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84
84화 – 28. 응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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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투둑.
원로원을 나서니 눈이 어깨와 정수리를 마구 때린다.
“아, 이놈의 머리.”
나는 까끌까끌한 머리를 쓸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새 싸라기눈이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이 되어 있었다.
평소에 머리 좀 빨지, 꼭 1년 막바지에 몰아서 이렇게 털어대기는.
“아, 머리도 시리고, 옆구리도 시리구나.”
그러고 있자니, 1년 전 이맘때 한 결심이 떠올랐다.
변천(變天)에서 역천(逆天)으로.
하늘을 바꾸는 게 아닌, 하늘을 송두리째 뒤집어엎어야만 한다고. 뭐, 그까짓 거 하면 되잖아, 하면. 썩을.
그때 그랬었지.
그런 의미로 따져보자면,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하늘을 더 보다가 다시 만병목록을 쥐고는 발길을 옮겼다.
‘응?’
그때 내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한 떼의 무리.
마치 세를 과시라도 하듯 백여 명이 이쪽을 향해 좁혀져 왔다.
모용백루를 필두로 한 중원오대세가 측 후기지수들이다.
“아주 훌륭한 일을 했더이다.”
하나같이 어깨에 세가 성이 적혀있는 견장을 부착한 떨거지들.
소속문파나 출신세가가 새겨진 견장 부착 전면 금지라는 새 규정은 얻다 팔아먹었는지.
아마 있겠지. 벌점을 각오하고서라도 저 견장을 단 이유가.
“단 소협.”
모용백루가 특유의 굵직하고 호탕한 음성으로 인사를 건네왔다.
“빙공(氷功)의 고수가 있었더라면 소협의 머리가 그리될 일은 없었을 터인데, 참으로 안타깝구려.”
말을 하면서 자기 머리털을 터는 시늉을 하는 모용백루.
뭐, 놈의 말도 맞긴 하다.
전생에서 겪어본 북해빙궁주만큼의 빙공 고수가 있었다면 이번 백만장서관 화재도 어쩌면 초기에 진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어쨌건, 모용백루 녀석을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는데, 때마침 제가 알아서 찾아와줬으니 기껍다고 해야 하나?
“무림대학관의 일원으로서 단 소협의 용감무쌍에는 심히 경의를 표하는 바요.”
경의는 개뿔.
왜 이렇게 명문거파라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의도를 숨겨놓고 빙빙 돌려대는지 원.
“그래서 굳이 떼거리로 내 앞을 막아서면서까지 하고 싶은 말은?”
호탕한 척하는 녀석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나, 역시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금세 회복하며 껄껄 웃는 모용백루.
“하하핫! 역시 단 소협은 시원시원해서 좋구려! 아, 참. 본인의 소개가 심히 늦었소이다. 요전에는 미처 통성명도 하기 전에 손속을 나누느라 못하였지 않소? 아, 물론 이미 알고 있겠지만 말이외다.”
뭐, 물론 잘 알고 있지.
모용백루.
남궁금의 가장 친한 친우이자 심복.
굳이 따지자면 왼팔쯤?
지난번 대련에서는, 기습적인 [보법]과 십병귀술로 불시에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이자도 결코 만만한 자는 아니다.
청와신룡당(靑瓦神龍堂)의 당주는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니까.
“본인은, 중원오대세가 요령모용세가주의 셋째 아들 모용백루라 하외다.”
“단유성이다. 뭐, 물론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다시 한 번 꿈틀거리는 눈썹이, 모용백루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역시 꿍꿍이를 숨기고 있었기에 금세 다시 호탕함으로 그 심기를 덮는다.
“하하.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소이다.”
만면에 맺힌 웃음기를 더욱 진하게 하는 모용백루.
“자공대사의 제안을 받아들이셨소이까?”
정말 칼 한 자루 들고 달려드는 것 같은 질문이로군.
하긴 아까 중인환시리에 자공이 날 데려갔으니 어찌 그 의도를 짐작 못 하랴.
자기들은 언제 접촉할까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자공이 기습적이고 공개적으로 날 찾아왔으니…… 뭐, 모르긴 몰라도 선방을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으리라.
올해는 백재지연.
천(天), 귀(鬼), 수(秀), 괴(瑰), 굉(宏).
