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83
83화 강철 정령의 둥지 (2)
운호는 그림워커와의 만남 후 곧바로 딮월드로 갔다. 강철 정령의 둥지로 떠나기 전 마무리 지을 일이 있다.
[에론 대륙 최초로 가정용 기계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차원 기여도 점수 7,895pt을 획득하셨습니다.]‘벌써 시작됐구나.’
서둘러야 한다.
딮월드에 야마다 놈을 남겨 두고 오긴 했지만 그에겐 결정권이 없다. 야마다에게 주어진 일은 문명의 이기(利器)를 소개해 주고 작동 방법을 시연해 주는 것.
결국 운호가 가서 사업에 대한 방향과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방적기, 방직기, 그리고 재봉틀이 주는 파급력은 단순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웰루안 상단 소속의 상인들과 리들쓰론에서 재봉 일을 하며 먹고사는 장인들이 드워프들의 지하 도시 딮월드에 모였다.
투두두둑! 드드드드드득!
눈조차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바늘, 경쾌한 박음질 소리.
“…어머?”
“재봉이 저절로?”
“뭐야? 딱따구리?”
“어, 어쩜…….”
이삼일은 넉넉히 잡아야 한 벌 만들 수 있는 옷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완성이 됐다.
그나마 야마다의 숙련도가 낮아서 몇 시간이지 진짜 재봉 노동자였다면 1시간도 걸리지 않았을 것.
“마, 맙소사! 무슨 바느질을 저렇게 빨리?”
“…이제까지 내가 해 온 것이 뭐였지?”
“하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포목점 주인, 직물 직조공과 재봉사들. 그들이 이 기계를 보고 처음 느낀 건 신기함이라기보다는 공포, 즉 생존에 대한 위협이었다.
‘우린 굶어 죽을 거야!’
‘저 기계는 안 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저 물건들은 그간 신탁자가 가지고 온 여타의 던전 아이템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물건이다.
스쿠터? 신기하긴 하지만 자신들과 별다른 관계는 없다. 그래서 도로나 철도 계획에 대한 소문이 솔솔 흘러나와도 먼 나라 이야기였다. 도자기나 만년필, 종이, 병조림도 그렇다.
수동으로 실을 뽑아 틀 작업으로 옷감을 직조했던 것이 이제까지의 방식, 노동력도 많이 들고 생산량도 적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기술만 충분하다면 먹고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방직기와 방적기를 보라. 먹고사는 것이 파탄 날 수 있다. 그리고 재봉틀은 그 공포에 방점을 찍었다. 품질은 모르지만 가격 경쟁력이 상대가 안 될 터.
운호도 안다.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겠지.’
지구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었다.
기록된 역사에서 재봉사들은 자신들의 생계가 위기에 처하자 재봉틀 공장에 불을 지르고 집단적인 폭동을 일으켰다.
옷가게 주인들은 이 기계가 의복값을 떨어뜨리고 결국 상점을 망하게 할 것이라며 갱단을 시켜 조직적으로 재봉틀을 파괴하고 공장주들을 협박했다.
지구에서 일어났던 일이 에론 대륙에서 벌어지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어차피 과도기를 겪어야 한다. 꽤 아픈 홍역을 치러야 할 터, 그러나 운호는 그 갈등을 최소화시킬 생각이다. 적어도 리들쓰론에서 만큼은.
지금도 새파랗게 질린 현업 종사자들의 표정이 보인다.
이 기계가 생산되어 가정집으로 번지게 되면 일거리는 사라지기 때문에.
“이 기계는 안 됩니다.”
“우릴 협박하려고 이 기계를 구경시켜 준 거요?”
“굶어 죽으라고?”
“이왕 죽을 거 여기서 죽어 버리지.”
“까짓것, 그럽시다.”
그들이 나서서 반발하려던 순간!
운호가 나섰다.
“이 기계들은!”
멈칫.
소리를 지르다 말고 운호를 쳐다보는 사람들.
신탁자다.
그리고 동시에 백작이라는 작위를 가진 귀족. 로산트 제국인이 아니더라도 귀족이 나서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개인적 용도로 사람들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판매용이 아니라고? 그럼 왜…….
“호, 혹시 특정 사람에게만 팔겠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아니다.”
“그럼 왜 이 기계들을 우리에게 보여 준 것이온지……?”
“난 이 리들쓰론에 대형 섬유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이 기계는 오직 섬유 공장 안에서만 가동될 것이고.”
섬유 공장? 그건 뭐지?
“그래서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너희들을 고용하겠다.”
“고, 고용?”
직조공과 재봉사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보수는요?”
“우린 기능공들인데…….”
“설마 싼값에 후려치는 생각이신지?”
운호가 종이 한 장을 꺼내 그들 앞에 내밀었다.
