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920
가히 탄생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정권이 시로네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간발의 차이였어.’
다시 거리를 벌린 시로네가 대략 4,200발의 포톤 캐논을 만들어 쏘아 댔다.
“고작 이거냐?”
이오나스의 팔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여 포톤 캐논을 튕겨 냈다.
2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유리엘이 말했다.
“강한 소년이었지.”
강함의 기준이 무엇이든,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인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은 실제로 강해졌다.”
정신적 역량이야 무한대지만, 인간에게는 육체의 한계라는 것이 있다.
극한분해의 이오나스를 감각하고 피한다는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게 전부인 것 같군.”
레이엘은 침묵으로 동의했다.
‘사실 유리엘의 말은 모순적이다. 강한 것에 강함 외의 다른 요소는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부정하지 못한 이유는, 언제부턴가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 때문일 것이다.
‘어째서 나는, 아니 우리는 최강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이카엘만이 답을 알고 있었다.
‘맥클라인 거핀.’
천국에서 내로라하는 모든 강자는 거핀을 이기지 못한 경험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거핀 말소가 일어나자,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개념이 생긴 것이다.
‘기억에서 지워졌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그 이상의 강함을 경험했기에…….’
최고라는 느낌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
‘시로네.’
치열하게 싸우는 자식의 모습을 굽어보기로 살핀 이카엘의 눈이 슬픔에 잠겼다.
‘사랑합니다.’
우주의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부모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저지만, 또다시 당신을 잃을 수는 없어요.’
두 번 다시 자식을 걸고 도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그만 물러나세요. 돌아가서 행복한 삶을 사세요. 세상의 일은 어떻게든 이 어미가 책임지겠습니다.’
시로네가 이오나스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할 때마다 이카엘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이 정도로는 이오나스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야.’
강함을 초월하는 무언가.
‘단지…… 거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의 경지가 동등하다고 해도, 시로네의 육체는 가이아인에 비해 월등히 약했다.
‘거인에 준하는 완력, 천사의 개념을 초월하는 정신, 수많은 가이아인의 통합.’
이 모든 것을 갖춘 종족이었기에 신의 세계가 뿌리부터 흔들렸던 것이다.
“이카엘,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사티엘이 말했다.
“거핀 말소에 대한 것을 밝히고, 실수를 인정해라. 그러면 나도 당신의 권위를 인정하겠어.”
이카엘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감정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천국의 군대 전부로부터 시로네를 지키려면 천사장의 직책이 반드시 필요했다.
“당신도 알 텐데? 이오나스는 내 권속이지만 전투력에서는 나를 상회하는 실력이야. 내 말에 따른다면 나도 독단적으로 행동하지는 않겠어. 다시 말해, 시로네를 내버려 두라고 지시하면 따르겠다는 얘기야.”
달콤한 제안이었다.
아들을 죽인 장본인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모욕감을 감당해 낼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
이카엘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살아서 돌아왔으니까. 시로네를 지킬 수 있다면 누구의 발밑에라도 엎드릴 것이다.’
굽어보기의 시야에서, 이오나스의 주먹이 시로네의 명치를 정통으로 때렸다.
“크윽!”
운동에너지를 99.99퍼센트 이상 감소시켰음에도 몸이 뚫리는 고통이었다.
“대단하다고는 생각한다.”
이오나스가 산책을 하듯 허공을 걸었다.
“스치기만 해도 죽어 버리는 게 인간이지. 그런 몸으로 여기까지 버틴 것에 박수를 쳐 주마.”
시로네는 기쁘지 않았다.
“너는 강해. 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일 것이다. 따라서 유일한 패인이라면, 바로 나.”
이오나스는 주먹을 눈앞으로 들었다.
“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인 나와 싸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하.”
아픈 와중에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가 웃기지?”
오메가의 역사를 모두 경험한 시로네는 천국에서 이오나스가 어떤 위치인지 알고 있었다.
“솔직히, 아슬아슬하지 않아?”
이오나스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미르와 아슈르가 막상막하를 이루고, 그 아래로 유리엘, 이카엘 등등…….”
시로네가 이오나스를 가리켰다.
“그래도 가끔 들어갈 때가 있다는 건 인정해. 가끔.”
한낱 인간이 천국의 오랜 논쟁을 알 턱이 없지만, 어쨌거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장난이야. 잊어버려.”
시로네는 충격에서 회복했다.
“어차피 의미가 없잖아? 절대로 네가 최강이 될 수는 없을 테니까.”
“이제야 알겠군..”
순식간에 시로네의 정수리 위로 날아오른 이오나스가 다리를 휘둘렀다.
낑 하고 공기가 갈라지면서 600미터 아래에 있는 바다가 거대한 폭으로 갈라졌다.
‘어느새?’
육지를 벗어난 상태였다.
순식간에 상처가 아무는 수면을 바라보던 이오나스가 고개를 들었다.
“너는 전형적인 패배자 근성을 가진 놈이다. 최강자를 앞세워 나를 깔아뭉개면 네가 서 있는 밑바닥이 조금 얕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정확히 말해 주지. 너하고 나는 수준이 달라.”
“수준 따위는 내가 알 바 아니야. 누가 더 강한지는, 나하고 아무 상관이 없다고. 왜냐하면…….”
시로네가 눈을 부릅뜨자 양손에 미라클 스트림이 강력하게 압축되었다.
“나는 무조건 이겨야 되거든.”
