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9
나 혼자 무한 보급! 029화
“민수 씨?”
“ 오빠?”
빨간 메시지창을 노려보며 고민했 다.
아주 그 존재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어쨌든 이것도 꼴에 ‘게임’이라면.
당연하지만 이걸 관리하는 GM도 있을 법했다.
‘그런데 그런 놈■이 이 타이밍에 튀 어나온다는 건……
결론은 둘 중 하나다.
지금 내가 해선 안 될 짓을 했던 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짓을 했던가.
어느 쪽이든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아예 상상조차 못 하던 사태.
마음만 같아서는 그냥 무시해 버리 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나.’
GM의 정체가 신이건 외계인이건 악마건 간에.
이 ‘게임’의 주최자라면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없다.
일단 들이받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 하자.
그렇게 결론을 내린 민수가 메시지 창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해봐.”
“민수 씨? 지금 무슨 소 己……
순간, 세상이 멈췄다.
“ 어?”
눈 한 번 깜빡이자, 세상의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말간 햇살은 빛을 잃었다.
파란 하늘은 회색으로 물들었다.
거리의 풍경 또한 회색으로 가라앉 고.
빨갛게 너울대던 불꽃 또한 회색으 로 굳어버렸다.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동영상처 럼.
회색으로 물든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마찬가지로 색을 잃은 예진과 은비 또한 굳어버린 세상.
그 안에서 움직이는 건 오직 자신
뿐
천천히 손을 양옆으로 뻗었다.
빛과 함께 나타나 두 손에 쥐어지 는 권총.
멈춰 버린 세상 속, 움직이는 건 오로지 너울대는 하얀 후드티.
말없이 권총의 총구를 사방으로 돌 려대며.
잔뜩 숨을 삼킨 채 세 발짝 뒤로 물러났을 무렵.
“경계하실 것 없습니다. 김민수 님.” 느닷없는 목소리에 놀란 민수가 총 구를 돌렸다.
모든 굳어버린 회색 세상 너머.
세상이 멈춘 그곳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원활한 상담을 위해 잠시 진행을 정지했을 뿐입니다. 놀라게 해드렸 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원칙상 저 같은 관리자가 진행 과 정에 관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 니다. 원래대로라면 그 존재 또한 노출되어서는 안 되죠.”
대체 뭐라고 형용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생김새였다.
여자인가 싶으면 남자 같고.
키가 큰가 싶으면 작은 것 같고.
풍성한 머리인가 싶으면 대머리 같 으며.
피부가 하얀가 싶으면 검은 것 같 다.
‘뭐야. 저게……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개념과 구 성들이 저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들이 공존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어째선지 저것은 그걸 가능케 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있어선 안 되는 존재.
설명할 수 없음에도 존재할 수 있 는 존재.
그것의 괴악함을 설명하는 데에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잔뜩 긴장한 채 권총을 겨누는 민 수 앞에서.
태연스레 총구 앞에 선 그것이 말 했다.
“어디까지나 상정 외의 사태이기 때문에 허락된 상황임을 이해해 주 셨으면 합니다.” “당신이…… GM-M?”
“그렇습니다. 어디까지나 관리자로 서의 명칭일 뿐입니다만.”
“부르기 거슬리시거든 M이라고 하 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 군요.
그렇게 대답한 그것, M이 살짝 고 개를 숙였다.
“일단 잠시만 기다려주셨으면 합니 다. 현재 지구-117 서버의 보조 관 리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막 도착했다.”
이번엔 민수의 등 뒤에서 낯선 목 소리가 들려왔다.
기겁해서 돌아가는 민수의 시커먼 총구.
그것을 본 등 뒤의 목소리가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찼다.
“하여튼 뭐만 하면 놀라서 무기부 터 들이대는군. 난 이래서 인류종이 싫어.”
“……너도 GM이냐?”
“심지어 이놈은 버릇조차 없군. 요 정종 같은 경외감을 길러보는 게 어 떻 겠나?”
