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119)
-반지 말이니? 그건 싸게 잘 샀어! 그보다 빨리 돌아오렴!
이해기는 동생이 고작 50억 썼다고 화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세최헌 회귀자의 배포는 크고 아름다웠다. 그가 급히 동생을 소환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알에 금이 갔단다! 부화하려나 봐!
‘5년 걸린다더니?’
예의상 두 발짝 떨어져 있던 한현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이보배는 놀라서 폴짝 뛰었다.
“부화하면 나도 보여줘.”
“제일 먼저 보여줄게.”
궁금하지만 차마 같이 가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던 한현우가 차선책을 말하자 이보배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균열을 공략하고 밖에 나오자 아라크네의 거미줄에서 보낸 하수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해기는 익숙하게 균열 핵을 둔 장소를 말했다. 마석과 각종 부자재 회수는 이들이 도맡아 할 것이다.
‘보배가 전화했었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장문의 문자를 읽으니 미안해하는 동생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해기는 못마땅해 혀를 찼다. 고작 50억을 썼다고 동생이 미안해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 부여된 반지라면 50억도 싸다. 돈이야 다시 모으면 돼.’
그보단 경매가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이 더 충격적이었다.
이해기는 기억과 점점 멀어지는 미래가 반가우면서 한편으론 걱정스러웠다.
‘회귀자의 오만이고 미련이지.’
박마노와의 관계가 바뀔 걸 알면서 을 공략했고, 바뀐 걸 알면서도 이전과 같은 관계가 되길 바란다.
박마노의 미소를 지켜주고 싶다 말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화만 키웠다.
‘누나는 강한 사람인데, 나보다 강한 사람인데 내가 약해서 믿지 못했어.’
속으로만 반성하고 후회해선 안 된다. 실천에 옮겨야 올바른 회귀자라 할 수 있다.
이해기는 즉시 박마노에게 장문의 사과 문자를 보냈다.
집에 도착한 그는 형제들이 사지 멀쩡한지 확인하고 집 안을 순회했다.
집은 깨끗한지, 식재는 남아 있는지, 검성이 준 난초는 여전히 푸릇푸릇하고 싱싱한지 확인하고 유지하는 게 그의 임무였다. 그리고 최근 그런 이해기에게 돌볼 거리가 하나 늘었다.
환수의 알이다.
이해기는 거실 TV 옆 볕 잘 드는 곳에 놓아둔 환수의 알을 마른 수건으로 문댔다.
“흐흐흥.”
콧노래로 트로트를 부르며 알을 닦는 그의 모습은 은퇴한 용사보다 은퇴한 부장님처럼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해기는 남다른 감각으로 알의 변화를 알아챘다.
“이건!”
이해기는 알의 변화를 파악하자마자 집에 없는 동생을 소환했다.
그는 집에 온 동생에게 알을 들이밀었다.
“이걸 보렴! 알에 금이 갔단다!”
이보배는 금 간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찡그리고 알을 돌렸다. 미세하게 실금이 난 부위를 더듬자 살짝 금 간 것이 느껴졌다.
“진짜 금 갔네? 5년 걸린다고 하더니?”
“이게 다 내가 성심껏 돌본 덕분 아니겠니.”
이해기는 실실 웃으면서 본인의 공이라 으스댔다.
작은오빠의 태도가 기가 막혔지만 어쨌든 알이 일찍 부화하는 건 좋은 일이기에 이보배도 따라 웃었다.
이보배는 알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병아리는 부화하기 전 알 속에 있을 때부터 삐악삐악 소리를 낸다고 했다. 혹시 환수도 그러지 않을까 궁금했다.
“아무 소리도 안 나네.”
“진짜 동물이 아니니 말이다.”
기대한 소리가 나지 않아도 이보배의 입가는 벌어지고 눈은 절로 휘었다.
무엇이 부화하든 간에, 새 생명이 탄생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았다.
환수에 별 관심 없던 이보배가 이러한데 제 새끼인 양 업고 다니던 이해기는 오죽하겠는가.
이해기의 입꼬리와 광대가 하늘로 치솟아 내려올 줄 몰랐다.
‘귀농해서 병아리 키우는 아저씨 같네.’
너무 많은 죽음을 목격한 회귀자에겐 생명의 탄생 같은 힐링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음…….”
이해기의 표정이 너무 밝아 내내 조용한 이귀한의 어둠이 부각되었다.
“귀여운 아기 판다가 나왔으면 좋겠구나.”
이한생도 알에 금이 갔단 이야기를 듣고 흐뭇해하는데 이귀한 홀로 반응이 없었다.
따돌림을 싫어하는 이씨 남매 특성상 싫으면 싫다 참견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큰오빠 어디 아파?”
