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딱 한 번의 기회, 두 번은 갈 수 없는 강호라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이것저것 가져갈 것도 많고, 동행하는 인원들 역할도 분담해 줘야지.
운호는 일단 지구로 왔다. 모조리 다 데리고 말이다.
글리제에서 회복이 완료된 천마도.
그래서 소동이 일어나는 건 당연했다.
“히이익!”
상봉동 저택 소파에 앉아 하얀 수건으로 골프채 드라이브 헤드를 닦고 있던 마뇌는 천마가 던전에서 나오자 기겁했다.
“…씨, 씨발! 다, 당신이 왜 거기서?”
“오호! 여기서 만났구나. 살기 편한 모양이야. 피둥피둥 돼지가 다 됐어.”
“냥?”
돼지라는 말에 반응하는 마계 대공 짬타, 천마는 묘한 눈으로 짬타를 보다가 다시 마뇌에게 눈을 돌렸다.
“아무튼 다행이구나. 잔머리 굴리는 놈이 필요했는데. 할 일이 많거든.”
“누, 누구 맘대로! 이제 도비, 아니 나 마뇌는 자유요.”
“자유?”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행복을 찾아 떠날 거요.”
“허! 네놈에게 선택권이 있을 것 같더냐?”
마뇌는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맞다! 이블브레인아! 넌 이제 자유란다.”
“냥!”
2층에서 간편한 돌핀 팬츠를 입은 릴리트가 그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밑으로 내려왔다.
“넌 뭐냐? …아! 채음보양 화냥년이라는 그 릴리트?”
“뭐래? 난 처녀거든?”
“…냥?”
처녀라는 말에 짬타가 왜 놀라는지 모르겠지만.
“내 노예였고, 내가 풀어 준 거야.”
“사기꾼 주제에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거짓된 주종 관계는 애초에 성립될 수도 없다.”
“어머? 우리 마뇌는 잘만 따르던데? 반대로 너는… 얘가 너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들려줘?”
매서운 눈초리로 마뇌를 노려보는 천마, 찔끔 딴청을 피우는 마뇌.
“쯧쯧쯧, 나이에 맞지 않게 채음보양이나 하는 년에게 홀려 가지고는…….”
“하아, 채음보양 아니라니까. 그렇구나. 네가 아직 맛을 못 봤네. 보여 줄까?”
“그래, 마음껏! 도망만 가지 마라. 그럼 네년의 뿔을 단번에 뽑아 두 눈에 처넣어 주지.”
“깔깔깔, 무서워라.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줘. 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
릴리트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방긋 웃었다.
천마는 천마군림의 기세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러자 슬그머니 일어나 자리를 피하는 짬타.
결국 운호가 중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 왜 이래요? 계속 이럴 거면 둘 다 마계로 가든지. 거기서 마왕 쟁탈전이나 하면 되겠네.”
“…끄응.”
“죄, 죄송해요. 서방님.”
“서방님 소리 이젠 좀 그만할 수 없나?”
“…아, 어, 어떻게 그런 말을?”
울먹이던 릴리트. 그러더니 표독스런 눈초리로 천마를 노려봤다.
“이 빌어먹을 거지새끼야! 다 너 때문이야! 말끝마다 채음보양! 네가 뭘 알아? 난 처녀라고!”
“처녀? 정기를 뽑아 먹으면서 능력을 키우는 서큐버스가 별말을 다 하는군.”
“야! 이…….”
스우웅.
그 와중에 그림워커와 퍼미셀카사, 다크 엘프 족장 메이린과 제갈명, 그리고 장표가 던전에서 나왔다.
마침 잘됐다.
“여왕님!”
“으응? 메이린이니? …너도 가?”
“네, 제가 부탁했사옵니다.”
“음, 안 되겠다. 이리와! 서방님을 보좌하는 임무인데 허접한 수준이면 곤란하지 않겠니? 내가 몇 가지 가르쳐 줄 테니까 서방님 잘 보좌해야 해!”
“황송하옵니다.”
일을 시켜야 조용해지겠다.
그러면?
“강호 무림 출신들도 모여 봐요. 할 일이 있으니까.”
싸울 여유도 없이 만들어 줘야지.
“무림맹 군사도 있고 마교 군사, 사파 출신에 그리고 교주님까지, 대단한 분들이 한 곳에 모였으니까 머리를 맞대고 강호 무림에 대한 정보 좀 작성해 주세요.”
“정보……?”
“제가 강호 무림에서 활동하려면 기초적인 지식은 가지고 가야 되지 않겠어요?”
“우리와 함께 움직이면 그럴 필요도 없질 않습니까?”
“같이 안 움직일 거니까 될 수 있으면 아주 소규모 문파들의 정보까지 부탁드릴게요.”
“뭐, 그거야 정말 쉬운 일입니다.”
“평생 그것만 했는데요. 맡겨만 주십시오.”
하긴!
무림맹과 마교의 군사들, 지구로 따지면 미국의 CIA 국장, 구소련의 KGB 국장과 다름없는 사람들 아닌가!