어깨를 으쓱한 그것이 낮은 목소리 로 이죽댔다.
이쪽도 모순적인 존재감으로는 M 과 다를 게 없었지만.
그나마 M보다는 좀 삐죽삐죽한 것이 차별화된 점이었다.
“나를 좀 경외해라. 숭배하라고. 너 희 같은 하찮은 미물들이 나의 껍데 기만 보고 멸시하는 꼴을 보자니 슬 슬 화가 나려 들……
“GM-A. 문제 발언은 삼가십시 오.”
“M. 넌 뻬•져. 뭐 잘났다고 편들어 주는……
“저희는 관리자이며, 그 임무는 플 레이어들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것 입니다. 그들에게 사적인 숭배나 이 득을 취하려는 태도는 향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짓.”
“조금 전 발언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감사하십시오.”
M의 발언에 삐죽삐죽한 놈이 투 덜대며 입을 다물었다.
GM-A라고 하니, 저놈은 대충 A 라고 부르면 될까.
아무튼, 이걸로 모일 사람은 다 모 인 것 같았다.
비로소 권총을 집어넣는 민수의 뒤 에서.
희미한 미소를 지은 M이 입을 열 었다.
“플레이어 김민수 님. 지금부터 설 명을 시작하겠습니다.”
GM과의 상담이 시작되었다.
해선 안 될 짓이었는가.
할 수 없는 짓이었는가.
결론만 따져보자면, 둘 다였다.
“김민수 님께서 사냥하신 인형술사 마커스는 사흘 후 종료되는 오픈 베 타테스트 이후의 콘텐츠와 관련된 몬스터 였습니다.”
“그런 녀석을 왜 벌써 풀어놓은 거 야?”
“진행과 관련된 사항은 대외비입니 다. 플레이어들에게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어.”
그래. 너희도 GM이면 말 못 하는 사정쯤은 있겠지.
미지근한 민수의 시선을 받으며 M이 말을 이었다.
“해당 몬스터의 모든 요소는 오픈 베타테스트 종료 직후 추가되는 신 콘텐츠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때 전까지는 잡아선 안 되는 놈 이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김민수 님은 조 금 전 해당 몬스터를 사냥하셨죠. 대 단히 번거로운 방법을 거치셨지만요.” 가만 듣다 보니 그런 의문이 솟았 다.
뭐 강하고 어쩌고는 그런 설정이라 고 치더라도.
그래 봐야 한낱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 아닌가?
잡혔으면 잡힌 대로 한 마리 더 리스폰하면 되지 않아?
“시스템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가 결부되어 있습니다. 해당 몬스터는 채널 당 최대 1마리밖에 배치되지 않는 몬스터로서, 어떤 식으로든 재 배치는 불가능합니다.”
“까다롭기도 하지. GM 이라면서 그런 것도 못 해?”
“저희는 어디까지나 게임 마스터. 본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돕고 플 레이어들의 편의를 봐주는 역할에 불과합니다. 핵심 시스템에 대한 조 정 권한은 없습니다.”
‘생각보단 무능한 놈들이었네.’
M의 빠른 설명을 들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첫 번째.
난 원래대로라면 잡아선 안 되는 마커스를 오픈 베타 종료도 전에 잡 아버렸다.
두 번째.
이유는 모르지만 리스폰도 안 되는 놈이라 지금 GM들의 머리통이 터 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이놈들은 그냥 관리자다.
실제로 ‘게임’을 어쩔 권한 따윈 아무것도 없는.
온라인게임의 고객 응대 직원과 다 를 게 없다.
즉 이놈들 붙잡고 하소연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민수가 태연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보상하기라 도 해야 하나?”
“당초에는 그리 예상하고 있었습니 다. 오픈 베타 시작도 전에 인형술 사 마커스를 잡았다는 것은, 본 ‘게 임’의 비정상적 이용과 무관하지 않 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아, 그러니까 지금 날 버그 유저 로 몰아가시겠다?”
“어디까지나 과거형이지만요.”
