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78
나 혼자 S급 소환수 178화
세계수의 잎 (8)
유리아가 신속하게 다가가 우리엘을 부축했다.
바로 눈앞에 루시퍼가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행동은 거침없었다.
“괜찮아, 우리엘?”
“쿨럭!”
한차례 피를 토해낸 우리엘의 눈동자가 놀란 듯 커졌다.
“……어떻게 여길……! 어, 어서 피하거라.”
“피하긴 뭘 피해, 치료나 받아. 내가 도와줄 테니까. 알지? 서포트는 내가 인간 최강인 거.”
유리아가 씩 웃으며 자신의 소환수를 꺼내 배치했다.
그 모습을 본 우리엘은 할 말을 잃었다.
입맛이 쓴 탓이다.
‘결국은…….’
자신이 상상하던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사고를 치는 바람에 루시퍼가 등장했고.
그들이 위험에 빠져버렸다.
현실적으로 판단해 보건대, 전부가 힘을 합쳐도 눈앞의 루시퍼를 당해낼 수 없을 거다.
안타깝지만, 악(惡)의 힘을 받아들인 루시퍼는 정말로 강력했으니까.
하아, 체념 섞인 한숨을 내쉰 우리엘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게 됐구나.”
“미안하긴, 어차피 우리 집단의 다음 목표는 저놈이었어. 신경 쓰지 말고 전투 준비나 해.”
우리엘은 자신감 있게 말하는 유리아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쿨하게 말하는 듯하면서도 떨리는 손끝과 긴장한 자세는 그녀가 얼마나 큰 다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엘이 고개를 틀어 그녀가 소환한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제대로 보는 것은 처음인 유리아의 소환수들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귀엽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와 요정 하나, 그리고…….
“저건?”
우리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눈앞에서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장신의 남성형 천사.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금발 천사의 모습이 분명 익숙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미카엘의 모습.”
천사는 생명체의 본질을 본다.
그렇기에 그녀는 저 소환수가 실제 미카엘이 아님을 알았다.
하지만, 너무도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에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호오?”
눈앞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루시퍼의 얼굴에도 호기심이 돋아 있었다.
“미카엘을 닮은 몬스터로군?”
그가 말했다.
“신기한 능력을 갖춘 인간이로구나. 몬스터를 길들인 것도 모자라, 저런 이상한 괴생물체까지 데리고 다니다니.”
루시퍼는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여유로웠다.
눈앞의 저것이 정말로 미카엘이였다면 긴장은 좀 했을 터였다.
왜냐하면 미카엘은 상대하기 정말로 까다로운 완성형 천사였으니까.
대천사 중 대천사.
천사 중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천사.
인정하긴 싫지만, 그게 놈을 수식하는 대명사였다.
‘하지만, 저것은…….’
그냥 빈 껍데기일 뿐이다.
진짜 미카엘의 힘의 발 끝자락도 미치지 못하는.
루시퍼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리자, 흥! 코웃음을 친 유리아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 얘 봐라? 야, 천사인 척하는 악마 새끼.”
“……뭐라?”
“너 지금 우리 미카엘을 괴생물체라 표현한 거냐?”
유리아의 당돌한 물음에 루시퍼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저런 껍데기에 정까지 느끼고 있다는 건가? 참, 불쌍하군. 인간이란 존재는.”
“글쎄, 그게 꼭 인간이어서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나저나 들어보니 너도 좀 불쌍하던데?”
“내가 불쌍하다?”
“너 미카엘한테 열등감 느껴서 이런 짓을 벌인 거라며? 쯧, 얼마나 못났으면 힘없다고 동족까지 배신할까.”
유리아가 혀를 차며 말하자, 올라가 있던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내려갔다.
그의 역린을 제대로 건든 탓이다.
“……우리엘이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였나 보군.”
대화는 이쯤이면 되었다.
루시퍼는 일단 대상을 제압하기 위해 손을 가볍게 떨쳤다.
파바바밧!
허공에 생겨난 수십 개의 검은 기운이 곧이어 유리아를 향해 쇄도했다.
‘원래는 좀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데.’
루시퍼는 그 마음을 접어 두었다.
감히 자신을 두고 뒷이야기 한 저들을 봐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
‘갑작스러운 공격이라 미처 대응할 시간도 없을 테지.’
그는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았다.
콰가가강!