그들이 알고 있는 강호 무림의 상세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위성 AI에 저장해 두면 상당한 도움이 될 터.
씨익, 웃으며 강제로 마뇌와 어깨동무를 하는 천마.
“왜, 왜 이러시오?”
“걱정 마라. 안 때린다. 지금 네놈 상대하는 것보다 더 큰일이 생겨서 말이다.”
“크, 큰일이라니 …그런데 팔이 왜 이리 딱딱하시오?”
“몰라도 된다. 어서 일이나 하자꾸나. 빨리 강호로 돌아가야지.”
“난 안 돌아갈 건데…….”
“과연 그럴까?”
퍼미셀카사와 그림워커는 급하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극히 제한적, 그 전에 목적을 다 이뤄야 한다.
마침 할 일도 없는 것 같고, 그래서 슬슬 운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시간이 남으니 …외, 외출해도 되겠나?”
“그러세요.”
“카, 카드…….”
“아!”
운호는 그에게 블랙 카드 한 장을 내어 주었다.
“블랙 카드군. 역시 블랙이라는 색깔은 품위가 있어. 나처럼! 그렇지 않나?”
“군더더기 없는 색깔이죠.”
“껄껄껄.”
퍼미셀카사도 안다. 블랙 카드의 가치를 말이다.
매일 매일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지구의 문화를 예습해 온 그였다.
아무나 블랙 카드를 가지고 다니나?
그림워커가 슬쩍 한 다리 걸쳐 왔다.
“…제 몫도 있습니까?”
“당연하지. 인간 마법사여, 이 카드 한 장이면 가능하지 않은 것이 없는 세상이라네. 폴리모프 확실하게 하고, 통역 반지 활성화시키고, 아공간 아티팩트도 챙기고, 잘 따라붙게. 여긴 에론이 아니야. 초짜 티 절대 내지 말게나. 쪽팔리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가지!”
비장한 표현으로 자택 밖을 나서는 대마법사와 드래곤.
릴리트는 마계로 보냈다.
현재 매우 혼란한 상태의 마계를 정리해 줄 리더도 필요하고, 노예로 끌려온 강호인들도 해방시켜 고향으로 데리고 갈 준비를 해야 하니.
운호도 바쁘긴 마찬가지.
글리제로 가서 만난 네르구이가 새로 만든 무기를 건넸다.
“변질 마나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생겨났는데, 이게 꽤 쓸 만해서요.”
“부산물이라면?”
“변질 마나가 결정화된 일종의 인조 결정석입니다. 뭐, 변질 결정석이라 불러도 되겠군요. 그걸로 구식 무기를 제작해 봤습니다.”
“이건… 권총?”
번쩍번쩍, 화려하게 제작된 커스텀 권총 10자루였다.
“변질 결정석으로 제작된 총탄을 발사합니다. 총알 유도 기능에 아공간 탄창이 적용되어 있고요. 모든 무형 에너지를 교란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나든, 오러든, 뭐든!”
“아공간 탄창이라면… 몇 발이죠?”
“권총 하나당 5천 발이 넘습니다.”
혹시라도 운호가 위험할까 안식처의 모든 기술력을 무기 개발에 쏟고 있는 글리제 사람들.
솔직히 이들이 없었다면 망령의 신을 상대하려 강호로 넘어가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밤에는 마뇌와 제갈명, 그리고 천마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글리제와 에론, 그리고 지구를 왕복하면서 부족한 것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어느덧 출발의 시간.
마계에 거대한 게이트가 열렸다.
강호 무림으로 통하는 차원 이동문이었다.
* * *
십만대산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마교의 본단.
현 마교 군사 감여태는 요즘 텅 비어 있는 교주전이 자신의 집무실이나 마찬가지다.
“교주도 없고, 스승님도 없고, 검마도 없고…….”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일인자네?”
그랬다.
물론 은퇴해서 뒷방 늙은이로 물러난 마교 장로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이야 세력 다툼에 이골이 난 터라 간섭은 생각도 하지 않을 테고.
“이참에 신교를…….”
자신이라고 교주가 되지 말란 법이 있나?
감여태는 교주만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의자를 손으로 쓸어 보며 고민했다.
그러다가.
“에이, 내 주제에 무슨.”
부릴 욕심을 부려야지.
신교 교주?
그거 먹었다가 배 터져 죽는다.
그때!
“잘 생각했다. 사람은 자고로 분수를 알아야지. 청출어람이라, 적어도 네 스승보다 낫구나.”
“…내가 언제 교주 자리를 욕심냈습니까? 애초에 여기 오기도 싫었습니다.”
감여태는 정말 깜짝 놀랐다.
지옥으로 넘어갔다던 교주가? 승천했다고 알려진 스승 마뇌도.
왜 둘이 같이…….
“교, 교주님, 스승님!”
“허이구! 등신아! 너도 담이 약해서 글러 먹었다. 기회가 왔다 싶으면 잡아야지.”