에론 대륙 공용어로 근로 계약서라는 이름이 적힌 것.
“그, 근로 계약서?”
“그렇다. 근로 계약서다. 내 친히 읽어 주겠다. 한 달에 15골드!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전에 퇴근, 야근 수당 지급, 주 5일 근무, 점심 식사 제공, 특별 상여금 지급…….”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충격받은 직조공과 재봉사들, 점점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하긴, 그들이 아무리 기술자라고 해도 한 달에 10골드 벌기 어렵다.
그런데.
‘이거 다 정말일까?’
‘미, 믿을 수가 있어야지.’
‘너무 조건이 좋잖아!’
사기 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신탁자도 어쩔 수 없는 귀족. 솔직히 귀족들은 얼마나 교활하고 탐욕적인가? 지금도 듣기 좋은 말로 자신들을 유혹해 단물 쏙 빼먹고 버리려는 것이 틀림없다.
‘속아 넘어가면 안 돼.’
‘무슨 흉계를 꾸미는 거지?’
‘우릴 고용해서 저 기계로 우리 일거리를 빼앗아 버리고 쫓아 버릴 거야.’
그러자 웰루안 상단의 상단주 데이브 웰루안이 나섰다.
“우노 드 어쓰 백작님의 약속은 본인이 보증하겠소. 웰루안 상단의 이름을 걸고!”
“아…….”
“저, 정말입니까?”
“그, 그럼.”
기술자들의 표정이 누그러들었다. 이제야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
운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귀족의 말보다 상인들의 약속이 더 잘 먹혀들어간다.
뭐, 상관있나? 어찌 되었던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거지.
[에론 대륙에 섬유 공업의 토대를 건설했습니다.] [차원 기여도 점수 15,478pt을 획득하셨습니다.] [노동자들과 현대적 근로 계약에 대한 기초를 마련하셨습니다.] [차원 기여도 점수 50,000pt을 획득하셨습니다.]‘쯧, 얼마 안 되네.’
그래도 점수를 준다는 게 어디야.
반면 상단주 데이브 웰루안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대형 사업이다.
의류와 섬유, 생필품. 그것도 황실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사업, 망하려야 망할 수도 없다.
제국 최고, 아니 대륙 최고의 상단이 될 수 있는 기회.
어찌 좋지 아니한가? 그러나 걱정도 앞선다.
‘곧 견제가 들어올 텐데…….’
제국 최고의 권력이 황궁이라고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사실 알려진 사실과는 다른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이미 오거 어깨에 올라탄 것을.
* * *
고귀하신 광휘의 뜻을 받든 하이 엘프 메루갈은 모든 정보를 다 취합한 후 즉시 행동에 나섰다. 인간들이 강철 정령의 둥지라고 부르는 던전.
그곳을 지키는 기사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
휘리릿!
정령의 자식들, 용의 가디언, 태어나면서부터 마나의 은총을 받아 굳이 인위적으로 마법을 배우지 않아도 자연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숲의 자식들.
메루갈은 바람처럼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강철 정령?’
멍청한 인간들이다. 하긴, 100년도 살지 못하고 뒈지는 주제에 진짜 정령의 모습을 본 적은 있나?
투타타타타타.
‘저런 쇳덩어리 쓰레기를 정령이라 부르다니.’
보스가 존재하는 특수 던전, 이 던전을 어떤 방식으로 공략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어리석은 놈들.’
냄새나는 인간들은 던전이 뭔지도 모른다. 어떤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광휘께선 모든 걸 알고 계신다. 간단하게 특수 던전들을 쉽게 공략하는 방법까지도 말이다.
어디나 그렇듯 지름길은 있기 마련, 메루갈은 이 던전의 지름길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광휘께서 전하신 능력, 그분께선 이렇게 말씀하셨다.
버그 플레이.
* * *
운호는 그림워커와 약속한 강철 정령의 둥지로 들어왔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든든한 짬타와 함께 왔다.
“오!”
“냥!”
강철 정령의 둥지는 익숙한 배경. 숲이다. 숲은 숲인데 빌딩 숲.
“배경이 도시네.”
폐허가 된 도시였다. 직사각형의 고층 빌딩들만이 솟아 있는 도시. 도로와 건물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건물 안에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처음부터 입주 자체가 안 된 공실들. 심지어 언데드들도 없다.
“든든한 돼지야, 정말 삭막하지?”
“냐앙, 냥.”
짬타도 그런가 보다. 뭐가 맘에 들지 않는지 운호의 어깨 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놈이 보통 무겁나?
든든하다는 말은 취소고 그냥 뚱뚱한 놈이지.
그건 그렇고 여기서 나르는 강철 정령이 나타난다니.
바로 그 순간!
“냥?”
투타타타타타!
매우 익숙한 물건이 고층 빌딩 숲 사이를 유유히 비행하고 있었다.