이중 어느 어두(語頭)가 붙든 상관이 없다. 그 뒤에는 ‘재(才)’라는 어미가 붙는, 백여 명의 재능이 탁월한 자들이 무림대학관에 입관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이 가운데 용초랑, 원극 등의 구파일방 측 인재들.
여기 있는 모용백루, 그리고 여기 없는 남궁금 등의 오대세가 측 인재들.
그 두 부류는 입관 전부터 이미 그 진영이 정해진 자들이고, 바꿀 수도 바꿀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저들을 뺀 나머지는?
당연히…….
‘모두 영입대상이지.’
자파나 자기 세가의 장래를 밝게 해줄, 잠재적 후기지수들.
그 가운데는 분명 나도 있다.
그것도 우습게도,
‘수위권이고.’
지금 모용백루는 그걸 묻는 것이고, 그 때문에 이렇게 세를 과시라도 하듯 떨거지들을 몰고 찾아온 것이고.
과연 내가 구파일방 측에 줄을 섰느냐? 아니냐?
졸업 후 무림맹에 남든 남지 않든 이 문제는 평생을 좌우할 중요한 선택이었다.
어느 방향을 향해 허리를 굽히느냐? 어느 쪽을 향해 숙이고 조아리느냐?
그런 생각을 하자, 무림대학관에 들어오면서 어떤 무사에게 했던 말과 예전에 했던 다짐이 떠올랐다.
― 숙이고 조아려 평생 그놈들의 침이나 핥고 살란 말이오? 나는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번은 이겨보고 죽을라오.
―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두고 보자. 내가 만약 저 위, 더 위, 확 위 그 끝까지 간다면 다 뒤집어엎어 주마!
그때와 비교해보니, 확실히 사정이 많이 바뀌긴 했다.
어쩔 수 없이 숙이고 조아려야 하는 게 아닌, 선택이란 걸 할 수 있는 위치까지는 올라왔으니 말이다.
참고 싶은데, 참아야 할 때인 거 같은데, 참으려 해도 자꾸만 실소가 비집고 나온다.
기뻐서 그런 건 결코 아니다.
중원이 곧 어떤 파국을 맞을지도 모르는 채 파벌싸움에만 열을 올리는 이들이 우스꽝스러워서다.
자공대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냐고?
“아니, 받아들이지 않았어.”
“하하핫! 잘 됐소! 참으로 잘 되었구려! 오대세가의 어르신들께서도 심히 기뻐들 하실 게요.”
기뻐?
후후-, 기어코 압축되었던 헛바람 한 움큼이 입술 새로 샌다.
“뭐를 말하는 거지?”
“……?”
“뭐 때문에 기뻐하는 거냐고.”
모용백루의 상판에 의아함이 어린다.
“……방금 자공대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 않았소이까?”
“그래서? 그게 기뻐할 일인가?”
“……그래서……라니. 자공대사, 아니 구파일방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자연히…….”
뒷말을 흐렸지만 그 내용은 명백했다.
자연히 자기들, 다시 말하면 오대세가 측으로 오는 거 아니냐고.
다시 참지 못하고 헛바람을 훅 불어냈다.
먼저 모용백루를 본 후, 대평위와 오대세가 쪽에 섰거나 줄을 댄 후기지수들을 쭈욱 훑어본 뒤 다시 모용백루의 얼굴에 눈을 꽂았다.
“자연히 내가 오대세가로 갈 거다? 이 말인가?”
내 표정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건지, 모용백루는 그저 말없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가 저 안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아?”
참, 재밌다. 재밌어.
이 중원의 기득권이란 인간들이.
“참나, 왜 대답에는, 응당 예와 아니오만 있다 생각들을 하는지 원. 이렇게들 생각이 협소해서야.”
“……그럼 어떤 선택을 했소?”
“당신네들 고정관념을 깨는 선택.”
판을 깰 거다. 아니, 깨야 한다.
이들이 짜놓은 판 위에 올라가면 평생 그 꼭두각시 놀음에서 벗어날 수 없어.
그러다가 결국 천마에게 모두 당하겠지.
나는 모용백루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세 번째 기연. 네놈에겐 과분해 보이는구만. 내가 잘 쓰마.’
다음 세 번째 기연은 이 모용백루의 것이다. 난 혹여나 기대몽처럼 갱생의 여지가 있을까 싶어서 한 번쯤은 다시 얘기해보고 싶었던 건데,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전생에서 이놈이 가졌던 기연을 빼앗는다.’
“어디 가오?”