하지만, 쏘아낸 기운은 유리아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무언가에 막힌 탓이다.
“크르르르……. 크륵, 크르륵.”
“오, 늑대?”
그 존재는 유아린의 소환수, 펜-리르였다.
비록 루시퍼의 공격이 부담스러운 듯,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분명 잠재력이 보이는 몬스터였다.
“그래, 같이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더냐?”
루시퍼가 다시 손을 휘둘렀다.
사방으로 뻗어 나간 기운들이 전방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사정없이 달려들었다.
“막아! 진형을 유지해!”
어느새 붙은 제프리가 외쳤다.
유리아 역시 재빨리 정신 차린 후, 본인의 소환수들을 컨트롤했다.
“미카엘, 성스러운 방패를! 페어리킹은 계속 버프 걸어! 그리고, 우리엘!”
“부, 불렀는가?”
“뭐 해? 지원해 줄 테니까 빨리 전면에 서야지!”
“……알겠느니라.”
평생 누군가로부터 명령받아 본 적 없던 우리엘은 망설임 없이 검을 들었다.
힘을 합쳐 저 빌어먹을 루시퍼를 상대할 수만 있다면.
그런 것쯤이야 아무렴 좋았다.
펄럭!
날개를 활짝 편 우리엘이 화려한 검술로 기운들을 걷어냈다.
아묘에 의해 어느 정도 치료는 완료된 상태.
페어리킹의 버프까지 더해지자, 혼자 상대할 때보다는 훨씬 편했다.
“큭, 쇼들 하는군…….”
루시퍼는 그 모습을 가소롭게 바라봤다.
그에게 저들이란 그저 장난감일 뿐이었다.
그것도 매우 약한.
“그럼 슬슬 페이스를 올려볼까?”
화르륵!
그 순간, 루시퍼의 기세가 일변했다.
마치 신체 강화라도 하듯, 그의 몸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구체화됐다.
막강해진 자신의 힘을 뽐내기라도 하듯 공간을 장악하는 루시퍼의 힘.
“그 쓸데없는 희망을 곧 절망으로 만들어주지.”
루시퍼가 정신을 집중했다.
쿠구구구…….
흔들리는 건물과 함께.
그는 직접 전방으로 내달렸다.
* * *
“크윽! 미친, 뭐 저리 센 거야?”
온몸을 찍어 누르는 압박감에 유리아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까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힘이었다.
‘무섭긴 하네.’
솔직한 그녀의 심정이었다.
대치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공포감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우리엘을 구하러 나설 때부터 각오한 일.
그녀에게 도주란 없었다.
콰아앙!
전방에는 굉음이 지속적으로 귓가를 가득 울렸다.
우리엘과 루시퍼가 육탄전을 벌이는 소리였다.
파파팟!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번의 공방이 오가고 있었다.
우리엘은 유려하면서도 날카롭게 검을 휘둘렀고-
루시퍼는 그것을 기운이 담긴 주먹으로 여유롭게 받아치며 응수했다.
소환수들이 도우려 해봤지만.
‘저 여파에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차.’
유리아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게 마스터와 자신들의 차이였다.
감응력 200을 올려 소환수들의 진화를 끌어냈다면, 이 정도까지 밀리진 않았겠지.
‘이게 대천사들의 싸움이구나…….’
꿀꺽.
침을 삼킨 유리아는 계속해서 참전을 시도했다.
우리엘이 충격을 입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힐링을 지원했고-
미카엘을 통해 계속해서 루시퍼의 흐름을 끊으려 했다.
“미카엘, 이놈의 상판대기는 언제봐도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하지만, 루시퍼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우리엘의 공격을 다 받아쳐 내면서도 미카엘에게 가볍게 주먹을 던졌다.
스윽!
복잡하게 얽히지도, 난폭하지도 않은 간결한 움직임.
그저 평범한 내지르기처럼 보였다.
그러나.
콰아아앙!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미카엘!”
볼품없이 튕겨 나가는 미카엘을 보며 유리아가 소리를 질렀다.
재빨리 일으켜 세우려 해봐도 제대로 통제할 수조차 없었다.
어떻게 컨트롤해 보려고 중심을 잡아봐도.
쾅! 쾅! 콰앙!
또다시 루시퍼의 주먹이 날아와 틀어박혔으니까.
그렇게 당한 소환수는 미카엘뿐만이 아니었다.
“펜리르! 이프리트! 자락서스!”