“형은 내버려 두렴. 알에 금 간 걸 안 후로 계속 저렇단다.”
“왜? 혹시 환수랑 상성이 안 좋나?”
이보배는 혹시 부화할 환수가 신성한 힘을 지닌 건 아닐까 의견을 제시했다.
이해기가 고개를 저었다.
“형은 파괴와 살육의 군주잖니. 새 생명이 태어나는 신성하고 거룩한 일에 심기가 뒤틀린 거겠지.”
“쯧쯧, 누가 악마 새끼 아니랄까 봐.”
새 생명의 탄생을 기뻐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이보배는 슬퍼하고 화르세인지는 혐오했다.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있던 이귀한이 동생들 틈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둘째야.”
“형, 가까이 오지 말아줄래? 지금 얘는 부화 직전이라 아주 예민한 상태거든. 안전거리를 유지해 줘.”
‘작은오빠가 이 지랄해서 불쾌해진 것 같은데.’
이보배는 이해기를 흰 눈으로 보았다.
언제는 사라진 불알 대신 방울 들고 딸랑이는 내시처럼 비굴하게 굴더니 지금은 매우 얄미웠다.
“건방진데 맞는 말을 해서 더 건방져.”
이귀한은 이해기를 흘겨보면서도 뒤로 물러나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그는 동생들보다 멀찍이서 알을 관찰하다가 딴생각이 들었는지 눈동자를 굴렸다. 심연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이리저리 잘도 굴러다녔다.
“둘째야, 나 먹고 싶은 거 있어.”
무슨 생각을 하나 했더니 식욕이 돌았나 보다.
“슬슬 저녁이구나. 뭐가 먹고 싶은데?”
“곤달걀.”
흔치 않은 메뉴 선정에 이해기가 당황했다.
동네 시장과 마트에서는 본 적 없으니 시골 장터에나 가봐야 찾을 법했다.
“갑자기 곤달걀? 알겠어, 오늘은 안 되고 내일 해줄게.”
이해기가 형을 설득하려 입을 열었지만 대마왕은 허락하지 않았다.
“어제부터 먹고 싶었는데 밤새 참았어. 오늘 먹을 거야.”
“형, 곤달걀을 어디서 구해.”
“곤달걀! 오늘 저녁은 곤달걀!”
이해기는 직감했다.
이 퀘스트의 마감 기한은 오늘 저녁까지다.
실패 시 페널티는.
“뿌셔뿌셔!”
“구해 와 바치겠습니다, 형님.”
형님 알기를 우습게 보았었으나 세상이 뒤집히면서 형님 공경을 두뇌에 탑재한 이해기가 넙죽 절했다.
이해기는 투덜거리면서 외출 채비를 마치고 곤달걀 살 수 있는 곳을 검색했다.
“보배야, 나 얼른 갔다 올 테니 너무 늦으면 저녁은 너희끼리 챙겨 먹어.”
“나는 곤달걀이 싫다!”
“그래, 너는 입맛 떨어지기 전에 반찬 해둔 거랑 밥 먹어. 보배 너는 어떡할래? 곤달걀 먹지?”
“내가 큰오빠 말려볼까?”
“아니다. 형이 먹고 싶다는데 맞춰줘야지. 혹시 내가 없는 사이에 환수가 부화하거든.”
이해기가 이보배에게 간절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동영상을 찍어다오. 알겠지?”
“알겠어, 계속 옆에 끼고 있다가 촬영할게.”
“그럼 다녀오마.”
이해기는 차를 운전해 사라졌다. 차가 큰길로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이보배 뒤로 이귀한이 고개를 내밀었다.
“둘째 갔지?”
“응, 갔어. 혹시 마음 바뀐 거면 다시 불러올까?”
이보배가 은근히 기대를 품고 물어봤지만 때 이귀한은 거실로 들어간 뒤였다.
세상 누구보다 재빠른 큰오빠의 뒤를 따라 거실로 들어간 이보배는 내심 예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귀한은 소환수의 알을 들고 금 간 부분을 살피고 있었다.
‘곤달걀은 작은오빠 내쫓으려는 핑계고 사실은 알이 만지고 싶었구나.’
그 혼자만 만지지 못하게 했으니 얼마나 서럽고 만지고 싶었겠는가.
이보배는 이귀한의 마음을 이해했다.
“작은오빠한텐 비밀로 할 테니까 실컷 만져.”
이보배는 이귀한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이귀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알을 어루만지다가 고개를 들었다.
심연을 담은 동공이 흔들렸다.
“막내야, 오늘 저녁 곤달걀.”
“나 곤달걀 별로 안 좋아해. 작은오빠가 사 온 건 큰오빠가 다 먹어.”
“아니, 그게 아니고.”