M의 시선이 회색 불꽃들을 향했다.
가스 폭발로 시커멓게 그을린 건물.
그리고 굳어버린 불꽃들.
좀 기상천외하지만, 아주 못할 짓 은 아닌 행위의 결과들.
“선례가 없다 보니 판단이 늦었군 요. 본 ‘게임’에서 보급관 플레이어 가 오픈 베타 종료까지 생존해 있을 확률은 7.63%에 불과했습니다.”
“뭐, 뭐? 7.…… 몇 프로?”
“7.63%입니다. 보급관 플레이어는 전통적으로 초반 생존율이 대단히 낮은 직업이었습니다.”
“대단히 희귀하고 강력한 직업이라 는 걸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 ‘게임’의 징크스이기도 합니다.”
M의 태연한 설명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특정 직업의 생존율을 %로 내놓을 정도라고?
그리고 그런 통계가 나올 데이터가 있다는 건.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건가?’
몇 번,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
이 ‘게임’은 어딘가에서 계속 플레 이되어 왔다는 건가?
“아무튼, 해당 행위는 적합한 행동 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사이 M의 설명은 슬슬 끝을 향하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문 채 팔짱을 낀 A의 옆에서.
M이 민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 였다.
“이용에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욱 최선을 다 해 플레이어 여러분을 지원하겠습니 다.”
“플레이어 김민수 님의 건승을 기 원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실례하 겠……
“잠깐.” 그때 나직한 민수의 목소리가 그들 을 붙들었다.
잔뜩 인상을 구긴 채 홱 고개를 트는 A.
그 옆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M을 향해 민수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설마 맨입으로 그냥 가게?”
“맨입…… 이라니 요?”
“어쨌든 간에 피똥 싸서 잡은 건 데, 보상이 있어야 할 거 아냐?”
“……하! 보상?!” 옆에서 듣던 A가 기가 막힌 웃음 을 터뜨렸다.
머리 처박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보상을 달라고?
“플레이어 김민수. 건방진 소리 하 지 마라.”
“내가 못할 소리를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뭐야?!”
“큰 위험을 감수할수록 큰 보상을 제공한다. 이게 이 ‘게임’의 기본 룰 아닌가?”
날카로운 A의 대꾸 앞에서도 적반 하장으로 어깨를 폈다.
솔직히 말해 무서워 죽을 것 같다.
세상도 마음대로 멈추는 신 같은 놈들인데.
지금 난 그런 놈들에게 개기고 있 는 거 아닌가.
‘그래도 통할 거다.’
방금 전 대화로 확신이 생겼다.
나는 이 ‘게임’을 이용하는 플레이 어.
저들은 어디까지나 이 ‘게임’을 운 영하는 관리자.
‘즉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갑과
O
‘게임’ 시스템조차 마음대로 어쩌 지 못하는 저들이.
이 ‘게임’의 이용자인 내 의견을 묵살할 수 있을까?
‘게다가 아주 생떼를 부리는 것도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게임 룰에 의거한 제안 일 뿐이다.
적법한 행동으로 예상치 못한 성과 를 얻었다면.
그것을 책임지는 건 GM이지 플레 이어가 아니니까.
“어쨌든 간에 마커스를 잡았으니, 거기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 위업 보상이건 퍼스트 킬 보상이건 간에.”
“저 건방진 놈이……!”
“A.”
버럭 노성을 지르려던 A를 M이 제지했다.
색깔조차 불분명한 눈동자로 민수 를 응시하는 M.
도저히 생각이 엿보이지 않는 눈동 자와 눈 씨름을 하길 약 1분.
이윽고 미미하게 M이 고개를 끄 덕였다.
합당한 요청임을 인정합니다. 즉시 반영하겠습니다.”
“M! 지금 특정 플레이어에게 사적 인 이득을 주려는……?!”
“게임 룰에 의거하여 제기된 정당 한 요청입니다. 이득과 손해, 메리트 와 디메리트가 확실히 산정되지 않 는다면 이 ‘게임’은 존재할 가치가 없습니다.”
