쳐들어오는 게 더 나은 거 아니야? 그러면 할 일이 생기잖아.”
이죽헌이 깐죽거리면서 떠들어 댔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유진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주민하.”
“네?”
“천상운이 견제하면 원필소는 이쪽을 공격하기 어려워지는 거지?”
“그야…… 그렇지요. 천상운이 있는 북쪽으로 계약자들을 더 배치해야 하니까요.”
“그럼 여기 남쪽에 배치한 계약자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겠네.”
“…….”
주민하가 강유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강유진 님, 설마…….”
“천상운이 북쪽에서 원필소를 압박한다면, 자연스럽게 남쪽은 방비가 허술해질 거야.”
원필소 세력의 남쪽.
옛 군포, 의왕 지역으로…… 화성문과의 접경지대다.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서, 원필소를 공격하면 어떨까.”
“……!”
그렇게 강유진은 지극히 호전적인 제안을 했다.
* * *
“젠장!”
원필소는 원목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물론 힘을 줘서 내리친 건 아니었다. 물리 공격 타입의 S급 계약자인 원필소가 힘줘서 내리치면 비싼 원목 책상이 산산조각 나 버린다.
하지만 마음 같아서는 다 부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천상운 그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제갈금의 요청을 받은 거 아닐까요?”
“제갈금이 천상운에게 그런 부탁을 할 인간이야? 그리고 화성문에 심어 둔 스파이도 말했잖아! 천상운 측과의 접촉은 일절 없었다고!”
부하에게 소리친 뒤, 원필소는 인상을 쓴 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어쨌든 이러면 화성문을 칠 수 없어. 요 며칠 사이 준비한 게 다 헛수고가 되었다고!”
원필소는 땅따먹기를 즐긴다.
그래서 부천, 시흥, 광명, 안양, 과천, 군포, 의왕, 성남 등 넓은 지역을 지배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영토를 넓히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더이상 영토 확장이 어렵다는 점이다.
서쪽의 인천은 판데모니움의 세력권에 가까워 함부로 진출하기 어렵고, 동쪽의 하남이나 광주 일대는 좀 껄끄러운 팔부중이 버티고 있어 역시 진출하기 어렵다.
천상운이 있는 북쪽의 서울 강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남쪽으로 진출하려고 했다.
제갈금의 화성문만 잘 요리하면 수원뿐만이 아니라 그 남쪽까지 세력을 뻗칠 수 있다.
“내분 탓에 화성문이 약체화된 지금이 최고의 찬스였는데…… 왜 천상운이 방해를 하냐고!”
천상운은 팔부중 최강이다.
동원할 수 있는 병력 자체는 1위가 아니지만, 소수정예이기 때문에 전력 자체는 뛰어나다.
충돌이 발생하면…… 패배하는 건 원필소 쪽일 것이다.
“……안 되겠어.”
“어쩔 생각이십니까?”
“천상운을 직접 만나러 가야겠어. 약속 잡아 봐.”
직접 담판을 짓겠다.
원필소는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시나리오를 앞두고 있는데 팔부중끼리 이런 군사적 긴장을 만들어서 되겠냐고 한마디 해야겠어.”
“우리도 제갈금을 치려고 하던 거 아니었습니까?”
“이 미련한 놈아! 그건 시치미를 떼야지!”
“죄, 죄송합니다.”
“천상운은 말이 안 통하는 놈은 아니야. 내가 잘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을 때.
원필소의 집무실에 다급히 뛰어 들어온 남자가 있었다.
“워, 원필소 님!”
“뭐야? 왜 그리 허둥대?”
혹시 천상운 쪽에서 무슨 움직임이 있는 걸까.
내심 긴장하면서 원필소는 부하의 말을 기다렸다.
“남쪽에서…….”
“남쪽? 수원 쪽 말하는 거 맞아?”
“경비대 눈을 피해, 몰래 침입한 계약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원필소는 자기 지배 영역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주요 길목을 봉쇄하고 검문소에서 통행료를 받고 있고, 그 사이에는 철조망을 쳐 놓고 경비대를 배치했다.