이귀한은 침통하게 고백했다.
“얘 부정 탐.”
이보배는 뜬금없는 고백에 눈살을 찌푸렸다.
재미없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작은오빠가 한 말 마음에 담아두지 마.”
“진짜 부정 탐. 썩음.”
이귀한은 어젯밤 자신이 벌인 비행을 이실직고했다. 이보배의 이마 주름은 점점 더 깊어졌다.
“큰오빠 착각이겠지. 조금 만졌다고 썩어서 깨졌을 리가 없잖아. 그냥 우연의 일치 아닐까?”
“그럼 좋겠는데 진짜 썩음.”
세상 모든 부정의 지배자이자 화신은 금 간 곳을 가리키며 사실을 밝혔다.
“깨려고 금 간 게 아니라 썩어서 깨지는 거.”
환수는 정해진 형체가 없다. 주인의 인지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그렇기 때문에 물리 공격보단 무형의 공격, 즉 정신 계열이나 속성 마력, 저주 같은 공격에 취약하다.
몇 번 건드렸다고 썩어버리는 건 말이 안 되지만 안타깝게도 이귀한은 형언할 수 없는 위험한 무언가에 속하는 존재였다. 존재 자체로 위험한 방사능 바퀴벌레라 이 말이다.
공격할 마음이 없어도 존재 자체로 주변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위험한 존재가 바로 이귀한이었다.
“이걸 어째.”
이보배는 이마를 짚었다.
이귀한이 시무룩해져서 반성했다.
“미안, 막내야. 내가 다 먹을게.”
“그게 문제가 아니야. 작은오빠가 학수고대했는데…….”
이해기는 환수의 부화를 누구보다 기대했다.
환수의 주인이 될 이보배보다 더 환수를 갈망하고 원했다.
자신이 그렇게 갖고 싶어 한 환수를 이보배에게 선물했다는 것에 자부심마저 가진 게 훤히 보였다.
회귀자가 눈물 나게 부러워하고 갖고 싶어 했던 환수.
그 소환수가 부화하기도 전에 썩어서 죽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실망할까.
상상하는 이보배의 가슴이 미어졌다.
“작은오빠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그랬어.”
“둘째 말대로 부정 탄 거라 감추고 싶었어!”
말은 그렇게 해도 이귀한은 미안한 듯 시선을 피했다.
막내만 편애한다고 해서 다른 동생들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시건방진 동생이라도 나름대로 아꼈다.
“그리고 막내야, 너도 알지? 그 새끼 밴댕이 소갈딱지라 뒤끝 긴 거! 어떡하지, 막내야? 둘째 오기 전에 먹어버릴까? 곤달걀 된 것보다 그게 낫지 않을까?”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봐.”
부화하기 전에 먹어치우든, 건드려서 썩었다고 이실직고하든 원망의 대상은 이귀한이다.
이 점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될 경우 이해기가 보일 반응은 불 보듯 뻔했다.
‘참겠지.’
동생들을 지키지 못한 데다 자신의 손으로 형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이해기는 이귀한 앞에서 설설 기었다. 화가 나도 참고, 부당해도 인내했다.
이보배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못했다.
“내가 때려서 깨뜨렸다고 할까? 나는 파괴니까 이쪽이 나을까?”
“기다려 봐, 큰오빠.”
이보배는 알에 대고 주먹을 휘두르려는 이귀한을 만류했다.
이보배는 대충 환수의 알이 세균에 감염된 계란 같은 것이라 이해했다. 내버려 두면 곪아서 썩어버리지만 그들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었다.
“이거 이미 죽어버린 거야?”
“죽는 중!”
“그럼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어떻게?”
“정화.”
인간은 곤경에 처했을 때나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에 막혔을 때 신을 찾는다.
이보배도 신을 찾았다. 이 동네 신은 아니고 이웃 동네 남의 신이지만 어쨌든 신이었다.
* * *
“흐음.”
화르세인지 드 체키빙은 환수의 알을 내려다보더니 신음을 뱉었다.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혀를 찼다.
“막내 오빠가 보기엔 어때?”
“곤달걀?”
“오염된 게 맞느니라. 아까는 대충 봐서 알아채지 못했다.”
“아이구.”
“곤달걀!”
큰오빠의 착각이길 바랐던 이보배 입에서 절로 아이구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한생은 환수의 알을 들어 올려 자세히 관찰했다.
“대체 하룻밤 동안 무슨 일이……. 악마가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착하다 착하다 해줬는데.”
“그냥 몇 번 쓰다듬었대.”
화르세인지가 눈살을 찌푸리고 질색했다.
“악마 새끼가 쓰다듬다니! 부정 탈 만했다!”
“셋째도 쓰담쓰담 해줄까?”
