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One With Genius DNA RAW novel - Chapter 288
286화.
“탈렌은 캐스나인이 개발되기 전의 유전자 가위입니다. 저는 니카라과의 환자들의 유전 변이 비율이 왜 그렇게 높은지를 조사하던 중, 탈렌에 의한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이 발생했었다는 사실을 추론해냈습니다.”
류영준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세포 내에서 DNA 이중 가닥 절단 (DNA double strand break) 이벤트는 자연적인 발생 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나, 환자들의 몸에서는 수정란 단계에서 최소 180번, 평균 2,117.6회만큼 발생했고, 가장 많은 유전 변이가 일어난 환자의 경우에는 무려 3,246군데의 DNA 이중 가닥 절단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실은 인델 패턴 분석을 통해 입증할 수 있습니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들을 쏟아내면서 그야말로 재판장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전문 용어를 자제하기 위해 애썼지만 도저히 번역하거나 순화할 방법이 없는 어떤 단어들은 긴 설명을 덧붙여야했다.
재판관들은 전문성이 특이점을 넘어버린 이 재판을 위해서 미리 서면 제출된 보고서들을 집중적으로 검토했고, 상당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류영준의 설명은 쉽게 소화하기 힘들었다.
“DNA의 이중 가닥이 모두 절단된 다음 그 위치에는 논 호몰로거스 엔드 조이닝 (Non Homologous End Joining)이라고 불리는 DNA 절단부 수리 시스템이 작동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인델 (Indel)이라고 불리는 DNA 염기의 무작위적인 삽입 또는 제거 현상을 일으키는데, 저는 그 패턴을 모두 추적해서 수천 군데씩 생긴 돌연변이들이 모두 DNA 이중 가닥 절단에 의한 것이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아마 니카라과 정부에서 인델 데이터를 전부 제출했을 겁니다. 수정란 단계에서부터 이렇게 집중적으로 고농도의 인델이 발생하는 것은 절대 자연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저는 누군가가 환자들이 수정란이었을 때 유전자 조작을 가했을 거라 생각했고, 그때 DNA 이중 가닥을 절단하고 조작하는 데 탈렌이 이용되었을 것이라고 유추했습니다. 그 시대에는 탈렌이 가장 효과적인 유전자 가위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탈렌을 제작하는 DNA가 환자들의 수정란에 도입되었다면, 그걸 지금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 추출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니카라과 정부에서는 각 환자 들의 혈액 샘플로부터 추출된 탈렌의 DNA 정보를 제출했을 겁니다.”
류영준이 탈렌의 데이터를 설명했다.
“탈렌을 코딩하는 DNA 서열은 300 베이스페어 (base pair)부터 그 아래로 발생하는 모티프 전부입니다. 그 앞에 존재하는 DNA 서열은 pCMV라는 발현 프로모터 (promoter)로, 특정 DNA를 작동시키기 위해 인공적으로 넣어주는 서열입니다. 즉, 이 탈렌은 인위적으로 수정란에 도입되어서 특정 유전자들을 조작하는 데 이용되었다는 뜻이며, 그렇게 발생한 DNA 절단에 의해서 수천 군데의 돌연변이가 야기되었다는 뜻입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하지만 그 탈렌에 의한 유전자 조작이 그룸 레이크에서 일어난 거라는 증거는 없잖나!”
아직 발언 차례가 되지도 않았는데 알폰스가 자리에서 소리쳤다.
그의 뺨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네, 있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니카라과에는 탈렌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한 생물학 연구실이 당시에 몇 개밖에 없었고, 그들은 모두 외부에서 탈렌을 구매한 기록이 없었습니다. 그룸 레이크 공군 기지의 재물 매입 내역은 모두 제거되었고요. 하지만.”
류영준은 죠지 톰슨 교수의 연구실에서 기록한 플라스미드 운반 대장을 집어들었다.
