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십수 척의 사선이 가을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향하였다.
“평화롭군. 전시인데도 이렇게 아무런 걱정 없이 항해할 수 있다니 말이야.”
남쪽으로 향하는 배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청의 보급 선단이었다.
60만에 달하는 청군을 보급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척의 배가 장강을 오가고 있었다.
이 배들 역시 바로 그 보급 선단 중 하나였던 것.
“그 도이(섬 오랑캐) 놈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다행입니다.”
“천만다행이지. 도이 놈들이 장강에서 활개 칠 때는 이렇게 여유롭지 않았으니.”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두국의 함대가 장강에서 활개 치느라 청나라 수군은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규모만 보자면 사실 청나라 수군의 규모가 훨씬 컸다.
그동안 엄청난 자원을 투자해 수군의 규모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박 크기를 보나, 화력으로 보나 대두국 함대의 전함들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다.
정면 싸움 따위는 꿈도 꾸기 어려울 정도로 전력 차이가 컸기에 청나라 수군은 장강을 건널 때마다 늘 숨을 죽여야만 하였다.
‘도이 놈들 때문에라도 수군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할 텐데….’
보급 선단을 지휘하는 수군 장수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청 조정은 올해 초부터 수군을 확장하는 작업을 중단하였다.
애초에 청 조정이 바라던 것은 대두국 함대로부터 장강을 수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대두국 함대는 장강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였다.
장강 유역에서 지상군인 흑기군만 엄청난 활약을 펼쳤을 뿐이었다.
그리고 청 조정은 이러한 대두국 함대의 소극적인 행보를 보고 수군의 규모를 더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었고, 청 수군은 적어도 국토를 수비하는 능력만큼은 충실하게 갖춘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수군을 더 키울 필요가 없으리라.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수군을 지휘하는 제독들의 경우, 이런 청 조정의 판단에 불만을 가졌다.
‘도이 놈들이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였으면 장강을 사수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거다.’
대두국은 장강에서 활동할 때도, 청나라와의 전쟁에 그리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었다.
간혹 청나라 유역으로 흑기군을 상륙시켜 전투를 벌이고는 했지만, 딱 그 정도가 끝이었다.
함대를 동원하여 장강 이북을 공격한다거나, 보급로를 차단하려는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던 것.
그렇기에 수군 장수들은 도무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
대두국 함대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들 자신이 가장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 함선입니다!”
“남경에서 돌아오는 보급 선단인가?”
“배의 양식이 다릅니다. 광동성에서 제조한 배처럼 보입니다.”
“뭣이?”
청나라 수군의 배는 주로 사선을 썼다.
수심이 얕은 북방 해역에서는 사선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복선만 봐도 경계심이 대폭 오를 수밖에 없었다.
“퇴, 퇴각하라. 다시 양주로 간다!”
수군 장수는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
만약 복선이 한 척만 보였다면 일단 그냥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복선만 열 척이 넘었다.
복선을 열 척 넘게 운영하는 세력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두국밖에 없었다.
즉, 눈앞의 선단은 적이라는 뜻이다.
“북쪽에도 도이 놈들이 있습니다!”
“이럴 수가! 포위되었단 말인가!”
장수는 자신들이 지나쳤던 바다에서 십수 척의 복선이 나타났다는 보고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간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재차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는 북쪽이 아닌,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라는 명령이었는데,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넓고 넓은 바다에서 적 함대를 포위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장강이 바다는 아니었으나, 바다처럼 넓은 강이었다.
당연히 적을 발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적에게 발견되기 전에 적을 미리 포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런 전술을 유일하게 사용하는 세력이 하나 있었으니, 그 세력이 바로 청나라 수군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대두국 함대였다.
‘하필 내가 선단을 지휘할 때 이런 일이….’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화롭기 그지없던 장강이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방심하였었다.
아마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장수들도 적을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두국 함대가 본국으로 철군하고 장강을 위협하는 적은 모두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방심은 화를 부른다고, 청나라 수군은 가장 방심한 순간에 최악의 적을 맞이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분노한 대두국 함대를 적으로 맞이한 것이다.
***
요한은 지휘실에 앉아 장강 일대가 세밀하게 그려진 지도를 살펴보았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제작한 지도였다.
신뢰도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똑똑!
“들어와라.”
곧 문이 열리더니 해군 장교들 서넛이 지휘실 안으로 들어왔다.
“충!”
“어떻게 됐지?”
“총 10척의 사선을 나포하였고, 700명의 청나라 수군을 포로로 잡았습니다. 그 외의 전리품은 현재 집계 중입니다.”
요한은 그 같은 보고를 들으며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가 지시해서 만들어낸 승전이었으니 새삼스럽게 놀랄 이유는 없었다.
물론 10척의 배를 추가로 나포했다는 것은 기뻐할 만한 일이기는 했다.
‘이거로 95척인가. 부수입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대두국 함대가 장강을 떠난 뒤, 청나라 수군은 잔뜩 방심하고 있었다.
보급품을 잔뜩 실은 선단이 별다른 방비 없이 장강을 누빌 정도였다.
그 숫자도 무려 수백 척이나 됐다.
요한은 청나라가 방심한 틈을 타서 전격적으로 움직였다.
실제 대두국 함대가 기동하는 보습은 전격 그 자체였다.
망원경과는 비교가 안 되는 시력을 가진 요한이 적의 함대를 발견하면 곧바로 여러 분대로 함대를 쪼개고는 적을 사방에서 포위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위망은 실로 견고하여 한 척의 배도 달아나지 못하였다.
그 덕에 청나라는 대두국 함대가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였고 100척이 넘는 배가 속수무책으로 당하였다.
“참모부 소속 영관급 장교들을 불러오도록. 해군뿐만이 아니라, 흑기군 참모부 장교들도 불러와라.”
