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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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 에버하트는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데이터와 통신의 발달, 그리고 발사 비용절감 덕분에 통신위성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Z는 이 시장을 선점할 계획입니다.”
그는 얼마 전 1만 개가 넘는 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촘촘한 인터넷망을 깔겠다는 스페이스링크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미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았고, 이미 실행 중이다.
통신위성이라니 남 얘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우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로 VRMMORPG다. 가상현실게임은 기존 온라인게임에 비해 수천 배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만큼, 지금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한 통신망이 필요하다.
뭐, 이건 우리뿐 아니라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기업들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서 미리 위성을 쏘고 있는 건가? 지금도 위성을 50~60대씩 실은 로켓이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류는 화성으로 가야 합니다.”
택규는 눈을 빛냈다.
“아! 그 화성이주계획이요? 뉴스에서 봤어요.”
난 그에게 물었다.
“언제쯤 가능할까요?”
“3년 안에 화물우주선을 보내 화성기지를 건설하고, 5년 안에 사람을 보낼겁니다. 10년 안에 거주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점차 늘려나가 1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콜로니를 만들 겁니다.”
이뿐 아니라 달에 기지와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도 있다.
무슨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현실감 없는 얘기들이다. 만약 누군가 몇 년 전에 이런 말을 했다면, 미친놈 취급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속도가 좀 더딜 수는 있어도 이런 계획들은 하나씩 실행 중이다.
그는 단언하듯 말했다.
“결국 인류는 우주로 나가게 될 겁니다. 그게 언제냐는 시기의 문제일 뿐이겠죠.”
그런 날이 진짜 오면 스페이스Z는 어떻게 될까? 어쩌면 니콜라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난 속으로 감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에서 한정된 자원과 시장을 놓고 치고 박고 할 때 누군가는 우주를 개척하는 것을 꿈꾼다.
언젠가는 이들의 꿈이 현실이 될 테고, 그 혜택은 모두가 누리게 될 것이다.
알렌 에버하트의 인지도 덕분에 스페이스Z가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미국에서만 수십 개의 민간우주기업들이 설립돼, 경쟁적으로 위성과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있다.
NASA(미항공우주국), Roscosmos(러시아연방우주국), ESA(유럽우주국), CNSA(중국항천공화국) 등이 주도하던 우주개발경쟁이 민간기업으로 옮겨 붙은 모양새다.
그야말로 냉전시대 이후 제 2의 우주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분야의 또 다른 유명회사는 레드오리진. 이 회사는 AMZ의 CEO 제이크 바이런이 자신의 사비를 털어 만들었다.
누군가는 이들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기업은 절대 돈 안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우주기술개발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기술발전 속도라면, 짧으면 수년, 길어도 10년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다. 실제로 이미 위성발사와 우주여행 티켓판매 등으로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고.
얘기를 들은 택규는 감탄했다.
“이런 일들이 한국에는 왜 잘 알려지지 않은 거지?”
“그중에는 한국기업이 하나도 없으니까.”
세계적인 기술강국으로 손꼽히는 한국이지만, 안타깝게도 우주기술개발에 있어서는 걸음마 단계에 가깝다.
뭐든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기 마련인데, 정부든 기업이든 당장 돈 안 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알렌 에버하트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또 다른 계획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대표님을 만나자고 한 것도 그 때문이구요.”
니콜라 인수 때문만에 보자고 한 게 아니었나?
“뭔가요?”
“스페이스Z 자회사를 설립해 전기비행기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난 속으로 놀랐지만, 태연하게 물었다.
“전기비행기요?”
“전기비행기는 전기차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습니다. 배터리로 모터를 움직여 동력을 발생시킨다는 기본원리는 같으니까요.도로를 달리느냐, 하늘을 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여기서 말하는 전기비행기란 대형여객기보다는 소형비행기, 유인드론에 가까운 형태다. 자동차처럼 적은 인원을 태우고 근거리를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모빌리티라는 카테고리 안에 포함된다. 그래서 라이딩쉐어링 업체들이 뛰어들고, 완성차업체들도 관심을 보이는 거고.
아예 몇몇 회사들은 평소에는 도로를 달리다가 날개를 펼쳐서 날아갈 수 있는 플라잉카(Flying Car)를 만들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전기비행기는 기존 비행기에 비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입니다. 엔진을 없애면 소음도 해결할 수 있으니, 도심과 도심을 오가는 공항건설도 가능합니다.”
보통 공항은 도심에서 수십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부지확보와 안전성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제트엔진의 소음 때문이다.
이 문제만 해결해도 시외버스터미널처럼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심공항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렌 에버하트의 생각이다.
“원래는 니콜라가 좀 더 성장하고 나면, 진출하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는 제 손을 떠났으니, 전기비행기 분야에 본격적으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이건 또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얘기일까?
대형여객기야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만드는 회사가 몇 곳 안 된다. 하지만 소형비행기는 비교적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이 쉽다.엔진이 없어도 된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래서 신생 스타트업도 도전할 수 있는 거고.
이 시장에 스페이스Z가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
그가 전기비행기를 만든 적은 없지만, 전기차와 우주선을 만든 경험은 있다. 항공과 우주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고, 보통 같은 카테고리로 묶인다.
스페이스Z가 항공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우주기술개발에 비해 전기비행기는 좀 더 즉각적으로 돈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알렌 에버하트는 본론을 꺼냈다.
“전기비행기 개발에 있어서 OTK컴퍼니와 합작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난 속으로 감탄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실패에 좌절하고 있었을 텐데, 그는 벌써부터 새로운 기회를 찾아 뛰어들고 있다.