“하버드 메디컬스쿨의 죠지 톰슨 교수의 연구실에서 제게 보내준 자료입니다. 니카라과 땅으로 딱 한 번 탈렌이 넘어간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톰슨 교수님이 직접 기증한 케이스였습니다. 니카라과 사우나 시의 북동부 그룸 레이크 공군 기지에 플라스미드 3종을 연구 목적으로 기증했다고 합니다. 이 플라스미드들은 탈렌을 제작하고, 바이러스에 담기 위한 재료입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는 동물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쓰입니다. 사람의 수정란에도 효과적으로 작동하죠. 그룸 레이크 연구소에서 탈렌을 구매했고, 그게 니카라과가 구매한 유일한 탈렌 기록이고, 니카라과에서 출생한, 탈렌에 의해 유전자 조작된 환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여기에 그룸 레이크가 그들의 유전자를 조작했다는 사실 외에 다른 가능성이 있습니까?”
“…….”
알폰스의 표정이 굳었다.
“이게 UFC면 심판이 말리기라도 했을 텐데…….”
캠벨이 해리스한테 귓속말을 했다.
그러나 류영준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한 이 환자들은 전원 ‘고아’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고농도의 무작위적인 유전자 조작이 누적되었을 때, 그들의 몸이 발생 과정에서 뿜어내는 물질들이 항원으로 작용하면서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산모의 건강에도 위험 요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룸 레이크에서는 유전자 조작된 인간을 연구 목적으로 얻고 싶었을 테니 산모를 죽게 하고 태아를 살리는 선택을 한 후에 고아원에 유기했겠죠.”
“말도 안 됩니다!”
“지금 쿠크리 힐에는 니카라과 국민 중 약 20 퍼센트 정도가 직접 찾아와 검진을 받거나, 혈액을 보내어 원격 검진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 혈액 샘플에서 쇼트 텐덤 리핏 (Short tandem repeat)의 반복수를 비교해서 고아인 환자들의 가족 관계를 역추적해서 가계도도 만들었습니다.”
“…….”
“이 작업은 제가 마무리하지 못하고 저희 연구진이 끝냈다고 저한테 보고해주었는데, 이 자료도 니카라과 정부에 의해서 법원에 제출되었나요?”
“제출되었고 증거 채택되었습니다.”
페테르 판사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자료를 보시면 모든 환자들은 혼외 자식이며, 환자를 낳았을 시점의 산부인과 진료 기록이 전무합니다. 하지만 그렇 게 위급 상황인 환자들이 무사히 태어나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누군가 아기가 어느 정도 발생할 때까지 산모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의료를 제공했다는 뜻이죠.”
류영준이 말했다.
니카라과 정부 측 변호인이 앞으로 나섰다.
“저희 정부는 사망한 산모들의 가족들을 찾아내 설명을 들었고, 그 산모들이 마지막에 그룸 레이크 공군 기지로 향했던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
알폰스는 이제 이 싸움에서 안전하게 몸을 빼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나마 골라볼 수 있는 선택지는 최소한의 인정 같은 것이다.
냉전의 시대적인 배경에 호소하면서, 그래도 그 아기들을 죽이지 않았고 고아원에 위탁해서 양육하게 했다는 항변으로 후퇴하는 거다.
산모들도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을 뿐, 우리는 잔인한 학살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해서 어느 정도 문제를 감면 받은 방법 밖에 없다.
“…….”
그러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알폰스는 그것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가 마지막에 잔인한 학살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연구소에서 탈출한 유일한 인물 이사야 프랭클린과 그 어머니가 이곳에 있다.
“저는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아이 중 하납니다. 그리고 고아도 아니고 그 연구소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목격자중 하납니다.”
이사야는 증인 발언대로 나와서 말했다.
“냉전이 종료된 날, 그룸 레이크 공군 기지의 군인들은 연구소를 습격해서 그곳에 남아있는 모든 시민을 살해하고 증거를 불태워 제거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당시 CIA 문건 기록입니다. 일부 내용밖에 기재되어있지 않고, 자세히 쓰인 것도 아니지만, 그룸 레이크 공군 기지에서 진행한 연구의 개요와 연구 종료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습니다.”