“…MD 500?”
일명 사단장 헬기, 병사들은 똥파리라 부르는 헬리콥터, 1970년대에 처음 취역해서 아직까지 현역에서 뛰고 있었다.
웃기는 건 헬기에도 이름표가 달려 있다는 것. 그것도 보통 언데드 이름표가 아니라 아이템 식별 이름표였다.
.
언데드 도 있다.
“언데드가 어디 갔나 했더니 저기 있었네.”
“캬악!”
아무튼 아이템 식별 이름표라면?
“저것도 아이템화 할 수 있다는 뜻인가?”
아이템화가 된다. 그래서 헬기가 던전 밖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그림워커가 탐낸 이유를 알겠다. 나르는 물건. 게다가 무장까지 했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득템할 수 있을까? 언데드처럼 제거하면 특별한 아이템이 떨어지기라도 하나? 이를테면 소환 마법서 같은 거 말이다. 돼지처럼 펫의 형태로 데리고 다닐 수 있을까?
그때!
투투투투투.
갑자기 정지 비행을 하며 대가리를 운호 쪽으로 돌리는 헬기.
젠장! 발각되었나 보다.
“돼지야, 조심해!”
“냥!”
콰콰콰콰쾅! 콰콰쾅! 쾅!
헬기에 달린 체인 건이 운호에게 불을 뿜었다.
“불링크! 블링크! 블링…….”
팟! 팟! 팟!
확실히 이동 거리가 너무 짧다. 겨우 건물 뒤편으로 숨어든 운호, 그런데…….
“돼지야!!”
짬타는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운호의 반대쪽으로 달려가더니.
도도도도도도!
번개 같은 발놀림으로 고층 빌딩 외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헬기의 주의를 끌었다.
“냐아아아앙!!”
콰콰콰콰쾅!
팍팍팍팍팍!
체인 건 탄환이 빌딩 외벽을 부숴 버렸다. 그러나 용케 몸을 피하며 지그재그로 내달리는 짬타.
‘저 새끼가 시키지도 않은 짓을!’
운호는 서둘러 아공간에서 지대공 미사일 발사기를 꺼냈다.
‘득템은 무슨.’
그냥 부숴 버리고 간다.
이따위 물건 가져갈 생각도 없다. 솔직히 가지고 나갈 방법도 없고. 지금은 짬타가 잘 피하고 있지만 저 무식한 총알 한 발이라도 맞으면…….
프슝!
츠리리리릿!
미사일이 날아올랐다.
정지 비행을 하고 있는 헬기는 그냥 밥이다.
콰앙!
공중에서 터져 나가는 MD 500.
파편도 하나 없다.
‘쯧쯧, 역시…….’
원래 저렇게 터져 버리면 아이템이고 결정석이고 하나도 안 나온다. 지구 헌터들이 던전 안에서 오로지 총기만 가져가는 이유가 바로 저기에 있다.
도도도도도도.
휘릿!
턱.
“냥!”
어느새 운호의 어깨에 다시 올라와 의기냥냥(?)한 표정으로 칭찬을 바라는 짬타.
“너 지금 잘했다는 거야?”
“…냐앙?”
“너 군바리 고양이잖아. 내가 지시도 안 했는데 단독행동을 해?”
“냥.”
“대가리 박을래?”
“…끼잉.”
순간!
우우우우웅.
던전을 몰아치는 마나의 기운.
저 멀리서 스산한 기운이 운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심상치 않다.
뭐지?
그리고 보이는 네 대의 공격 헬기.
.
공격 헬기 코브라 편대였다.
“어…….”
“냥?”
“튀어!”
“냥!”
[트윙클의 체술 신속 질주를 발동합니다.]“실드!”
슈슈슈슛!
토우 미사일 4기가 운호를 향해 한꺼번에 날아왔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냐아아아아앙!”
콰콰쾅! 쾅! 쾅! 쾅!
“어억!”
분명 폭발 반경을 벗어났는데도 실드가 종잇조각처럼 찢어졌다.
“블링크! 씨발, 블링크…….”
정신없이 블링크만 외쳤다.
파바바박! 팍 팍!
쾅! 쾅! 쾅!
개틀링 기관포에 로켓에 미사일에 한 대만 해도 화력이 어마어마한데 네 대씩이나?
정신없이 가다 보니 코브라 편대가 추적을 멈추고 선회했다.
이곳이 안전지대 같다.
“와!”
“헥헥, 냥!”
안 되겠다. 포기할까.
‘약속까지 했는데…….’
약이나 빨아 보자. 최상급 마나 축복의 비약에 마나 집적 스크롤, 그래서 클래스가 올라갈지 확신은 없지만… 안 되면 포인트 써 버리지.
‘최소한 실드는 더 튼튼해지겠지. 블링크 이동 거리도 길어지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