“너네들 덕분에 생각난 약속이 있어서리.”
“후회할 텐데? 괜찮겠소?”
“후회? 후회 따위 하기 싫어서 이리로 가는 거다.”
내 말에 모용백루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구려. 그럼 할 수 없지. 어찌 되었건 남궁금이 원하는 대로 되었으니 그건 그거대로 좋을지도 모르겠군.”
남궁금이 원하는 대로?
나는 잠시 멈추고 모용백루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그 친구는 단 소협이 우리 쪽으로 오지 않았으면 하더이다. 마음 놓고 싸우기 어렵다고.”
“…….”
그래서 남궁금 대신 모용백루가 여기 온 건가?
역시 그놈도 특이하긴 엄청 특이한 놈일세.
약쟁이 북리놈처럼 그놈도 이상하게 마음에 드는 점이 있어서 마음에 안 든다. 젠장.
나는 이내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예도 아니고 아니오도 아니고, 이쪽도 저쪽도 아니면서 저들 모두의 대척점.
아까 내가 했던 ‘깽판’이라는 선택과 가장 잘 어울리는 편.
이제 그 편에 설 때가 되었다.
만병목록은 잠시 접어두고 나는 가던 길을 약간 틀었다.
와글와글 웅성웅성.
오대세가 떨거지들의 뒷담화와 악의가 내 등에 와서 닿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그렇게 걸어가는데 또 한 번 내 앞길을 막는 녀석이 있었다.
“단유성! 비무……!”
빠각!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눈 위에 처박히는 종태기.
[돌발임무]도 안 뜰 정도니까, 시간이 아까운 놈이다.
사박사박.
내 발자국이 종태기에게서 멀어져 대웅전으로 향해갔다.
● ● ●
“어서 오게.”
제갈총은 갑작스러운 내 방문에도 조그만큼의 놀라움도 표시하지 않았다.
타닥타닥, 그저 불똥이 튀는 화로에 장작 하나를 더 집어넣을 따름. 꼭 예정되었던 그 일이 이제야 일어난 것뿐이라는 반응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까?”
“하하, 공자께오서 그러셨다지? 쉰이 되니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다(知天命)고.”
나는 저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잘 안다.
아무나 쉰이 되어 천명을 알게 되면 그게 천명이 아니지. 실제로 회귀하기 전 내 나이도 쉰 근처는 됐거든. 천명은커녕 무공의 일(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
“그 거짓말 진짭니까?”
“본 맹주는 천문과 지리에 달통하여 우주와 삼라만상의 모든 흐름을 읽어낼 수 있게 되었을 뿐이네.”
“……진짜 낯뜨거운 거짓말이네요.”
“거짓말? 어느 쪽이 말인가? 쉰이 되니 지천명이 되었다는 것을 말함인가, 아니면 천문과 지리에 달통해서 자네의 방문을 예지했음을 이름인가?”
“둘 다요.”
“둘 다 진실이라면 어쩔 터인가?”
“이대로 돌아 나가야죠.”
“왜?”
“거짓부렁이나 일삼는 사람과 함께 할 수는 없으니까요.”
“흐흐흐흐, 하하하하하하하! 정말 자네만 보면 왜 이렇게 웃을 일이 많은지 모르겠네그려.”
잠시 뒤 웃음을 그친 제갈총이 학익선을 화로에 대고 부치며 말했다.
“자공대사와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이 자네를 찾아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네.”
그러면 그렇지. 하여간 이 양반도 딱 금봉남 영감과 같은 부류야.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지. 자네가 찾아오기를.”
“제가 둘 중 하나를 택하지 않을지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하하, 방금 말하지 않았던가?”
아, 그거요? 지천명 아니면 천문지리 달통?
내 입가에 썩은 미소가 맺히는데, 제갈총이 나를 보며 청수한 미소를 지었다.
“지천명이나 천문지리 달통이 무에 별것이겠는가?”
“…….”
“응당 그래야 할 사람이 그렇게 하면 그게 지천명이고 천문지리 달통이 아니고 무엇일까. 하하하.”
응당 그래야 할 사람…….
쳇, 역시 금봉남 영감하고 비슷한 사람이다. 이 양반도.
사람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데는 뭐가 있어.
딱 사기꾼 부류.
종교 하나 세우면 그냥 마교 뺨치겠구만.
“일전, 자네가 내게 그리 일렀었지. 썩은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그게 어디가 되었건, 그게 누가 되었든.”