미국 정부 측 변호인이 말했다.
“이 사건은 의료 스캔들만이 아니라, 실제 살인이 자행된 범죄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국민을 지켜야하는 미국 행정부가 자국민과 니카라과 국민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벌인 살인 행위였습니다.”
이사야와 미국 정부 측 변호인단의 잇단 공격에 얻어맞은 후, 마침내 알폰스는 자신의 발언 차례에 도착했다.
재판관들을 회유하고 변호인단을 삶아가면서 간신히 들어온 증인석이다.
원래는 탈렌에 의한 유전자 조작과 그룸 레이크는 무관하다는 걸 역설하고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빠져나가기 위해서였다.
“증인, 그룸 레이크 공군 기지의 유전체학 연구소장이셨는데, 사건에 대해 증언해주십시오.”
재판장이 말했다.
“…….”
그러나 알폰스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느낌이다.
***
네덜란드에서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이 한참일 때, 워싱턴에서는 두 가지 거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나는 미국 검찰이 헤이건 행정부의 실료들을 기소하는 일이었다. 아직 살아있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노튼 의원 같은 핵심 인물들도 상당수 있었다.
또 하나는 의회에서 대통령 발의 법안으로 올라온 연방준비법안의 수정안에 대한 처리다.
핵심 안건은 세 가지다.
1. 연방준비은행의 모든 영업 이익을 재무부 소속으로 한다.
2. 연방준비은행의 이사회는 4년 임기로 종료되며, 대통령이 임명한 후 상원의 승인을 거쳐서 선발된다.
3. 연방준비은행이 가지고 있었던 금리 결정권과 달러 발행권을 재무부에 편입한다.
사실상 연준의 팔다리를 다 쳐내고 목숨만 남겨놓는 셈이었다. 체노버를 비롯한 로페어의 은행들은 여전히 연준을 소유하지만, 거기서 어떤 이익도 볼 수 없으며 운영에 참여하려면 의회를 거쳐야하게 되었다.
의회에는 로페어의 입김이 미치는 의원들이 상원, 하원 둘 다 엄청나게 많았지만 그들은 지금 빠르게 줄을 다시 골라 서는 중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알폰스는 실형을 받는다.’
제 아무리 대통령 위의 권력자라고 하더라도 이걸 빠져나갈 수는 없다. 그는 민간인이고 면책받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룸 레이크 연구소를 창설하고 운영한 초기 비용의 대부분을 펀딩했던 체노버 은행에도 어쩌면 막대한 벌금이 떨어질 수 있다.
로페어의 힘은 크게 꺾일 것이고 여기서 연준을 빼앗아가면 그들도 무너진다.
캠벨은 1차 공판이 이루어지고, 류영준이 이사야를 치료하는 동안 바쁘게 의원들을 만나고 다녔다.
금권 독립을 호소하면서 이게 미국이 자본주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천운의 기회라고 역설했다.
또는 헤이건 행정부와 관련된 일들로 어떤 의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그 결과가 지금 빛을 보고 있었다.
연방준비법 수정법안은 통과된다. 거의 모든 상원 의원들이 캠벨 쪽으로 붙었다.
***
“그랜드슬램 오진다 진짜.”
박주혁은 TV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감탄했다.
“로페어를 다 잡아내다니…….”
“박 변호사님. 티브이 그만 보고 일 좀 하시죠?”
에이젠바이오의 법무팀 김인영 변호사가 서류 다발을 내밀었다.
“아, 그래요. 해야지. 근데 다른 할 일도 하나 있어서.”
박주혁은 휴대폰을 꺼내서 문자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아침에 류영준이 보낸 것이다.
-내가 애 한 명을 입양할 거야. 나이는 9살이고 스웨덴 시민권을 갖게 될 텐데 한국에서 거주하려면 외국인 등록증 발급하고 비자를 어떻게 받아야하는지 좀 알아봐줄 수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