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58
58화 위협은 짬타가 다 처리하니 안심하라구!
라디오 방송국은 적어도 앙트 시에서만큼은 성공을 거뒀다. 다음은 바리안 왕국의 수도인데, 그 역할은 카렌과 미오 론티아가 기꺼이 맡기로 했다.
카렌의 경우 음유 시인들에 밀려 미처 해 보지 못했던 라디오 DJ에 미련이 있었고, 미오는 조금 더 완성도 있는 드라마 제작에 욕심이 있었다.
그들에게 따로 챙겨 온 여분의 USB와 MP3 플레이어를 넘겨줬다.
잘할 것이다. 나름 노하우가 생겼으니 덕분에 운호는 마음 편하게 지구로 갈 수 있고.
‘보따리나 싸자.’
현재 앙트 시 운호의 저택 지하실엔 3만여 개가 넘는 고농도 결정석들이 쌓여 있었다.
골드리안 상단에서 결정석을 매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자 왕국의 모든 용병이 앙트 시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수도에서도 결정석 매입이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 들어간 돈만 해도 90만 골드, 1골드가 한국 돈으로 10만 원꼴이니 900억이 넘는다.
운호가 에론 대륙에서 벌고 있는 돈 거의 전부가 결정석 매입에 들어간 셈.
‘다 가지고 가야지. 다 팔리면 포인트 두 배로 버는데, 대충 아공간 팔찌에 집어넣고.’
[에론 결정석 10pt × 14,133] [에론 결정석 20pt × 9,027] [에론 결정석 30pt × 7,108]3만 개쯤 집어넣으니 아공간이 모자란다.
그래서 카렌에게 연락해 보급형 가방도 몇 개 더 챙겼다.
[아공간 가방 1,500pt × 4]차원 기여도 점수는 넉넉한 편이다.
사실 라디오 사업으로 쓴 포인트가 약 30만이 넘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의 대성공으로 투자한 포인트를 모두 회수했을뿐더러 10만 포인트 더 벌었다. 그래서 남은 것과 합치니 사용 가능한 관세는.
[현재 사용 가능 점수 579,270pt.]앞으로 더 들어올 것이다. 라디오 방송에서 하는 시도는 뭐든 에론 대륙 최초였으니까.
포인트 넉넉한 김에 지구로 가지고 갈 품목을 늘렸다. 계산에 빠르진 않지만 고민해서 포인트 맞췄다.
[오러 증폭 반지 87pt × 50] [상급 힐링 포션 100pt × 300]대영 길드를 더 키울 목적. 병원에서 일도 그렇고 앞으로 성가신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대영 길드가 강해지면 자신도 편할 것 같고.
[귀족 인장 반지 2,000pt.]귀족 인장 반지도 과감하게.
또 거지 됐다.
하지만 결정석만 다 팔려도 백만 점 이상 들어온다. 결정석 가격이 뚝뚝 떨어지든 말든 완판만 되면야, 뭐.
“자, 이제 가자.”
“냐앙!”
스팟!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게이트를 향해 돌진하는 짬타, 모르긴 몰라도 집에 돌아가고 싶었나 보다.
* * *
요즘 민기철 길드장과 대영 길드 간부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운호의 상봉동 저택으로 퇴근하는 것이 정해진 일과.
“또 안 계시네요. 별수 없지. 오늘도 밤까지 기다리다 집에 가자.”
“그러죠.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짜식이! 불쌍한 티 내지 마라.”
마탑에서 수거한 스킬북이 무려 93권이다. 처분에 대한 허락을 받아야 한다.
헌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스킬을 가진 헌터와 가지지 않은 헌터.
민기철도 정휘선 회장의 도움을 받아 근접 스킬을 배웠다. 가장 흔한 ‘강타’라는 스킬. 그래서 빠르게 레벨업했고 지금은 길드장이 되었다.
S등급이라도 전투 스킬이 없으면 찬밥 신세. 반면 A등급이라도 전투 스킬이 있으면 여러 길드에서 모셔간다고 난리고, 스킬 있는 A등급은 언젠가 반드시 S등급이 된다.
일부 스킬 중엔 스펠 가이드란 물건으로 시전 시간을 줄이고 위력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그런 스킬은 더 희귀하다. 경매에도 잘 나오지 않는 귀한 아이템.
그런데 정운호는 마탑 공략 한 번에 무려 93권의 스킬북을 뽑아냈다. 모두 다 스펠 가이드로 증폭시킬 수 있는 레어 스킬북, 그래 놓고 온다간다는 말없이 또 사라져 버렸다.
대영 길드가 획득한 것이 아니다.
주인은 정운호다.
배우든 팔든 그가 결정할 문제.
그런데 오늘따라 갑자기 안 보였던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양이 엄청나게 많다.
“저 통조림 박스는 뭐야?”