“…….”
“그 마음 변치 않았는가?”
역시 웃기는 양반이다. 도저히 피할 수가 없게 하네.
“그때 하신 말씀 잊으셨습니까?”
“…….”
“그 마음 변치 말길 바란다. 그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제갈총이 내 미소에 마주 미소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건 일종의 당부였다네. 자네 혼자였을 때의 당부. 본 맹주와 같이한다면…….”
촤락, 학익선을 접는 제갈총.
“우리는 모두 함께 죽거나, 거의 확실하게 각자 따로 죽을 것이라네.”
“…….”
“그래도 함께 할 터인가?”
씨익.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었는데, 고맙수다. 먼저 말해줘서.”
“…….”
“같이 함 죽어보죠, 뭐.”
“…….”
“이 썩을 놈의 무림을 위해.”
띠링-!
[무림맹주와의 동맹이 이루어졌습니다!]
[개혁 연계임무가 개방됩니다.]
[연계임무 : 무림맹 개혁]
[무림맹주와 함께 무림맹의 개혁을 완성하시오(제한시간 : 20년).]
[성공시 보상 : 성공 후 결정]
[실패시 불이익 : 무림맹 파멸]
후-.
또 하나의 커다란 [임무]다.
그래도 천마임무만큼은 아니네.
천마임무로 가는 징검다리쯤 되려나?
근데 징검다리가 20년짜리네, 빌어먹을. 크크.
“하하, 멋진 말이로세. 이 썩을 놈의 무림을 위해서라.”
“그전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어쩌면 매우 중요할지도 모르는 질문.
“무엇인가?”
“맹주께서는 오대세가 출신이 아니십니까? 왜 편한 길 놔두고 이런 혁명적인 일을 시도하시는 것입니까?”
제갈총이 부채를 부치며 여유롭게 웃었다.
“혁명이라니?”
“그럼 아닙니까?”
“개혁이라는 좋은 말을 놔두고 혁명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
“다릅니까?”
제갈총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혁명은 그저 권력의 이동이라네.”
그럼 개혁은?
“개혁은…….”
나를 바라보는 제갈총의 눈빛이 깊어졌다.
“폐단들을 시정하는 게지. 아까 자네가 만난 자들 같은.”
“…….”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네. 잘못이 있다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마라(過則勿憚改). 또, 소학에서 이르길, 잘못하고도 뉘우치지 않는 자, 뉘우치면서도 잘못을 고치지 않는 자는 비열하다고 했지. 아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천자문에는 이런 문구까지 있다네. 자기 과오를 알면 반드시 고쳐라(知過必改).”
“…….”
“하여 본 맹주는 성현의 말씀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네. 응당 배웠으면 배운 대로 실천해야 하건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으니, 본 맹주라도 책벌레답게 책벌레다운 방법으로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으려는 것이지.”
응당 배웠으면 배운 대로 실천한다…….
정답이다. 누구나 배우기는 옳은 걸 배운다.
다만 그렇게 따르지 아니할 뿐.
“본 맹주가 이 자리에 앉게 되면서 결심한 게 있는데 무엇인지 아는가?”
“무엇이었습니까?”
“오늘만 자리를 보전하자.”
“…….”
“꼭두각시 맹주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맹세였다네. 다들 편하게 이용하려고 나를 이 자리에 세웠지. 조금 똑똑하니 써먹기에 더욱 편할 테고 말일세.”
“…….”
“헌데 여기 앉아서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꿈이 바뀌었지. 비록 내 꿈은 당장 이 자리를 보전하자이지만, 무림의 모든 이들에게는 미래가, 내일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
“관자께서 그러셨다네.”
쳇, 말끝마다 문자 쓰시기는.
“일 년의 대비책은 곡식을 심는 것이, 십 년의 대비책은 나무를 심는 것이, 평생의 대비책은 사람을 심는 것이 가장 좋다고.”
그래도 그 말이 응당 옳다.
그래, 응당 옳다면 응당 그래야 한다.
나는 꽤 오랫동안 제갈총과 이야기를 나눈 후, 원래 예정되었던 정주로 갈 수 있었다.
일철병기점에 만병목록을 넘겼고, 윤란까지 만나 응당 그래야 할 일 여러 가지를 처리했다.
그리고…….
나는 신반 연말평가에서 낙제를 했다.
응당 그러해야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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