“차라리 내 목을 쳐라!”
이한생은 허세 부린 대가로 목젖을 얻어맞았다.
이보배는 목을 붙잡고 캑캑거리는 망나니를 돌봤다.
“어쨌든 얘도 생명인데 이대로 죽일 순 없잖아.”
“캑캑!”
“그래서 말인데 정화 좀 해줘.”
“정화!”
망나니가 눈물 고인 눈을 치켜떴다.
그가 이보배를 힐난했다.
“무엄하구나! 성신과 시스템 신께서 내게 힘을 주신 것은 위대한 사명을 해결하기 위해서이거늘! 고작 이따위 알을 구하기 위해 신성한 힘을 쓰라는 것이냐!”
화르세인지와 이한생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뭔가를 부탁하면 일단 한 번 튕기고 본다는 것이다.
이보배는 막내 오빠가 이렇게 반응할 걸 예상했고, 대비책도 가져왔다.
이보배는 반찬 꺼내 먹기 귀찮아하는 양아치를 위해 라면을 끓여 바쳤다.
“부탁드립니다, 공자님! 이 가엾은 생명은 공자님만이 구하실 수 있습니다!”
“흥! 고작 이런 걸로 나를 움직이려 하다니! 같잖다!”
이 역시 예상한 반응이었다.
이보배는 이귀한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귀한이 입꼬리를 올리고 실실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셋째야! 못 하면 못 한다고 해!”
“무어라?”
“내가 제일 뿌셔뿌셔 잘하거든! 성신은 나보다 못하거든!”
“감히 성신을 우롱하느냐!”
분개한 체키빙 공자가 환수의 알을 들고 힘을 집중했다. 신성력 특유의 온화한 빛이 그의 손에 집중되었다.
목적을 달성한 이귀한이 중얼거렸다.
“우리 셋째. 이렇게 다루기 쉬워서 어쩌나.”
‘내 말이.’
이보배는 파괴신의 말에 동감했다. 쉬워도 너무 쉬운 막내 오빠지만 신성력을 쓸 때만큼은 직업대로 성스러웠다. 신성력이 소환수의 알에 스며들자 환수의 알이 호응하듯 빛났다.
처음 보는 광경에 이보배가 눈을 깜빡였다.
‘뭐지?’
환수의 알에서 여태껏 본 적 없는 광채가 흘러나왔다. 밝은 빛에 이보배는 시력을 상실했다. 심상치 않은 결과에 이보배는 경악했다.
‘설마 터지는 건 아니겠지!’
이귀한의 마기와 성신의 신성력은 상극이다.
힘의 차이가 확연해 이한생 혼자 괴로운 처지였다.
환수의 알은 지극히 미세한 양의 마기에 오염되었다. 만약 그 마기와 망나니가 쏟아부은 신성력이 비등하다면 폭발할 가능성도 있었다.
“막내 오빠, 엎드려!”
이보배는 기억에 의지해 이한생을 떠밀었다.
그러나 화르세인지는 이보배의 몸통 박치기에도 굳건하게 버텼다.
그간 이해기에게 시달리며 레벨 업한 보람이 있었다.
“너는 멧돼지가 아니고 집돼지니라! 돌진 좀 하지 마라!”
빛 때문에 눈먼 망나니가 이보배가 있을 방향에 대고 삿대질했다.
“알은 어떻게 되었어?”
눈부심이 가시지 않아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이보배와 마찬가지로 오만상을 찡그린 화르세인지가 알을 잡고 있던 손의 감촉에 주목했다.
매끈매끈하지만 동그랗지 않았다.
알이 아니었다.
“부화한 것 같다. 동그랗지 않아.”
“진짜?”
이한생은 삿대질하던 손을 천천히 환수에게 가져갔다.
손이 닿기 전에 잡혀 있던 환수가 움직였다.
미끄럽고 가느다란 몸매, 특유의 체온과 몸놀림에 망나니의 척추를 따라 소름이 돋았다.
“으악, 시발. 뱀이다!”
이한생이 던진 환수가 이보배의 얼굴에 부딪혔다.
이보배는 허둥지둥 손을 모아 떨어지는 환수를 받쳤다.
대충 만져보니 뱀이 맞는 것 같은데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있었다.
“도마뱀인가?”
쉽게 돌아오지 않는 시력에 인상을 찡그리는데 작고 귀여운 소리가 그녀의 귀를 자극했다.
삐악.
“병아리?”
“병아리가 아니다! 그 감촉은 분명 뱀이었느니라! 으으, 끔찍해.”
망나니가 땅을 치고 원통해했다.
“사기꾼 새끼가 애지중지하고 악마 새끼가 손을 대니 뱀 새끼가 태어났구나!”
삐악삐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