“글쎄요. 종류도 가지가지네.”
“운호 님은 통조림 입맛인가?”
던전홀 벽면 한쪽이 다 통조림 박스.
“희한하네. 저 정도 양이면 트럭 한 대 들어와도 어려울 텐데, 운반 작업 있었다는 말 들은 사람?”
“아뇨.”
“저도…….”
“그럼 저것들 언제 온 거야?”
“그, 글쎄요. 저희도 잘…….”
상봉동 개인 저택 경비는 대영 길드에서 맡고 있었다.
통조림을 싣고 트럭이 들어왔다면 당연히 보고가 들어왔을 테지만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민기철은 화가 났다.
“이 새끼들, 요즘 편하게 던전 공략하더니 정신 상태도 편해졌나? 상봉동 경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죄, 죄송합니다.”
“내가 니들 웃기지도 않은 농담 넙죽넙죽 받아 주니까, 사람 우스워 보여?”
“…아닙니다!”
“이 썅노무…….”
순간!
스윽.
“헉!”
“어?”
“아!”
“냥?”
상봉동 개인 던전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 나오는 운호와 짬타.
“어우야! 이 통조림 박스는 다 뭐야?”
“냥!”
“어? 민기철 길드장님이 계셨네요.”
“그, 그게…….”
얼빠진 모습의 민기철. 왜 저분이 던전에서 나오지?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그게 중요한가? 많이 기다렸다.
민기철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어서 기다렸습니다.”
“저런! 오래 기다리셨겠어요. 마침 잘됐네요. 저도 민길드장님 볼일이 있었는데.”
당연히 스킬북 이야기일 터. 93권이나 되는 스킬북을 그냥 넘길 리 없지.
다행이다. 마음대로 처분했으면 어쩔 뻔했나!
“마탑 공략에서 얻은 전리품은 그대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여기…….”
민기철은 들고 온 가방에서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꺼내 운호에게 보였다.
자질구레, 운호 눈엔 그렇단 말이다.
“뭐가 꽤 많네요.”
민기철이 흐뭇하게 웃었다.
“아직 처분하지 않았습니다, 스킬북 93권도요. 그건 길드 금고에 고스란히 모셔 두었습니다.”
93권? 보스 몹이 드랍한 건 몇 권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나 많아요?”
“네, 한쪽 구석에 쌓여 있던 것 모조리 수거했습니다.”
“아!”
이제야 알았다. 자신이 책장에서 아무렇게나 빼낸 마법서들, 그것이 던전 아이템으로 변했나 보다.
깜박 잊었다. 자신의 능력을.
“그걸 왜 아직까지? 그냥 빨리 배워 버리시지.”
“네?”
민기철은 당황했다. 길드원들도 그랬다.
빨리 배워 버리라고? 잘못 들었나?
“그 귀, 귀한 걸 어떻게 제 마음대로…….”
“괜찮아요. 길드원들에게 나눠 주세요. 길드장님도 몇 권 챙기시고.”
“힉?”
“아아!”
“…배, 배워요?”
운호도 안다. 스킬북이 헌터들에게 얼마나 귀한 물건인지. 자신도 헌터였으니까.
하지만 자신에겐 쓸모없는 허접한 물건들, 저걸로 대영 헌터들이 강해지면 그게 더 편하다.
“오늘 가셔서 싹 다 배우시고.”
운호는 아공간에서 오러 증폭 반지와 힐링 포션도 꺼냈다.
“길드원들에게 이 반지와 물약도 나눠 주세요. 오러 증폭 반지라고, 마나량을 조금 늘려 줄 겁니다. 한 30%? 물약은 던전에서 부상당했을 때 사용하면 되고요.”
“……!”
처음엔 별 반응 없었다. 원래 사람들이 그렇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말이다.
그러다가.
“헙!”
“…네?”
“으아…….”
운호는 아공간 가방도 하나 꺼냈다.
“다 들고 가려면 양이 좀 많네요. 이거 드릴게요. 사용하시면 무척 편할 겁니다.”
“…가, 가방?”
“이렇게 사용하는 겁니다. 먼저 손가락에 피를 조금 내시고.”
“앗! 따거.”
“그리고 요 보석에 피를 묻히는 거죠. 그리고 물건들을 만지고 생각해 보세요. 집어넣겠다고.”
얼떨떨하다. 그래도 운호가 시키는 대로 해 보았다.
그러자.
스슥
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반지와 물약들.
“와!”
민기철은 여전히 멍청한 얼굴이었다. 지금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다른 길드원들도 다를 바 없었다.
운호는 만족했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 전해 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시간이 절약됐다.
그럼 이제 좀 쉬자.
‘돼지와 같이 침대에서 뒹굴뒹굴해 볼까나?’
휴식과 여가는 매우 중요하다. 잘 쉬어야 다음 일도 잘된다.
