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바다로 통한 보급은 포기한다.”
대두국 함대에 의해 순식간에 바다를 빼앗긴 청은 결국, 그동안 잘 사용했던 해상 보급로를 포기하고 말았다.
거선이라 부를 배가 수백 척이 함대를 꾸려 움직이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와아아아아!”
“청이 물러난다!”
바다로 통한 보급이 막히자, 전선에도 엄청난 영향이 미쳤다.
기세 좋게 진격을 이어나가던 청군이었다.
서군을 부순 시점에서 남은 적은 융무제가 이끄는 십 수만의 황군뿐.
“이번에도 요한 덕분에 살았구나.”
융무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구사일생이었다.
황제와 함께 싸우는 황군의 사기는 실로 엄청났으나, 사기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밀렸다.
심지어 보급까지 청이 더 우월할 정도였다.
이러니 융무제가 느끼기에도 승산이 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가 문제로군.’
당장은 위기를 모면하였다.
하지만 청나라는 이대로 기세를 꺾고 남진을 포기할 나라가 절대 아니었다.
해상 보급이 막히면 육상 보급을 최대한 늘려서라도 남진을 이어나갈 나라가 청나라였다.
그리고 융무제의 예상처럼 청나라는 육상 보급로를 확보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사실 대두국의 참전은 미리 예상한 일이었기에 육상 보급로를 확보하는 과정은 무척 순조로웠다.
청에게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다.
육로로 이어진 길이 조선의 지형처럼 산악으로 막힌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뻥 뚫린 길이 존재한다면, 보급로를 잇는 건 전혀 어려울 것이 없었다.
청은 곧바로 육상 보급로를 확보하고는 다시 남진을 재개하였다.
***
남명은 수명을 조금 연장하였을 뿐이었다.
다시 청의 남진이 시작되자, 남명은 순식간에 위기에 처하였다.
당연히 남명에서는 애타게 대두국의 지원군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함대가 아닌, 육상 병력을 말이다.
“대두국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대두국 함대는 여전히 큰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반드시 장강을 사수해라!”
“적이 너무 많습니다!”
“지형을 이용해서 막으면 되잖아!”
청나라 지도부는 절규하고 말았다.
대두국 함대로 인해 청나라 수군이 입은 피해는 천문학적인 수준이었다.
남명을 상대로도 우위를 보였던 수군이, 이제는 수백 척밖에 남지 않았던 것.
하지만 더 절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바로 수군의 피해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군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었다.
싸움 한 번에 최소 수십 척은 침몰하거나 나포당하고는 하였다.
더 최악인 점은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청나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장강을 사수해야 했다.
장강을 빼앗긴다는 건 남진은 물론, 지금까지 확보한 영토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겨우 몇 년 사이에 저렇게 수군의 규모가 커지다니.”
대두국 함대를 상대하는 청군 지휘관들은 하나같이 질린 기색을 보였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기는 했었다.
요한이 이끄는 함대가 장강까지 쳐들어와서 청을 두려움에 빠지게 만들었던 것.
하지만 그 당시 요한의 함대는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장강을 종횡무진했을 뿐,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청나라의 배를 나포하면서 점차 규모가 커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대두국 함대의 규모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고, 그래서 청나라 수군은 대두국과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이번에는 설욕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였다.
그동안 청나라도 수군을 키우는 것에 진심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하였고, 청나라 수군은 대두국 함대를 만날 때마다 철저하게 박살 날 뿐이었다.
“드디어 물러나기 시작합니다.”
“역시 놈들을 막아낼 방법은 지형을 이용해서 싸우는 것뿐인가.”
다행히도 장강을 사수하는 것엔 성공하였다.
장강 중심부로 향하는 길목 중에서 지세가 항아리와 같은 형세를 띤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지형이 워낙 유리한 덕에 간신히 장강을 사수할 수 있었던 것.
***
“두렵군. 이토록 압도적인 수군이라니.”
도르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신히 한숨 돌렸다.
만에 하나 장강을 빼앗겼다면 경제적 손해도 경제적 손해지만, 도르곤의 오랜 염원을 이룰 수 없게 됐다.
천하 통일이라는 오랜 염원 말이다.
“섭정왕 전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차피 바다는 처음부터 저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은 원래 기병이 결정하는 법입니다.”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 사내의 이름은 오보이.
홍타이지가 만주족 최고의 용사라 불렀던 사내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
오보이의 말에 도르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문제는 흑기군이란 놈들이다. 너도 들어서 알겠지? 남만으로 파병 왔었던 흑기군 이천이 무슨 짓을 했었는지.”
“듣긴 했었습니다.”
1대대와 2대대가 남명에서 보여준 활약은 실로 엄청났다.
도르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말이다.
가장 간담이 서늘하였던 것은 동수의 기병이 패배했을 때였다.
즉, 청나라가 자랑하는 팔기가 보병에 불과한 흑기군에게 패배했다는 뜻이다.
당연히 도르곤은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남만을 돕기 위해 2만의 흑기군을 출정시킬 것이라고 하더군.”
2천의 흑기군도 엄청난 활약을 펼쳤었다.
그런데 그것에 10배나 되는 병력이 쳐들어올 거라고 하니 도르곤으로선 경계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적이 어디로 올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바다를 빼앗긴 상황이었기에, 적이 북경을 노리고 상륙 작전을 펼친다 해도 이를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뭐, 그래 봤자 보병 아닙니까?”
“단순한 보병이 아니다. 전원이 조선 소총이라는 이름의 조총을 사용하는 군대다.”