유아린 역시 나가떨어진 소환수들을 부여잡고 있었다.
제프리의 소환수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초토화.
우리엘을 상대하면서 다른 소환수들까지 무참히 공격하는 루시퍼의 힘은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적보다 강력했다.
‘제기랄.’
유리아의 머리가 뜨거워졌다.
지키는 소환수들이 없으면 서머너가 위험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루시퍼는 히죽 웃으며 유리아에게 다가갔다.
마치 아까 했던 말을 다시 들으려는 듯.
“어딜 가느냐!”
그 모습에 우리엘이 황급히 달려들었지만.
콰아앙!
루시퍼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주먹을 휘둘렀다.
단순하지만 벼락같은 움직임이었다.
“끄윽!”
빗장뼈를 얻어맞은 우리엘이 허공을 훨훨 날았다.
이윽고 벽에 내동댕이쳐지듯 틀어박혔다.
“쯧, 말 상대 좀 해줬다고 너희들이 정말 내 상대가 될 거라 생각했나?”
루시퍼가 귀찮은 듯 손을 털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유리아를 내려다봤다.
“인간.”
“하.”
유리아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도 우리엘이 있으면 조금은 버틸 수 있겠다 싶었는데.
결국은 이런 꼬락서니라니.
상황은 미궁 끝자락에서보다 더 최악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바로 죽이진 않을 테니. 큭큭.”
루시퍼는 절망하는 저들의 표정을 느긋하게 즐기며 말을 이었다.
“그놈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든.”
천사 시험 테스트 99,999점의 주인공.
어차피 루시퍼가 이곳까지 몸소 행차한 이유는 그자에게 있었다.
그자가 잠재력을 펼치기 전에 짓밟아놓지 않으면 잠을 편하게 잘 수 없을 것 같기 때문.
“……그놈?”
“그래, 저번에 너희들과 함께 있었던 그놈은 어디 있는가? 큭큭, 설마 무서워서 꽁무니를 뺀 건가?”
“지랄.”
“음?”
유리아의 답에 루시퍼의 미간에 골이 파였다.
자신이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존재라면 이런 상황에서 눈물 콧물을 쏙 빼게 마련인데.
어찌 저 인간은 아직도 눈을 표독하게 뜬 채 자신을 노려보는 걸까.
“마스터가 너처럼 동족이나 배반하는 비겁한 새끼인 줄 알아?”
심지어 아까부터 자신의 심기를 콕콕 건드리기까지 한다.
마치 빨리 죽여달라는 것처럼.
“아무래도 넌…… 좀 맞아야겠구나.”
루시퍼가 유리아의 멱살을 끌어 잡아 올렸다.
“말해, 그놈이 어디 있는지.”
“퉤!”
돌아오는 것은 걸쭉한 가래침뿐.
너무 가까이 붙어 있던 탓에, 그 빠른 능력으로도 피할 수 없었다.
“……이 쌍년이!”
퍼어억!
열받은 루시퍼가 유리아의 배를 강하게 후려쳤다.
“꺄윽!”
튕겨 나가 벽에 부딪힌 유리아는 엄청난 통증에 비명을 터뜨렸다.
몸에 있는 뼈가 다 아작나는 고통.
역한 비린내가 코에 물씬 풍겼다.
‘더 이상은 무리야, 마스터.’
유리아가 입에서 피를 주륵 흘리며 쓴웃음을 지을 때였다.
쐐애애액!
어디선가 날아온 기운이 루시퍼가 있던 자리를 강하게 가격했다.
콰아아앙!
바닥이 뚫리고 공간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
몽글몽글 피어오른 먼지가 걷히자 한쪽 팔로 공격을 막아낸 루시퍼의 모습이 드러났다.
“……너는.”
눈살을 찌푸린 루시퍼가 새로 등장한 존재를 바라봤다.
차가운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인간.
자신이 줄곧 찾던 그놈이 분명했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99,999점의 사기꾼!”
루시퍼가 반갑다는 듯 외쳤으나.
“루시퍼.”
진도윤의 반응은 싸늘할 뿐이었다.
피를 흘리고 있는 유리아를 본 진도윤은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 나갔다.
분노로 뿜어져 나오는 감응력을 일렁이면서.
“넌 기필코 오늘, 네 생에 가장 끔찍한 고통을 맛보게 해주마.”
나지막한 진도윤의 선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