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An Adult Game As A Former Hero RAW - Chapter (75)
그동안 힘든 임무를 도맡아서 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이번 임무만 무사히 끝내고 돌아가면 승진은 따놓은 당상…
“끄아아아악!”
“아, 씨! 야! 너 내가 분명 비명은 안 나오게 하라고… 어..?”
시끄러운 비명에 발작적으로 고개를 돌린 크넬라는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비명은 당연히 인간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아아악! 내 팔..!”
비명을 지른 것은 오른팔이 잘린 크찰라였다. 잘린 팔의 단면에서 푸른색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크찰라가 주춤하는 사이 클라우드는 그를 향해 다가갔다.
“오지 마 이 새끼야!”
크찰라가 왼팔을 쭉 뻗었다.
굵직한 문어발이 여덟 조각으로 나누어져 여덟 개의 문어발이 되었다. 또 그 여덟 개의 문어발은 각각 여덟 개씩 쪼개져 64개의 문어발이 되었다.
쪼개지고 또 쪼개진 만큼 문어발 하나하나가 작고 날카로웠으며, 그 겉에는 살점을 녹이는 독성 물질이 발라져 있다.
하나만 닿아도 치명상으로 이어지는 위협적인 공격.
“아, 징그러워.”
클라우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검기를 뽑았다.
오우거의 힘줄을 잘랐을 당시의 투명한 검기와는 달리 지금의 검기는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저번에 봤던 로리안의 검기 수준으로 적당히 조절해서 뽑아낸 검기였다,
그는 검을 역수로 쥐고선 그대로 야구공 던지듯이 던졌다.
촤아악
붉게 물든 검이 작은 문어발들로 이루어진 단면을 뚫고 지나가 크찰라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크찰라는 비틀거리다가 이내 힘없이 쓰러졌다.
클라우드는 문어 대가리로부터 검을 뽑아냈다. 한 번 세게 휘둘러 검에 묻은 푸른 피를 털어낸 후, 이번에는 크넬라를 향해 걸어갔다.
크찰라가 순식간에 당해버리는 모습을 본 크넬라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도망쳐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수정구는 베히모스의 영혼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영혼을 전부 흡수하지 못한 수정구를 가져갔다간 분노한 그분께 모가지가 꺾이리라. 그런데 흡수가 다 되길 기다리자니 그전에 자신의 머리통에 구멍이 뚫릴 것 같다.
크넬라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안 클라우드는 그녀의 눈앞에 당도했다.
클라우드는 크넬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크넬라는 그 손을 빤히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그 위로 수정구를 올려놓았다.
클라우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이게 정답인 모양이었다. 일단 당장은 살았다는 사실에 크넬라가 안도할 때였다.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인간의 말은 할 줄 알아?”
“네.”
“좋아. 똑똑한 문어로군. 그럼 이제 너희들이 누구고, 여기에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 수정구로는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전부 말해. 하나도 숨기지 말고.”
“말하면 전 살 수 있나요?”
“아니. 죽을 거야.”
“…그렇다면 제가 구태여 말해드려야 할 이유가 있나요?”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대신 자신의 내장을 직접 구경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겠지.”
클라우드의 미소가 짙어졌다.
크넬라의 문어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마족 두 마리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사천왕의 졸개들일 줄은 몰랐네.’
산 채로 자신의 장기를 구경하기 싫었던 크넬라는 아는 것 모두를 털어놓았다.
놀랍게도 이들은 사천왕, 크레아스를 따르는 마족이었다.
사천왕 크레아스.
게임 ‘용사일행’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천왕으로 매우 커다란 문어처럼 생긴 마족이다.
문어처럼 생겼다고 해서 진짜 문어인 것은 아니다. 크라켄보다 다리도 훨씬 많고 빨판도 없으니까. 크라켄과 크툴루 신화에서나 나올법한 촉수 괴물의 중간쯤에 있는 생김새라고 보면 되었다.
‘그런데 크레아스의 졸개들이 왜 베히모스의 영혼을 털어먹고 있는 거지?’
이놈들이 사천왕의 졸개들인 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것은 이놈들의 행적이다.
정확히는 이 두 마리보다 높은 놈의 행적.
그놈은 잠들어있던 베히모스를 고의적으로 깨웠다.
그런 다음에 크레아스의 이름으로 크찰라와 크넬라에게 명령을 내렸다.
베히모스가 용사들에 의해 토벌당하면, 수정구에 그 영혼을 담아오라는 명령을.
