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361)
EP.2361 2361. 광명승천도
금강신뢰 덕분에 명계의 구멍에서 빠르게 빠져나왔다. 내가 나오자마자 명계의 구멍은 닫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뇌음사는 개판이었다. 웅장한 사원은 전투의 여파는 무너지고, 승려와 무인의 시체는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그 중심에는 뇌음사의 방장인 전정과 대사팔악회의 회주인 파산악군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주먹을 부딪혔다. 작은 언덕 따윈 단숨에 무너뜨릴 힘이 담긴 주먹을.
콰아아아앙!
주먹과 주먹이 부딪혔는데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여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대충 보니 전정이 더 유리하군. 경지 차이는 쉽게 극복할 수 없긴 하지.’
전정은 삼정 상단(上段). 파산악군은 삼정 중단이었다. 거기다 여긴 뇌음사다. 뇌기가 풍부한 전정의 홈그라운드.
갑자기 전정이 뒤로 물러났다. 파산악군은 따라붙는 대신 한 줌의 피를 토하고는 호흡을 추슬렀다. 전정이 고개를 획 돌려 나를 노려봤다.
“대체 어떻게 명계로부터 다시 돌아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금강신뢰가 돌아오고 명계의 구멍이 사라졌으니 잘된 일이다. 혈광도와 대사팔악회…. 너희 악독한 것들은 전부 여기서 죽여주마! 금강신뢰! 이리로 오라!”
“내가 그렇게 쉽게 넘길 것 같나?”
금강신뢰를 꽉 움켜쥐었다. 금강신뢰가 내게 저항하는 게 느껴졌다. 인벤토리에 넣는 건 불가능했다. 금강신뢰의 완전한 소유권이 내게 없기 때문이다.
“금강신뢰의 주인은 나다! 네놈의 힘으로 금강신뢰를 묶어둘 수 있을 것 같으냐! 금강신뢰여! 내게 오라!”
손아귀에서 금강신뢰가 빠져나갔다. 앗 하는 순간 금강신뢰는 전정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전정이 빙긋 웃는다. 그는 금강신뢰에 남아 있던 나의 소유권과 영향력을 완전히 없애버리고는 파산악군을 향해 금강신뢰를 던졌다.
금강신뢰는 황금빛 번개가 되어 날아간다. 금강신뢰는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번개의 속도이니 당연했다. 허나 피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금강신뢰가 날아가기 전에 전조현상이 있었으니까. 기감이 민감하고 제때 반응한다면 피할 수 있었다.
호흡을 고르고 있던 파산악군은 급히 땅을 굴러 금강신뢰를 피했다. 곧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한다. 무인에게 있어 나려타곤은 수치 그 자체다.
“껄껄껄! 절대 고수라는 자가 땅을 굴러다니나!”
전정이 비웃었다. 파산악군은 그를 향해 살기를 터트렸다. 물론 전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어깨 옆에는 어느새 돌아온 금강신뢰가 두둥실 떠 있었다.
“혈광도!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라! 우리가 협공하면 저 땡중을 죽일 수 있다!”
“협공? 그딴 말이 네 입에서 나오다니 웃음도 안 나오는군. 네놈과 저 땡중은 나를 배신했다! 내가 뭐 하러 너를 도와야 하지?!”
“이 미친놈이 지금 그걸 따질.”
파산악군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황금빛 번개 때문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말은 그렇게했지만 파산악군이 죽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나 혼자서 전정을 상대하는 건 힘들었다. 파산악군을 죽이더라도 전정을 죽인 뒤여야 했다.
파지지직!
전정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동시에 그의 피부가 황금빛으로 변한다. 뇌음나한결(雷音羅漢訣)의 비기인 뇌혼나한(雷魂羅漢)이 금강신뢰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전정의 오른 주먹에서 번개가 요동치듯 번쩍거렸다.
‘뇌음나한결의 뇌성격(雷聲擊)이군.’
간단해 보이는 초식이지만, 그 파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전정이 파산악군을 끝장내기 전에 움직였다. 한 손에 화련비도를 쥐고 놈을 향해 뛰쳐나간다.
뇌천류(雷天流) 비뢰신(飛雷神).
전정의 뒤를 점한다. 전정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 그가 내게 주먹을 내뻗는다.
“들어올 줄 알았다!”
뇌천류(雷天流) 전자기막(電磁氣幕) 최대출력.
호신강기를 섞은 기막을 정면으로 펼친다. 놈의 주먹은 거침없이 기막을 때렸다.
콰르르르르릉!