“충!”
기습적으로 보급 선단을 나포하는 작전도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청나라도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쯤 눈치 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두국 함대를 발견한 어선만 수백 척에 달했으니 말이다.
***
양군 참모가 지휘실에 모이자 요한은 지휘봉으로 지도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우리의 목표는 바로 이곳, 장강의 주요 항구들이다. 이 지역의 항구들을 모두 공략하여 북조의 물자 보급을 완전히 차단한다.”
요한은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수많은 작전을 펼치면서도 정작 장강 이북을 공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양패구상 때문이었다.
즉, 요한의 의도대로 두 나라가 양패구상하려면 청나라가 계속 힘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
장강을 공격하는 건 사실상 청나라의 역린을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래서 요한은 함대보단 흑기군을 주로 동원하였었다.
흑기군의 승리는 전공을 세우고 명성을 떨치기에는 유리해도 대세에는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요한이 함대를 동원하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가 따로 있었는데, 마침 해군 참모들이 이를 언급하였다.
“이곳, 양주 일대의 항구들엔 상당한 규모의 포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작년에도 전하께서 이곳에 설치된 포대 때문에 양주 일대에서의 작전을 막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지형도 상당히 불리합니다. 함대만으로 항구를 함락하려면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요한이 거느린 함대는 세계 어디를 가도 꿀리는 전력이 아니었다.
규모만 해도 상당한 편이었고, 화력은 더더욱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화력이 강한다 한들, 그건 단순히 화포의 숫자가 많다는 의미였지 화포의 성능 자체가 남다른 것은 아니었다.
즉, 아편전쟁의 영국처럼 압도적인 사거리를 바탕으로 청의 포대를 박살내고 다닐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사거리 면에서는 오히려 고지대에 위치한 포대가 요한의 함대를 압도할 터.
주요 항구에는 심지어 대포까지 잔뜩 설치되어 있었기에 화력으로 압도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 항구의 창고에는 보급품이 잔뜩 보관되어 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이 창고를 부술 필요가 있어.”
문제는 그 방법이었다.
참모들이 지적한 것처럼 정면으로 항구를 공격하려 든다면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흑기군과 공동 작전을 펼친다.”
“공동 작전 말씀입니까?”
“포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흑기군을 상륙시킨 뒤에 그들을 통해 포대를 무력화시키는 작전이다. 포대가 모두 무력화되면 그때 함대가 움직이는 것이다.”
말은 쉬웠다.
하지만 장강 이북이 적지 한복판이란 점을 생각하면 이는 절대 쉬운 작전이 아니었다.
‘어차피 장강 이북의 청군은 전부 2선급 내지 3선급 병력들이지.’
다행인 것은 청의 주력이 전부 장강 이남에 투입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팔기까지 장강 이남으로 투입되었다고 하니 요한으로선 작전 성공률을 높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키운 흑기군이라면 이 정도 작전은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 초까지, 거의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상륙 작전을 수도 없이 펼치기도 했고 말이다.
‘그나저나 정성공이 문제인데, 항구 공략을 끝낼 때까지는 살아있겠지?’
뭐 그 사이 죽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정성공이 무능해서 죽었다고 여길 수밖에.
***
“대두국 함대가 나타나 수십 척의 배를 침몰시켰다? 도대체 장강의 수군은 무엇을 한 것이야!”
장강 이남에는 무려 60만의 청군이 남아있었다.
청나라는 장강을 통하여 이들에게 물자를 보급하고 있었는데, 대두국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수십 척의 보급선이 침몰 당하였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피해였다.
하지만 대두국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대두국은 장강 곳곳을 누비며 보급선을 공격하거나 항구를 기습하고 도망치는 행보를 반복하였다.
심지어 미리 포대를 설치한 항구도 과감하게 공격하였다.
흑기군을 상륙하여 포대를 무력화한 뒤에 항구를 박살낸 것이다.
겨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청나라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었는데, 침몰하거나 나포된 보급선만 300척이요, 장강 이북과 이남을 잇는 항구가 모조리 박살났다.
“이토록 과감하게 움직이다니. 아무래도 진심으로 정지룡을 구하려는 거 같군.”
“그럼, 올해 초까지는 진심으로 싸운 게 아니었단 말인가?”
오보이의 말을 들은 숙사하는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당연히 그도 청의 수군이 대두국의 함대에 밀린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 대두국의 함대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었다.
청나라도 그동안 수군의 규모를 크게 늘렸기에 대두국의 함대는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장강은 사실상 적지이니 더더욱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하여 숙사하도 대두국 함대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바다에서 대두국 함대를 만나면 필패할 테지만, 적어도 앞마당이나 다를 게 없는 장강에서만큼은 능히 대두국 함대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청 수군은 대두국 함대와 싸우는 족족 패배하였다.
기껏 만들어놓은 포대도 대두국 함대를 막지 못하였다.
“저들이 진심으로 싸우면 어떻게 되는지 이번에 증명하지 않았소?”
“…….”
청의 수군이 함대를 꾸려 대두국의 함대를 공격하려 하면 대두국은 대규모 함대로 이에 대응하였다.
“이대로라면 보급이 완전히 차단되어 장강 이남의 청군은 더 버틸 수 없게 될 것이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무엇이든 해야 하오. 이대로 장강 이남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소? 아니, 설령 영토는 포기하더라도 병사들은 지켜야지.”
오보이 입에서 장강 이남의 영토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처음으로 나왔다.
그만큼 장강 이남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빌어먹을.”
숙사하는 이를 악물었다.
소국의 군주인 요한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로선 분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그런 숙사하를 보는 오보이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그 고려방쯔 놈을 무시하면 좋을 게 없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