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47)
제147화
147화. 비기는 일류지만 검술은 삼류예요오옷!(8)
푸딩에 박힌 나이프가 파르르 떨렸다.
난데없이 등장한 나이프. 모두의 시선이 주방 쪽으로 향하자, 스칼렛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설거지를 하다 실수했지 뭡니까.”
“조심하게. 하마터면 다칠 뻔했지 않은가.”
스칼렛이 죄송하다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로델린을 비롯한 일행들은 너그럽게 그의 사과를 받아 주었다.
단순한 실수일 거라고 생각 중이니, 당연한 결과다. 나도 애써 모른 척하며 그의 사과를 받아 주었다.
‘애초에 나를 노리는 게 아닐 수도 있잖아?’
그렇다. 다른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
로델린은 명문가의 후손, 루나는 레스터 가문 최후의 생존자, 레제는 사냥하기 딱 좋은 사냥감(?).
누구의 목숨이 노려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죄송합니다요.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허리를 숙인 스칼렛이 푸딩에 박힌 나이프를 다소 거칠게 뽑아 들었다.
동시에 내 쪽으로 흉흉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로델린의 시야에서는 그의 뒤통수만 보이는 상태.
‘응, 그렇구나. 표적은 나구나?’
애써 아닐 거라고 부정해 봤지만, 스칼렛의 목표물은 내가 확실한 듯했다.
‘뭐, 애초에 우릴 이곳으로 보낸 게 카론이니까.’
하지만 앞으로 이런 공격은 힘들 거다.
로델린의 눈치가 워낙 비상하기 때문이다.
또다시 나이프를 날렸다간 로델린의 의심을 살 터.
여유롭게 코스 요리를 즐기면 될 거다.
“음, 애피타이저가 이 정도로 높은 퀄리티라니. 전채 요리가 기대되네.”
“루나 양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네. 작은 술집에서도 이 정도로 높은 경지의 음식을 조리하다니. 역시 제국이야. 인재가 참 많단 말이지.”
계속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다.
“첫 번째 전채 요리입니다. 와인에 사흘간 숙성시킨 양고기를 비법 소스에 버무렸습니다. 아주 부드러울 겁니다.”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때깔과 향, 플레이팅까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퀄리티였다.
“음음! 이거 엄청 부드러운데? 살살 녹아!”
“입 안에 와인의 잔향이 남다니. 놀랍군.”
“마, 맛있어요오……!”
내 생각도 그들과 같았다.
‘오옷!? 미미(美味)!’라는 단어와 소리가 내 주변을 돌아다니는 느낌.
다시 먹어 봐도 놀라운 맛이었다.
이상한 점이라면 이번에도 레제의 앞에 놓인 고기의 향이 더 진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불만은 없었다. 내 앞에 놓인 것도 충분히 맛있었기 때문이다.
“제로 군에게 감사해야겠군. 이런 레스토랑을 알려 주다니.”
“후후, 아까는 범죄자의 소굴이 분명하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흠흠! 아직 의심을 완전히 거둔 건 아니야. 아주 조금 의심이 풀렸을 뿐이지.”
“배, 배불러요오…….”
대화를 나누던 중 들려온 레제의 도움 요청.
모두가 레제의 고기를 조금씩 나눠 가져왔다.
내가 먹었던 것보다 훨씬 진하게 느껴지는 와인 향.
침을 꼴깍 삼킨 뒤, 포크를 가져다 대려던 때였다.
주방에 있던 스칼렛이 검지로 창문 밖을 가리키며 외쳤다.
“앗! 제국의 밝은 미래를 형상화하는 불사조가!”
“뭣!? 어디? 어디 있단 말인가?”
로델린이 벌떡 일어나 창문으로 향했고, 나는 재빨리 손을 빼냈다.
팅팅팅!
스칼렛이 던진 세 개의 나이프가 접시 위를 스쳐 지나가며 내 양고기를 도륙 냈다.
내 손이 저기 있었다고 생각하면 참 끔찍하다.
“이런…… 지나가던 참새군요. 잘못 본 모양입니다.”
“아쉽군. 제국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로델린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도륙 난 양고기 한 점을 입 안에 넣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미래에 만물상이라 불리는 자라는 건가.’
방법은 허접하지만, 단기간에 우리를 파악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개개인의 특징을 알아낸 거다.
현재 스칼렛에게 있어 가장 방해되는 존재는 다름 아닌 로델린.
‘눈치가 빠르고 반응도 좋으니까.’
