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15화
어쩐지 엄청난 시선을 느낀 것 같은 에단이 고개를 들어 클로드와 사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색하게 눈을 피하는 클로드와 그런 클로드를 보며 실실 웃는 사라는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이상하군. 어색해서 그런가…….’
분명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시선을 느꼈던 에단은 고개를 갸웃했다.
다시 한번 클로드를 바라보았지만 아이는 그와 마찬가지로 처음 있는 오붓한 식사 자리가 어색한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사라 또한 그는 안중에도 없는지 클로드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에단은 너무 어색한 탓이라 여기며 다시 식기를 집어 들었다.
그와 동시에 클로드와 사라의 집요한 시선이 다시금 그에게로 향했다.
빵일까, 스튜일까, 샐러드일까.
공작의 손길이 어디에 먼저 닿느냐에 따라 내기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
클로드는 언제 긴장했냐는 듯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데 성공한 뒤라서 그런지 이번에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아이의 눈이 다부지게 빛났다.
“아!”
그때 클로드에게서 안타까운 탄성이 튀어나왔다.
한껏 기대했던 모습이 안타깝게도 공작은 사라가 골랐던 샐러드를 가장 먼저 먹기 시작했던 것이다.
“후후.”
클로드의 등 뒤에서 사라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클로드는 갑자기 샐러드가 꼴도 보기 싫어져 빵을 집어 들었다.
이게 지금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아버지께 칭찬……, 받고 싶었는데.’
기대한 만큼 실망감도 더 컸다.
유모인 사라보다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라도 맞히는 아버지의 식성을 그가 맞히지 못했다는 게 못내 슬퍼졌다.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아마 아버지도 나를 모르겠지.
클로드는 힐긋 제 앞에서 우아하게 식기를 놀리며 식사를 하고 있는 공작을 바라보았다.
공작은 맨 처음 클로드가 아침 인사를 건넸을 때 말고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역시 아버지는 나를 싫어해.’
들떴던 기분이 단숨에 푹 가라앉았다.
클로드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없이 손을 뻗었다.
그때 클로드의 팔꿈치가 식기 옆에 놓인 유리컵을 툭 쳐 버렸다.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식탁 아래로 떨어진 유리컵이 산산조각이 나 깨져 버렸다.
“……!”
적막하던 식사 자리에 지나치게 큰 소음이었다.
클로드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공작과 눈이 마주치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아버지와 처음 단둘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큰 실수를 저질러 버린 탓이었다. 클로드의 얼굴은 점점 창백하게 질려 갔다.
‘저런.’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사라는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사라가 가볍게 눈짓하자 사용인들은 재빨리 클로드가 깬 유리잔을 치우고 새로운 유리컵에 물을 따라 주었다.
그럼에도 클로드는 딱딱하게 굳어 버린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에단은 혹시 다친 데가 있을까 봐 차분히 아이를 살펴보았지만, 클로드의 눈에는 그 모습이 그저 자신을 질책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사라는 결국 클로드 옆에 있던 의자를 빼고 털썩 앉아 버렸다.
“……밀런 소백작?”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식사는 필요 없다며 거부했던 그녀가 의자에 앉자 에단이 의아하다는 듯 사라를 불렀다.
예상치 못한 실수에 굳어 있던 클로드 또한 삐걱이는 고개를 돌려 사라를 바라보았다.
“유모?”
“저도 식사를 좀 해 볼까 해서요.”
사라는 태연하게 웃으며 두 부자를 바라보았다.
두 남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니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사라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한번 웃어 보인 뒤 공작을 향해 양해를 구했다.
“제가 식사를 해도 괜찮겠지요?”
“아, 물론입니다. 시녀장…….”
에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녀장에게 사라의 식사를 부탁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사라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시녀장이 그녀 몫의 식사를 내어 왔기 때문이었다.
“뭐, 따로 부탁할 것이 없어 보이는군요.”
그 외에도 혹여 그녀가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시녀장은 트레이에 가득 음식들을 가져다 놓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
방금 에단과 클로드, 두 부자만 식사하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정성이었다.
에단은 그와 눈을 마주치자 시녀장의 얼굴에 민망한 웃음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잃어버린 표정을 찾아 준 은인에게 뭔들 못 해 줄까 싶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간단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앞에 놓이자 사라는 식기를 들어 올렸다.
클로드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그녀를 따라 식기를 들었다.
‘그렇게 싫다 하더니. 곧잘 따르는군.’