섬광이 하늘을 관통하고, 핸드 오브 갓이 내려와 이오나스에게 손가락을 구부렸다.
울티마 시스템의 공격적 활용 형태.
‘저것에 당했었지.’
천국의 군대 전원을 세계 곳곳으로 흩뿌릴 정도로 강력한 정신 능력이었다.
“감히 나를 상대로 여유를 부려?”
이오나스의 이중 치열이 섬뜩하게 드러났다.
“여유가 아니야. 책임감이지.”
시로네는 바다를 살폈다.
자이브 왕국 상공에서 서쪽으로 800킬로미터를 이동한 대양의 한복판이었다.
‘여기라면 싸울 수 있다.’
물론 이곳에도 생명은 있지만, 인간을 살리는 건 전략적으로 중요했다.
이오나스의 삼각뿔이 붉게 타올랐다.
“끝이다.”
극한분해-아토믹 크래시.
주먹 크기의 구체로 압축된 입자가 폭발적인 빛을 내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입자의 활동성을 높였어.’
차원이 다른 에너지로 이동하는 이오나스는 시로네의 등을 노리고 수도를 치켜세웠다.
‘어차피 인간.’
심장을 뽑으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응?’
엄지와 중지로 원을 그린 핸드 오브 갓이 어느새 눈앞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제길!’
시로네의 등까지 남은 거리는 0.03밀리미터.
‘늦어.’
이오나스의 두 팔이 입자로 해체되더니, 어느새 얼굴을 막는 자세로 교차했다.
동시에 핸드 오브 갓이 손가락을 튕겼다.
“컥!”
충격파가 1경의 입자 전체를 강타하면서 이오나스의 육체가 바다에 내리꽂혔다.
퍼어어어엉!
물이 튀고, 마치 끓는 듯 부글거리는 수면에서 거친 물기둥이 솟구쳤다.
“크아아아아!”
향유고래의 등뼈를 부러뜨리고 올라온 그가 물방울이 맺힌 시야로 상공을 노려보았다.
“하찮은 인간 따위……!”
뚝 하고 말이 끊긴 이오나스의 눈에 시로네가 손을 쳐들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말문이 막힌 이유는, 시로네보다 위에 있는 핸드 오브 갓이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이카엘.’
시로네의 마음을 투영하듯, 핸드 오브 갓이 하늘을 향해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펼쳤다.
‘확실히 이어져 있으니까.’
동시에 거대한 손바닥 위에서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빛의 구체가 펑 하고 탄생했다.
“…….”
이오나스는 물론 멀리서 굽어보기로 관찰하던 대천사들도 할 말을 잃었다.
시로네가 바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도 느껴 봐라.”
핸드 오브 갓-포톤 캐논.
“이게 내 책임감이다.”
온 힘을 다해 팔을 휘두르자, 핸드 오브 갓이 포톤 캐논을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천문학적인 질량이 바다에 닿는 순간.
“으아아아아……!”
이오나스의 비명이 절단되고, 바다가 왕관의 형태로 폭발하면서 증발했다.
워낙에 규모가 컸기에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모든 과정이 선명했다.
쿠르릉! 쿠르릉!
수증기가 시야를 완전히 가린 상태에서, 공포에 가까운 굉음만이 들렸다.
핸드 오브 갓이 손을 휘젓자 시야가 열리면서 바다에 뚫린 거대한 구멍이 보였다.
‘없다.’
이오나스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만유인력이 바닷물을 끌어당기면서 해류가 얽히는 장관이 펼쳐졌다.
그 시점에서, 사티엘은 굽어보기를 차단했다.
“……소멸했다.”
유리엘도, 레이엘도, 초월적인 시력을 가진 마라들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핸드 오브 갓의 위력은 그들로 하여금 돌아보고 싶지 않은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건가?’
확실하게 이어졌다고, 시로네가 말하고 있는 듯했다.
쿠르릉. 쿠르릉.
신의 유희를 위해 만든 영상처럼, 바다는 놀라운 변화를 끝없이 일으켜 댔다.
‘2분 지났다. 이 정도면 된 건가?’
이오나스가 소멸한 것이 확실시되자 시로네는 날아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그녀를 향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카엘.”
거핀이 사라진 이후 산산조각 부서진 마음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겠지만.
“혼자가 아니에요.”
함께 추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햇살에 빛나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시로네가 멀리 있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가요, 엄마.”
동시 사건(5)
***
바슈카 왕성.
왕족들이 겁에 질린 채로 머리를 부여잡은 가운데 근위기사들이 꿈틀거렸다.
“크으으……!”
야훼의 분노.
적색 빛의 미라클 스트림이 넓은 방 안을 핏빛처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제, 제가 시킨 일이 아닙니다.”
시로네와 눈이 마주친 아돌프 13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시로네의 얼굴은 조금도 일그러지지 않았지만, 마치 귀신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럼 누가 시켰지?”
“동생 로빈스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저는 동생이 말을 꺼내기 전까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거짓말을 했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에, 아돌프 13세는 진실만을 간추려 대답했다.
“동생이라.”
시로네가 알기로 로빈스 또한 테나르 못지않게 잔인하고 차가운 성격이었다.
‘오히려 더 악질이다. 아무리 그래도 혈족을 죽이려고 하다니. 그리고 군조 베디움.’
라이컨의 아버지가 블랙 라인 최강의 히트맨이라는 사실은 학창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