스칼렛이 던지는 암기를 알아차리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그래서 스칼렛이 ‘제국’을 들먹인 거다.
로델린이 제국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아이라는 걸 알아차린 거다.
응? 루나랑 레제가 있지 않냐고?
……내 말이 그 말이다.
슬쩍 레제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덜덜덜덜덜-.
공격을 감지한 탓일까. 레제는 오들오들 떠는 중이었다.
당장이라도 상자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눈치다.
나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자기 자신을 지키기 바쁘니 패스.
루나는 뭐하냐고? 우리 루나는 당연히.
“아~ 맛있네. 다음 요리 언제 나오나?”
……음식에 혼이 나간 상태였다.
아쉬움에 접시에 코를 박고 혀로 싹싹 핥는 중이라 공격받는 중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돼지 같은 년. 지금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개고생을 하는데!
“앗! 제국의 찬란한 미래를 상징하는 반짝이는 별빛이!”
“뭣!?”
팅팅팅!
“아니었군요.”
“아쉽군.”
“앗! 저건 제국의……!”
“어디? 어디인가?”
그 뒤로도 몇 번의 공방이 이어진 이후.
드디어 루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쩝쩝…… 제로, 무슨 일 있어? 접시는 왜 들고 있는 거야?”
“후후, 너무 맛있어서 말입니다. 그릇을 핥고 싶을 정도랄까요.”
“어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내대장부의 체통을 지키라고, 체통을.”
……루나야, 코에 묻은 소스부터 닦고 말해 주지 않을래?
팅!
또 한 번의 공격을 막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이런 유치한 공격을 가하는 이유가 뭐지?’
거슬리긴 하지만, 못 막을 정도는 아니다. 위협적이지도 않고.
게다가 유치한 공격도 공격이지만, 카론이 이런 유치한 지시를 할 리가 없다.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쯧, 두뇌 싸움을 걸어오는 건가. 휴식도 제대로 못 취하겠군.’
계속해서 접시를 방패 삼아 스칼렛의 공격을 막던 중.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격을 유발하는 트리거. 루나가 아니라 레제잖아?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본래라면 좋은 품질의 음식도 루나에게 갔어야 했을 텐데, 계속해서 레제의 앞에 놓인다.
어째서일까?
천하의 카론이 정보 전달을 잘못했을 리도 없고 말이다.
‘레제를 파티원에 넣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건가? 모두를 지킬 자격이 있는지 보겠다는 거고?’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에 이런 짓거리를 한다고?
아니, 역시 이런 이유는 아닐 거다. 다른 이유가 있다.
계속되는 두뇌 싸움에 두통이 몰려올 때였다.
끼익-.
누군가가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이었다.
즉각 스칼렛이 뛰어나왔다.
“……누구시죠?”
“흠흠, 식사를 하러 왔네만.”
목소리가 낮다. 아니, 일부러 낮추고 있다.
‘여자라는 걸 숨기려는 건가?’
카론이 심은 시궁쥐일지도 모른다.
슬쩍 [정보창] 스킬을 사용해 봤지만.
[???]정보가 뜨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로브를 푹 눌러쓴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얼굴의 절반이 보여야 해. 그래야 정보창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
예전에도 확인한 정보지만, 혹시나 해서 사용해 봤다.
저 여자가 시궁쥐라면 앞뒤로 공격당할 테니까 말이다.
살짝 긴장을 끌어 올리던 때였다.
“나가.”
“예?”
“아니, 나가 주십시오. 오늘은 예약 손님만 받는 날이거든요.”
“그, 그게 무슨……!”
“자, 자. 나가 주십시오.”
“아, 아니……!”
그렇게 검은 로브의 여자가 쫓겨났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설마 저것도 카론의 의도인가?’
진짜로 혼란스럽다.
카론 이 자식.
대체 날 이곳에 보낸 의도가 뭐냐고!?
* * *
“치잇! 손님을 쫓아내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배부른 식당이로군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이 투덜거렸다.
간드러지는 음성으로 보아, 여성인 듯했다. 그것도 성대가 아직 완벽히 여물지 않은 여자아이.
그렇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자아이. 그 정체는 바로…….
“아아…… 루나 양을 도와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유리디아였다. 로운터 백작가의 삼녀이자, 마법의 천재라고 불리며, 만인의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소녀.
현재 그녀는.
“어떻게든 해야 해요. 로델린 선배라는 강적이 등장하다니. 제 도움 없이는 일방적으로 밀리고 말 거예요.”
……루나의 사랑을 응원하는 것을 넘어 열렬히 수호하는 중이었다.