“윽……!”
“오픈 베타 전에 마커스를 사냥하 는 사태를 상정하지 못한 저희 측의 불찰도 있습니다. 아무튼, 플레이어 김민수 님.” 정중하게 민수에게 허리를 숙인
M이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정산 기준이 아직 적용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와 관 련된 정산은 제가 직접 진행할 것이 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이해 해 주셨으면 합니다.”
“상관없어. 주기만 하면 되니까.”
“다소 보상의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럼 이것으로 상담을 마치겠습니 다.
그렇게 말을 맺은 M이 천천히 몸 을 돌렸다.
여전히 못 미더운 얼굴로 그런 M 을 따르는 A.
나타날 때와는 달리, 멀어지는 그 들의 뒷모습은 평범하기만 했다.
점점 멀어져가는 그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중.
“……이봐!”
문득 머릿속에 의문이 떠오른 민수 가 그들을 붙잡았다.
덜컥 걸음을 멈춘 두 존재가 민수 를 돌아봤다.
“묻고 싶은 게 있어.”
“게임 이용과 관련된 내용의 경우 에는 답변이 제한됩니다.”
“그런 거 아냐.”
누구도 답할 수 없는 질문.
오직 저들만이 답할 수 있는 물음 이 방금 떠올랐다.
“이 게임, 끝이 있어?”
“끝 말씀이십니까?”
“엔딩이건, 최종 콘텐츠건. 목표점 이 있냐고.”
언제까지고 끝없이 몬스터를 상대 로 살아남아야 하는 건가?
아니면 어떤 클리어 목표 같은 게 있는 건가?
어떤 의미로는 보상 이상의 가치를 가진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살짝 고개를 갸웃한 M 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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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는 끝이 존재합니다. 오 픈 베타테스트 종료와 동시에, 플레 이어 김민수 님을 비롯한 모든 플레 이어는 이 게임의 끝을 향해 움직이 게 됩니다.”
“그게 어떤 내용이지?”
“스포일러를 바라십니까?”
그 순간, 민수의 눈에는 똑똑히 보 였다.
이쪽을 향하는 M의 모순적인 얼 굴.
그 얼굴의 입술이 천천히 비틀어지 는 것을.
“알려드릴 수도 없고, 아마 아실 필요도 없을 겁니다.”
“ 뭐?”
“이 ‘게임’의 끝에 다다른 모든 플 레이어는.”
그리고 그렇게 비틀어진 입술이.
“이 ‘게임’이 끝나는 걸 바라지 않 았으니까.”
아주 잠깐, 서글픈 미소를 지은 것 으
“아마 ‘당신’ 또한 마찬가지일 겁 니다.”
그 대답만 남긴 채, 씻은 듯 자취 를 감추는 두 존재감.
그와 동시에 회색 세상이 빛을 되 찾기 시작했다.
리에요?” 색을 되찾은 세상 속에서 끊어졌던 예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넋 나간 표정으로 몇 번 눈을 깜 빡인 민수.
뒤이어 그의 시선이 눈앞에 뜬 메 시지창을 발견했다.
[해당 행위를 위업으로 판정합니다!] [??시간 내로 해당 위업에 대한 정 산이 종료됩니다.]‘시간이 물음표네.’
역시 좀 급조된 티가 난다. 아마 이게 M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 권한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보상에 순순히 기뻐 할 수 없었다.
왁왁 외쳐대는 예진과 은비의 목소 리를 등진 채.
민수가 미간에 힘껏 주름을 잡았 다.
‘이 ‘게임’에는 끝이 있다.’
분명 그리 말했다. 이 게임에는 끝 이 있다고.
어떤 도달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방금 그 말은 무 슨 의미였지?
‘끝나는 걸 바라지 않게 될 거라 고?’
대체 이 끝에 뭐가 있기에?
이 ‘게임’의 엔딩에는…… 뭐가 기 다리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