놈의 주먹에서 난 천둥소리와 함께 기막이 부서진다. 급히 화련비도의 칼날을 세워 주먹 앞에 두었다. 놈은 개의치 않고 화련비도의 칼날에 주먹을 내질렀다.
쾅!
주먹과 칼이 부딪쳤는데 쇳소리가 났다. 나는 충격파에 밀려 뒤로 나가떨어졌다.
‘빌어먹을. 어떻게 되어 먹은 힘이냐. 뇌혼나한을 썼다고 해도 정도가 심하잖아.’
뇌혼나한이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대폭 올려준다고 해도 지금 전정은 이상할 정도로 힘이 강했다.
‘……!’
기감에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나를 향해 쭉 뻗어오는 선이 있는 듯한 감각. 전조현상이다. 나는 급히 몸을 틀었다. 황금빛 번개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전정이 손짓한다. 황금빛 번개가 방향을 틀더니 내게 쇄도한다. 아까처럼 전조현상을 느낀 나는 급히 피했다.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떨어져라.’
전정을 향해 벼락 한 줄기가 떨어졌다. 전정은 분명 벼락이 떨어지는 걸 감지했을 텐데도 피하지 않았다. 내 힘이 담긴 벼락이다. 평범한 벼락이 아니다. 그런데 전혀 통하지 않았다.
“간지러운 수준이군.”
전정이 씩 웃으며 도발한다. 전정이 뇌령을 타고났다는 건 알고 있다. 그에 뇌전에 대한 상성이 상당하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내 힘이 섞인 벼락이니 어느 정도 통할 줄 알았다.
‘아예 안 통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뇌공과 외공을 동시에 수련해서 그런지 더럽게 단단하군.’
상성이 좋지 않았다. 하물며 상대는 나보다 경지가 높았다.
‘천마신공을 쓸까?’
아니지.
천마신공은 더 상성이 안 좋다. 땡중이라고 해도 익힌 무공은 불가의 무공. 극상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뇌천류가 더 나을 거다. 그리고 나는 뇌천류가 약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순수 뇌전이 안 통하면 칼로 썰어죽인다.’
나는 화련비도의 칼자루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정면으로 날아오는 황금빛 번개를 쳐냈다. 깡! 금강신뢰가 전정을 향해 날아가다가 코앞에서 멈췄다.
“금강신뢰와 정면에서 부딪치고도 멀쩡한 칼이라…. 평범한 칼은 아니로군? 법보인가. 우리 뇌음사는 날붙이를 쓰지 않는다만… 그 칼은 탐나는구나! 너를 죽이고 그 칼을 가져가겠다!”
“이젠 욕심을 대놓고 드러내는군. 승려라는 놈이 부끄럽지도 않나?”
“본인은 언젠간 모든 번뇌에서 초탈할 것이기에 괜찮다.”
그때였다. 파산악군이 몰래 전정의 뒤로 다가가 주먹을 내질렀다.
“부처가 왜 네놈을 살려두는지 모르겠군.”
허나 통하지 않았다. 금강신뢰를 중심으로 방어막이 펼쳐진 것이다.
전정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내가 네놈을 잊었다고 생각했느냐? 금강신뢰는 뛰어난 술법 보조 능력이 있다. 한순간에 방어 술법을 펼치는 건 일도 아니다.”
“그거참 대단하시군. 흡!”
파산악군이 방어막에 닿은 주먹에 힘을 줬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커헉!”
전정이 느닷없이 피를 토했다.
“이놈…! 무슨 짓을 한 거냐?!”
“발경이다. 권법가가 그것도 모르나?”
“헛소리하지 마라! 발경 따위에 내가 당할 것 같으냐!”
“법기는 네놈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파산악군의 권갑이 반짝인다. 숨겨놓은 일격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놈…!”
전정이 주먹을 움켜쥐고 휘두르려 할 때, 나는 그를 향해 뛰었다.
뇌천류(雷天流) 비뢰신(飛雷神).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11]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0]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화련비도를 치켜든다.
‘권역 개방.’
화련비도에서 별빛이 쏟아져 나와 주변을 밝혔다.
뇌천류(雷天流) 뇌강인(雷罡刃).
붉은 번개의 칼날이 전정의 방어막을 두부 자르듯이 베어낸다.
금강신뢰가 움직이더니 화련비도를 막아냈다. 아차 했다. 금강신뢰는 내가 가져야 할 물건이니까. 박살 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달리 금강신뢰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권역까지 사용했는데 이렇다고? 제석천의 법패인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금강신뢰를 비껴내고 칼을 휘두른다. 허나 이번에도 금강신뢰가 화련비도를 막아섰다.