베히모스의 영혼을 어디에 써먹으려고 그 지랄을 했냐고 물었더니, 크넬라는 이 이상은 자신도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혹시나 거짓말일까 싶어 단검으로 몇 번 쿡쿡 찔러봤는데, 억울한 목소리로 울부짖더라. 정말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사천왕의 부하가 베히모스의 영혼을 수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오래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사천왕의 졸개가 움직이는 이유가 뭐겠어?’
마왕을 위해서이거나 아니면 모시는 사천왕을 위해서겠지.
베히모스 토벌 이후에 벌어질 큰 이벤트가 크레아스와의 전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사천왕의 강림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대충 그런 결론을 내린 뒤, 나는 수정으로 주의를 돌렸다. 지금 당장은 사천왕보다 이 안에 있는 베히모스의 영혼이 더 중요하다.
나는 수정구를 깨트렸다.
수정구가 깨지자 그 틈으로 하얀 연기 같은 게 새어나왔다.
베히모스의 영혼이다.
나는 베히모스의 영혼에 오른손을 가져다 댄 채로 문양을 사용했다.
휘이잉
수정구에서 빠져나온 하얀 연기가 오른손을 휘감기 시작했다. 문양에 의해 베히모스의 영혼이 흡수되고 있는 것이다.
‘저번보다 아프네.’
오우거의 영혼을 흡수할 때도 왼쪽 상반신에서 상당한 작열감을 느꼈었다. 이번에도 그 정도로 아플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오른쪽 상반신에서 느껴지는 작열감은 저번보다 극심했다.
거기에 내 몸 안으로 들어온 베히모스의 영혼은 오우거의 영혼이 그랬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날뛰었다.
오우거보다 상격의 영혼이 맞긴 한가보다.
나는 잠시 감탄하다가 이내 베히모스의 영혼을 깡통처럼 찌그러트려 구석에 처박았다.
그렇게 하자 베히모스의 영혼은 더 이상 날뛰지 않았다.
문양이 성공적으로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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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히모스의 문양=””/
[액티브] 선택 1=””/(피어)
단일체 혹은 다수를 일정 시간 경직시킨다.
상대보다 레벨이 높을 경우 일정 확률로 ‘공포’를 부여한다.
(왕의 감각)
감각이 크게 확장된다.
(광폭화)
명중률 50% 감소
모든 스탯 10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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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에게서 정보도 빼내고 베히모스의 영혼까지 빨아먹었다.
클라우드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도시에 돌아왔다.
그런데 도시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길을 걸어가는데 주변에 있는 시민들이나 병사, 경비병들이 모두 그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아, 표정관리.’
클라우드는 뒤늦게 자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많은 것을 잃었는데, 용사라는 인간은 실실 쪼개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있나.
이런 초짜 같은 실수를 하다니.
클라우드가 반성할 때였다.
“저기, 용사님…”
너 나 할 것 없이 클라우드를 바라보던 군중들 사이에서 팔에 깁스를 한 경비병이 앞으로 나왔다.
“제 이름은 한스입니다. 그, 저 같은 놈이 용사님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무례한 일이긴 한데…”
그가 쭈뼛쭈뼛 거리며 말도 못 붙이는 사이, 클라우드가 손뼉을 쳤다.
“누군가 했더니 함께 싸웠던 전우셨군요. 부상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은 한 팔로 용맹하게 싸우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한스라고 하셨죠? 이름을 알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알게 되어 기쁘군요. 클라우드입니다.”
“절 기억하십니까?”
한스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그에 당연하다는 듯 클라우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용맹하게 싸우던 전사를 쉽게 잊을 리가 없지요.”
허례허식이 아닌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클라우드는 곁에서 함께 싸운 전사의 얼굴은 웬만해서는 잘 잊지 않는다.
아니,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목숨을 걸고 용맹하게 싸워준 전사들에게 그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게 전부였으니까.
그 사실에 클라우드는 가끔 회의감을 느꼈다.
“하… 하하…!!”
하지만 한스가 느끼는 감상은 달랐다.
일개 경비병일 뿐인 자신을 용사가 기억하고 있다. 용맹하게 싸웠다며 인정까지 해주었다. 전사로서 이보다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있나!
한줄기의 전율이 한스의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덕분에 그는 도시를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려던 당초의 목적조차 잊고 말았다.
“저, 저기. 용사님. 혹시 저도 기억하십니까?”
군중들 속에서 새로운 사람이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경비병이 아닌 병사다.