대체 이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돈을 떠나서 끊임없이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인 모양이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이것 역시 그가 가진 재능이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스페이스Z는 지금 벌이고 있는 사업만으로도 빠듯하다. 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면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많을 텐데요.”
그는 이미 니콜라와 스페이스Z를 성공시킨 전력이 있다.
비록 니콜라가 망하긴 했지만, 이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때문. 카로스가 AD3와 AD4를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니콜라는 가장 뛰어난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가능성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투자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그에게 돈을 내밀 것이다.
“투자금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럼 뭐가 중요한가요?”
“배터리입니다. 전기차나 전기비행기나 핵심은 배터리입니다. 니콜라가 실패한 것도 OTK배터리의 등장 때문이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는 자동차보다도 더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를 늘리기가 힘드니까요.”
“배터리 공급에 있어서 OTK컴퍼니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전기비행기 투자가 이렇게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OTK배터리 덕분이다.
지금 제작 중인 모든 전기비행기들은 OTK배터리를 쓰고 있고, 자신들의 규격에 맞게 생산을 해달라고 요청 중이다.
“합작해서 스페이스Z는 비행기를 만들고, OTK컴퍼니는 그에 맞는 배터리를 만들자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나쁜 제안은 아니다.
배터리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JN배터리 상용화에는 실패했지만, 김호민 교수는 또 다른 배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의 말대로 전기비행기가 활성화되면, 단지 기존 비행기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새로운 기회가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눈앞에 뭔가 떠올랐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 보니, 택규와 알렌 에버하트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이 문제는 김호민 교수님과도 한번 상의를 해봐야겠는데요.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내 말에 알렌 에버하트는 반색했다.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OTK배터리를 만드신 김호민 교수님을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잠시만요. 지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난 전화를 걸었다. 김호민 교수는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누가 교수님을 좀 뵙고 싶다고 해서요.”
[미안하지만, 바쁘다고 전해줘. 만나자는 사람 다 만나면 연구개발은 언제 하나?]난 전화를 끊을 것처럼 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해줄게요.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그러자 김호민 교수가 물었다.
[누군데 그래? 정치인이야, 기업인이야?]“알렌 에버하트요.”
[그게 누구지?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니콜라랑 스페이스Z 창업자요.”
그 말에 김호민 교수는 깜짝 놀랐다.
[뭐? 그 에버하트? 그럼 진작 얘기를 했어야지!]“연구개발 바쁘실 텐데, 이만 끊겠습니다.”
[아니야! 얼른 데려와. 아니, 내가 서울로 올라가야 하나?]난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우리는 차를 타고 OTK연구소로 향했다.
김호민 교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더벅머리에 수염이 거칠게 자라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알렌 에버하트 역시 기뻐하며 손을 잡았다.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교수님.”
김호민 교수는 연구소를 안내해주었다.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다른 연구원들은 신기해하면서도 기뻐했다.
둘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몇 시간 동안 지치지도 않고 대화를 나눴다. 주제도 다양했다. 전기차, 배터리, 전기비행기,우주선, 달 공장, 화성기지, 태양에너지, 진행파 원자로 등등.
전문용어가 난무하다보니, 나와 택규는 대화를 따라가기도 버거웠다.
역시 개발자들끼리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건가?
* * *
카로스의 데릴 세이건 CEO는 니콜라의 인수계획을 발표하고 채권단과 협상을 시작했다. 인수합병은 기업끼리 협의를 한다고 해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차피 카로스가 니콜라를 인수해봐야 생산대수는 GM이나 포드에 비해 턱없이 못 미치니, 협상만 잘 마무리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저우차와는 달리 카로스는 미국기업이니.
로날드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에 잘 된 일이라며 투윗을 날렸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OTK컴퍼니, 스페이스Z와 합작사 설립 발표!] [강진후, 전기비행기 시장 진출을 위해 알렌 에버하트와 협력!]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어]고작 합작사 발표를 했을 뿐인데, 관련 회사들은 이번 기회에 OTK컴퍼니가 항공우주 쪽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지는 않을까하는 경계심을 나타냈다.
전기차, 배터리, VRMMOPRG, 새만금 개발, TWR, 데이터센터, 포르노(?) 등등.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바빠서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
택규는 나에게 말했다.
“예지는 멀쩡하게 작동하네. 로스차일드랑 결혼 안 한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설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사실은 나도 좀 걱정했다.
“그런데 만약 예지가 틀렸다고 한다면, 그거 계속 믿어도 되는 거야? 앞으로도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거잖아. 아니면, 정해진 미래가 아니라 가장 확률이 높은 미래를 보여주는 거라 취사선택이 가능한 건가?”
“으음.”
오타쿠다운 예리한 분석력이다.
택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좀 나갔다 올게.”
“어디가?”
“하영이가 급하게 좀 보재.”
“무슨 일로?”
“나도 몰라. 잠깐 다녀올게.”
설마 민하영 쪽에서 고백이라도 하려는 건가?
* * *
람보르기니를 타고 카페에 도착한 택규는 발렛파킹을 맡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온 민하영이 구석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택규는 손을 흔들었다.
“나 왔어.”
민하영은 고개를 들어 택규를 보는 순간,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아앙! 택규야!”
어찌나 크게 우는지,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택규는 당황하며 물었다.
“헉! 왜 그래? 혹시 악플 달렸어? 재미없대? 더 이상 못 보겠대? 하차하겠대? 웹툰 때려치우고 기술이나 배우래?”
“흑흑, 그게 아니라…….”
민하영은 울먹거리며 얘기를 꺼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