유리디아가 손톱을 질겅질겅 물어뜯었다.
‘제로는 분명 로델린 선배에게 관심이 있어 보였어. 선배님도 약간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고…….’
늦은 밤, 다정하게 나누는 대화도 그렇지만, 로델린이 얼굴을 붉히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 천하의 로델린이 얼굴을 붉힌다니.
앤우드 아카데미 신문부에서 매주 출간하는 학생 신문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대사건이다.
‘둘 사이에 뭔가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는 건 확실해.’
수줍은 듯 레스토랑 식사권을 건네는 그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뿌드득-.
유리디아의 이가 절로 갈렸다.
단둘이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열불이 터질 것 같은데 루나까지 함께 끌고 들어가다니.
유리디아의 시선에서는 불륜녀를 부부의 식사 자리에 초대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저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서, 설마 루나의 시선 밖에서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에 질려 불륜 소설에 손을 댔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정실부인을 옆에 둔 채, 테이블 밑에서 교감을 나누는 그렇고 그런 장면이.
제로와 로델린이 마주 보며 앉았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유리디아의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어떻게든 들어가야 하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술집 창문 밑에서 몸을 바싹 붙인 채 동태를 살피던 유리디아.
그녀의 시야에 누군가가 잡혔다.
“응? 저 사람은…….”
유리디아가 황급히 몸을 감췄다.
곧 지나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이곳.
제로 일행이 들어간 술집이었다.
“아가씨, 바로 이곳입니다.”
“흐응~ 맛집이라기에는 외관이 너무 초라한데? 게다가 이름은 또 뭐 이래. ‘첫째 잔은 수면제, 둘째 잔은 황천길’? 이거 술집 아니야?”
“후후, 이런 곳이 바로 진짜 맛집이지요. 숨겨진 맛집이랄까요.”
“뭐, 그렇긴 하지. 그런데 유모, 그 ‘후후’라는 웃음은 좀 자제해 주지 않을래? 입맛이 싹 떨어지거든.”
“걱정하지 마세요. 달아난 입맛도 돌아올 정도로 엄청난 맛집이거든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아가씨. 후후후.”
“……아무래도 전염병인 모양이야. 이곳을 떠나는 날 바로 질병 관리국에 연락을 넣어야겠어.”
“전염병이라니요? 이건 아주 매력적인 어투일 뿐이랍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걸요? 후후후후후!”
유리디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는 면면이기도 했지만, 워낙 유명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여, 영웅 루시아 님이 어째서 이곳에?’
참고로 루시아가 제로 일행을 지도한다는 사실은 극히 일부 사람들만 아는 정보다.
루시아의 부탁을 받은 유모가 주변을 통제하는 탓도 있지만, 그 뒤에 있는 카론이 강력하게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탓이 더 컸다.
그러니 유리디아가 놀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휴, 그놈이랑 엮지 좀 마. 나이 차이가 몇인데.”
“후후훗, 나이 차이만 없다면 괜찮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나이는 최소한의 조건이거든?”
“후후, 나이라는 조건은 최소한이지만, 다른 건 마음에 쏙 든다. 그런 뜻이로군요?”
“이, 이이이……! 아니야! 내가 그딴 놈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잖아!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다 마음에 안 들거든?”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말이 있죠. 하나부터 끝까지 마음에 든다는 말씀이시군요. 역시 제로 군입니다.”
“아, 글쎄! 아니라니깐!”
루시아와 유모의 대화를 엿듣던 유리디아. 그녀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로 말미암아 보건대, 유모가 남편감으로 추천하는 건 제로인 듯했다.
‘사, 사랑의 라이벌이 하나 더!?’
유리디아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로델린 선배만 해도 엄청난 강적인데 영웅 루시아 님까지 사랑의 전쟁에 참전한다니.
게다가 이건 이길 수 없는 싸움 아닌가.
가문, 재력, 명예, 성숙함, 크기(?)까지.
루나가 유리한 거라곤 미칠 듯한 귀여움. 그거 딱 하나뿐이었다.
“여기 진짜 맛집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후후, 저만 믿으십시오. 문을 열자마자 입맛이 싹 도실 겁니다.”
“그래? 유모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뭐…….”
끼익-.
그렇게 루시아와 유모가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제로 일행이 있는 술집으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보던 유리디아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루, 루나 양이 위험해요!’
지금의 루나에게 승산은 없다. 그러니 자신이 도와야 한다.
사랑의 큐피드로서!
그렇게 유리디아가 술집 안으로 돌진했다.