“처음에나 두려웠지, 지금은 두려워할 이유가 조금도 없습니다. 조총 부대의 약점은 너무도 명확하지 않습니까.”
사실 청나라는 남명을 상대하면서 총병으로 이루어진 군대에 대응하는 방법을 완전히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이 파악한 대응법은 실로 간단하였다.
정면으로 돌격하지 않으면 됐다.
우회 돌격하여 적의 측면을 먼저 노리면 총병 부대는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그렇기에 오보이의 자신감은 만용이라 볼 수 없었다.
도르곤은 부릅뜬 눈으로 오보이를 노려봤다.
“오보이. 자신 있나?”
“명령만 내려주시면, 흑기군이고 뭐고 큰 피해 없이 짓밟아 없애버릴 겁니다.”
도르곤의 살벌한 눈빛을 마주하면서도 오보이는 여전히 자신감으로 가득 찬 모습을 보였다.
본래 오보이는 호오거와 도르곤 사이에서 방황하던 자였다.
정확히는 호오거와 같은 양황기의 사람이었는데, 다른 기를 견제하는 도르곤은 이런 오보이를 중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르곤은 대의를 위해 바로 그 호오거와도 타협을 한 사람이었다.
정작 호오거는 전장에서 죽고 말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원래라면 오보이를 중용할 리가 없는 도르곤이지만, 흑기군과의 충돌이 예상되는 지금은 오보이라는 패를 쓸 수밖에 없었다.
기병 지휘관으로 오보이만큼 출중한 이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하, 부디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흑기군을 박살내겠습니다.”
오보이의 말을 듣자 도르곤은 더 고민하지 않았다.
흑기군을 상대하는 일은 오보이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
‘침착하자.’
좌도독이라는 거창한 직책을 가진 정성공은 현재 수만의 병력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지나칠 정도로 높은 직책이었다.
하지만 정성공은 지금껏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책이 잡힐 만한 실수를 저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 어떤 장수보다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근황파 장수들조차 정성공의 능력을 가지고 비난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
“팔기가 측면을 노리고 돌격하고 있습니다.”
정성공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남명의 마지막 희망이라고까지 불리는 정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맹렬하게 달려드는 적의 기병을 보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만주 팔기의 돌파력은 무시무시하였다.
흑기군한테 훈련을 받은 병사들조차 만주 팔기의 돌파를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 만주 팔기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정성공은 내심 정면으로 달려 들길 바랐으나, 만주 팔기는 이미 대응법을 완전히 숙지한 상태였다.
“화포를 발포하라.”
콰콰쾅!
만주 팔기가 달려들기 전에 그들을 노리고 수십 문의 화포가 포탄을 연달아 쏘아댔다.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는 듯합니다.”
“더 정확하게 맞추어라.”
포탄으로 최대한 만주 팔기의 숫자를 줄이려 하였다.
하지만 화포의 명중률은 그리 높지 않았고, 더군다나 상대는 엄청난 기동력을 자랑하는 기병이었다.
총병 앞으로 달려올 때까지 고작 수십 명의 기병을 낙마시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빌어먹을….”
정성공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만주 팔기에 의해 좌측 측면을 지키는 아군 진형이 쑥대밭이 되는 게 그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성공은 곧 평정심을 되찾은 채, 자신의 부관인 양영에게 지시를 내렸다.
“예비대를 보내도록.”
“벌써 예비대를 투입하는 겁니까?”
“진형 전체가 붕괴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전열 보병의 전투는 고대 보병 진형 싸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진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인데, 먼저 못 견디고 흩어지는 쪽이 그대로 패배하는 것이 전열 보병의 전투였다.
측면이 붕괴하면 진형 전체에 영향을 줄 터.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측면이 붕괴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예비대의 소모 속도였다.
만주 팔기는 전장 곳곳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고, 예비대가 소모되는 속도는 가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예비대를 전부 사용하고 말았군.’
그러다 결국 단 한 명의 예비대도 남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어딘가 돌파당한다면 진형이 붕괴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패배가 예정된 상황인 것인데, 그렇다고 후퇴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
여기서 후퇴하면 그가 발을 묶고 있는 만주 팔기와 10만의 녹영군은 그대로 융무제를 노리고 움직일 테니까.
“죽기로 싸워라. 황제 폐하를 위해, 명나라를 위해!”
“만세, 만세, 만만세!”
채엥-!
정성공은 죽음을 각오한 표정을 지은 채, 검을 뽑았다.
예비대는 모두 사용하였으나, 아직 싸울 수 있는 전력이 남아있었다.
바로 지휘부였다.
그가 개인적으로 병법 및 전술의 스승으로 여기는 요한도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말을 타고 적과 싸우고는 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렇게 싸워야 할 순간이었다.
“좌도독! 저쪽을 보십시오, 새로운 부대의 출현입니다!”
그러던 그때였다.
양영의 외침에 정성공은 빠르게 고개를 돌려 새로 출현한 부대를 확인하였다.
‘적인가? 아군인가?’
숫자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병과도 단순하게 보였다.
적어도 기병은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저들이 합류하면 어떤 식으로든 전세가 바뀌게 될 거라는 사실을.
“대두국이다! 대두국의 군대다!”
“와아아! 이겼다! 흑기군이 지원을 왔다고!”
정성공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처음엔 그리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은 군대였다.
하지만 저들의 정체가 흑기군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이보다 든든할 수가 없었다.
숫자가 적은 것도, 병과가 단순한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흑기군이 지원을 온 것만으로도 이 전투는 이길 수밖에 없는 전투가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