이 와중에 전정과 파산악군은 서로를 향해 주먹질을 해대고 있었다. 마치 뒤로 물러나면 죽는 것처럼 두 사람 모두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주먹을 휘두른다.
“땡중 주제에 주먹 좀 쓰는군!”
“오랜 수행으로 단련된 주먹이다. 필부 따위가 감히 내 주먹에 맞설 수 있을 것 같은가!”
전정은 기합성을 내지르더니 갑자기 주먹을 펼쳐 장(掌)을 만들어 내질렀다. 전정의 손바닥이 파산악군의 주먹과 부딪힌다. 전정의 손바닥에서 거대한 벼락이 터졌다.
콰콰콰콰쾅!
폭음과 함께 파산악군은 바닥에 처박혀 꿈틀거렸다. 전기가 그의 육체에 남아 꿈틀거린다. 죽진 않았으나 감전당했고, 오른팔이 어깨까지 뒤틀렸다. 터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해야 하나.
“다음은 네놈이다!”
전정이 몸을 획 돌려 나를 향해 손바닥을 내지른다. 비뢰신으로 피하려 했으나 금강신뢰에서 번개 사슬이 뻗어 나와 내 몸을 구속한다. 술법인 뇌쇄주박(雷鎖呪縛)이다.
‘좆같네. 금강신뢰 때문에 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잖아.’
금강신뢰 자체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그걸 다루는 전정도 보통이 아니다. 파산악군과 나를 동시에 상대하는 걸 보면 의식을 두 개로 나눠 육체와 금강신뢰를 조종하는 것 같다.
화련비도를 움직여 대응하려고 해도 금강신뢰가 칼날에 달라붙어 방해한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9]‘적멸뇌혼술에 선천지기가 반쯤 빨린 상태이기도 했고… 한 번 죽고 기회를 엿봐야겠군. 물론 그냥 죽지는 않는다.’
벽력신장이 완전히 시전되기 전에 내 쪽에서 먼저 손바닥을 뻗어 마주했다. 아쉽게도 나는 벽력신장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건 뇌음나한결을 온전히 익혀야만 사용할 수 있는 초식이니까.
‘상관없다. 내겐 뇌천류가 있으니.’
파지지직!
놈의 손바닥에선 금색 번개가. 내 손바닥에선 푸른색 번개가 번쩍였다. 두 개의 뇌전은 서로 부딪치며 상쇄되어 사라진다.
“호오. 한번 해보자는 건가? 후회할 텐데? 그 안에 마를 품었으면서 감히 나의 정순한 뇌력지기를 이길 수 있으리라 여긴 거냐!”
전정이 출력을 높였다. 황금빛 번개가 푸른 번개를 밀어낸다. 왼손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네가 말하는 정순함이 뭔지 모르겠지만… 순수 뇌전 싸움이면 너한테 안 진다.”
뇌천류(雷天流) 악뢰(惡雷).
푸른색 번개가 마기와 뇌기가 섞인 군청색으로 황금빛 뇌기를 잡아먹으며 침식한다.
“아주 지독한 뇌기로다! 허나 마기의 힘을 빌린 건 네놈의 치명적인 실수다!”
밀리는 듯하던 황금빛 번개의 기세가 확 올라간다. 불가 무공 특유의 항마의 힘이 악뢰를 밀어내는 것이다. 상성 차이.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는 뇌전에 다른 특성을 부여할 수 있으니까.
‘얼어라.’
쩌저정!
전정의 손이 얼기 시작한다. 전정이 두 눈을 부릅뜬다. 눈동자가 없어서 안광만 더 강렬해질 뿐이다.
“대체 뭐냐! 그 번개는…!”
“집중력이 흐트러졌군.”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8]금강신뢰의 반응이 둔해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옆구리에 화련비도를 박아 넣었다. 금강신뢰가 한발 늦게 내 오른쪽 어깨에 박혔으나,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지금 전정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이니까.
“유여려!! 독을 써라! 빨리!”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림자 속에 은신 중이던 유여려가 나타났다. 그녀는 나를 보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술을 꾹 깨물고 독병을 날렸다. 독병은 전정의 머리와 부딪혀 깨지며 독을 사방에 흩뿌렸다. 나와 그는 극독을 뒤집어썼다.
전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낄낄 웃었다.
“미독악비의 극독이 얼마나 독한지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지. 뇌기를 운용하더라도 독기를 태우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닥쳐라. 네놈과 저 계집을 죽이고 수습하면 그만이다! 죽어라!”
어깨에 박혔던 금강신뢰가 빠져나가더니 내 심장을 꿰뚫었다.
[죽음 저항이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5초간 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