“그, 그러다가 뒈지면요?”
“아무튼 별일 없지?”
“…뭐, 평온합니다만.”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혈마 놈이 보통 음흉한가?
망령의 신을 강호로 데리고 왔지만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간을 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움직일 터.
“일단 사진이나 찍자.”
“네? 사진이라 굽쇼?”
“그래, 그냥 차렷 자세로 서 있어.”
감여태는 천마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교주가 시키니 그대로 해야지.
천마는 ID 워치를 작동해 감여태의 얼굴을 촬영했다.
찰칵!
-인물정보를 등록합니다.
-마교 군사 감여태.
“한 놈은 됐고, 모든 신교 교도들의 소집령을 발동하겠다.”
“저, 전체 소집령 말씀이십니까? 그럼 강호의 모든 지부에도……?”
“아니, 일단 본단의 인원들만.”
“알겠습니다.”
운호가 천마와 강호인들에게 주문한 일 중 하나.
피아를 구분하기 위한 강호인명록 작성.
주요 인사들의 이동 경로를 감시해서 혈교의 흉계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대충 정보를 업로드한 후 천마는 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신교는 조용하다.”
* * *
제갈명도 세가로 돌아가지 않고 무림맹으로 바로 갔다.
사라졌던 강호인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다는 소식이, 개방이 날린 전서구로 이미 강호 전체에 알려지고 있는 상황.
“오! 군사님! 군사님도 돌아오셨소이까?”
“험, 못 본 사이 신수가 훤해졌습니다. 해명 도장.”
“껄껄껄, 나눌 얘기가 많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지요. 일단 맹주를 뵈어야겠습니다.”
무림맹에서 제갈명의 위치는 상당히 높은 편.
맹주와 독대하는 군사였으니 거의 이인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그의 귀환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의 면면도 평범하지 않았다.
-인물 정보를 등록합니다.
-무림맹 충의전주 화산파 해명 도장.
-인물 정보를 등록합니다.
-무림맹 통이전주 개방 칠현개.
…….
-인물 정보를 등록합니다.
-무림맹주 남궁세가 검신 남궁천상.
* * *
속속들이 정보가 취합되고 있었다.
혈교는 절대 드러내어 활동하는 법이 없다. 놈들의 꼬리를 밝혀내려면 먼저 피아 구분부터.
여긴 신안(神眼)이 발동되지 않는 차원,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
강호 전역에 띄워 둔 AI 위성의 숫자만 모두 일곱 기. 미리 만들어 온 데이터와 실제 강호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다 상세한 자료를 작성하는 중이다.
주요 인물들의 인명록 작업이 완료되면 신안과 다를 바 없는 권능이 얻어질 터.
미리 약속했다. 강호에서 취합된 정보는 오로지 운호만이 열람하는 걸로 하고, 일이 완수된 후 직접 파괴하기로.
천마는 마교 쪽을, 제갈명은 무림맹과 정파, 그리고 독비구검 장표는 사파의 정보를 보내오고 있었다.
하지만 정보를 취합해야 할 단체가 하나 더 있다.
황궁.
무림 문파만큼 중요한 곳.
그곳으로 퍼미셀카사와 그림워커를 보냈다.
대놓고 활동할 수 없는 곳이니 은밀하게 마법을 이용하는 수밖에.
운호는 짬타, 메이린과 함께 제트 드론을 타고 혈교의 본단이 있었던 구홍산 만장애로 날아가는 중이다.
제갈명과 마뇌가 직접 작성한 지도와 AI 위성에서 촬영한 실제 땅의 모습을 병합해 만들어진 내비게이션 지도.
“여기군.”
“냥!”
구홍산 만장애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 이곳에서 혈교가 마교와 무림맹 연합에 쫓겨 멸문했다.
백제 멸망의 설화에서 삼천 궁녀들이 낙화암에서 떨어지듯 혈교 교인들이 스스로 몸을 던졌다고 알려진 곳.
“혈마도 여기서 죽었다고 알려졌지?”
“네, 강호 놈들이 준 정보에 기록된 장소가 맞사옵니다.”
8천여 명의 혈교 교인들이 만장애에서 죽었다. 혈마도 심장이 뽑힌 채 이 절벽으로 던져졌고.
“내려가 보자.”
쐐애애액!
절벽은 높고도 높았다.
그러나 제트 드론이면 금방이지.
그런데……?
“응? 여기가 맞아?”
희한하다. 무려 8천여 명이 여기서 죽었다는데 백골 하나 찾을 수 없다.
“여기 이 주변으로 인간의 시체나 백골이 있는지 찾아 줘.”
-구홍산 만장애 일대를 정밀 탐색합니다.
설사 땅 밑에 묻혀 있더라고 위성은 찾아낼 수 있을 터.
-탐색이 완료되었습니다. 인간의 시체는 전무(全無)합니다.
“어……?”
8천여 명이 떨어져 죽었다는데, 시체가 하나도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