에단은 야금야금 사라의 행동을 따라 하며 식사를 하는 클로드를 집요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사라와의 첫 만남 때 클로드가 격렬하게 거부했다는 보고를 받았던 그였다.
그런데 막상 사라를 마주하고 난 뒤의 클로드는 생각보다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눈치였다.
“음, 식사가 아주 훌륭하네요. 앞으로 매일 이렇게 먹고 싶어지겠는걸요?”
그때 클로드가 조용히 그녀가 이전에 했던 말의 오류를 지적했다.
“아랫사람이랑 같이 식사하는 건 예법에 어긋난다며, 유모.”
“그 어긋나는 예법, 제가 한번 해 보죠, 뭐.”
“…….”
너무나 당당한 그녀의 선언에 클로드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예법이란 본래,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의 행동 방식이 모이고 쌓여 그것이 규칙이 되었을 때, 예법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거지요.”
“그거야 그렇지요.”
에단은 조용히 맞장구를 쳐 줬다.
사라는 감사하다는 듯 공작에게 웃어 보이곤 다시 클로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암브로시아에선 유모가 함께 식사를 하며 식사 예법에 대한 모범을 보이는 행동을 반복해 그것이 규칙이 된다면, 그것이 곧 암브로시아 공작가의 아침 식사 예법이 되지 않겠어요?”
“그런가?”
“그렇다고 제가 점심 저녁, 그리고 야식까지 이렇게 함께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요.”
굉장히 그럴싸한 말에 클로드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마법사들은 원래 그렇게 소백작처럼 말솜씨가 매끄럽습니까?”
에단의 물음에 사라는 별 오해를 다 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 고리타분한 인간들은 대부분 산 입에 거미줄을 친 자들이에요.”
“저런, 말을 잘 안 하고 사나 보군요.”
“그럼요. 마법사의 탑에는 실험에 실패한 연구실에서 들리는 폭발음 빼고는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답니다.”
마법사의 탑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공작의 두 눈이 기이한 빛으로 반짝였다.
그는 관심이 없는 척, 유리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사라의 표정을 살폈다.
마침 사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클로드에게 웃으며 무어라 속삭이고 있었다.
자신의 비프스튜 접시에 있는 고기를 클로드의 접시로 덜어 주는 사라를 보며 공작은 나른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거참 들어 보고 싶어지는군요.”
“공작님 취향이 참……, 독특하시네요. 원하신다면 지금 여기서도 들려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소중한 저택의 방문을 다시 한번 날려 버릴 순 없으니까요.”
“어머나.”
클로드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사라가 건네준 고기를 꼭꼭 씹어 먹었다.
방금 사라가 고기를 건네주며 잘 먹어야 아버지처럼 키가 클 수 있다고 속삭였다.
‘유모는 아버지가 무섭지도 않은가.’
사라는 공작에게 웃으며 농담이 섞인 말을 던지고 있었고, 클로드는 그 광경이 신기했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의 목소리를 이렇게 오랫동안 들어 본 것도 처음인 것 같았다.
어쩐지, 유모와 함께 있으면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열심히 고기를 건져 먹던 클로드의 수저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접시에 부딪혔다.
벌써 사라가 건네준 고기까지 전부 먹은 것이다.
“아.”
그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클로드의 접시에 커다란 고기 한 덩이가 올려졌다.
사라가 또 덜어 준 것인가 해서 고개를 드니, 다른 누구도 아닌 에단이 제 접시에 있는 고기를 클로드의 접시에 덜어 주고 있었다.
“밀런 소백작님께 감히 문 값을 청구하진 않을 테니 안심하십시오.”
그는 클로드 쪽은 바라보지 않은 채 사라와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클로드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접시 위에 놓인 고기를 쉬이 먹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론가 가져가 꼭꼭 숨겨 두고 싶은 기분.
여태 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필요한 것은 전부 사 주셨지만, 겨우 작게 썰린 한입 크기의 고기 몇 덩이가 세상 그 어떠한 것보다도 더 값져 보였다.
“호의를 감사하게 받도록 하지요.”
사라는 아닌 척 공작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절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공작은 무의식적으로 클로드에게 고기를 덜어 준 그녀의 행동을 따라 한 것일 테다.
그러나 적어도 사라는 식사 내내 클로드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공작이 실은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공작의 마음속엔 클로드가 있는 게 분명해.’
사실 클로드는 공작의 친아들이 아니니 정이 없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공작은 사라의 예상보다 조금 더 클로드를 아끼는 것 같았다.
본인 스스로 아직 깨닫지 못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