일단 명목상으로는 민간인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것이지만, 다른 조직의 계약자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걸 방지하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뚫렸다고? 경비대 놈들은 대체 뭘 하고 있던 거야?”
“그게, 북쪽으로 인력을 돌리느라 머릿수가 부족해져서…….”
“크윽…….”
예상했던 사태이긴 했지만, 실제로 일어나니 속이 쓰렸다.
“몰래 침입했다는 놈들은 누구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얼마 전에 화성문의 내분에 관여한, 중서부 지역 출신의 계약자들인 것 같습니다.”
“그놈들인가!”
원필소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정말 만만치 않은 놈들입니다.”
“특히 리더 격인 놈은 S급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소문으로는 천안에서 새벽의 명성 교단을 털어 버렸다고…….”
“그런 뜬소문은 됐어. 확실한 것만 얘기해.”
부하들에게 그렇게 내뱉은 뒤, 원필소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성문 쪽에서는 움직임이 없는 건가? 제갈금은?”
“그게……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흠…… 대충 알겠군.”
“네?”
“화성문은 모르는 일이라고 입을 싹 닦고 시치미를 뗄 생각인 거야. 그놈들이 제멋대로 한 일이라고 말이지.”
만약 지금 침입한 계약자들이 포로로 잡힌다고 해도, 제갈금은 자기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놈들이 우리들한테 타격을 주면 제갈금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 아무런 소득이 없으면 그냥 손절하면 되는 거고.”
“아……!”
“아마 제갈금은 그놈들을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처치 곤란인 거지.”
외부인들을 끌어들여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제는 그 외부인들이 골칫덩이가 된 것이다.
“역시 원필소 님은 시야가 남다르시군요!”
“대국적인 관점에서 모든 걸 꿰뚫어 보시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흥, 이 정도는 별거 아냐.”
코웃음을 치면서 원필소는 고개를 돌렸다.
“황철.”
“네, 형님.”
원필소가 부르자, 구석에서 혼자 소주로 병나발을 불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원필소와 마찬가지로 S급으로 평가받는 계약자로, 원필소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심복이었다.
“네가 책임지고 잡아 봐. 산 쪽으로 유인해.”
“산으로 끌어들이면 확실히 저희가 유리합니다. 하지만 적을 끌어들이려면 충분히 미끼를 던져야 합니다.”
“그럼 내가 그쪽으로 움직이지. 원필소가 산 너머에 있다고 미끼를 뿌려.”
“그러면 적들은 형님을 잡겠다고 쫓아오겠군요.”
황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만 해결해 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천상운 쪽과 대치하고 있는 북쪽의 병력은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본부에 남아 있는 병력만으로 대처하죠.”
“그래도 되겠나?”
“지금 본부에 있는 계약자들은 다들 정예병입니다. 충분히 대처 가능합니다.”
황철의 얘기를 들으며, 원필소는 그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서너 명 정도 되는 놈들을 잡기 위해 수백 명씩 동원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특히 성좌들에게도 나쁜 인상을 줄 것이다.
‘황철을 눈여겨보며 후원해 주는 성좌들이 꽤 많아. 황철이 그놈들을 멋지게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여 주면 호응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살짝 불안했다.
만약 그놈들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면 큰일이다.
“……보다 완벽하게 하자.”
원필소는 다른 부하에게 시선을 향했다.
“3번 창고에서 물건들 꺼내.”
“워, 원필소 님. 그건…….”
“다른 팔부중 세력과 본격적으로 싸울 때까지 감춰 두기로 한 거 아니었습니까?”
“숫자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굳이 그걸 꺼낼 필요는…….”
“그놈들이 우리 예상보다 강할 수도 있어. 확실하게 하자고.”
원필소는 최대한 신중하게 일을 진행하고 싶었다.
천상운의 속셈도 신경 쓰였고, 최대한 안전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황철, 3번 창고에서 꺼낸 장비들로 네 부하들을 무장시켜.”
“저야 좋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괜찮다니까.”
원필소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판데모니움과의 거래를 통해 손에 넣은 마성(魔性) 속성의 장비들로, 그놈들을 작살내 버려.”
신성(神聖) 속성의 장비로 무장한 천상운의 부하들이라면 몰라도, 중서부에서 올라온 촌놈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