* * *
운호가 상봉동 개인 던전에서 나타난 지 이틀 후 일본 헌터들이 한국에 도착했다.
헌터들이 신분을 숨기고 타국에 입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입출국 시스템이 발달된 선진국이라면 말이다.
결국 밀항밖에는 없다.
한국과 일본은 지척. 특히 대마도에서 거제도까지의 거리는 본국과의 거리보다 더 가깝다. 헤엄쳐서 가도 된다. 물론 일반인은 안 되지.
달이 구름에 가린 캄캄한 밤.
자위대 특수 부대 S급 헌터 혼다 마츠리는 부대원 다섯 명을 이끌고 대마도에서 어선을 타고 최대한 영해까지 갔다.
그리고 난 후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거제도에 도착해도 여전히 어두운 밤, 미리 약속된 접선자도 만나 활동 자금을 받고 서울로 가 다른 관광객 이름으로 예약해 둔 호텔에서 짐을 풀었다.
작전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혼다와 자위대 특수 부대원들은 자정을 지나서야 호텔 밖을 나섰다.
혼다는 차 안에서 일본 대사관 직원과 대포폰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목표물 소재 파악은?”
-공교롭게도 어저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 달 만입니다. 현재 상봉동 저택에 머무는 중입니다.
“운이 좋군.”
속전속결이다.
빠르게 제압해서 거제도로 가 배에 태운다. 이미 탈출 루트도 다 짜뒀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한 일행들.
혼다와 부대원들은 목표물이 있는 상봉동 저택 멀리 차를 세우고 도보로 접근했다.
“현 상황은?”
“경비는 모두 네 명, 외부 경비만 처리하면 됩니다. 내부엔 정운호 한 놈뿐입니다.”
“등급은… 아! 아니야. 어차피 등급이 무슨 소용이 있어. 이거 한 방이면 다 끝나는데.”
혼다와 부대원 5명은 가방에서 소음기가 달린 저격소총을 꺼내 대헌터용 마비탄을 장전했다. 마비탄에 당하면 꼼짝도 못한다. 신음 소리도 못 낸다.
비싼 마나 EMP 총알을 경비 따위에게 낭비할 수 없지.
“정확하게 맞춰! 빗나가면 내가 백업한다.”
철컥, 철컥.
“자, 조준하고 셋을 세자 마자 발사야. …하나, 둘, 셋!”
핏! 핏! 핏! 핏!
퍽! 퍽! 퍽! 퍽!
“모두 명중했습니다.”
“돌입!”
두두두두.
발 빠르게 상봉동 저택 철문을 향해 이동하는 혼다와 부대원들, 그들을 제지할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쓰러진 채 눈만 부릅뜬 한국의 헌터들.
그런데!
덥석!
쓰러진 한국 헌터 한 명이 철문에 도착한 혼다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한국 헌터의 손.
혼다는 피식 웃었다.
“꽤 견디네? A급 이상 같은데…….”
“어떡할까요?”
“뭘 고민해. 죽여!”
대영 길드 A등급 헌터 장대연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꽉 깨물었다. 살짝 정신이 돌아온다.
“으으으으.”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경비, 오늘 임무를 맡은 대영 길드 팀장 장대연.
마비탄이다. 맞는 순간 알았다.
한국에서 감히 대영 길드에 마취탄을 사용할 세력이 있나? 없다. 한국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뻔하지.
가까스로 비상용 단추는 눌렀다. 이제 곧 길드 본부에서 헌터들이 들이닥칠 터, 그때까지만 시간을 끌자.
괴한 중에 한 놈이 시퍼런 단검을 꺼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두렵지 않다. 죽어도 상관없다. 헌터가 되면서 죽음은 늘 각오해 왔던 것.
오히려 임무에 실패하고 꼴사납게 살아남는 것이 더 무섭다.
“이, 이익, 개, 개새…….”
바로 그때!
휘익!
툭!
희끗한 물체가 옥상에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깜짝이야!”
“이건 뭐야? …아! 고양이? 근데 머리에 저게 뭐야? 머리띠 했나?”
“신경 쓰지 마. 빨리 처리하고 목표물 확보해!”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단검을 들고 장대연의 목에 찔러 넣으려는 찰나.
“어? 대장님, 이 새끼 웃는데요?”
“크크, 죽을 때가 되니 정신이 나갔나? 빨리 죽여.”
“네!”
하지만 장대연은 좋아서 미칠 지경. 고양이가 왔다. 운호 님의 고양이가 나타났다.
한 달 전쯤 대영 병원에서 정휘선 회장 곁에 누가 있었나?
바로 자신이다. 그래서 안다.
저 짬타이거라는 고양이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너흰 이제 다 죽었어.’
장대연은 크게 소리 내어 웃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캭!”
짬타가 꼬리를 바짝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