그리고 그 병사 역시 클라우드는 기억하고 있었다.
“당연히 기억하죠. 늑대 무리와 싸울 때 제 뒤를 따르던 분 아닙니까? 뿔 달린 늑대의 뒤통수에 칼을 꽂는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군요.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제임스입니다!”
“그렇군요. 제임스, 당신과 같은 용맹한 전사와 함께 싸워 영광이었습니다.”
“저,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평생 이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제임스는 클라우드가 내민 손을 두 손으로 붙잡고 위아래로 크게 흔들었다. 악수치고는 과했지만, 그것은 그만큼 그가 들떴다는 방증이었다.
“용사님 혹시 저는 기억하십니까? 2번 구역에서 함께 했는데.”
“저는 3번 구역에서 함께 했습니다!”
“얌마, 새치기하지 마! 내가 먼저 물었잖아!”
제임스를 시작으로 다른 병사나 경비병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며 클라우드에게 다가갔다.
“용사님 덕분에 저와 제 아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이건 작지만 제 성의입니다.”
“덕분에 살았어 용사님! 나는 딱히 대단하게 줄 건 없고, 사과라도 먹을래?”
병사들이 클라우드를 둘러싸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평범한 시민들 또한 그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가난한 농부에서부터 돈 많은 상인까지.
로버튼의 시민이라면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클라우드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감사한 마음을 표출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의 신분은 용사.
평민들이 섣불리 다가가기 힘든 신분이다.
고귀한 분들은 평민들이 다가오면 천한 냄새가 난다며 인상을 찌푸렸으니까. 클라우드 또한 천한 것들의 냄새를 싫어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었다.
클라우드가 먼저 그들에게 서슴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시민들은 자신들을 구해준 용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마구 표출했다.
“2번 구역이라면 멧돼지랑 하피가 유독 날뛰던 곳이었죠? 하피 다리를 붙잡고 칼질하던 웬 미친놈이 있었는데, 그게 당신이었군요!”
“3번가에서 함께 했다고요? 으흠, 기억에 없는 얼굴인데. 앞에서 용맹하게 싸운 거 맞아요? 뒤에서 깨작깨작거린 건 아니죠?”
“뭔 또 돈을 주시려고 그래요. 소매 넣기 하지 마요. 안 받아요. 아, 사과 고마워요 아주머니. 오, 이거 되게 맛있네요. 거, 아저씨 이게 어딜 봐서 차별이에요? 뇌물이랑 호의랑 구분하는 거지. 아니 안 받는다니까. 어? 어어?? 거기 아저씨! 소매 넣기 하지 말라고요! 이봐요! 그 아저씨 좀 잡아줘요! 저 새끼 잡으라고!”
그리고 클라우드는 모여든 시민들에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응답해주었다. 덕분에 광장은 제법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띠었다.
도저히 방금 마물에게 침범당한 도시의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프릴리테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의 옆으로 로리안이 다가왔다.
그는 클라우드가 시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프릴리테, 당신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하고 싶군요.”
“음? 뭐지?”
“클라우드와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십시오. 당신의 품격이 떨어집니다.”
“…뭐?”
프릴리테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프릴리테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음..?”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물었다. 두 번 묻게 만들지 마라.”
그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표정은 없으나 눈동자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로리안은 당황했다.
내뱉은 말이 말인 만큼 어느 정도의 반발은 예상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강하게 반발할 줄은 몰랐다.
‘벌써 그 정도의 친분을 쌓았단 말인가…’
시간을 더 지체하지 않길 잘했다.
“실례. 제가 너무 두서없이 말했군요.”
로리안은 헛기침을 하며 머릿속으로 말을 다듬었다.
그리곤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클라우드는 용사입니다. 그러나 우리와는 근본부터 다르죠.”
“다르다는 말은?”
“출신. 요컨대 우리와는 사는 환경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근본 없는 평민.
천한 핏줄.
그러한 직설적인 단어는 쓰지 않았다. 로리안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와는 관계없이, 프릴리테가 좋아하지 않을 단어라는 것 정도는 알았으니까.
“저 모습을 보십시오.”
로리안은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클라우드를 가리켰다. 광장은 여전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흐뭇한 광경입니다. 용사가 마물에게 피해 입은 시민들을 하나하나 다독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 저 시민들은 그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위안을 얻겠지요. 그러니 그가 훌륭한 용사인 것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로리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앞에서 클라우드를 띄워준 것은 모두 이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군주로서는 실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